[트렌드-경영전략]
‘사물인터넷·인터페이스·자율주행·5G·AI학습’이 세상 바꾼다
(사진)서울 여의도 IFC몰에서 4월 24일 열린 IBM 창립 50주년 인공지능 ‘왓슨’시연 행사에서 시민들이 ‘왓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한경비즈니스 칼럼=김성훈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대한민국은 뉴 노멀이 노멀이 돼 가는 저성장 시대, 일자리 이슈, 큰 틀의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어 가는 새로운 트릴레마(삼중고) 상태에 놓여 있다.
이를 극복하고 다시 우리 경제의 맥박이 활기차게 뛰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의 틀이 필요하다. 결국 전 산업 분야에 걸쳐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을 민·관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세계경제포럼의 클라우드 슈밥 회장은 “제4차 산업혁명이 쓰나미처럼 우리를 급습하고 있다. 그것이 우리의 모든 시스템을 바꿀 것”이라고 경고했다.
작년 1월 다보스포럼 이후 세계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키워드는 단연 4차 산업혁명이다. 빅데이터·인공지능(AI)·증강현실(AR)·가상현실(VR)·자율주행·드론·3D프린터·공유경제 등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서 전 산업 분야에서 창조적 파괴가 일상화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부상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경제학자 아널드 토인비가 1884년 그의 저서 ‘산업혁명의 강의(Lectures on the Industrial Revolution)’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했는데 ‘인류 역사에서 기술혁신과 그에 수반해 일어난 사회·경제구조의 변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어떤 기술이 반짝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관련 기술들이 연쇄적으로 발전해 경제 및 사회구조를 바꾸는 변혁이 일어나야 산업혁명이란 용어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혁명이 바꾸는 풍요로운 세상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한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에 자리하지만 기존 산업혁명들과 큰 차이가 있다.
지난 1, 2, 3차 산업혁명이 인간의 손과 발 등 주로 육체노동을 기계가 대체해 자동화되고 연결성을 강화해 온 과정이라면 AI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은 사람의 두뇌 자체를 대체하는 시대를 뜻한다. 그 결과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거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은 ‘ICT가 타 산업들과 융합하는 기술혁명’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전의 산업혁명들과 그 속도와 범위 면에서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먼저 실현 가능한 청사진을 그려보면 ICT를 기반으로 사물과 사물이 서로 통신하고 사람과 사물이 연결되며 더 나아가 교통수단까지 결합되는 초연결 사회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수많은 데이터가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되고 저장된 데이터는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AI를 통해 최적의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선순환 에코 시스템으로 진화한다.
이에 따라 스마트한 세상이 펼쳐지는데, 이는 이전의 편리한 수준을 넘어 편안함을 제공하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한다. 최근 일본에서는 집 주변의 마트에 주문하면 드론을 통해 30분 안에 아파트 베란다로 물건을 배송해 주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3가지 주제로 표현할 수 있다.
첫째, ICT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로의 진입이다. 사물·동물·사람이 언제 어디서나 서로 소통할 수 있다.
둘째, 스스로 학습하면서 진화하는 머신이다. 딥 러닝이라는 AI 알고리즘이 개발되면서 기계는 사람과 유사한 방식으로 학습하고 사람보다 빠른 속도로 진보하고 있다.
셋째, 생산 혁신과 공유경제 확산으로 한계비용이 제로가 되면서 풍요로워지는 세상이다. 이와 같은 특징을 바탕으로 로봇을 인간의 조력자로 현명하게 컨트롤할 수 있으면 인류가 걱정하는 디스토피아보다 유토피아 세상이 펼쳐지지 않을까.
◆ICT 통한 ‘운송·금융·의료’ 변혁 예고
그러면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이 어떻게 전개될지 구체적 티핑 포인트를 짚어가며 살펴보자. 티핑 포인트는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가 사회의 주류로 급부상하는 시점을 뜻하는데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아이템들을 4차 산업혁명의 3가지 주제와 연결하면 5가지의 트렌드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트렌드는 사물과 ICT 융합인 사물인터넷(IoT)이다. IoT는 사물에 센서를 부착해 사물들끼리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기술이나 서비스를 뜻한다. 핵심은 통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는 가정하의 센서 기술이고 가장 큰 시장은 커넥티드 홈 서비스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같은 전통적인 가전 회사뿐만 아니라 아마존·애플·구글 등 정보기술(IT) 기업들도 뛰어들고 있다. 구글은 머신 러닝 기능이 있는 네스트(NEST)라는 회사를 인수해 AI를을 탑재한 서모스탯 기기를 통해 홈 IoT의 주도권을 쥐려 하고 있다.
IoT를 공장에 적용하면 생산성 향상 및 불량률 감소 등 생산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맞춤형 공장을 만들 수 있고 여기에 3D프린터를 접목하면 다품종 소량의 자동 생산까지 가능해진다.
독일의 지멘스·BMW 및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 등이 빠르게 스마트 공장 시스템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3D프린터는 입체적 설계도에 제공하면 원하는 물건을 만들어 내는 기술이다.
조만간 3D프린터가 의식주와 관련된 모든 제품을 만들어 낼 것으로 보인다. 이미 3D프린터로 미국 로컬모터스는 자동차를 제작하고 있고 중국 기업 윈선은 집과 건물까지 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 트렌드는 사람과 ICT 융합으로 우리 몸과 마음을 센싱할 수 있는 장치와 정보를 주고받는 인터페이스로 구성된다. 전자는 대표적 웨어러블 기기인 아이워치, 신생아용 디지털 우주복, 뇌파를 감지하는 뉴로 헤드셋이고 후자는 구글 글라스로 대표되는데 사생활 침해 이슈로 상용화에 고전을 겪고 있다.
향후 10년 내 인구의 10%가 인터넷이 연결된 의류와 안경을 착용하고 다닐 것이고 상업화된 최초의 인체 삽입형 모바일폰도 등장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미디어랩에서는 몸에 부착하는 문신 형태의 스마트 기기인 스마트 타투 개발을 진행 중이다.
셋째 트렌드는 운송 수단과 ICT의 융합이다. 사람이 운전하던 방식에서 ICT 인공지능에 의한 자율주행으로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네바다·미시간·캘리포니아·플로리다 주 등에서는 반자율주행차가 다니고 있다.
전기차로 유명한 테슬라는 2015년 가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자율주행 기능을 가능하게 했다. 이런 추세라면 2030년에는 전 세계 차량의 40%가 자율주행 자동차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에서 배송에 활용하려고 실험 중인 드론은 응급처치, 화재 진압, 웨이터 역할 등 응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사생활 침해 등 여러 위험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벌써부터 안티 드론 산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드론 제조사인 중국의 DJI는 드론의 특정 지역 침범을 막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했다.
넷째 메가트렌드는 도시와 ICT 융합으로, 수년 내 인구 5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데도 신호등이 하나도 없는 도시가 최초로 등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동차가 주변 사물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는데 현재의 롱텀에볼루션(LTE) 기반의 통신 역량보다 한 단계 진보한 5G 기술이 실현돼야 가능하다.
스마트 시티는 도시의 데이터들이 융합돼 생활의 편의를 높이고 체계적인 인프라 관리가 가능한 도시를 말하는데, 빌딩 자동화, 자율 교통관제, 에너지 관리가 핵심이다. 한국은 송도가 대표적 도시이지만 해외의 바르셀로나 및 중동의 마스다르와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마지막 메가트렌드는 AI를 통한 스마트한 의사결정이다. 최근의 AI가 무서운 것은 지금까지 컴퓨터와 다르게 습득한 데이터를 자동적으로 활용하는 머신을 통해 스스로 똑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2040년쯤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IBM이 만든 ‘왓슨’은 2011년생으로 이제 일곱 살인데 1초에 논문 50만 건 분량의 빅데이터를 이해하고 분석한다. 왓슨은 금융 분야에선 투자자들 기호에 맞는 상품을 제안하고 의료 분야에서는 사람보다 훨씬 정확한 진단을 내린다.
현재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주식의 70%가 사람이 아닌 알고리즘에 의해 이뤄진다. 왓슨의 다음 목표는 암을 정복하는 것으로, 뉴욕의 암센터는 2015년부터 암 진단과 치료에 왓슨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현재 대장암·췌장암·방광암은 90% 이상의 진단율을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사람이 관여할 영역이 점점 줄어드는 반면 로봇은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하면서 능력을 높여 가고 있다.
◆‘휴먼 크라우드’ 형태의 새로운 고용 등장
4차 산업혁명이 만드는 세상은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융합돼 나온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고객에게 최적의 결정을 내려주는 사회다. 여기까지 읽다 보면 ‘내 일자리는 안전할까’란 의구심이 들 것이다.
세계경제포럼 미래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으로 2020년까지 7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1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
사라지는 710만 개 일자리 가운데 대부분은 사무직 및 관리 직종이며 컴퓨터·수학·건축·엔지니어링 관련 분야 일자리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미래에 감소하는 직업은 사무행정직에서 470만 개, 제조업 생산 160만 개, 건설·채광업 50만 개로 이러한 직업들은 기계로 대체된다. 반면 재무관리 50만 개, 매니지먼트 41만 개, 컴퓨터·수학 40만 개, 건설공학 34만 개, 판매 관련직 30만 개 등의 직종에서는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4차 산업혁명으로 발생하는 실업은 경기가 살아나도 회복되지 않는 구조적·항구적인 실업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우리 자녀의 세대가 아니라 지금 우리 세대에 일어날 일들이다.
많은 일자리를 로봇에 빼앗기고 그나마 남아 있는 일자리도 정규직은 아닐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하니 비관적인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희망적인 면도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고용의 형태가 달라진다.
지금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음식을 주문하거나 택시를 부르고 잘 곳을 예약하고 물건을 사서 집까지 배송시키는 등 예전 같으면 직접 가서 하거나 전화로 해야 했던 일들을 온라인을 통해 해결하는 생활 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 새로운 일거리가 생겨날 것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시 고용보다 필요할 때 찾아 쓰는 ‘휴먼 크라우드(human crowd)’ 형태의 고용이 주가 될 것이다.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2004년 ‘프리 에이전트의 시대’라는 책에서 미래에는 노동자와 기업이 지속적 관계가 아닌 거래 관계로 점차 바뀌어 가기 때문에 지금처럼 우리의 운명을 기업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독립해 살아가는 프리 에이전트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휴먼 크라우드가 새롭고 유연한 직업 혁명의 시초일까. 아니면 규제가 없는 노동 착취의 시작일까. 후자가 되지 않으려면 정부와 국가에서 지금부터 조기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발 빠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묵묵히 진보하던 디지털 기술이 어느덧 사회변혁을 일으키며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4차 산업혁명 승자와 패자를 명확히 구분할 것이고 향후 3년이 그 명암을 좌우할 골든타임이다.
‘사물인터넷·인터페이스·자율주행·5G·AI학습’이 세상 바꾼다
(사진)서울 여의도 IFC몰에서 4월 24일 열린 IBM 창립 50주년 인공지능 ‘왓슨’시연 행사에서 시민들이 ‘왓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한경비즈니스 칼럼=김성훈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대한민국은 뉴 노멀이 노멀이 돼 가는 저성장 시대, 일자리 이슈, 큰 틀의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어 가는 새로운 트릴레마(삼중고) 상태에 놓여 있다.
이를 극복하고 다시 우리 경제의 맥박이 활기차게 뛰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의 틀이 필요하다. 결국 전 산업 분야에 걸쳐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을 민·관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세계경제포럼의 클라우드 슈밥 회장은 “제4차 산업혁명이 쓰나미처럼 우리를 급습하고 있다. 그것이 우리의 모든 시스템을 바꿀 것”이라고 경고했다.
작년 1월 다보스포럼 이후 세계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키워드는 단연 4차 산업혁명이다. 빅데이터·인공지능(AI)·증강현실(AR)·가상현실(VR)·자율주행·드론·3D프린터·공유경제 등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서 전 산업 분야에서 창조적 파괴가 일상화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부상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경제학자 아널드 토인비가 1884년 그의 저서 ‘산업혁명의 강의(Lectures on the Industrial Revolution)’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했는데 ‘인류 역사에서 기술혁신과 그에 수반해 일어난 사회·경제구조의 변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어떤 기술이 반짝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관련 기술들이 연쇄적으로 발전해 경제 및 사회구조를 바꾸는 변혁이 일어나야 산업혁명이란 용어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혁명이 바꾸는 풍요로운 세상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한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에 자리하지만 기존 산업혁명들과 큰 차이가 있다.
지난 1, 2, 3차 산업혁명이 인간의 손과 발 등 주로 육체노동을 기계가 대체해 자동화되고 연결성을 강화해 온 과정이라면 AI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은 사람의 두뇌 자체를 대체하는 시대를 뜻한다. 그 결과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거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은 ‘ICT가 타 산업들과 융합하는 기술혁명’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전의 산업혁명들과 그 속도와 범위 면에서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먼저 실현 가능한 청사진을 그려보면 ICT를 기반으로 사물과 사물이 서로 통신하고 사람과 사물이 연결되며 더 나아가 교통수단까지 결합되는 초연결 사회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수많은 데이터가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되고 저장된 데이터는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AI를 통해 최적의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선순환 에코 시스템으로 진화한다.
이에 따라 스마트한 세상이 펼쳐지는데, 이는 이전의 편리한 수준을 넘어 편안함을 제공하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한다. 최근 일본에서는 집 주변의 마트에 주문하면 드론을 통해 30분 안에 아파트 베란다로 물건을 배송해 주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3가지 주제로 표현할 수 있다.
첫째, ICT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로의 진입이다. 사물·동물·사람이 언제 어디서나 서로 소통할 수 있다.
둘째, 스스로 학습하면서 진화하는 머신이다. 딥 러닝이라는 AI 알고리즘이 개발되면서 기계는 사람과 유사한 방식으로 학습하고 사람보다 빠른 속도로 진보하고 있다.
셋째, 생산 혁신과 공유경제 확산으로 한계비용이 제로가 되면서 풍요로워지는 세상이다. 이와 같은 특징을 바탕으로 로봇을 인간의 조력자로 현명하게 컨트롤할 수 있으면 인류가 걱정하는 디스토피아보다 유토피아 세상이 펼쳐지지 않을까.
◆ICT 통한 ‘운송·금융·의료’ 변혁 예고
그러면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이 어떻게 전개될지 구체적 티핑 포인트를 짚어가며 살펴보자. 티핑 포인트는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가 사회의 주류로 급부상하는 시점을 뜻하는데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아이템들을 4차 산업혁명의 3가지 주제와 연결하면 5가지의 트렌드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트렌드는 사물과 ICT 융합인 사물인터넷(IoT)이다. IoT는 사물에 센서를 부착해 사물들끼리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기술이나 서비스를 뜻한다. 핵심은 통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는 가정하의 센서 기술이고 가장 큰 시장은 커넥티드 홈 서비스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같은 전통적인 가전 회사뿐만 아니라 아마존·애플·구글 등 정보기술(IT) 기업들도 뛰어들고 있다. 구글은 머신 러닝 기능이 있는 네스트(NEST)라는 회사를 인수해 AI를을 탑재한 서모스탯 기기를 통해 홈 IoT의 주도권을 쥐려 하고 있다.
IoT를 공장에 적용하면 생산성 향상 및 불량률 감소 등 생산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맞춤형 공장을 만들 수 있고 여기에 3D프린터를 접목하면 다품종 소량의 자동 생산까지 가능해진다.
독일의 지멘스·BMW 및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 등이 빠르게 스마트 공장 시스템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3D프린터는 입체적 설계도에 제공하면 원하는 물건을 만들어 내는 기술이다.
조만간 3D프린터가 의식주와 관련된 모든 제품을 만들어 낼 것으로 보인다. 이미 3D프린터로 미국 로컬모터스는 자동차를 제작하고 있고 중국 기업 윈선은 집과 건물까지 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 트렌드는 사람과 ICT 융합으로 우리 몸과 마음을 센싱할 수 있는 장치와 정보를 주고받는 인터페이스로 구성된다. 전자는 대표적 웨어러블 기기인 아이워치, 신생아용 디지털 우주복, 뇌파를 감지하는 뉴로 헤드셋이고 후자는 구글 글라스로 대표되는데 사생활 침해 이슈로 상용화에 고전을 겪고 있다.
향후 10년 내 인구의 10%가 인터넷이 연결된 의류와 안경을 착용하고 다닐 것이고 상업화된 최초의 인체 삽입형 모바일폰도 등장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미디어랩에서는 몸에 부착하는 문신 형태의 스마트 기기인 스마트 타투 개발을 진행 중이다.
셋째 트렌드는 운송 수단과 ICT의 융합이다. 사람이 운전하던 방식에서 ICT 인공지능에 의한 자율주행으로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네바다·미시간·캘리포니아·플로리다 주 등에서는 반자율주행차가 다니고 있다.
전기차로 유명한 테슬라는 2015년 가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자율주행 기능을 가능하게 했다. 이런 추세라면 2030년에는 전 세계 차량의 40%가 자율주행 자동차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에서 배송에 활용하려고 실험 중인 드론은 응급처치, 화재 진압, 웨이터 역할 등 응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사생활 침해 등 여러 위험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벌써부터 안티 드론 산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드론 제조사인 중국의 DJI는 드론의 특정 지역 침범을 막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했다.
넷째 메가트렌드는 도시와 ICT 융합으로, 수년 내 인구 5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데도 신호등이 하나도 없는 도시가 최초로 등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동차가 주변 사물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는데 현재의 롱텀에볼루션(LTE) 기반의 통신 역량보다 한 단계 진보한 5G 기술이 실현돼야 가능하다.
스마트 시티는 도시의 데이터들이 융합돼 생활의 편의를 높이고 체계적인 인프라 관리가 가능한 도시를 말하는데, 빌딩 자동화, 자율 교통관제, 에너지 관리가 핵심이다. 한국은 송도가 대표적 도시이지만 해외의 바르셀로나 및 중동의 마스다르와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마지막 메가트렌드는 AI를 통한 스마트한 의사결정이다. 최근의 AI가 무서운 것은 지금까지 컴퓨터와 다르게 습득한 데이터를 자동적으로 활용하는 머신을 통해 스스로 똑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2040년쯤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IBM이 만든 ‘왓슨’은 2011년생으로 이제 일곱 살인데 1초에 논문 50만 건 분량의 빅데이터를 이해하고 분석한다. 왓슨은 금융 분야에선 투자자들 기호에 맞는 상품을 제안하고 의료 분야에서는 사람보다 훨씬 정확한 진단을 내린다.
현재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주식의 70%가 사람이 아닌 알고리즘에 의해 이뤄진다. 왓슨의 다음 목표는 암을 정복하는 것으로, 뉴욕의 암센터는 2015년부터 암 진단과 치료에 왓슨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현재 대장암·췌장암·방광암은 90% 이상의 진단율을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사람이 관여할 영역이 점점 줄어드는 반면 로봇은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하면서 능력을 높여 가고 있다.
◆‘휴먼 크라우드’ 형태의 새로운 고용 등장
4차 산업혁명이 만드는 세상은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융합돼 나온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고객에게 최적의 결정을 내려주는 사회다. 여기까지 읽다 보면 ‘내 일자리는 안전할까’란 의구심이 들 것이다.
세계경제포럼 미래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으로 2020년까지 7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1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
사라지는 710만 개 일자리 가운데 대부분은 사무직 및 관리 직종이며 컴퓨터·수학·건축·엔지니어링 관련 분야 일자리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미래에 감소하는 직업은 사무행정직에서 470만 개, 제조업 생산 160만 개, 건설·채광업 50만 개로 이러한 직업들은 기계로 대체된다. 반면 재무관리 50만 개, 매니지먼트 41만 개, 컴퓨터·수학 40만 개, 건설공학 34만 개, 판매 관련직 30만 개 등의 직종에서는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4차 산업혁명으로 발생하는 실업은 경기가 살아나도 회복되지 않는 구조적·항구적인 실업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우리 자녀의 세대가 아니라 지금 우리 세대에 일어날 일들이다.
많은 일자리를 로봇에 빼앗기고 그나마 남아 있는 일자리도 정규직은 아닐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하니 비관적인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희망적인 면도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고용의 형태가 달라진다.
지금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음식을 주문하거나 택시를 부르고 잘 곳을 예약하고 물건을 사서 집까지 배송시키는 등 예전 같으면 직접 가서 하거나 전화로 해야 했던 일들을 온라인을 통해 해결하는 생활 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 새로운 일거리가 생겨날 것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시 고용보다 필요할 때 찾아 쓰는 ‘휴먼 크라우드(human crowd)’ 형태의 고용이 주가 될 것이다.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2004년 ‘프리 에이전트의 시대’라는 책에서 미래에는 노동자와 기업이 지속적 관계가 아닌 거래 관계로 점차 바뀌어 가기 때문에 지금처럼 우리의 운명을 기업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독립해 살아가는 프리 에이전트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휴먼 크라우드가 새롭고 유연한 직업 혁명의 시초일까. 아니면 규제가 없는 노동 착취의 시작일까. 후자가 되지 않으려면 정부와 국가에서 지금부터 조기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발 빠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묵묵히 진보하던 디지털 기술이 어느덧 사회변혁을 일으키며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4차 산업혁명 승자와 패자를 명확히 구분할 것이고 향후 3년이 그 명암을 좌우할 골든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