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폴리틱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저임금법 일부개정법률안’ 대표 발의
(사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7월 15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결과 내년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확정됐다./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 대비 16.4% 오른 7530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회에서 또다시 임금과 관련된 논의가 시작됐다. 공공 기관은 최저임금을 넘어 ‘적정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적정임금 관련 개정안 발의 이례적
이 같은 주장은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담겼다. 박 의원은 7월 10일 국회의원 9명과 함께 ‘최저임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 의원은 개정안에서 공공 기관이 용역 및 파견 업체 직원 등과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최저임금을 넘어선 적정 임금을 지급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임금과 관련된 개정안은 최저임금 지급을 제대로 지켜야 한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적정 임금에 대한 내용을 담은 것은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박 의원이 이번 개정안을 발의한 배경은 이렇다. 박 의원에 따르면 최저임금액은 노동자 평균임금 대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최저임금을 받는 저소득층 노동자의 가족 부양, 문화생활 향유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우선적으로 공공 기관이라도 노동자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적정 임금을 지급하도록 해야 한다는 게 개정안의 골자다.
물론 지금도 헌법에서는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인 적정 임금을 지급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32조 제1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노동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노동자의 고용 증진과 적정 임금 보장에 노력해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최저임금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최저임금과 적정 임금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적정 임금이 어떤 수준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명시한 내용이 없어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임금의 적정성은 경제적 여건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획일적으로 확정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우선적으로 적정 임금에 대한 정의를 명확하게 내렸다. ‘노동자가 가족을 부양할 수 있으며 최소한 문화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명시했다. 이어 공공 기관이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노동자에게 개정안에 명시한 수준의 적정 임금을 지급하도록 노력할 것을 주문했다. 이를 통해 노동자의 임금수준을 현실화하고 적정 임금 제도의 자율적 확산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시기와 비용 산정이 걸림돌
이번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현재 국회에서는 적정 임금과 관련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다만 개정안의 통과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선은 시기가 문제다. 개정안이 발의된 날짜는 7월 10일로, 나흘 뒤인 14일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올해 대비 16.4% 오른 7530원으로 정해져 17년 만에 최대 인상 폭을 보였다.
이에 따라 야당 및 재계는 연일 최저임금 인상이 초래할 일자리 축소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눈덩이처럼 불어날 정부의 재정 지원 한계 등을 꼬집는 상태다. 아직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반발을 추스르지 못한 상황에서 적정 임금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리 만무하다.
적정 임금에 대한 구체적인 비용 산정이 어려워 개정안에 대한 비용추계서를 제출하지 못한 점도 개정안 통과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회의원들은 예산이 소요되는 의원입법을 발의하거나 상임위원회 법안 심의 과정에서 내용이 변경될 경우 국회예산정책처의 비용추계서를 첨부해야 한다.
이러한 법안비용추계는 어떤 법안이 시행될 때 어느 정도의 추가적인 재정 소요가 발생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다만 기술적으로 추계가 어렵거나 예상비용이 연평균 10억원 미만이라면 비용추계서 첨부를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그간 학계에서는 적정 임금 산정에 노동자의 생산성 내지 생산에 대한 기여도, 기업의 지불 능력, 물가 등 국민 경제에 미칠 영향, 소득분배 구조 개선에 대한 기여도 등이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박 의원은 이 같은 의견들을 반영해 최저임금과 물가 상승률, 최저생계비 등을 고려해 적정 임금을 책정해야 한다는 산정 방식을 개정안에 넣었다.
하지만 개정안을 들여다보고 투입될 예산을 책정하는 국회예산정책처는 끝내 해당 개정안에 대한 비용추계서를 작성하는데 실패했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개정안 내용이 선언적·권고적인 형식으로 작성돼 기술적 추계가 어렵다”며 비용추계서 미첨부 사유서를 제출한 상태다. 물론 기술적으로 추계가 어렵다고 밝힌 만큼 비용추계서를 생략해도 상관없지만 개정안 통과에 대한 반대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최저임금 인상 못지않은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일단 개정안이 통과되면 일반 기업과 근로계약을 맺은 이들도 적정 임금을 지불하라는 목소리를 높일 것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그러면 적정 임금 책정을 놓고 노사 간의 해석이 제각각일 수 있어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nyou@hankyung.com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저임금법 일부개정법률안’ 대표 발의
(사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7월 15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결과 내년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확정됐다./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 대비 16.4% 오른 7530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회에서 또다시 임금과 관련된 논의가 시작됐다. 공공 기관은 최저임금을 넘어 ‘적정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적정임금 관련 개정안 발의 이례적
이 같은 주장은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담겼다. 박 의원은 7월 10일 국회의원 9명과 함께 ‘최저임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 의원은 개정안에서 공공 기관이 용역 및 파견 업체 직원 등과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최저임금을 넘어선 적정 임금을 지급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임금과 관련된 개정안은 최저임금 지급을 제대로 지켜야 한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적정 임금에 대한 내용을 담은 것은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박 의원이 이번 개정안을 발의한 배경은 이렇다. 박 의원에 따르면 최저임금액은 노동자 평균임금 대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최저임금을 받는 저소득층 노동자의 가족 부양, 문화생활 향유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우선적으로 공공 기관이라도 노동자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적정 임금을 지급하도록 해야 한다는 게 개정안의 골자다.
물론 지금도 헌법에서는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인 적정 임금을 지급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32조 제1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노동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노동자의 고용 증진과 적정 임금 보장에 노력해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최저임금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최저임금과 적정 임금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적정 임금이 어떤 수준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명시한 내용이 없어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임금의 적정성은 경제적 여건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획일적으로 확정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우선적으로 적정 임금에 대한 정의를 명확하게 내렸다. ‘노동자가 가족을 부양할 수 있으며 최소한 문화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명시했다. 이어 공공 기관이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노동자에게 개정안에 명시한 수준의 적정 임금을 지급하도록 노력할 것을 주문했다. 이를 통해 노동자의 임금수준을 현실화하고 적정 임금 제도의 자율적 확산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시기와 비용 산정이 걸림돌
이번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현재 국회에서는 적정 임금과 관련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다만 개정안의 통과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선은 시기가 문제다. 개정안이 발의된 날짜는 7월 10일로, 나흘 뒤인 14일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올해 대비 16.4% 오른 7530원으로 정해져 17년 만에 최대 인상 폭을 보였다.
이에 따라 야당 및 재계는 연일 최저임금 인상이 초래할 일자리 축소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눈덩이처럼 불어날 정부의 재정 지원 한계 등을 꼬집는 상태다. 아직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반발을 추스르지 못한 상황에서 적정 임금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리 만무하다.
적정 임금에 대한 구체적인 비용 산정이 어려워 개정안에 대한 비용추계서를 제출하지 못한 점도 개정안 통과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회의원들은 예산이 소요되는 의원입법을 발의하거나 상임위원회 법안 심의 과정에서 내용이 변경될 경우 국회예산정책처의 비용추계서를 첨부해야 한다.
이러한 법안비용추계는 어떤 법안이 시행될 때 어느 정도의 추가적인 재정 소요가 발생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다만 기술적으로 추계가 어렵거나 예상비용이 연평균 10억원 미만이라면 비용추계서 첨부를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그간 학계에서는 적정 임금 산정에 노동자의 생산성 내지 생산에 대한 기여도, 기업의 지불 능력, 물가 등 국민 경제에 미칠 영향, 소득분배 구조 개선에 대한 기여도 등이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박 의원은 이 같은 의견들을 반영해 최저임금과 물가 상승률, 최저생계비 등을 고려해 적정 임금을 책정해야 한다는 산정 방식을 개정안에 넣었다.
하지만 개정안을 들여다보고 투입될 예산을 책정하는 국회예산정책처는 끝내 해당 개정안에 대한 비용추계서를 작성하는데 실패했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개정안 내용이 선언적·권고적인 형식으로 작성돼 기술적 추계가 어렵다”며 비용추계서 미첨부 사유서를 제출한 상태다. 물론 기술적으로 추계가 어렵다고 밝힌 만큼 비용추계서를 생략해도 상관없지만 개정안 통과에 대한 반대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최저임금 인상 못지않은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일단 개정안이 통과되면 일반 기업과 근로계약을 맺은 이들도 적정 임금을 지불하라는 목소리를 높일 것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그러면 적정 임금 책정을 놓고 노사 간의 해석이 제각각일 수 있어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