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하나'면 충분한 카카오뱅크 VS '세상 모든 곳'이 은행 케이뱅크

[스페셜 리포트 = 금융 혁신 : 카카오뱅크 vs 케이뱅크]
이용우·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내 손안의 은행 모바일 하나면 충분”
VS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 “뱅크 에브리웨어 쉬운 은행 만들 것”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오후 4시, 은행 영업시간이 종료되면 대출이며 환전 같은 은행 서비스는 포기해야하던 때가 불과 얼마 전이다. 그러나 더 이상은 아니다. 언제 어디서든 내 손안에 ‘스마트폰’만 들려 있으면 어떤 은행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4월3일 국내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가 출범한 데 이어 7월27일 카카오뱅크가 영업을 시작했다. 영업시간도 영업지점도 종이통장도 없는 새로운 은행의 탄생이다. 숙명적 라이벌이 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디지털 금융 패권 전쟁’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이용우, 윤호영 공동대표, 케이뱅크의 심성훈 행장으로부터 이들이 꿈꾸는 ‘미래의 은행’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용우,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금융 전문가와 ICT 전문가 뭉쳤다, 모바일 온리(Mobile Only) 카카오뱅크

은행은 은행인데 ‘행장’이 없다. 이용우, 윤호영 공동 대표는 행장님이라는 엄숙한 칭호 대신 얀(Yan)과 다니엘(Daniel)이라는 영어이름으로 불린다. 대표나 임원실도 따로 없다. 직원들은 반바지나 슬리퍼를 신고 자유롭게 활보하며, 부서별 칸막이 없이 모든 직원이 사무실을 공유한다. 기존의 ‘은행’이라면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 분위기다. 7월27일 새로운 첫걸음을 내디딘 ‘카카오뱅크’다.

“모바일 퍼스트(First)를 지나 모바일 온리(Only) 시대라고들 말합니다. 기존 계좌를 모바일로 연동해서 쓰는 것과 처음부터 모바일에서 계좌를 만들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굉장히 다른 영역이에요. 모바일에서 완결된 모든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그 첫 시작을 카카오뱅크가 열어갈 것입니다.” (윤호영 대표)

카카오뱅크는 2015년 은행업 예비인가를 받은 이후 꼬박 2년간의 준비를 거쳐 세상에 나오게 됐다. 이 대표와 윤 대표는 카카오뱅크 설립 컨소시엄이 생겼을 때부터 동고동락하며 이 모든 과정을 지켜봐왔다. 그 사이 두 사람간의 다툼(?)도 잦았다고 한다. 두 사람의 업계 경력과 배경이 다른 만큼 사고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동원증권을 거쳐 한국투자신탁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 한국투자금융지주 전무 등을 지낸 이 대표는 베테랑 ‘금융전략 전문가’다. 이와 비교해 윤 대표는 2003년 국내 최초 온라인 보험사 에르고다음다이렉트에서 경영기획팀장을 지낸 뒤 2009년 다음 경영지원부문장, 카카오 모바일뱅크 TFT 부사장을 지낸 ICT(정보통신기술) 전문가다.



“금융과 ICT라는 서로 다른 경험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서 ‘새로운 은행’을 만드는 데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정보보안과 관련해서도 금융권과 ICT업계의 업무 환경은 매우 다릅니다. 금융권에서는 망분리를 기본으로 생각하고 노트북을 비롯한 전자장비에 대한 유출이 엄격히 차단되지만 ICT 기업에서는 그렇지 않죠. 이처럼 서로 다른 업계의 만남으로 인한 ‘문화적 차이’를 수렴해가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이용우 대표)

이 대표는 카카오뱅크가 기존 금융 회사와는 다른 문화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금융과 ICT라는 전혀 다른 분야가 만나고 융합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간의 자유로운 의사 소통이 필수적으로 전제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 중요한 것은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조직문화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전혀 새로운 은행’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이라기보다 ‘모바일 은행’이라는 정체성을 앞세우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의 모든 서비스는 ‘모바일 앱(app)’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계좌 개설부터 여수신 및 해외송금, 상품 만기 연장 재가입 등 모두 모바일로 가능한 최초이자 유일한 은행이다. 특히 카카오뱅크 앱은 직관적인 UI(사용자 인터페이스)와 UX(사용자 경험)를 제공해 고객 사용 편의성을 극대화시켰다. 일례로 패턴 입력만으로 홈 화면에서 바로 보유계좌를 볼 수 있고, 잠금 화면도 비밀번호나 공인인증서가 아닌 패턴 잠금, 지문 인증으로 설정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야말로 ‘내 손안의 은행’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모바일 은행의 편리함을 갖추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금융 서비스’이기 때문에 가장 예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보안이다. 두 공동대표는 ‘보안은 카카오뱅크의 생명이나 다름없다’고 입을 모았다.

“카카오뱅크가 PC뱅킹을 지원하지 않고 본인 휴대폰 1대에서만 이용할 수 있도록 ‘모바일 단일 앱’ 서비스를 앞세운 것은 보안을 고려한 결정이었습니다. 여러 대 휴대폰, 그리고 PC 뱅킹을 지원할 경우 기기간 인터페이스 과정에서 취약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죠. 모바일 단일 앱을 통해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은 상품 중심의 간결한 라인업을 구축, 고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보안성을 감안한 결과입니다.” (윤)

그렇다면 이제 막 출발선 앞에 선 카카오뱅크가 그리는 ‘미래의 은행’은 어떤 모습일까.

“인터넷은행 출범을 기점으로 이미 많은 은행들이 모바일 기반의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이 한국에서 가입했던 적금, 대출 등을 모두 갱신하려면 입국해서 신분증을 들고 은행에 가야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는 겁니다. 미래 은행의 모습은 이렇듯 은행 방문 없이 모바일로 모든 서비스가 가능한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카카오뱅크가 이를 실현시켜 갈 것입니다.” (이)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
소파에 앉아서 IPTV로 대출 끝, ‘뱅크 에브리웨어(Bank Everywhere)' 시대 온다

“그 동안 금융 소비자들은 은행이 정한 룰에 따랐어요. 이제는 고객이 원하는 때에, 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룰’을 다시 쓰는 겁니다. 고객들의 관심과 기대를 확인했으니 더 막중한 책임의식을 느끼고 있습니다.”

심성훈 행장은 ‘책임의식’이라는 말을 가장 먼저 꺼냈다. 그만큼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 관심이 뜨겁다는 걸 모르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올해 4월3일 첫 서비스를 시작한 케이뱅크는 오픈 석달만에 가입고객 수 약 40만 명, 여신 6100억원, 수신 6500억원을 기록하며 그야말로 ‘열풍’을 몰고왔다. 올해 연간 목표로 밝혔던 여신 4000억원, 수신 5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기존 은행이 100년 동안 해오던 은행 업무를 단 하나의 모바일 앱을 통해 제공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인 건 분명합니다. 케이뱅크가 시중은행과 비교해 높은 예금금리와 낮은 대출금리로 차별화할 수 있었던 건 기본적으로 ICT혁신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영업점 임차료, 인건비 등 운용비용을 절감해 고객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 겁니다.”

국내 ‘첫 인터넷은행’의 ‘초대 행장’을 맡게 됐지만 사실 심 행장은 은행권 경력이 전무하다. 30여년간 케이뱅크의 주주사인 KT와 주요 그룹사의 요직을 거친 ICT전문가다. 2013년 KT 시너지 경영실장을 맡아 ICT를 바탕으로 금융과 미디어, 유통, 렌털 등 각기 다른 KT 계열사들과의 융합 전략을 수립하고 사업모델을 만드는 일을 진두지휘한 바 있다. 그러나 은행업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기존 은행과는 전혀 다른 혁신적인 은행’을 만들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또한 높다.



“케이뱅크가 오픈 초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해도 아직까지 인터넷은행이 어떤 곳인지, 심지어 기존 은행과 같은 ‘제1금융권 은행’이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고객들이 많은 편이에요. 카카오뱅크가 새롭게 합류한 만큼 인터넷은행을 더 많이 알리고 키워나갈 동반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향후 새로운 핀테크 기술을 적용하는 데도 케이뱅크가 가장 적극적일 것이라고 심 행장은 자신하고 있다. 기존 은행들도 온라인과 모바일 시장이 등장한 이후 조금씩 변화를 거듭해 왔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주요 서비스는 오프라인 영업점을 중심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이와 비교해 케이뱅크와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은 모바일 금융만이 ‘도전이나 생존을 위한 사업’이기 때문에 시중은행보다 빠르고 혁신적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카카오뱅크가 ‘카카오톡’이라는 막강한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은행서비스를 확대해 나간다면, 케이뱅크는 주주사 및 제휴사의 오프라인 접점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3000여개의 KT통신 대리점과 1만여개의 GS25편의점 등을 통해 O2O 서비스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심 행장은 이를 ‘뱅크 에브리웨어(Bank Everywhere)’로 표현했다. 이를 위해 사업 초기에는 기본적인 은행업무를 다루면서 중장기로 고객 저변을 확대하며 사업 다각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기본 여수신 상품 강화와 방카슈랑스를 출시하면서 소호 대출, 모바일에서 완전하게 비대면을 제공하는 주택담보대출 등을 순차적으로 출시해 상품 라인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단순 은행업무를 보는 은행이 아닌 고객의 라이프사이클 등에 최적화된 금융 서비스 영역을 확대해 나갈 겁니다. 말하자면 소비자의 나이, 직업, 자산 규모, 소비 패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최적의 금융상품을 추천해주는 개인 맞춤형 통합자산관리로 금융서비스 영역이 더 넓어지는 거죠.”

이와 함께 고객들이 안정적인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보안 문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은행권 최초로 OTP(일회용 패스워드 생성기)를 스마트폰에 탑재해, 보안카드 또는 OTP토큰(비밀정보 복사방지) 필요 없이 터치 몇 번으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바이오 인증의 경우 초기에 등록한 지문 또는 홍채로 앱 로그인을 하는 것은 물론 편리하게 이체할 수 있다.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기술 발전 트렌드에 맞춰 더욱 편리하면서도 안전한 인증방식 솔루션을 도입할 계획이다.

“스마트폰이 생기고 나서 방송을 보려면 TV앞으로 가야 한다는 룰이 깨졌습니다. TV 에브리웨어 시대가 열리면서 미디어 콘텐츠의 생산·유통·소비 등 생태계 전반에 혁신이 일어났습니다. 은행도 마찬가지입니다. 궁극적으로는 내 집 소파에 앉아 기가지니, IPTV에 음성명령으로 계좌 이체가 가능한 ‘카우치뱅킹’을 선보일 것입니다. ICT로 인해 ‘쉬운 은행’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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