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시작된 중국의 '사물인터넷 굴기'

[테크놀로지]
정부 주도 기술 통일로 166조 시장 창출… 中 기업 ‘가성비’ 제품 쏟아낼 것

[한경비즈니스=최형욱 IT 칼럼니스트] 만물을 연결하기 위한 중국의 사물인터넷(IoT) 굴기가 시작됐다. 6월 28일부터 7월 1일까지 중국 상하이 신국제엑스포 전시장에서 열린 이동통신 박람회 ‘상하이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가장 주목받은 분야는 IoT와 이를 가능하게 할 5G에 대한 중국 기업들의 열기였다.

IoT는 이미 스마트 홈을 통해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공공 기관의 공공 설비에 이용되면서 다양한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경쟁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IoT의 다양한 통신 표준을 국가 차원에서 하나로 지정해 추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새롭게 도래하는 IoT 시대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까지 한꺼번에 키우겠다는 중국 정부와 중국 기업의 속내를 확인할 수 있는 전시회였다.


(사진) 2017 상하이 MWC 차이나유니콤(왼쪽)과 차이나텔레콤 부스.

◆중국 NB-IoT로 기술 통일

저전력 장거리 통신 기술(LPWA : Low Power Wide Area Network)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은 대표적으로 4가지가 있다.

한국에서는 SK텔레콤이 ‘로라(LoRa)’, KT와 LG유플러스가 ‘협대역 사물인터넷(NB-IoT)’이라는 통신 기술을 채택하고 있다.

이 밖에 자가 망을 구축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나 전기·상하수도·가스 검침과 같은 분야에 적용되는 ‘와이선’과 가장 저렴한 모듈과 칩셋 가격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시그폭스’가 있다.

한국에서는 이 중 두 가지 이상의 IoT 통신 기술이 동시에 진행된다. 중국은 다르다. 정부 차원에서 ‘NB-IoT’를 표준으로 지정해 사용하고 있다.

중앙정부 주도로 2018년까지 중국 주요 도시에 20만 개 이상의 NB-IoT를 지원하는 인프라를 갖추고 2020년까지 중국 전역에 150만 개 이상의 NB-IoT를 지원하는 인프라를 갖추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가정에서 사용하는 홈 IoT를 비롯해 지하 상수도와 같은 공공시설의 관리, 교통 네트워크 관리 등에 사용, M2M(Machine to Machine) 연결이 6억 개 이상 가능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이 때문에 이번 상하이 MWC에 참여했던 중국 3대 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차이나유니콤·차이나텔레콤 모두 스마트 홈과 같은 가정용 IoT보다 공공 주차, 시설물 관리, 대기 측정, 교통 및 네트워크 관리, 전력망 관리, 수도 관리 및 강과 같은 물 관리 등의 공공 부문의 IoT 서비스를 선보이는 데 공을 들였다.

중국 3대 통신사와 통신 장비 업체들은 또 NB-IoT를 지원하는 자체 모듈이나 칩셋을 개발하고 이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협력 업체에 제공할 계획이다.

물론 통신사 외에도 리드코어(Leadcore)와 같은 칩셋 업체와 화웨이나 ZTE 같은 통신 장비 업체들도 NB-IoT를 지원하는 통신 모듈이나 칩셋, 통신 장비를 선보이며 중국 정부의 IoT 정책에 호응하고 있다.



중국의 IoT 산업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이미 2009년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특히 2009년 원자바오 전 중국 국무원 총리가 IoT와 센서 네트워크에 대한 개념을 언급한 것을 계기로 2010년 8억 위안(약 1328억원)을 투자해 ‘사물지능통신센터’를 구축하고 IoT 시대를 대비하기 시작했다.

이어 2012년 ‘IoT 5개년 계획’에 이어 2013년 발표한 ‘국가 IoT 발전 특별 행동 계획’을 통해 스마트 홈을 포함한 9대 중점 분야를 지정하고 각 영역별 IoT 발전을 위해 지원하고 있다.

KOTR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투자의 결실로 중국의 IoT 시장 규모는 2012년 3650억 위안(약 61조원)에서 2020년까지 1조 위안(약 166조원)으로 가파르게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중국 정부는 NB-IoT라는 국가적 표준과 정부의 공공 IoT에 대한 지원으로 2020년 1조 위안 시장을 뛰어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 홈, 연 50.2% ‘급성장’

중국 정부의 공공 부문에 대한 IoT 지원과 달리 알리바바를 비롯한 중국의 민간 기업들은 이미 스마트 홈이나 스마트 교육, 스마트 의료와 같은 부문에 진출해 성과를 내고 있다.

이 중 알리바바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윤(Yun) OS’를 기반으로 다양한 가전 기업들과 스마트 홈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이 역시 윤 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가전이나 자동차까지 통제할 수 있는 플랫폼 전략을 펼치고 있다.

또 원격 교육이나 원격의료와 같은 서비스에도 윤 OS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 및 디바이스를 엮어 자체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알리바바와 같은 독자적인 플랫폼 전략뿐만 아니라 기존의 안드로이드 플랫폼 위에서 동작이 가능한 다양한 IoT 생활 가전제품을 출시함에 따라 이에 수반되는 다양한 서비스 역시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스마트 홈이 생활 가전제품의 제어, 조명이나 도어록, 플러그 제어와 같은 부분에서 최근에는 원격의료 서비스, 홈 헬스 케어 및 관리, 온라인 및 원격 교육 등 다양한 서비스 부문으로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IoT를 본격적으로 보급하는 데 가장 중요한 세 가지는 인터넷에 연결되는 수많은 기기를 수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망과 각종 IoT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IoT를 값싸게 보급할 수 있는 통신 모듈이다.

최근 중국 정부의 정보기술(IT) 전략을 보면 이 세 가지 부문이 각각 진행되는 모습이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무서울 만큼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5G망은 국제 표준 지정과 상용화 목표가 2020년으로 계획돼 있다. 하지만 화웨이를 비롯한 차이나모바일은 2019년 중국 내 상용화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결과적으로 중국 내 5G의 본격적인 시장 보급과 안정화는 2020년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결국 차세대 네트워크가 시장에 안정화되는 시점에 맞춰 중국 중앙정부는 IoT 보급을 위한 NB-IoT 지원 인프라를 중국 전역에 갖추도록 할 계획이다. 또 중국 구이저우를 중심으로 중국 내 데이터센터의 굴기와 해외 기업이라도 중국 내에서 수집된 데이터는 중국 내 데이터센터에서 처리하도록 강제하는 등 향후 데이터 이슈에 대한 부분을 준비하고 있다.



◆‘생태계’ 갖춰 폭발 성장 예상

통신 모듈이나 IoT 처리를 위한 반도체 개발은 이미 중국의 반도체 굴기라는 이름으로 진행 중이다. 이러한 부분이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비메모리, 시스템 반도체와 통신 칩 부분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차세대 통신망과 함께 펼쳐질 새로운 먹거리에 중국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까지도 하나의 방향성을 가지고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경쟁력은 기존 스마트폰이나 하드웨어 제품들을 만들었던 중국의 제조 생태계와 엮여 향후 IoT 시장에서 다시 한 번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준말로 소비자가 지급한 가격에 비해 제품 성능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큰 효용을 주는지를 의미)’를 앞세운 수많은 제품을 선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선전이나 둥관 지역을 중심으로 이미 스마트폰을 만들던 많은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들이 IoT 제품 개발 및 생산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의 IoT에 대한 단일 표준 지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특히 지금까지 스마트 홈이라는 B2C에만 관심을 보였던 중국 기업으로선 이보다 훨씬 규모가 큰 사회 기반 시설에 대한 기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또한 기술 경쟁력뿐만 아니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소 업체에도 이러한 값싼 모듈과 기술 지원은 향후 중국 밖의 시장에 진출할 때 가격 경쟁력과 기술 경쟁력에서 큰 장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즉 지금의 스마트폰이나 전자 제품보다 훨씬 더 큰 시장에 초기 진입해 경쟁할 수 있는 기본 바탕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중국 정부는 IoT를 통해 중국민의 생활수준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밖으로는 자국 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경쟁력을 마련해 줬다고 볼 수 있다.

이미 NB-IoT가 글로벌 표준으로 지정된 지금 시점에서 중국 정부와 통신업체 그리고 통신 장비 업체와 그 하위 제조업체 간 생태계에 다시 한 번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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