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체질 개선으로 2분기도 ‘함박웃음’

[커버스토리=LG 날았다 : 화학 부문]
기초 소재부터 바이오까지 포트폴리오 다각화…3분기도 순항 예고


(편집자 주) LG그룹이 웃음 짓고 있다.핵심 계열사들의 호실적으로 올 상반기 LG그룹의 가치도 훌쩍 뛰어올랐다. 한국거래소와 증권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반기 LG그룹 계열사 11곳의 시가총액 상승분은 21조원에 달했다. 작년 말 대비 시총 상승률이 30.9%로, 4대 그룹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것이다. LG그룹의 양 날개인 것을 재확인한 ‘화학과 정보기술(IT)’ 핵심 계열사의 성장 비결을 집중 분석했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LG화학은 LG그룹 계열사 내에서 2년 연속 실적 ‘1위’를 수성해 온 전통의 강호다. 단순히 시황이 좋아서만은 아니다. LG화학의 끊임없는 변신의 결과다.

국내 화학사들 중 맏형 격인 LG화학은 한 발 앞선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주목 받고 있다. 올 2분기는 6년 만에 영업이익 최고치를 기록한데 이어 3분기에도 최고 실적을 갈아 치울 것으로 예상된다.

◆전지부문, 6분기 만에 ‘흑자 전환’

LG화학은 올 2분기 매출액 6조3821억원, 영업이익 7269억원을 올렸다고 7월 19일 밝혔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3%, 18.7% 증가한 수치다.

LG화학의 2분기 실적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영업이익은 6년 만에 최고점을 찍었고 매출액 또한 2분기 기준 사상 최대이기 때문이다.

LG화학의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10조933억원) 대비 27.5% 증가한 12조8688억원으로 반기 매출액 기준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반기 매출액 12조원 돌파 또한 이번이 처음이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2.4% 증가한 1조5238억원을 기록하며 2011년 상반기 영업이익 1조6107억원을 올린 이후 6년 만에 반기 영업이익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LG화학의 호실적은 사업부별로 고른 성과를 나타냈다는 점에서 주목 받는다. 기초 소재 부문은 매출 4조3186억원, 영업이익 6855억원으로 2분기 기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지 부문은 매출 1조1198억원, 영업이익 75억원을 달성하며 2016년 이후 6분기 만에 흑자 전환하는 성과를 거뒀다. 기초 소재와 전지 사업 부문은 LG화학의 실적을 견인하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정보전자 소재 부문은 매출 7473억원, 영업이익 234억원을 기록했다. LG화학이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한 생명과학 부문은 매출 1352억원, 영업이익 189억원을 기록했다. 제미글로(당뇨 신약) 등 주요 전략 제품의 성장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6%, 영업이익은 78.3% 증가했다.

지난해 LG화학의 자회사가 된 팜한농은 매출 1857억원, 영업이익 13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5% 하락했지만 고부가 차별화 제품 위주의 체질 개선 및 비용 절감으로 수익성이 개선됐다.

팜한농은 국내 작물 보호제 1위, 비료·종자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농자재 전문 기업이다. LG화학은 팜한농 인수를 통해 그린 바이오 공략에 나서고 있다.

LG화학의 전략은 포트폴리오 다각화다. 이를 통해 덩치와 내실을 동시에 키워 나가고 있다. 올해 1분기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이 40년 만에 LG화학을 앞질렀을 때도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는 내부 반응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의 실적보다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사업군을 다양화하는 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에너지·물·바이오,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

LG화학의 사업 부문은 기초 소재, 전지, 정보전자 소재, 재료, 생명과학으로 나눠져 있다. 기초 소재 부문에서는 우선 ‘화학의 쌀’이라고 불리는 에틸렌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에틸렌 생산량은 화학사의 규모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쓰이기도 한다.

현재 연간 220만 톤의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는 LG화학은 2019년까지 충남 대산 공장에 2870억원을 투자해 에틸렌 생산량 규모를 23만 톤 늘릴 계획이다. 증설이 완료되면 LG화학의 대산 공장 에틸렌 생산량은 104만 톤에서 127만 톤으로 늘어나 세계 나프타 분해 설비(NCC) 단일 공장 중 최대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LG화학은 향후 범용 제품들의 경쟁이 심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기초 소재 분야의 사업 구조를 고부가 석유화학제품으로 고도화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메탈로센계 폴리올레핀(PO), 고기능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 및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차세대 고흡수성 수지(SAP) 등 고부가 제품의 매출을 3조원 규모에서 2020년까지 7조원으로 늘린다.

현재 30% 수준인 폴리올레핀 제품의 고부가 비율도 2020년까지 60%로 두 배 이상 끌어올릴 계획이다. LG화학 관계자는 “메탈로센계 촉매 및 공정 기술을 활용하면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 등 기존 제품의 기능을 개선할 수 있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2분기 실적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전지 부문은 LG화학뿐만 아니라 LG그룹 계열사 간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다. 박연주·김민경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선발 업체인 LG화학의 배터리 시장 경쟁 우위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근거는 “파나소닉을 제외한 글로벌 메이저 자동차 업체에 납품할 수 있는 배터리 업체가 제한적이기 때문에다. 향후에도 개발이 지속돼야 하는데 오랜 연구·개발 경험이 있는 LG화학과 같은 업체가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LG화학은 전지 부문의 선제적인 R&D로 가격·성능·안정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3세대 전기차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서도 1위를 수성해 나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또한 차별화된 성능과 원가 경쟁력을 겸비한 에너지 저장 장치(ESS) 전지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소형 전지 부문에서는 최신 스마트 기기에 적합한 혁신 제품으로의 사업구조 전환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LG화학은 바이오 부문에서의 인수·합병(M&A)을 통해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팜한농을 인수한데 이어 올 1월 LG생명과학을 합병함으로써 바이오 전 분야에 대한 점유율을 높여 가는 중이다.

향후 LG화학은 생명과학 부문에서 대사질환, 바이오 의약품, 백신 등 3대 시장 선도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해외로의 활발한 진출을 꾀할 계획이다. 국내 첫 당뇨 치료 신약인 ‘제미글로’를 시장선도 제품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또 LG화학만의 독창적 기술로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소아용 성장호르몬 ‘유트로핀’, 골관절염 치료제 ‘히루안플러스’ 등 주력 바이오 의약품을 중심으로 국내시장에서의 1위를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다운스트림 비중 커 ‘순항 예상’

특히 바이오는 LG화학이 향후 꼽고 있는 미래 주요 먹거리 중 하나다. LG화학은 에너지·물·바이오 분야를 중·장기적 신성장 동력으로 선정하고 R&D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올해 R&D 분야에 사상 최대인 1조원을 투자하고 매년 투자 규모를 10% 이상씩 늘려가기로 했다.

LG화학은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당분간 탄탄대로를 걸을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정호영 사장은 3분기 사업 전망과 관련해 “2분기에 이어 기초 소재 부문의 안정적 수익 창출 및 전지 부문 사업 성장세 지속 등 각 사업 부문에서의 매출 증대 및 수익성 개선 노력을 통해 견조한 실적을 이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초 소재 부문에서는 기초 유분의 약세가 지속되지만 다운스트림(기초 유분을 다시 분해해 제품을 만드는 석유화학의 공정 기법) 이익 확대로 수익 창출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지 부문 역시 신규 전기차의 출시와 ESS 전지의 계절적 성수기 진입, 소형 전지의 핵심 고객 신제품 출시로 사업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 사업은 생명과학 부문의 주력 제품의 매출 성장세가 지속되지만 R&D 비용 증가로 수익성은 다소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의 3분기 전망 역시 ‘맑음’ 이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LG화학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8104억원으로 6년 만의 최대 실적을 또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반기 북미와 인도의 PE 증설로 공급 물량이 증가해 시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지만 LG화학은 이와 무관한 다운스트림 제품의 비중이 커 오히려 수혜를 볼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40년간 현장 누빈 LG화학의 ‘산증인’


(사진)박진수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LG화학 제공)

약력 : 1952년생. 1977년 서울대 화학공학과 졸업. 1977년 (주)럭키 프로젝트실 입사. 1996년 LG화학 여천 스티렌수지 공장장(상무). 1999년 특수수지 사업부장(상무). 2002년 ABS·PS 사업부장(상무). 2003년 현대석유화학 공동대표이사. 2005년 LG석유화학 대표이사. 2008년 석유화학사업본부장(사장). 2012년 12월 LG화학 CEO(사장). 2014년 LG화학 CEO(부회장).

40년간 LG화학에서 몸담아 온 박진수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의 가장 큰 무기는 ‘현장 감각’이다.

박 부회장은 2004년 LG화학이 현대석유화학을 인수하던 당시 공동대표이사를 맡아 현장에서 직접 여러 문제를 해결하며 성공적으로 인수를 마치는 데 이바지했다. 2005년에는 LG석유화학 대표이사에 취임해 나프타 분해 설비(NCC) 공장을 아시아의 ‘톱3’ 규모로 키웠다.

동시에 비스페놀-A(BPA) 사업에 새로 뛰어들어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갖춘 사업으로 육성했다. 박 부회장은 평소에도 “경쟁사보다 월등한 원가 경쟁력과 품질로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선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 부회장의 ‘현장 경험’이 빛을 발한 사례가 있다. 1980년대 초 여수 공장에서 생산과장으로 재직하던 박 부회장은 폴리스티렌(PS) 생산 라인을 기존에 익숙한 배치(batch : 전기밥솥처럼 원료 투입과 제품 생산 과정을 한 번씩 끊어서 생산하는 방식) 공정에서 난이도가 높은 연속 공정 방식으로 건설하는 과정에 참여했다.

힘겹게 공장을 건설했지만 시운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가동 중단은 물론 연속 공정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기기와 배관에 딱딱한 플라스틱 덩어리가 가득 차 버린 것이다. 기술고문들도 공장을 다시 가동하기까지 6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에 야전침대를 마련해 몇 주 동안 밤새워 현장을 지켰다. 이러한 그의 노력에 힘입어 6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생산 라인을 3주 만에 안정적으로 재가동할 수 있게 됐다.

그의 현장 사랑은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뒤에도 이어지고 있다. 박 부회장은 생산 현장을 방문할 때 공장장들이 밖에서 대기하면서 영접하자 “정해진 일정대로 다니지 않을 테니 절대 밖에서 기다리지 말라”고 말했다.

형식적인 보고 대신 직원들과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격식보다 실용을 중시하는 박 부회장의 소신과 함께 현장 직원들에 대한 배려가 더해진 행동이었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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