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 2년만에 이룬 ‘깜짝 실적’의 비법

[커버스토리 : 두산인프라코어 실적 대박의 비밀]
두산인프라코어 ‘깜짝 실적’ 6년 만에 최고 영업이익률 달성…하반기도 신흥국 수출 ‘청신호

(/편집자 주) 지난 2년간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온 두산그룹이 비로소 그 결실을 봤다.

2분기 (주)두산의 영업이익은 3890억원, 매출액은 4조58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 7.9% 증가했다.

(주)두산 자체 사업의 선전과 함께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의 실적 호조가 이뤄낸 성과다.

과거 주류·유통에서 활약하던 두산그룹은 1990년대 들어 새로운 분야로 눈을 돌리며 발 빠르게 체질을 개선해 왔다.

지난해에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취임하며 내실 다지기와 함께 불확실한 경제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한 답을 찾고 있다. 위기를 극복한 두산그룹의 비법을 들여다봤다.


(사진)두산인프라코어의 건설 장비들.(/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2년간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공작기계사업부 매각과 해외 생산설비 축소 등 구조조정을 실행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 2분기에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단순히 시황이 좋아서만은 아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년간 사업 구조 재편을 통해 주력 사업에 집중했고 때마침 중국 및 신흥국들의 기기 수요가 늘며 호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법이다.

◆중장비·엔진 선전이 호실적 이끌어

두산인프라코어는 올 2분기 6년 만에 최고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올 2분기 영업이익 2147억원, 매출액 1조7734억원을 기록했다고 8월 1일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3.8% 증가했다. 매출액 또한 전년 동기보다 9.6%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12.1%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달성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분기 실적에 대해 “매출액은 중국과 신흥 시장에 대한 판매 호조가 지속되며 전년 동기 대비 10%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중장비 사업 매출 증가 및 엔진 사업의 수익성 개선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순이익은 83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지만 작년 2분기 공작기계 매각에 따른 중단 영업 손익 1810억원을 감안하면 흑자 폭이 확대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업부별로 살펴볼 때 중장비 부문의 매출액은 560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8.8%, 영업이익은 52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무려 657.2% 증가했다.

중장비 건설 부문은 대중국 중장비 판매 급증으로 매출 성장세가 확대되고 영업 레버리지 효과로 수익성이 상승하며 두산인프라코어의 전반적인 실적 향상을 이끌었다.

엔진 사업 매출액은 13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했다. 사내 매출까지 포함하면 엔진 사업의 매출액은 25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7% 증가했다. 엔진 사업은 친환경 고효율의 소형 엔진인 ‘G2’ 사외 매출 확대와 중장비 사업의 내부 매출 증가로 실적이 상승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소형 건설 장비 자회사인 두산밥캣의 2분기 영업이익은 13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 감소했다. 매출액은 1조753억원으로 8.5% 축소됐다.

매출액 감소에 대해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북미에서 생산계획과 생산 라인 조정으로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원화 강세 또한 악영향을 줬다.



◆부채비율 207.4%까지 낮춰

두산인프라코어를 2분기에 함박웃음 짓게 한 것은 중국 시장의 호조였다. 중국이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며 장비 교체 수요가 증가했고 그 결과 중국 중장비 판매량이 급증할 수 있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6095대의 굴삭기를 중국에 판매했다. 이는 2016년 전체 판매량인 4649대를 이미 넘어선 수치다.

중국 굴삭기 시장은 산업 구조조정의 가속화로 상위 7개사 시장점유율이 70%를 웃도는 등 상위 업체 위주로 시장이 과점화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경쟁력 있는 제품 출시를 통해 중국 시장점유율을 차차 높여 나가고 있다. 2015년 6.7%, 2016년 7.4%였던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2017년 1분기 8.6%까지 상승했다.

아시아·태평양 신흥 시장(APEM)에서도 선전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올 2분기 아·태 지역에서 매출 3206억원을 올리며 전년 동기 대비 15.9%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2분기에만 총 2460대의 굴삭기를 판매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4% 늘어난 것이다.

특히 동남아시아는 인프라 투자 확대로 높은 시장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향후 효자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2분기의 양호한 성적표를 단순히 중국을 비롯한 해외 덕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07년 미국의 ‘밥캣’을 인수한 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의 경기 위축, 중국 시장의 수요 급감으로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두산인프라코어는 2015년부터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조직을 슬림화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3월 공작기계 사업부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1조1300억원 정도에 매각했다.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은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쓰였다.

이보다 앞선 2015년 중국 옌타이 생산 공장 라인 3곳 중 1곳을 가동 중단하며 생산 라인을 축소했다. 4차례 희망퇴직을 실시해 조직의 규모도 줄였다.

증권가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이번 2분기 실적에 대해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본 시기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실적 회복에 대해 “공작기계 매각 및 중국 생산 설비 축소 등 공격적 구조조정뿐만 아니라 두산밥캣 상장 등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으로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을 207.4%까지 낮췄다”며 구조조정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기계 업종, 하반기에도 ‘파란불’

상반기 두산인프라코어를 지탱한 중국 시장의 호조는 하반기 들어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인프라코어에 따르면 중국은 서부 고속도로 등 인프라 투자 증가와 광산 등의 수요 증가로 하반기에도 중·대형 기계 판매 비율이 높아져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중국 굴삭기 시장의 성장 추이를 고려해 두산인프라코어는 2017년 시장 전망을 9만5000~10만 대에서 11만 대로 추가 상향 조정했다. APEM 또한 인프라 투자 확대로 시장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엔진 사업은 중·장기적으로 중국을 포함한 시장 확대 전략,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추가 확보를 통해 성장 가속화를 추진한다. 두산밥캣은 건설기계 분야의 라인업 확대와 신규 지역 진출, 비건설기계 분야로의 신규 사업 진출 전략을 세웠다.

3분기 실적 전망도 좋다. 유진투자증권은 두산인프라코어의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24.5% 늘어난 1조6208억원, 영업이익은 42.3% 증가한 1505억원으로 추정했다. 기계 산업을 둘러싼 시황이 하반기에도 여전히 양호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궁극적으로 신성장 동력 발굴을 통한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은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스마트한 제품 및 솔루션 개발과 제공을 확대하고 신성장 동력 발굴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할 것”이라며 “장기화되고 있는 업황 부진에서도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두산인프라코어는 끊임없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있다. 건설기계 사업부문은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기술을 통해 선진 배기가스 규제를 충족하며 성능과 연비, 편의성을 높인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IT를 건설기계에 접목한 텔레매틱스 서비스 ‘두산커넥트(DoosanCONNET)’를 통해 건설 장비의 가동 상황과 엔진 및 유압 시스템 정보를 분석하고 있다. 텔레매틱스를 통해 수집한 현장 정보는 고객 서비스 향상에 사용된다.

엔진 사업부문은 친환경 고효율의 소형 엔진(G2)을 중심으로 성장을 지속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G2 엔진을 세계 1위 소형 건설 기계 회사인 두산밥캣 제품에 탑재해 상호간 시너지를 도모할 계획이다. 또한 농기계·지게차·발전기 시장 등으로 판매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와 함께 인구고령화 및 숙련 기술자 감소에 미리 대비하기 위해 건설 기계 부문에서 무인화 및 자동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또 건설 기계뿐만 아니라 인접 사업에서도 사업 기회를 다각도로 모색해 신사업 발굴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두산밥캣, 두산인프라코어 하반기 견인한다


(사진)두산밥캣 컴팩트 트랙 로더 M2 시리즈.(/한국경제신문)

매출액 60% 책임지는 소형 건설장비 시장 ‘1인자’

2007년 두산인프라코어는 미국 소형 건설 장비 시장 1위 회사인 ‘밥캣’을 전격 인수했다. 밥캣은 1958년 세계 최초의 소형 로더를 시장에 선보이며 소형 건설 장비 산업의 장을 연 회사다. 건설·산업·조경·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밥캣의 제품이 쓰이고 있다.

두산의 새 식구가 된 ‘두산밥캣’은 2008년 금융 위기 여파로 고전을 겪어야만 했다. 그 후 강력한 구조조정, 북미 건설 경기 회복을 디딤돌 삼아 2011년부터 실적을 회복할 수 있었다.

안정된 실적을 올린 두산밥캣은 2015년 100만 대째 로더를 생산함으로써 세계시장의 리더라는 것을 재확인했다. 주력 제품인 스키드 스티어 로더, 콤팩트 트랙 로더, 미니 굴삭기는 북미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 차례 고비를 겪기도 했지만 지난해에는 기업공개(IPO)에도 성공했다.

올 2분기 두산밥캣의 실적은 다소 주춤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두산밥캣의 실적 정체에 대해 “지난해 4분기는 미국 대선 전후의 불확실성이 있었고 올해 초는 연초 렌털 업체들의 주문 지연, 2분기는 소형 굴삭기(MEX) 전용 공장 초도 가동에 따른 라인 이전과 보수적 사업 계획에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두산밥캣은 돌아올 하반기에 두산인프라코어의 실적 향상을 이끌 주역으로 꼽히고 있다. 최광식·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그 이유를 두 가지로 분석했다.

첫째, 두산밥캣 딜러들의 재고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정상 재고 수준으로 복구만으로도 매출 성장이 가능하다. 둘째로 미국 건설 기계 시장의 성장으로 하반기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최광식·원민석 애널리스트는 “계절을 타지 않는 소형 및 콤팩트 기기가 중장비보다 더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밥캣을 업고 하반기에도 실적 향상 행진을 이어 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밥캣은 두산인프라코어 전체 매출액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중요한 자회사다. 이 때문에 두산그룹은 밥캣의 성장을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2014년 2800만 달러를 투자해 미국 비스마크에 액셀러레이션(Acceleration)센터를 구축하고 연이어 유럽형 제품의 R&D 시너지 창출을 위해 체코 도비리스 사업장에 이노베이션센터를 오픈했다.

북미를 넘어 중국을 포함한 신흥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두산밥캣의 새로운 전략이다. 두산밥캣은 2016년 중국 쑤저우 공장에서 신흥 시장 맞춤형 제품을 생산해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이를 통해 신규 수요를 확보하고 소형 건설 기계 시장의 글로벌 리더로 도약할 계획이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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