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프리드먼에게 듣는 성공하는 기업 "AI-인간 '팀워크'가 열쇠"
입력 2017-08-14 17:54:26
수정 2017-08-14 17:54:26
[스페셜 리포트Ⅲ = 토머스 프리드먼 인터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기
AI를 IA로 바꿔야…‘공감형 기술 능력’ 키우자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올해 2월 국제통번역협회와 세종대는 ‘인간 vs 인공지능(AI) 번역 대결’을 준비했다. 프로 번역사 4명과 구글 번역기, 네이버 번역기 파파고, 시스트란 번역기 3팀이 치열한 경쟁을 펼친 끝에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인간 번역사가 압승을 거뒀다. 가뜩이나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퍼져 가던 시기에 인간의 승리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바로 이 번역 대결에서 인간에게 승리를 안겨준 지문 중 하나가 뉴욕타임스의 간판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의 신작 ‘늦어서 고마워(Thank You For Being Late)’의 한 구절이었다.
“와인업계에서 품질이 뛰어난 포도가 수확되는 빈티지 연도가 있듯이 역사에도 빈티지 연도가 있다. 2007년이 바로 그런 해다(There are vintage years in wine and vintage years in history, and 2007 was definitely one of the latter).” ‘늦어서 고마워’의 부제는 ‘가속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낙관주의자의 안내서’다. 그런데 이 책이 ‘인간과 AI의 대결’이라는 이벤트에 활용됐다는 사실이 역설적이다.
AI가 따라오지 못할 만큼 날카롭고 정교한 문장으로 현대사회의 세계화 현상을 분석해 낸 ‘늦어서 고마워’가 7월 한국어로 번역돼 새롭게 출간됐다.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이와 같은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그의 ‘처방전’은 무엇일까. 토머스 프리드먼 칼럼니스트로부터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자세하고 구체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 가속의 시대 “결국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는다”
토머스 프리드먼 칼럼니스트가 지금 이 시대를 향해 던지는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다. 자율주행자동차, AI 로봇, 화성 식민지 등 지금의 시대는 이미 ‘인간이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는 이를 ‘가속의 시대(Age of acceleration)’라고 명명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가속의 시대’에 국가·기업·개인은 어떻게 적응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그의 대답 역시 매우 단순하고 명료하다. “변화를 막을 수 없다면 그 변화 속으로 과감하게 뛰어들어라.” 프리드먼 칼럼니스트는 인터뷰에서도 줄곧 이를 강조했다.
-지금과 같은 ‘가속의 시대’가 시작되는 시점으로 2007년을 꼽은 이유가 있나요.
“2007년은 아이폰이 탄생했고 페이스북이 하버드대를 벗어나 전 세계로 확산됐어요. 또 에어비앤비와 IBM왓슨이 만들어지고 클라우드 컴퓨팅이 시작됐죠.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이 있어요. 바로 이와 같은 모든 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는 겁니다. 소프트웨어·제작·저장·네트워킹 그리고 이를 감지하는 센싱 기술이 한꺼번에 발달하면서 인간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가능성을 갖추게 됐어요. 예를 들어볼까요. 이런 기술 덕분에 삼성전자는 건물주들에게 엘리베이터가 언제 고장 날지, 그전에 언제쯤 수리하면 돈과 시간을 가장 절약할 수 있는지 예측해 알려주는 게 가능해진 겁니다. 특히 이와 같은 기술 발전에 따라 ‘개인’의 힘이 매우 커졌어요. 스마트폰 하나만 손에 쥐고 있으면 누구라도 이 모든 것을 활용할 수 있는 엄청난 능력과 힘을 갖게 된 겁니다.”
-당신이 ‘역사적 변곡점(빈티지 연도)’이라고 말한 2007년 이후 정확히 10년이 지났습니다. 앞으로 10년 뒤에는 어떻게 변할까요.
“지난 10년간의 변화 중 가장 놀라운 것은 ‘분석하고(analyze) 최적화하며(optimize) 예측하고(prophesize) 상품화하며(customize) 디지털화하는(digitize)’ 다섯 가지 능력이에요. 이를 통해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도 사실상 거의 자동화됐죠. 증명할 수는 없지만 이 다섯 가지 능력이 우리의 경제나 모든 산업 분야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많은 분야에서 생산력을 높여줄 것이고 상당한 부를 창출할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AI와 같은 변화를 두려워하지만 여전히 제가 ‘낙관적’일 수 있는 이유입니다.”
1877년 ‘빛의 화가’로 일컬어지는 클로드 모네는 ‘생 라자르 역’이라는 그림을 탄생시켰다. 빠르게 움직이는 기차의 속도를 빛을 통해 나타낸 작품이다. 지금은 일상이 된 기차의 빠른 속도에 그 시대 사람들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렇다면 당시의 기차처럼 지금의 ‘현기증 날 만큼’ 빠른 변화 속도도 언젠가 우리에게 일상이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19세기 산업혁명과 어떻게 다른가요.
“근본적으로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기차와 스팀엔진은 선진국에서 탄생해 신흥국으로 전파되기까지 몇 십 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기차라는 새로운 기술은 충격이었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데는 지금보다 충분한 시간이 있었죠. 반면 스마트폰은 불과 몇 년 사이에 전 세계에 전파됐어요. 그리고 단지 정부나 회사가 아니라 ‘개인’들에게 어마어마한 힘을 부여했습니다. 역사상 개인이 이런 힘을 가진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러니 우리가 교훈을 얻는다면 ‘역사’가 아니라 ‘자연’에서부터 얻어야 합니다. 역사상 지구상에 살아남은 존재는 가장 강하거나 똑똑한 개체가 아니라 ‘적응력’이 높은 개체였습니다. 이는 ‘가속의 시대’에 적응해야 하는 국가나 기업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기술의 변화 속도’가 이처럼 빠른 시대에는 우리의 공동체, 정치, 도덕적인 부분에서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도덕적·사회적인 변화를 빠르게 만드는 것이 가능한가요.
“맞습니다. 역사적으로 근본적인 사회적 변화가 이뤄지는 데는 많은 사람들의 합의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걸리죠. 이를 가장 잘 나타낸 말이 있어요. 경영 철학자인 도브 사이드먼 LRN 최고경영자(CEO)가 말한 ‘도덕에는 무어의 법칙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사회적 가치라는 것은 ‘다운로드’될 수 없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업로드’돼야 합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선생님이 학생에게, 훌륭한 지도자가 시민들에게 전수하는 거죠. 이에 따라 오늘날 기술 발전과 사회적·도덕적 가치에 굉장히 큰 괴리가 나타나는 게 사실입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 차이를 인식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겁니다. 사실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요.”
"한국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매우 개방적입니다. 낯선 문화나 이방인들과 접촉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가속의 시대' 서옹을 좌우하는 중요한 태도가 될겁니다."
◆ 평생 배워야 하는 시대 “이민자처럼 생각하고 장인처럼 일하라”
특히 지난해 우리에게 이와 같은 ‘가속의 시대’를 체감하게 해준 큰 사건이 하나 있었다. 2016년 3월 펼쳐진 ‘알파고 vs 이세돌의 바둑 대결’이다. ‘딥러닝’으로 단단히 무장한 AI의 대표 주자 알파고와 이세돌 프로 바둑기사의 대결은 인간의 무참한 패배로 끝났다. 무엇보다 이 패배는 사람들에게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협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올해 펼쳐진 ‘알파고 vs 커제 2차 바둑 대결’에서 그다지 주목 받지 못한 뉴스가 있다. AI와 인간의 복식전이다. 중국의 바둑기사인 ‘렌샤오-알파고’ 팀이 또 다른 바둑기사인 ‘구리-알파고’ 팀과 맞붙어 치열한 경기를 펼친 끝에 렌샤오팀이 승리를 거뒀다. 프리드먼 칼럼니스트는 바로 이와 같은 ‘인간과 AI의 협력’에 미래를 승리로 이끄는 키워드가 숨어 있다고 강조했다. AI를 IA(intelligent assistance : 똑똑한 보조자)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AI’의 팀워크는 ‘인간·인간’의 협력과 다른가요. 또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까요.
“장담하건대 미래에 가장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회사는 바로 이 ‘인간과 AI의 팀워크’가 잘 이뤄지는 곳이 될 겁니다. 인간의 최대 능력치와 AI의 최대 능력치를 ‘동시에’ 끌어낼 수 있다면 어마어마한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거죠. 저는 이를 ‘공감형 기술 능력(STEMpathy)’이라고 말합니다. 과학(Science)·기술(Technology)·공학(Engineering)·수학(Math) 기술과 인간의 공감 능력을 결합한 업무가 21세기에는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은 물론 수요도 높아질 겁니다. 말하자면 암을 진단하는 의사가 IBM의 왓슨에 가장 적합한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할 테고요. 무엇보다 이를 환자에게 가장 인간적인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겁니다.”
-AI와 같은 빠른 변화에 사람들이 공포심을 갖는 것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책을 읽는 것 외에 이와 같은 사람들에게 해줄 만한 조언이 있나요.
“하하. 그럼 제 책을 두 번 읽으세요. 제가 늘 자녀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있습니다. 먼저 ‘이민자’들처럼 생각하라고 해요. 열악한 상황에서 더 좋은 세상을 찾아 떠나온 이민자들은 편집증적인 낙관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가속의 시대’에 완전히 새로운 이민자나 다름없어요. 그러니 늘 새로운 것을 갈구해야죠. 둘째, 자기 이름을 새겨 넣은 물건을 제작하는 장인처럼 생각하는 겁니다. 장인들은 하나의 작품을 생산하는 데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고 그 제품에 인간적인 가치를 부여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물건을 만들어 내잖아요. 당신이 어떤 직업을 갖고 있든 바로 이런 자세로 일하는 겁니다.”
이 때문에 인간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변화의 시대에 프리드먼 칼럼니스트가 유독 강조하는 것은 평생교육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학 교육을 받으면 평생 일자리를 얻고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지금은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지 않으면 생존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
그가 ‘동기 격차’를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누구든지 세상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혁신을 배울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배우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정보 격차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정부나 기업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구성원들의 ‘동기 격차’를 해소할 방법이 있나요.
“그렇게 많지 않을 겁니다. 어떤 한 개인에게 배움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지원하는 데 정부와 기업이 할 수 있는 역할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저는 이 문제의 해결책을 가정과 12세 이전 유치원과 초등학교 교육에서 찾아야 한다고 봐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부모와 선생님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배우는 즐거움과 중요성’을 잘 가르치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은 많은 부분이 정부나 기업이 아닌 ‘개인’에게 달려 있는 시대예요. 경쟁력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시작점이 가정과 유치원이 돼야 하는 이유죠.”
-급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계속 노를 저으며 물결을 타야 하는 것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개인도 ‘역동적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특히 이를 위해 다원주의를 중요한 요소로 꼽았는데 중국과 한국처럼 역사적으로 다원주의가 강조되지 않는 나라들도 ‘역동적 안정성’을 지켜갈 수 있나요.
“다원주의는 인종적·문화적·언어적·태도적 측면에서 매우 다층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한국이나 중국은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국가죠. 하지만 제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두 나라 모두 새로운 아이디어와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매우 ‘개방적’이라는 겁니다. 한국은 특히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매우 적극적인 문화를 갖고 있어요. 어떤 한 사회가 낯선 문화나 이방인들과 접촉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가속의 시대’에는 성공을 좌우하는 중요한 태도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누구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퓰리처상을 세 차례나 수상한 미국의 저명한 언론인이자 국제 문제 전문가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중동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미국의 통신사인 UPI통신 베이루트(레바논의 수도) 특파원을 거쳐 뉴욕타임스 베이루트 지국장, 예루살렘 지국장, 백악관 출입 기자를 역임했다.
국내에서는 그의 저서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1999년)’, ‘세계는 평평하다(2005년)’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세계화에 따른 성장과 그로 인한 부의 양극화 문제를 예견한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는 경제·경영 분야의 필독서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며 정보기술(IT)과 인터넷이 세계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세계는 평평하다’ 역시 출판 당시인 2005년 영국의 경제신문인 파이낸셜타임스와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제정한 ‘올해의 비즈니스 도서’로 선정되는 등 많은 관심을 얻었다.
vivajh@hankyung.com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기
AI를 IA로 바꿔야…‘공감형 기술 능력’ 키우자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올해 2월 국제통번역협회와 세종대는 ‘인간 vs 인공지능(AI) 번역 대결’을 준비했다. 프로 번역사 4명과 구글 번역기, 네이버 번역기 파파고, 시스트란 번역기 3팀이 치열한 경쟁을 펼친 끝에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인간 번역사가 압승을 거뒀다. 가뜩이나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퍼져 가던 시기에 인간의 승리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바로 이 번역 대결에서 인간에게 승리를 안겨준 지문 중 하나가 뉴욕타임스의 간판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의 신작 ‘늦어서 고마워(Thank You For Being Late)’의 한 구절이었다.
“와인업계에서 품질이 뛰어난 포도가 수확되는 빈티지 연도가 있듯이 역사에도 빈티지 연도가 있다. 2007년이 바로 그런 해다(There are vintage years in wine and vintage years in history, and 2007 was definitely one of the latter).” ‘늦어서 고마워’의 부제는 ‘가속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낙관주의자의 안내서’다. 그런데 이 책이 ‘인간과 AI의 대결’이라는 이벤트에 활용됐다는 사실이 역설적이다.
AI가 따라오지 못할 만큼 날카롭고 정교한 문장으로 현대사회의 세계화 현상을 분석해 낸 ‘늦어서 고마워’가 7월 한국어로 번역돼 새롭게 출간됐다.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이와 같은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그의 ‘처방전’은 무엇일까. 토머스 프리드먼 칼럼니스트로부터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자세하고 구체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 가속의 시대 “결국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는다”
토머스 프리드먼 칼럼니스트가 지금 이 시대를 향해 던지는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다. 자율주행자동차, AI 로봇, 화성 식민지 등 지금의 시대는 이미 ‘인간이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는 이를 ‘가속의 시대(Age of acceleration)’라고 명명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가속의 시대’에 국가·기업·개인은 어떻게 적응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그의 대답 역시 매우 단순하고 명료하다. “변화를 막을 수 없다면 그 변화 속으로 과감하게 뛰어들어라.” 프리드먼 칼럼니스트는 인터뷰에서도 줄곧 이를 강조했다.
-지금과 같은 ‘가속의 시대’가 시작되는 시점으로 2007년을 꼽은 이유가 있나요.
“2007년은 아이폰이 탄생했고 페이스북이 하버드대를 벗어나 전 세계로 확산됐어요. 또 에어비앤비와 IBM왓슨이 만들어지고 클라우드 컴퓨팅이 시작됐죠.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이 있어요. 바로 이와 같은 모든 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는 겁니다. 소프트웨어·제작·저장·네트워킹 그리고 이를 감지하는 센싱 기술이 한꺼번에 발달하면서 인간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가능성을 갖추게 됐어요. 예를 들어볼까요. 이런 기술 덕분에 삼성전자는 건물주들에게 엘리베이터가 언제 고장 날지, 그전에 언제쯤 수리하면 돈과 시간을 가장 절약할 수 있는지 예측해 알려주는 게 가능해진 겁니다. 특히 이와 같은 기술 발전에 따라 ‘개인’의 힘이 매우 커졌어요. 스마트폰 하나만 손에 쥐고 있으면 누구라도 이 모든 것을 활용할 수 있는 엄청난 능력과 힘을 갖게 된 겁니다.”
-당신이 ‘역사적 변곡점(빈티지 연도)’이라고 말한 2007년 이후 정확히 10년이 지났습니다. 앞으로 10년 뒤에는 어떻게 변할까요.
“지난 10년간의 변화 중 가장 놀라운 것은 ‘분석하고(analyze) 최적화하며(optimize) 예측하고(prophesize) 상품화하며(customize) 디지털화하는(digitize)’ 다섯 가지 능력이에요. 이를 통해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도 사실상 거의 자동화됐죠. 증명할 수는 없지만 이 다섯 가지 능력이 우리의 경제나 모든 산업 분야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많은 분야에서 생산력을 높여줄 것이고 상당한 부를 창출할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AI와 같은 변화를 두려워하지만 여전히 제가 ‘낙관적’일 수 있는 이유입니다.”
1877년 ‘빛의 화가’로 일컬어지는 클로드 모네는 ‘생 라자르 역’이라는 그림을 탄생시켰다. 빠르게 움직이는 기차의 속도를 빛을 통해 나타낸 작품이다. 지금은 일상이 된 기차의 빠른 속도에 그 시대 사람들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렇다면 당시의 기차처럼 지금의 ‘현기증 날 만큼’ 빠른 변화 속도도 언젠가 우리에게 일상이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19세기 산업혁명과 어떻게 다른가요.
“근본적으로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기차와 스팀엔진은 선진국에서 탄생해 신흥국으로 전파되기까지 몇 십 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기차라는 새로운 기술은 충격이었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데는 지금보다 충분한 시간이 있었죠. 반면 스마트폰은 불과 몇 년 사이에 전 세계에 전파됐어요. 그리고 단지 정부나 회사가 아니라 ‘개인’들에게 어마어마한 힘을 부여했습니다. 역사상 개인이 이런 힘을 가진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러니 우리가 교훈을 얻는다면 ‘역사’가 아니라 ‘자연’에서부터 얻어야 합니다. 역사상 지구상에 살아남은 존재는 가장 강하거나 똑똑한 개체가 아니라 ‘적응력’이 높은 개체였습니다. 이는 ‘가속의 시대’에 적응해야 하는 국가나 기업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기술의 변화 속도’가 이처럼 빠른 시대에는 우리의 공동체, 정치, 도덕적인 부분에서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도덕적·사회적인 변화를 빠르게 만드는 것이 가능한가요.
“맞습니다. 역사적으로 근본적인 사회적 변화가 이뤄지는 데는 많은 사람들의 합의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걸리죠. 이를 가장 잘 나타낸 말이 있어요. 경영 철학자인 도브 사이드먼 LRN 최고경영자(CEO)가 말한 ‘도덕에는 무어의 법칙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사회적 가치라는 것은 ‘다운로드’될 수 없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업로드’돼야 합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선생님이 학생에게, 훌륭한 지도자가 시민들에게 전수하는 거죠. 이에 따라 오늘날 기술 발전과 사회적·도덕적 가치에 굉장히 큰 괴리가 나타나는 게 사실입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 차이를 인식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겁니다. 사실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요.”
"한국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매우 개방적입니다. 낯선 문화나 이방인들과 접촉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가속의 시대' 서옹을 좌우하는 중요한 태도가 될겁니다."
◆ 평생 배워야 하는 시대 “이민자처럼 생각하고 장인처럼 일하라”
특히 지난해 우리에게 이와 같은 ‘가속의 시대’를 체감하게 해준 큰 사건이 하나 있었다. 2016년 3월 펼쳐진 ‘알파고 vs 이세돌의 바둑 대결’이다. ‘딥러닝’으로 단단히 무장한 AI의 대표 주자 알파고와 이세돌 프로 바둑기사의 대결은 인간의 무참한 패배로 끝났다. 무엇보다 이 패배는 사람들에게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협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올해 펼쳐진 ‘알파고 vs 커제 2차 바둑 대결’에서 그다지 주목 받지 못한 뉴스가 있다. AI와 인간의 복식전이다. 중국의 바둑기사인 ‘렌샤오-알파고’ 팀이 또 다른 바둑기사인 ‘구리-알파고’ 팀과 맞붙어 치열한 경기를 펼친 끝에 렌샤오팀이 승리를 거뒀다. 프리드먼 칼럼니스트는 바로 이와 같은 ‘인간과 AI의 협력’에 미래를 승리로 이끄는 키워드가 숨어 있다고 강조했다. AI를 IA(intelligent assistance : 똑똑한 보조자)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AI’의 팀워크는 ‘인간·인간’의 협력과 다른가요. 또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까요.
“장담하건대 미래에 가장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회사는 바로 이 ‘인간과 AI의 팀워크’가 잘 이뤄지는 곳이 될 겁니다. 인간의 최대 능력치와 AI의 최대 능력치를 ‘동시에’ 끌어낼 수 있다면 어마어마한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거죠. 저는 이를 ‘공감형 기술 능력(STEMpathy)’이라고 말합니다. 과학(Science)·기술(Technology)·공학(Engineering)·수학(Math) 기술과 인간의 공감 능력을 결합한 업무가 21세기에는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은 물론 수요도 높아질 겁니다. 말하자면 암을 진단하는 의사가 IBM의 왓슨에 가장 적합한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할 테고요. 무엇보다 이를 환자에게 가장 인간적인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겁니다.”
-AI와 같은 빠른 변화에 사람들이 공포심을 갖는 것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책을 읽는 것 외에 이와 같은 사람들에게 해줄 만한 조언이 있나요.
“하하. 그럼 제 책을 두 번 읽으세요. 제가 늘 자녀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있습니다. 먼저 ‘이민자’들처럼 생각하라고 해요. 열악한 상황에서 더 좋은 세상을 찾아 떠나온 이민자들은 편집증적인 낙관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가속의 시대’에 완전히 새로운 이민자나 다름없어요. 그러니 늘 새로운 것을 갈구해야죠. 둘째, 자기 이름을 새겨 넣은 물건을 제작하는 장인처럼 생각하는 겁니다. 장인들은 하나의 작품을 생산하는 데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고 그 제품에 인간적인 가치를 부여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물건을 만들어 내잖아요. 당신이 어떤 직업을 갖고 있든 바로 이런 자세로 일하는 겁니다.”
이 때문에 인간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변화의 시대에 프리드먼 칼럼니스트가 유독 강조하는 것은 평생교육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학 교육을 받으면 평생 일자리를 얻고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지금은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지 않으면 생존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
그가 ‘동기 격차’를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누구든지 세상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혁신을 배울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배우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정보 격차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정부나 기업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구성원들의 ‘동기 격차’를 해소할 방법이 있나요.
“그렇게 많지 않을 겁니다. 어떤 한 개인에게 배움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지원하는 데 정부와 기업이 할 수 있는 역할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저는 이 문제의 해결책을 가정과 12세 이전 유치원과 초등학교 교육에서 찾아야 한다고 봐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부모와 선생님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배우는 즐거움과 중요성’을 잘 가르치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은 많은 부분이 정부나 기업이 아닌 ‘개인’에게 달려 있는 시대예요. 경쟁력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시작점이 가정과 유치원이 돼야 하는 이유죠.”
-급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계속 노를 저으며 물결을 타야 하는 것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개인도 ‘역동적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특히 이를 위해 다원주의를 중요한 요소로 꼽았는데 중국과 한국처럼 역사적으로 다원주의가 강조되지 않는 나라들도 ‘역동적 안정성’을 지켜갈 수 있나요.
“다원주의는 인종적·문화적·언어적·태도적 측면에서 매우 다층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한국이나 중국은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국가죠. 하지만 제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두 나라 모두 새로운 아이디어와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매우 ‘개방적’이라는 겁니다. 한국은 특히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매우 적극적인 문화를 갖고 있어요. 어떤 한 사회가 낯선 문화나 이방인들과 접촉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가속의 시대’에는 성공을 좌우하는 중요한 태도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누구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퓰리처상을 세 차례나 수상한 미국의 저명한 언론인이자 국제 문제 전문가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중동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미국의 통신사인 UPI통신 베이루트(레바논의 수도) 특파원을 거쳐 뉴욕타임스 베이루트 지국장, 예루살렘 지국장, 백악관 출입 기자를 역임했다.
국내에서는 그의 저서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1999년)’, ‘세계는 평평하다(2005년)’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세계화에 따른 성장과 그로 인한 부의 양극화 문제를 예견한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는 경제·경영 분야의 필독서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며 정보기술(IT)과 인터넷이 세계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세계는 평평하다’ 역시 출판 당시인 2005년 영국의 경제신문인 파이낸셜타임스와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제정한 ‘올해의 비즈니스 도서’로 선정되는 등 많은 관심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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