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근원에 대한 본질적 탐구, 그 미학적 시선을 만나다
[한경비즈니스=김서윤 기자] 육삼 이혜경의 첫 작품집 ‘제가 그 둘쨉니다’는 우리가 늘 일상으로 대하는 이웃 사람들이 등장한다. 때로 나의 이야기이고, 부모님과 형제, 친구들 그리고 한번쯤은 만난 적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작품집에 실린 9편의 주제는 다의적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독자 개인의 가치관이나 성격에 따라 다양한 주제로 해석하기 바란다는 열린 사고와 마음을 담았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지만 메시지는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는 인간이 문제를 일으켰을 때는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해결해야 함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 해결 방법도 가장 인간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작가는 또한 인간의 오만을 경계하고 지나친 욕심이 파멸의 이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인간에게서 삶과 죽음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여부에 달려 있다고도 외친다. 삶은 평범한 것이지만 절대 쉽게 다루어질 문제가 아님에 대해 신랄하게 풀어 놓았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비극적 삶이 놓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믿음이다. 서로에 대한 인간적인 신뢰가 무너진 삶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스스로에 대한 성찰의 자세다.
이러한 이웃들의 삶을 육삼 이혜경 작가는 꾸미지도 않고 속살을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보여주면서 우리에게 삶의 이면과 잊고 지내던 의식 저편의 본질을 선명하게 그려낸다.
소설은 자기 고백의 예술이다. 삶의 깊이를 속속들이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존재의 근원을 탐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육삼 이혜경 작가의 첫 작품집 ‘제가 그 둘쨉니다’는 이러한 존재 문제에 대한 자각의 축적물이다.
작가는 작품 속에서 특별한 의미망도 구축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쉽게 읽힌다. 그런데 덮고 나면 무엇인가 꺼림칙하다. 그것 때문에 한참동안 이 작품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작가가 그의 저서 속에서 날 것 그대로를 보여주는 까닭이다.
일부러 속이거나 숨기려 하지 않고 삶 자체를 민낯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에 그것이 독자들이 읽기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무엇이든 감추고, 계산하고, 머리를 굴리는 현대인들에게 이 작품은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날 것일 때 그 의미가 더욱 깊어지고 빛이 나는 작품이 바로 육삼 이혜경 작가의 소설이다. 이 작품은 문학으로서의 소설의 지향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의 대답을 독자에게 돌리고 있다.
작가의 의도된 전략이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는 왜 그럴 수밖에 없는가를 작품 속에서 찾아내야만 한다. 작품 속에 부각되는 삶에 대한 작가의 천착의 모습을 읽어내고, 그것이 인간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뒷받침하고 있음을 주시해야 한다.
작가 육삼 이혜경은 1963년 전라북도 김제에서 태어나 명지대 대학원 문예창작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7년 창조문학 신인상에 ‘배냇저고리’로 등단했다.
s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