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부촌 전쟁…"'제2의 강남'을 찾아라"

2017 전국 부촌 지도

'제2 강남' 정자·송도 랜드마크 경쟁
'전통의 명가' 성북 vs 용산…부산 해운대 vs 대구 수성구 지방 대표 '샅바싸움'

“부자들은 어디에 살까.”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지만 부동산만큼 우리 관심을 사로잡는 이야기는 없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그들이 사는 세상’이다.

한경비즈니스는 ‘2017 대한민국 부촌(富村) 지도’를 그리기 위해 전국 아파트 단지에 순위를 매겼다. 전통 부촌의 상징인 단독주택보다 아파트에 초점을 맞췄다. 실제 한국 부자 거주 지역의 절대 다수가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최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개인 24만2000명을 대상으로 집계한 ‘2017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부자들이 현재 거주하는 주택 유형의 76.8%는 아파트다. 단독·연립주택은 10.3%에 그친다.

부자들은 어디에 살고 있을까. 앞으로 10년 후에는 또 어느 곳에 터를 잡을까. 전국 방방곡곡의 부촌을 찾고 부동산 전문가들을 상대로 한 설문을 통해 10년 후의 유망 부촌을 짚어봤다.

부동산114 REPS 통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호당 평균 매매가가 가장 높은 지역은 강남구, 수도권은 경기 과천시다.

대한민국 부촌의 역사는 국토 종합 개발과 궤를 같이한다. 국토 종합 개발이 본격화한 1960년대 과밀한 인구를 분산시키기 위해 대규모 토지구획정리사업이 벌어지면서 부촌의 세계가 사대문 성곽을 넘기 시작했다.

청와대 인근 강북에서 한강변으로, 또 한강 이남에서 신도시1기 개발 지역으로 부촌 지도가 확장되는 동안 곳곳에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들이 형성됐다. 지역별 ‘제2의 강남’은 어디일까. 또 그곳엔 어떤 마천루가 자리하고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부촌의 변천사에 따라 형성된 랜드마크들을 뽑았다. 단독주택은 국토교통부가 제공한 올해 4월 공시지가를, 아파트는 부동산114를 통해 8월 18일 기준으로 집계한 매매가 10억원 이상, 181.5㎡(55평) 이상의 단지로 각각 지역별 줄을 세웠다.

단, 브랜드는 동일하되 면적이 다른 아파트는 최고가(최고 평수) 아파트로 단일 처리했다.


부촌 戰1. 전통의 명가 서울 성북구 vs 용산구

서울의 전통 부촌은 성북구 성북동이다. 청와대와 인접한 덕분에 1960년대 정계 주요 인사들이 하나둘 둥지를 틀면서 중심 부촌으로 거듭났다. 권력이 가는 길에 재물이 빠질쏘냐.

이후 거물급 재벌가들이 잇달아 이 지역에 터를 잡으면서 성북동 고급 빌라촌은 정재계 인사들의 사교장으로 명성을 높였다. 풍수지리학적으로도 북쪽에 북한산(청룡)을 등지고 서울 성곽(백호)이 부채꼴 모양으로 감싸 명당으로 여겨진다.

한국 부촌의 상징인 용산구 한남동은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이다. 한강을 끼고 뒤로는 남산을 등진 이 지역으로 국내 굴지의 재벌 총수들이 모여들면서 일찍이 부촌을 형성했다.

서울시가 공개한 개별 주택 가격 공시지가에 따르면 서울 단독주택 가운데 100억원 이상 초호화 주택은 총 8채로 이 중 6채가 용산구(한남동·이태원동 각 3채)에 자리했다.

이 중에서도 가장 값비싼 집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부부가 보유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단독주택이다. 무려 221억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비싸다. 이어 이 회장과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부녀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주택(201억원)이 2위에 올랐다.

이 밖에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등이 용산구에 100억원이 넘는 단독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공시 가격이 시세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거래가 거의 없어 실거래가격을 가늠하기도 어렵지만 단독주택 공시 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은 67~68%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 국토교통부의 설명이다.


부촌 戰2. 왕좌의 게임 서울 강남구 vs 서초구

성북동과 한남동이 전통 부촌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면 최근 서울의 부촌 패권은 한강 이남이 주도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부촌의 왕좌는 단연 강남구다. 강남이 서울의 노른자위로 자리매김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1970년 강북의 과밀한 인구를 분산시키기 위해 60만 명이 거주할 신시가지를 개발하는 ‘남서울(영동)개발계획’이 본격화하면서 대한민국에 본격적인 ‘강남 시대’가 열렸다.

이 계획에 따라 한국전력공사 등 당시 국영기업과 정부의 종합청사 일부가 강남으로 이전했고 강북의 유수한 고등학교와 서울대 등이 터를 옮겼다. 우수 고등학교가 강남으로 이전하면서 ‘강남 8학군’도 이 무렵 탄생했다.

그리고 1978년 과수원과 채소밭이었던 압구정동에 고급 민영 아파트인 현대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강남의 초호화 아파트 시대가 막을 올렸다. 강남이 전국 부자들의 투자 지역으로 달아오른 것이다.


실제 강남구의 8월 18일 기준 아파트 호당 평균 매매가격은 13억3694만원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평균인 6억6464만원의 2배를 웃돈다. 2위인 서초구(13억2230만원)와는 1464만원 차이다. 2001년부터 10년 넘게 서울 아파트 값 1위를 지켜온 강남구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서초구에 부촌 1위 자리를 내주며 ‘강남불패’ 자존심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의 임병철 연구원은 “당시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이 크게 떨어진 반면 서초의 하락 폭은 크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2013년부터 강남 아파트 값이 회복되면서 2015년 1위 자리를 되찾았고 최근까지 부촌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남구의 랜드마크는 2002년 도곡동에 지어진 ‘타워팰리스(1차)’다. 최고의 시설과 마감재를 사용한 초호화 주거 공간으로 한국 최초의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이자 지금까지도 초호화 아파트로 명성이 자자하다.

부동산114 집계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8월 18일 기준 호당(409.91㎡) 매매가는 51억원이다. 서울을 넘어 전국 지역에서 매매가 10억원 이상, 181.5㎡(55평) 이상의 단지 중 매매가 기준으로 1위다. 반면 서초구는 반포동에 자리한 주공1단지가 재건축 호재 바람을 타면서 매매가 기준 8위(39억원)에 올랐다.

최근에는 성동구 성수동이 서울의 신흥 부촌으로 떠올랐다. 서울숲과 한강 조망권을 기반으로 3.3㎡당 5000만원이 넘는 한화 갤러리아 포레, 서울숲 트리마제,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등 초호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부자들의 부동산 수요가 성수동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지어진 한화 갤러리아 포레는 50억4500만원으로, 용산구의 용산파크타워(45억5000만원)를 가볍게 제쳤다. 서울 매매가 기준 2위다.


부촌 戰3. 신도시 패권 경기·인천 정자동 vs 송도동

서울이 부촌의 메카인 것은 맞지만 부촌이 서울에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1980년대 정부는 서울이 극심한 주택난으로 몸살을 앓자 서울 과밀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수도권 개발에 나섰다. 이때 탄생한 것이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서울을 중심으로 반경 25km 이내에 입지한 베드타운 성격의 5개 1기 신도시들이다.

1기 신도시는 정부의 개발 방침에 따라 초고층 빌딩들이 들어서면서 신흥 부촌으로 떠올랐다. 정점에 있는 것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다.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별칭이 따라붙을 만큼 땅값이 급상승한 분당구 정자동에는 탄천을 경계로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신흥부촌 지역이 형성됐다.


포스코·SK건설의 파크뷰는 그 중심이다. 31억6000만원에 형성된 이 주상복합 아파트는 매매가 기준으로 경기도 1위, 서울시의 상위 20위권과도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이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파크뷰와 같은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에는 변호사나 의사와 같은 전문직 종사자, 대기업 고위급 임원들이 주로 입주한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아시아 경제 허브를 목표로 개발된 송도국제도시(연수구 송도동)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인천국제공항 인프라를 배경 삼아 약 40조원의 민간 자본이 투입된 송도국제도시는 유수의 기업과 명문 학군이 들어서면서 신흥 부촌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국제학교와 자사고 등이 개교하면서 강남과 목동 등 교육열이 높은 지역에서 송도를 찾는 이들이 최근 늘고 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학군의 명성이 높아지면서 집값도 오름 추세”라며 “기존 강남·목동·평촌 등은 집값이 비싸고 주거 환경도 노후화됐지만 송도는 국제 명문 학군이 들어섰고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 향후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지역의 최고 매매가 아파트는 포스코건설이 지은 412㎡(124평)의 송도더샵퍼스트월드(26억원)다.

반면 8월 18일 기준으로 평균 매매가가 경기도에서 가장 높았던 과천시는 매매가 10억원 이상, 181.5㎡(55평) 이상의 단지가 따로 없었다. 그 대신 9위에 오른 고양시에서 이 기준을 만족하는 아파트가 한 곳 나왔다. 일산 식사동에 자리한 위시티일산자이(18억3400만원)다.


부촌 戰4. 지방 대표 부촌 지방 해운대 vs 수성구

수도권을 넘어 5대 광역시에도 대표적인 부촌이 있다. 첫째가 제2 수도 부산광역시의 해운대구 우동이다.

한국 8경의 하나로 꼽히는 명승지인 해운대를 따라 형성된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들이 바다 조망을 경쟁하듯 쟁취하며 몸값을 올리고 있다. 관광지답게 화려하고 웅장한 외관이 타 지역의 부촌과 구별할 수 있는 특징이다.

광안대교를 사이에 끼고 좌우에 자리한 마린시티와 센텀시티가 부산의 신흥 부촌인데 8월 18일 기준으로 매매가가 가장 높은 곳은 마린시티에 자리한 두산위브더제니스(43억원)다. 두산건설이 2011년 준공한 이 주상복합 아파트는 전국에서도 서울의 쟁쟁한 아파트 후보들을 제치고 6위에 자리했다.


해운대구에 견줄만한 곳은 대구광역시의 수성구다.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이곳은 우수한 인프라를 구축해 분양 열기가 수도권 못지않게 뜨거운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수성구 범어동은 초역세권, 교통의 중심지로 지방에서는 3.3㎡당 가장 먼저 1000만원 시대를 개척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범어동의 랜드마크로는 유림노르웨이숲(17억5000만원)과 두산위브더제니스(15억6400만원)가 있고 수성구 매매가 기준 1위는 수성동3가에 자리한 롯데캐슬(21억원)이다.

이 밖에 아파트 호당 평균 매매가가 전국 3위에 달했던 세종특별시의 도담동(도램마을14단지), 대전광역시의 유성구 도룡동(스마트시티2단지) 등이 매매가 10억원 이상, 181.5㎡ 이상의 단지로 선정됐다.

한경비즈니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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