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채 도시' 오명 벗어나 희망 도시로 탈바꿈

[비즈니스포커스-인천광역시]
지자체 역량 모아 부채 2조6500억원 줄여…살기 좋은 도시로 거듭나는 중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현재 전국에서 유일하게 재정 위기 ‘주의’ 단체로 지정된 인천광역시가 재정 정상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당초 2018년까지 재정 정상화 단체 전환을 목표로 했지만 예상보다 시점이 1년 정도 앞당겨지게 될 전망이다. 2015년 재정 위기 주의 단체로 지정되자마자 수립한 재정 건전화 3개년 계획이 조기에 빛을 발하며 부채 도시의 오명을 마침내 벗어던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인천시는 튼튼한 재정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부자 도시’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사진) 인천 송도국제도시 전경. /한국경제신문

인천시는 올해 하반기 예정된 행정안전부 재정위기관리위원회에서 재정 정상화 단체로의 전환이 사실상 확정적이다. 인천시의 총부채는 7월을 기준으로 약 10조5200억원을 기록 중이다.

재정난이 극심했던 2014년 말 총부채가 13조1700억원이었던 것에 비해 2조6500억원이나 부채를 줄였다. 재정 상태의 척도인 예산 대비 채무 비율도 39.9%에서 7월 현재 24.1%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마침내 재정 정상 단체 전환을 위한 요건을 갖추게 됐다. 정부는 채무 비율이 두 분기 연속 25% 미만이 되면 재정위기관리위원회를 열어 재정 정상 단체 전환 여부를 결정한다.

이미 상반기에는 재정 정상 단체 요건을 충족한 가운데 인천시는 올해 말 만기 채무 2800억원을 갚으면 채무 비율이 22.4%까지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따라서 재정위기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주의’ 단체에서 해제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설명이다. 지긋지긋한 ‘부채 도시’라는 오명을 마침내 벗어던질 수 있게 된 셈이다.

◆대규모 사업 진행하며 재정 기울어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인천시의 재정 상태는 양호했다. 지방교부세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을 정도였다. 지방교부세는 지방자치단체 간의 재정력 균형을 위해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교부하는 재원을 뜻한다.

당시만 해도 인천시는 독자의 세수로 재정을 운영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송도신도시 개발과 인천 아시안게임 유치 등 굵직한 사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면서 재정이 기울기 시작했다.

2009년 9조원대였던 총부채는 2014년 13조원대로 늘어났고 채무 비율 역시 37.5%로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이듬해엔 채무 비율이 더욱 높아져(39.9%, 2015년 1분기 기준) 결국 그해 7월 부산·대구·강원 태백 등 3개 지자체와 함께 재정 위기 ‘주의’ 단체로 지정됐다.



정부는 2011년 재정위기관리제도를 도입하고 주요 지표인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25%를 넘으면 해당 자치단체를 재정 위기 주의 단체로, 40%를 넘으면 재정 위기 심각 단체(재정 위기 단체)로 지정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해당 제도가 시행된 지 약 4년 만에 처음으로 재정 위기 주의 단체가 지정됐는데 인천시가 여기에 포함되는 수모를 겪은 것이다.

재정 위기 주의 단체는 재정 상태가 재정 위기 단체만큼 심각하지 않지만 위기 단체가 될 가능성이 있어 자구 노력이 필요한 단계로, 일종의 재정 위기 단체 예비 단계에 해당한다. 재정 건 전화 계획 수립 및 이행이 요구되지만 재정상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를 넘어 재정 위기 단체가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재정자치권을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당시 부산(28.1%)·대구(28.8%)·태백(34.4%)과 달리 인천시는 향후 채무 비율이 0.1%라도 더 높아지면 재정 위기 단체로까지 지정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다만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았다. 인천시는 재정 위기 주의 단체로 지정되자마자 곧바로 2018년도까지 재정 정상 단체 전환을 목표로 하는 재정 건전화 3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부채비율 줄이기에 나섰다. 2015년 하반기부터 조금씩 부채비율을 줄여 나갈 수 있었고 재정 위기 단체 지정을 피해 갈 수 있었다.

◆정부 지원 확보에 주력하다

하지만 부채 도시라는 인천시의 부정적 이미지는 날이 갈수록 더해졌다. 지난해 초 부산시·대구시·태백시가 모두 채무 비율 25% 미만을 달성하며 주의 등급에서 벗어난 반면 인천시는 여전히 채무 비율이 25%를 웃돌아 국내 유일의 재정 위기 주의 단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시는 굴하지 않고 계속해 재정 건전화의 고삐를 당겼다. ‘빚은 줄이고 문제는 풀고 희망은 연다’는 목표 아래 올해 초 마침내 채무 비율을 24.1%로 줄이며 목표를 조기에 달성했다.

인천시가 이처럼 부채비율을 크게 줄인 데는 적극적인 정부 지원 확보가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 지원이 얼마나 늘었는지는 국비 지원금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교부되는 보통교부세의 추이를 보면 확연하게 나타난다.

2014년 2조213억원이었던 국비 지원금은 올해 2조4685억원으로 늘었다. 보통교부세도 2014년 2338억원에서 올해 4955억원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인천시는 국비와 보통교부세를 활용해 재정 건전화와 현안 사업을 하나하나 해결해 왔다는 설명이다.



특히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보통교부세는 특정 사업에만 쓸 수 있도록 항목이 정해져 있는 일반 국비와 달리 인천시가 필요한 곳에 임의대로 쓸 수 있어 재정 건전화와 시급한 현안 해결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게 인천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물론 여기에는 숨은 노력이 있었다. 유정복 인천시장의 주도하에 대규모 지방세 소송에 따른 보통교부세 페널티 문제를 해결했고 마을 상수도 등 지역의 시급한 신규 수요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인천시 내부에서는 ‘국비 상황 추진 보고회’가 수시로 열렸다.

각 국·실장에게 국비 확보를 책임지게 하면서 유 시장은 직접 행정안전부 장관·차관을 만나 적극 건의하고 설명하면서 국비 지원 확보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지방세 확충도 재정 건전화에 도움

가장 큰 자주 재원인 지방세 수입 확보에도 주력했다. 리스·렌터카 등록을 인천시로 적극 유치한 것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인천시는 그동안 차량 리스·렌터카 상위 10대 기업을 직접 방문해 현장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리스·렌터카 등록 유치 활동을 벌여 왔다.

그 결과 지난 5년 동안 리스·렌터카 등록 사업으로 세수가 2013년 1480억원에서 지난해 2814억으로 두 배로 늘었다. 올해 리스·렌터카 세입 목표액은 3000억원으로 총 세입 목표액의 약 9%를 차지할 전망이다.

현재도 인천시는 리스·렌터카 세입 목표액을 달성하기 위해 차량 등록의 편리성 제공과 기존 리스·렌터카 기업의 이탈 방지 및 신규 기업 유치 전략을 병행하는 중이다.

‘지방세징수율제고추진단’을 꾸려 지방세를 강력하게 징수한 것도 지방세 수입 확보 노력의 일환으로 진행했다. 탈루 세원을 찾아내기 위해 세무조사를 하고 전자 납부, 신용카드 자동이체, 폰뱅킹 등 납부 편의 제도를 운영한 것이다.

때마침 지역 경제지표도 인천시 재정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인천시 내에서 부동산 거래가 늘었고 인구 유입도 이어졌다. 인천시는 지난해 10월 서울·부산에 이어 셋째로 인구 300만 명을 돌파한 도시가 됐다.

인구가 증가하면 세수도 그만큼 늘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인천시는 지난해 사상 최대인 총 3조2517억원의 지방세를 징수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지난해 역대 가장 많은 지방세를 징수한 것도 올해 인천시가 조기에 재정 정상화 단체로 전환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인천시는 재정 운영이 정상 궤도에 올라섰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재정 건전화를 위한 노력을 앞으로 계속해 2020년 부채 규모를 6조3000억원으로 줄이겠다고 밝힌 상태다.

재정 건전화의 성과가 시민 행복 사업으로 실현되도록 하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이미 인천시는 이를 위해 사회복지·문화·교육·환경 등의 분야에 재원을 우선 배분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이번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에 7800억원을 이들 분야에 배정했다. 내년도 예산 편성 때에도 시민 행복과 밀접한 부문에 예산을 우선 투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내 일자리 증진을 위한 방안도 하나하나 그리고 있다. 인천시는 최근 일자리 전담팀을 구성하고 청년과 여성, 사회 취약층(노인·장애인)과 관련해 인천시에서 시행 중인 일자리 사업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이 중에서 향후에도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것으로 판단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내년 본예산에 과감히 반영하기로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재정 정상화 단체로 전환되는 내년부터 더욱 본격적으로 시민과 소통하며 부자 도시로 나가는 정책과 세정을 펼쳐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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