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LG, ‘50조’ 럭셔리 빌트인 가전시장 승자는?

[비즈니스 포커스= 빌트인 가전]
삼성은 미국 기업 인수, LG는 자체 브랜드 경쟁력 강화


(사진)= 삼성전자가 지난해 9월 인수한 미국 프리미엄 주방 가전 업체 데이코와 함께 ‘모더니스트 컬렉션’을 선보였다. / 삼성전자 제공

[한경비즈니스=김서윤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시장에서 또 한 번의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프리미엄 빌트인 시장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50조원대 규모다. 양 사는 이미 포화 상태에 다다른 생활 가전 시장의 돌파구로 빌트인 분야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빌트인 가전제품은 주로 패키지 상품으로 구성돼 일반 가전제품에 비해 수익성이 훨씬 높은 편이다. 또 주방의 크기나 인테리어에 맞춰 설치하는 맞춤형 가전은 고가의 주택이나 고급 아파트에 설치되는 것이 많아 프리미엄 시장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유독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국내 대표 가전 업체의 미래 먹거리로 지목된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시장의 승자는 누가 될까.

◆ 유럽서 건너온 빌트인, 아직은 초기 단계

국내 빌트인 시장은 초기 걸음마 단계라고 보면 된다. 빌트인 가전은 애초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성장했고 국내에서는 오랫동안 부유층들의 전유물로 취급돼 고급 주택이나 빌라에 설치됐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고급 주택뿐만 아니라 신규 분양 아파트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다.

개인 고객보다 건설사에서 해당 아파트를 지을 때 주방에 빌트인 가전을 넣는 형식으로 회사 대 회사(B2B) 거래가 주를 이룬다. 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4500억원이었고 지난해 6000억원으로 지금 당장 큰 시장은 아니다.

하지만 전망은 밝다. 아파트 입주 물량이 늘어날수록 시장 규모도 커지기 때문이다. 만약 삼성전자가 삼성물산과 협력해 앞으로 분양하는 래미안 아파트에 자사 빌트인을 설치한다면 국내 빌트인 가전 시장을 선점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내 가전 시장에서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며 몇 년째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미국의 럭셔리 주방 가전 업체인 데이코(Dacor)를 인수하며 미국 내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시장을 넓혀 가고 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해외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3월에는 삼성뉴욕마케팅센터에서 데이코의 신규 라인 ‘모더니스트 컬렉션’ 론칭 행사를 열었다.

이날 참석한 글로벌 미디어와 유명 디자이너, 건축가 등 패널들은 기존에 부피가 크고 공간을 많이 차지하던 스타일에서 탈피해 현대적 디자인을 가미한 고급 주방 가전이라고 극찬했다는 후문이다.

윤부근 소비자가전(CE)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모더니스트 컬렉션은 삼성전자의 최첨단 기술과 데이코의 전문성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합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9월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국제 가전 전시회(IFA) 2017’에서도 빌트인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LG전자는 M&A 대신 국내외에서 자체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지난해 7월 초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브랜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출시한데 이어 국내에서는 최초로 8월 17일 서울 논현동에 쇼룸(가전 전시관)을 오픈했다.


(사진)=LG전자가 서울시 논현동에 오픈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쇼룸이다. / LG전자 제공

◆ 국내 최초 오픈한 프리미엄 빌트인 쇼룸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쇼룸은 지하 1층, 지상 5층 건물에 총면적 1918㎡로 꾸며졌다. 디자인은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세계적 건축가 톰 메인이 맡아 아주 고급스럽다.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풀패키지는 △686리터 얼음 정수기 냉장고 △110리터 전기오븐 △5구 전기레인지 △폭 90cm 후드 △12인용 식기세척기 등으로 구성돼 약 3000만원이다.

LG전자는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글로벌 빌트인 가전 시장 규모는 약 450억 달러(51조원)로 추정된다. 전체 가전 시장의 30% 정도다.

이 중 프리미엄 시장은 15% 정도다. 프리미엄 시장은 일반 빌트인 시장보다 성장률이 3배 정도 높아 밀레(Miele)·서브제로&울프(SUB-ZERO&Wolf)·서마도(Thermador)·울프(Wolf)·모노그램(Monogram) 등 세계적 빌트인 브랜드들이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빌트인 분야는 전체 가전 시장의 20%인 약 90억 달러이며 유럽에서는 전체 가전 시장의 40%를 차지할 만큼 규모가 크다.

LG전자는 우선 북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 뒤 유럽으로 넓혀 나갈 계획이다.

우선 지난해까지 약 80개 수준이던 미국 내 매장을 연내 2배 수준으로 대폭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미국 최대 가전제품 유통업 체인 베스트바이의 프리미엄 유통 채널 ‘퍼시픽 세일즈’ 매장에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체험존을 설치하는 등 체험 마케팅 공간을 확대하고 있다.

또 미국 주택건설협회(NAHB) 및 미국 최대 인테리어디자이너협회(ASID)와 파트너십을 맺고 미국의 주방 리모델링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미국 빌트인 시장에서 주택 건축가와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점을 고려한 전략이다.

송대현 LG전자 생활가전(H&A) 사업본부장(사장)은 오픈식에서 “올해는 초프리미엄 빌트인 시장에서 초석을 다지는 원년”이라며 “이곳을 시작으로 LG만의 프리미엄 주방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채널을 확대해 글로벌 빌트인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송 본부장은 “빌트인 가전은 단기간에 매출이 급성장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단계적으로 꾸준한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socool@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