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앙은행의 ‘보유 자산 매각’에 쏠린 눈

[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잭슨홀 미팅 이후 국제 금융시장 최대 현안으로 부각…환율 추가하락설 ‘경계’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2017 잭슨홀 미팅 이후 국제 금융시장 참가자의 관심이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에서 ‘보유 자산 매각’으로 빠르게 이동되고 있다.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보유 자산 매각 시기를 가능한 한 서둘러야 한다는 방침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보유 자산 매각을 추진하면 금리 인상보다 시중 유동성을 확실하게 줄이는 효과가 있다.

◆출구전략 밟아야 할 시점

9년 전 사상 초유의 금융 위기를 당한 직후 Fed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추진했다. 비전통적 통화정책은 시장과 금융 시스템이 무너졌을 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하는 비상 대책을 말한다.

Fed의 ‘제로 금리’,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양적 완화’가 대표적인 수단이다.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비전통적 통화정책에 힘입어 미국은 금융 위기 극복이 마무리 단계에 놓여 있다.





여건이 바뀌면 통화정책도 변경돼야 한다. 출구전략을 본격적으로 밟아야 할 때가 됐다는 의미다. 금융 위기 이후 출구전략은 과잉 유동성에 따라 자산시장에 낄 거품 우려를 불식하는 것에 목표를 둬야 한다.

보통 때처럼 경기 과열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는 것이 아닌 만큼 ‘위기 극복과 경기 회복’이라는 가장 큰 목표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배경에서다.

Fed의 출구전략도 이 점을 중시해 추진하고 있다. 2013년 5월 말 벤 버냉키 Fed 전 의장이 출구전략 추진 의사를 처음으로 밝혔다. 사전 단계인 립 서비스다. 그 후 1년 반이 지난 2014년 10월 양적 완화(QE)를 종료한 이후 2105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정책(기준)금리를 네 차례 인상했다.

출구전략 추진 단계상 가장 중요한 ‘금리 인상’에서 ‘보유 자산 매각’으로 언제 넘어 오느냐는 ‘금리 체계(interest system)’가 얼마나 잘 작동되느냐에 달려 있다. 금리 체계가 잘 작동돼 자산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으면 기준금리를 Fed의 목표 금리인 중립 금리 3%가 도달할 때까지 보유 자산 매각 조치를 늦춰도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에도 시장금리가 떨어지는 ‘그린스펀 수수께끼(Greenspan’s conundrum)’ 현상이 나타날 때는 자산 거품이 심해져 보유 자산 매각 조치를 앞당겨야 한다.

반대로 기준금리 인상 폭보다 시장금리가 더 오르는 ‘옐런 수수께끼(Ellen’s conundrum)’ 현상이 발생하면 그 시기를 늦춰야 ‘에클스 실수(Eccle’s failure : 성급한 출구전략 추진으로 경기를 망치는 행위)’를 막을 수 있다.

2015년 12월 이후 네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상에도 미국 증시는 ‘랠리’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거침없이 오르면서 한동안 잊혔던 ‘거품 논쟁’이 재현되고 있다.

◆보유 자산 적정 규모도 관건

Fed의 가치 모형(FVM=12개월 선행이익률÷10년물 국채금리)으로 현재 주가 수준(S&P500지수 기준)을 평가해 보면 2.2배로 금융 위기 이전 수준에 도달했다.

Fed가 금융 위기 이후 처음으로 증시에 낀 거품을 우려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때 보유 자산 매각 조치를 지연하면 ‘후속 위기(after crisis)’ 우려가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Fed의 금리 인상 경로인 ‘3·3·3 계획(3년 동안 매년 세 차례씩 3%로 올리는 것)’에 따라 중립 금리 3%에 도달하는 때가 2019년 말이다. Fed가 추정한 통화정책 시차 1년을 감안해 선제적으로 보유 자산 매각을 추진한다면 그 시기는 ‘내년 말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월가의 시각이었다. 월가의 예상대로 올해 9월 추진한다면 1년 이상 앞당겨지는 셈이다.

보유 자산 매각 시기가 결정되면 매각 규모를 확정해야 한다. 이 문제는 Fed의 보유 자산 적정 규모에 달려 있다. 출구전략 개념에 충실해 보유 자산 규모를 금융 위기 이전 수준인 1조 달러로 돌려놓는다면 4조5000억 달러까지 늘어난 보유 자산 가운데 무려 3조5000억 달러를 인위적으로 매각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재발될 수 있는 규모로, 이 방식대로 추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Fed의 보유 자산 적정 규모는 기관에 따라 크게 차이가 크다. 글로벌 투자은행은 2조5000억 달러에서 3조5000억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이 수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1조 달러에서 2조 달러를 매각해야 된다. 만기 도래 자연 감소분만으로는 안 되고 1조 달러 이상 인위적인 매각이 수반될 것으로 보여 시장 충격은 불가피하다.

버냉키 전 의장은 유동자산에 대한 민간 수요가 크고 통화정책 수행 방식 변화 등을 감안해 4조 달러는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은 버냉키 전 의장 시절 때 부의장으로 통화정책 실무를 총괄해 왔다. 매각분 5000억 달러는 만기 도래 자연 감소분만으로 맞출 수 있어 1차적으로 실행 가능성이 가장 높다.

통화정책 전달 과정에서 금리와 총수요 간 민감도에 따라 다르지만 앞으로 Fed는 금리 인상보다 두 배 이상의 긴축 효과가 큰 보유 자산 매각 시기와 규모를 결정하기 위해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분명한 것은 보유 자산 매각도 출구전략의 한 단계인 이상 ‘위기 극복과 경기 회복’이라는 본질을 흐트러뜨리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잭슨홀 미팅 이후 국제 금융시장 참여자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보유 자산 매각 조치는 이런 시각에서 보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국내 주식시장 참여자의 관심도 ‘금리 인상’에서 ‘자산 매각’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전자보다 후자는 긴축 효과가 큰 만큼 국내 증시에서 부는 ‘뒤늦은 대세 상승론’과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설’은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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