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연이은 파동에도 피해자 구제 미비…‘집단소송·단체소송’ 제도 실효성 검토 필요
[이승태 법무법인 도시와 사람 대표변호사] 살충제 계란 파동과 생리대 독성 물질 검출 등의 파동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른바 ‘옥시 가습기 사건’이 우리의 뇌리에서 잊히기 전에 또다시 벌어진 생필품의 대규모 유해 물질로 인한 피해 사건이어서 더욱 놀라움이 크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2016년 말 기준으로 누적 피해자 5312명, 사망 피해자 1006명, 정부 인정 살균제 피해자 695명, 보상 지원 대상자 258명 등의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
불특정 다수에게 발생하는 광범위한 피해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리 법은 이러한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어떠한 법제도를 마련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논란 이어지는 공동소송 실효성
한국의 민사소송법은 개인과 개인의 소송을 기본적인 형태로 규정하고 있다. 그 대신 소송의 목적이 되는 권리나 의무가 여러 사람에게 공통되거나 법률상 같은 원인으로 말미암아 생기면 여러 사람이 공동 소송인으로서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공동소송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동소송 역시 소송에 참가한 당사자들이 각각 자신의 명의로 판결 받는다. 따라서 판결을 받아들이거나 항소하는 것은 소송 개개인에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에 따라 현재 발생한 대규모의 환경 피해 소송이나 개인 정보 유출 사건 등에 그대로 적용하기가 어렵다.
특히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집단적 분쟁은 배상금이 변호사 보수와 인지대·감정료 등 소송비용에 비해 소액이다. 이뿐만 아니라 1심 재판만도 수년이 소요되는 등 소송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 소송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또한 대표적 집단 분쟁의 하나인 환경 피해 소송이나 개인 정보 유출 사건 등은 위법성과 손해의 입증에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반면 피해자의 정보에 대한 접근성은 상당히 제한적이어서 승소 여부가 불투명한 것이 많다.
이에 따라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소송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사업자들은 배상에 따른 손해액이 소액인 반면 위법행위로 인해 얻는 이익이 막대하기 때문에 사후 예방 대책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결국 위법행위가 발생할 수 있는 사업을 지속하게 되면서 유사한 사건이 계속 재발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피해자들이 적은 비용으로 보다 용이하게 피해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법 유형으로는 집단소송 제도와 단체소송 제도가 논의되고 있다.
◆선진국 단체소송 제도 도입해야
집단소송 제도는 다수의 피해자들인 구성원 중 1인 또는 다수의 대표 당사자를 선임해 대표 당사자로 하여금 소송을 수행하게 하되 판결의 효력이 구성원 모두에게 미치도록 하는 제도다.
반면 단체소송 제도는 개별법에 의해 일정한 요건을 갖춘 단체가 피해자들을 대신해 소송을 수행하게 하는 제도다. 한국은 2004년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을 제정해 증권 관련 분쟁에서 집단소송과 2008년 ‘소비자기본법’에서 단체소송을 도입해 시행 중이다.
하지만 법 시행의 실효성과 피해 구제 측면에서 두 제도 모두 부족한 것이 있다. 우선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은 미국식 집단소송처럼 소송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라도 본인이 명시적으로 배제 요청을 하지 않는 이상 판결의 효력을 받도록 하는 집단소송을 도입했지만 법 시행 후 2016년 6월까지 11년간 불과 9건의 소송이 제기됐을 뿐이다.
‘소비자기본법’ 역시 소비자단체가 사업자를 상대로 소비자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권익 침해 행위의 금지·중지를 구하는 단체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손해배상에 관한 내용은 포함하지 않고 있어 피해 구제 측면에서는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미국에서는 일정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다수 구성원이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지는 사건에 대해 집단소송을 허용하고 있다. 이때 승소하면 피고 측이 출자한 자금에 의헤 조성된 구제 기금을 각 구성원에게 분배해 손해를 배상받도록 하고 제외 신청을 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구성원 전부에개 판결의 효력이 미친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독일은 개별 법규에서 일정한 요건을 갖춘 단체가 피해자들로부터 채권을 양도받아 집단 피해 구제 소송을 수행하도록 하는 단체소송 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영국은 집단소송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민사소송 규칙에 따라 ‘참가 신고형(Opt-in 방식)’ 만이 인정된다.
예외적으로 2015년 공정거래법 분야에 한해 미국식 ‘제외 신고형’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은 1차적으로 소비자단체가 사업자를 상대로 해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는 것을 확인받는 소송을 통해 판결을 받고 의무 확인 후 2차적으로 간편한 절차를 거쳐 채권자를 확정하도록 하는 2단계 소송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처럼 선진국은 제도의 형식은 다르지만 다수에게 발생하는 집단 피해에서 피해자들이 신속한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한국 역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정보 유출과 소비자 분쟁, 환경·공해 분쟁 등의 재발을 방지하고 대규모의 집단 피해가 발생할 때 피해자들이 신속하게 배상 받을 수 있도록 집단소송이나 단체소송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연이은 파동에도 피해자 구제 미비…‘집단소송·단체소송’ 제도 실효성 검토 필요
[이승태 법무법인 도시와 사람 대표변호사] 살충제 계란 파동과 생리대 독성 물질 검출 등의 파동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른바 ‘옥시 가습기 사건’이 우리의 뇌리에서 잊히기 전에 또다시 벌어진 생필품의 대규모 유해 물질로 인한 피해 사건이어서 더욱 놀라움이 크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2016년 말 기준으로 누적 피해자 5312명, 사망 피해자 1006명, 정부 인정 살균제 피해자 695명, 보상 지원 대상자 258명 등의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
불특정 다수에게 발생하는 광범위한 피해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리 법은 이러한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어떠한 법제도를 마련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논란 이어지는 공동소송 실효성
한국의 민사소송법은 개인과 개인의 소송을 기본적인 형태로 규정하고 있다. 그 대신 소송의 목적이 되는 권리나 의무가 여러 사람에게 공통되거나 법률상 같은 원인으로 말미암아 생기면 여러 사람이 공동 소송인으로서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공동소송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동소송 역시 소송에 참가한 당사자들이 각각 자신의 명의로 판결 받는다. 따라서 판결을 받아들이거나 항소하는 것은 소송 개개인에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에 따라 현재 발생한 대규모의 환경 피해 소송이나 개인 정보 유출 사건 등에 그대로 적용하기가 어렵다.
특히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집단적 분쟁은 배상금이 변호사 보수와 인지대·감정료 등 소송비용에 비해 소액이다. 이뿐만 아니라 1심 재판만도 수년이 소요되는 등 소송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 소송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또한 대표적 집단 분쟁의 하나인 환경 피해 소송이나 개인 정보 유출 사건 등은 위법성과 손해의 입증에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반면 피해자의 정보에 대한 접근성은 상당히 제한적이어서 승소 여부가 불투명한 것이 많다.
이에 따라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소송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사업자들은 배상에 따른 손해액이 소액인 반면 위법행위로 인해 얻는 이익이 막대하기 때문에 사후 예방 대책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결국 위법행위가 발생할 수 있는 사업을 지속하게 되면서 유사한 사건이 계속 재발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피해자들이 적은 비용으로 보다 용이하게 피해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법 유형으로는 집단소송 제도와 단체소송 제도가 논의되고 있다.
◆선진국 단체소송 제도 도입해야
집단소송 제도는 다수의 피해자들인 구성원 중 1인 또는 다수의 대표 당사자를 선임해 대표 당사자로 하여금 소송을 수행하게 하되 판결의 효력이 구성원 모두에게 미치도록 하는 제도다.
반면 단체소송 제도는 개별법에 의해 일정한 요건을 갖춘 단체가 피해자들을 대신해 소송을 수행하게 하는 제도다. 한국은 2004년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을 제정해 증권 관련 분쟁에서 집단소송과 2008년 ‘소비자기본법’에서 단체소송을 도입해 시행 중이다.
하지만 법 시행의 실효성과 피해 구제 측면에서 두 제도 모두 부족한 것이 있다. 우선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은 미국식 집단소송처럼 소송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라도 본인이 명시적으로 배제 요청을 하지 않는 이상 판결의 효력을 받도록 하는 집단소송을 도입했지만 법 시행 후 2016년 6월까지 11년간 불과 9건의 소송이 제기됐을 뿐이다.
‘소비자기본법’ 역시 소비자단체가 사업자를 상대로 소비자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권익 침해 행위의 금지·중지를 구하는 단체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손해배상에 관한 내용은 포함하지 않고 있어 피해 구제 측면에서는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미국에서는 일정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다수 구성원이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지는 사건에 대해 집단소송을 허용하고 있다. 이때 승소하면 피고 측이 출자한 자금에 의헤 조성된 구제 기금을 각 구성원에게 분배해 손해를 배상받도록 하고 제외 신청을 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구성원 전부에개 판결의 효력이 미친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독일은 개별 법규에서 일정한 요건을 갖춘 단체가 피해자들로부터 채권을 양도받아 집단 피해 구제 소송을 수행하도록 하는 단체소송 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영국은 집단소송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민사소송 규칙에 따라 ‘참가 신고형(Opt-in 방식)’ 만이 인정된다.
예외적으로 2015년 공정거래법 분야에 한해 미국식 ‘제외 신고형’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은 1차적으로 소비자단체가 사업자를 상대로 해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는 것을 확인받는 소송을 통해 판결을 받고 의무 확인 후 2차적으로 간편한 절차를 거쳐 채권자를 확정하도록 하는 2단계 소송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처럼 선진국은 제도의 형식은 다르지만 다수에게 발생하는 집단 피해에서 피해자들이 신속한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한국 역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정보 유출과 소비자 분쟁, 환경·공해 분쟁 등의 재발을 방지하고 대규모의 집단 피해가 발생할 때 피해자들이 신속하게 배상 받을 수 있도록 집단소송이나 단체소송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