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 후 슈퍼 호황 이어가는 메모리 반도체

[한눈에 보는 산업 대전망] 반도체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반도체 산업이 슈퍼 호황을 이어 가고 있다. 특히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다. 이유는 ‘승자 독식’ 때문이다. 오랜 치킨게임으로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10년 전 대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생산량이 제한된 반면 수요는 4차 산업혁명을 만나면서 폭발했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공급자의 이익이 치솟았다.

메모리 반도체의 양대 축은 D램과 낸드플래시다. D램 시장은 한때 수요 둔화가 예상되기도 했다. 글로벌 컴퓨터 판매량이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요가 PC에서 모바일로 옮겨지는 가운데 스마트폰 성능 향상으로 고용량 메모리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수요 둔화가 예상됐던 PC용 D램도 노트북 수요가 늘면서 가격 강세를 이끌었다. 낸드플래시 역시 고용량 저장 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가 기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빠르게 대체하며 값이 뛰었다.




업황 호조는 반도체 업체들에 축배를 안겼다.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메모리 반도체 3사는 승자 독식 구조의 뿌리를 내렸다. 전 세계 D램 시장은 삼성전자 44.8%, SK하이닉스 28.7%, 마이크론테크놀로지 21% 등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사실상 3곳의 과점 체제다. 그 결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매 분기 실적을 경신하는 중이다. 반도체 호황의 신바람은 후방산업에까지 이어졌다. 장비 업체 등도 실적이 개선되며 연쇄효과를 보고 있다.


반도체는 한국의 수출에서도 효자 자리를 꿰찼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7년 반도체 수출액은 단일 품목으로 사상 최고치인 900억 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무역협회는 지난 40년간 반도체 수출이 매년 15%씩 증가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올해 반도체는 전체 무역 흑자액에서 절반 정도를 담당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가장 큰 도전

물론 반도체 산업이 축배에 취해 있을 때만은 아니다. 막대한 자본력과 공격적인 시설 투자로 반도체 굴기(堀起 : 우뚝 섦)를 선언한 중국의 위협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중국 기업과 한국 기업의 기술 격차는 크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반도체 기술 개발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면서 언제든지 차이가 좁혀질 수 있다. 중국 정부는 10%대 초반인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리는 ‘중국 제조 2025’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인력 유출도 심각하다. 설비를 끝내고 인력까지 보강된다면 중국의 도전은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중국의 위협과 함께 또 하나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에서의 성장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30% 정도 수준이다. 사물인터넷(IoT)·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성장 동력의 핵심으로 시스템 반도체가 떠오르면서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자랑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비메모리 시장에서 점유율이 5%도 안 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중 파운드리 시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LSI사업부 내 팀이었던 파운드리 조직을 5월 별도의 사업부로 격상하고 공격적 투자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전문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를 8월 출범시켰다.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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