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읽는 부동산]
거래 유형별로 보다 세분화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만들어야
(사진)최광석 법무법인 득아 대표변호사
[최광석 법무법인 득아 대표 변호사] 중개업자의 부실한 확인 설명으로 부동산 중개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거래 당사자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중개업자의 설명을 보다 체계화하는 방안으로 부동산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의 양식을 보다 구체화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악용되는 중개업자를 향한 신뢰
최근 필자는 다가구주택에 대한 경매 진행으로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게 될 처지가 된 의뢰인들로부터 상담을 의뢰받은 적이 있다.
해당 의뢰인은 기존 선순위 저당 채무와 전입신고·확정일자가 이른 다른 세입자의 보증금을 공제하면 담보 가치가 없는 다가구주택 일부 공간(원룸)을 뒤늦게 임대차 계약해 문제가 발생했다.
다가구주택이 경매되면 세입자들 간에도 배당에서 경쟁 관계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다가구주택 임대차 계약 과정에서 이미 체결된 기존 세입자의 임대차 계약이 어떤 형태(전세·월세 등)인지, 보증금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해 정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중개업자들은 해당 임대차 계약과 직접 연관이 돼 있지 않은 데다 임대인의 심기를 건드려 거래 성사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기존 세입자에 대한 임대차 계약 내용에 대해 확인을 소홀히 해왔다.
이 때문에 다가구주택에 대한 경매 과정에서 전입신고·확정일자가 늦은 세입자의 손해가 불가피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피해 사례가 누적되던 중 2012년 중개업자의 책임을 인정하는 첫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면서 이 문제의 심각성이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 선고에도 불구하고 타성에 젖은 중개업자들은 여전히 계약 체결에만 급급해 확인 설명을 소홀히 하고 있다.
필자에게 상담을 요청해 온 의뢰인의 사례를 보면 다가구 건물 내에 총 20가구의 세입자가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그중 어느 중개업자는 절반 가까운 임대차 계약을 자신이 주선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세입자들에 비해 늦게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세입자에 대해 ‘3가구 정도에 대해서만 임대차 계약이 체결된 상태이니 안심해도 좋다’는 취지로 거짓말까지 했다.
계약서나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는 다가구주택 보증금 규모에 대해 어떤 것도 기재하지 않았다.
이처럼 현재 부동산 거래 질서는 매우 무질서한 상황이고 중개업자들이 관여한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중개업자에 대한 거래 당사자의 신뢰 때문에 거래 당사자의 주의가 더 소홀해질 수 있는데, 일부 중개업자는 이를 악용하고 있다.
이런 우리의 현실 앞에 중개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제도 개선을 제안한다.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의 작성과 교부는 중개업자의 의무 사항이다. 이를 양식화해 일정한 내용에 대한 확인 설명을 강제하고 있다.
현행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제16조는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양식을 거래 대상물별로 토지·건물(주거용·비주거용) 정도로 나눠 매우 단조롭게 구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매매나 임대차와 같은 거래 형태별 양식도 구분돼 있지 않다.
(사진)서울 강남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밀집 상가 모습.(/연합뉴스)
◆거래 대상·분야별로 세밀한 양식 필요
예를 들어 위에서 소개한 사례를 현행 양식에 기재한다면 ‘Ⅱ. 개업공인중개사 세부사항’ 중 ⑨항 ‘실제 권리 관계 또는 공시되지 않은 물건의 권리사항’ 정도에 기재되는 것이 적절하다.
하지만 해당 항목은 세밀한 권리 관계를 자세히 기재하기에 공간적으로도 매우 협소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런 협소한 공간 때문에 ‘권리 관계를 자세히 기재하지 않아도 무방할 수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도 있다.
만약 거래 대상이나 거래 분야별로 좀 더 세분화된 확인설명서 양식을 사용하게 한다면 당해 거래에 맞는 구체적이고 적확한 확인 설명이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적절한 확인 설명의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잘못된 부분을 스스로 개선해 나갈 수 있는 중개업계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그동안의 거래 경험을 통해 충분히 확인된 이상, 보다 촘촘한 확인설명서 양식의 사용을 강제하는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판단된다.
비록 강제적인 방법이기는 하지만 고객에 대한 서비스 수준을 한층 높여 중개업계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중개 사고 발생률도 대폭 낮출 수 있어 손해배상의 위험으로부터 한층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래 유형별로 보다 세분화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양식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가 문제다. 이는 중개업계와 법조계 공동으로 그동안 실무에서 문제가 된 거래 유형별 중개 사고를 토대로 법원 판례를 연구한다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제도가 잘 정착될 수만 있다면 거래 성사에만 집착해 날림으로 이뤄지는 우리 중개업계의 구조적인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또한 부동산 거래 수준을 대거 높이고 거래 당사자를 보호할 수 있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거래 유형별로 보다 세분화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만들어야
(사진)최광석 법무법인 득아 대표변호사
[최광석 법무법인 득아 대표 변호사] 중개업자의 부실한 확인 설명으로 부동산 중개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거래 당사자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중개업자의 설명을 보다 체계화하는 방안으로 부동산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의 양식을 보다 구체화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악용되는 중개업자를 향한 신뢰
최근 필자는 다가구주택에 대한 경매 진행으로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게 될 처지가 된 의뢰인들로부터 상담을 의뢰받은 적이 있다.
해당 의뢰인은 기존 선순위 저당 채무와 전입신고·확정일자가 이른 다른 세입자의 보증금을 공제하면 담보 가치가 없는 다가구주택 일부 공간(원룸)을 뒤늦게 임대차 계약해 문제가 발생했다.
다가구주택이 경매되면 세입자들 간에도 배당에서 경쟁 관계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다가구주택 임대차 계약 과정에서 이미 체결된 기존 세입자의 임대차 계약이 어떤 형태(전세·월세 등)인지, 보증금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해 정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중개업자들은 해당 임대차 계약과 직접 연관이 돼 있지 않은 데다 임대인의 심기를 건드려 거래 성사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기존 세입자에 대한 임대차 계약 내용에 대해 확인을 소홀히 해왔다.
이 때문에 다가구주택에 대한 경매 과정에서 전입신고·확정일자가 늦은 세입자의 손해가 불가피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피해 사례가 누적되던 중 2012년 중개업자의 책임을 인정하는 첫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면서 이 문제의 심각성이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 선고에도 불구하고 타성에 젖은 중개업자들은 여전히 계약 체결에만 급급해 확인 설명을 소홀히 하고 있다.
필자에게 상담을 요청해 온 의뢰인의 사례를 보면 다가구 건물 내에 총 20가구의 세입자가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그중 어느 중개업자는 절반 가까운 임대차 계약을 자신이 주선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세입자들에 비해 늦게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세입자에 대해 ‘3가구 정도에 대해서만 임대차 계약이 체결된 상태이니 안심해도 좋다’는 취지로 거짓말까지 했다.
계약서나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는 다가구주택 보증금 규모에 대해 어떤 것도 기재하지 않았다.
이처럼 현재 부동산 거래 질서는 매우 무질서한 상황이고 중개업자들이 관여한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중개업자에 대한 거래 당사자의 신뢰 때문에 거래 당사자의 주의가 더 소홀해질 수 있는데, 일부 중개업자는 이를 악용하고 있다.
이런 우리의 현실 앞에 중개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제도 개선을 제안한다.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의 작성과 교부는 중개업자의 의무 사항이다. 이를 양식화해 일정한 내용에 대한 확인 설명을 강제하고 있다.
현행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제16조는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양식을 거래 대상물별로 토지·건물(주거용·비주거용) 정도로 나눠 매우 단조롭게 구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매매나 임대차와 같은 거래 형태별 양식도 구분돼 있지 않다.
(사진)서울 강남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밀집 상가 모습.(/연합뉴스)
◆거래 대상·분야별로 세밀한 양식 필요
예를 들어 위에서 소개한 사례를 현행 양식에 기재한다면 ‘Ⅱ. 개업공인중개사 세부사항’ 중 ⑨항 ‘실제 권리 관계 또는 공시되지 않은 물건의 권리사항’ 정도에 기재되는 것이 적절하다.
하지만 해당 항목은 세밀한 권리 관계를 자세히 기재하기에 공간적으로도 매우 협소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런 협소한 공간 때문에 ‘권리 관계를 자세히 기재하지 않아도 무방할 수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도 있다.
만약 거래 대상이나 거래 분야별로 좀 더 세분화된 확인설명서 양식을 사용하게 한다면 당해 거래에 맞는 구체적이고 적확한 확인 설명이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적절한 확인 설명의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잘못된 부분을 스스로 개선해 나갈 수 있는 중개업계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그동안의 거래 경험을 통해 충분히 확인된 이상, 보다 촘촘한 확인설명서 양식의 사용을 강제하는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판단된다.
비록 강제적인 방법이기는 하지만 고객에 대한 서비스 수준을 한층 높여 중개업계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중개 사고 발생률도 대폭 낮출 수 있어 손해배상의 위험으로부터 한층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래 유형별로 보다 세분화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양식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가 문제다. 이는 중개업계와 법조계 공동으로 그동안 실무에서 문제가 된 거래 유형별 중개 사고를 토대로 법원 판례를 연구한다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제도가 잘 정착될 수만 있다면 거래 성사에만 집착해 날림으로 이뤄지는 우리 중개업계의 구조적인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또한 부동산 거래 수준을 대거 높이고 거래 당사자를 보호할 수 있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