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
‘효도 붐’ 타고 부동산·여행·웨딩업계 중심으로 관련 상품 쏟아져
(사진)일본 백화점 1층에는 고령자를 위한 휴식 공간이 마련돼 있다. (/전영수 교수)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풍수지탄(風樹之嘆)’이 늘어난다. 한국 사회가 고령사회 진입 시점인 14%(65세 이상의 전체 인구 비율)를 넘겨서다.
여기에 2020년이면 베이비부머 중 선배 격인 1955년생부터 65세에 착착 진입한다. 늙은 사회의 본격 개막이다.
위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대도 적지 않다. ‘효도 시장’의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효심, 내수 소비 기폭제 되다
일본은 한국보다 효도의식이 낮다. 조기 독립, 균등 상속, 고도성장, 관계 단절, 유교 희박 등 이유는 많다. ‘키워줬으니 챙겨줘’라는 부모도, ‘끝까지 지원해줘’라는 자녀도 사라지는 추세다. 결론은 ‘부모 자식의 느슨한 연결고리’다. 분가 생활을 당연시하는 서구사회 이미지와 더 닮았다.
이랬던 일본이 변신 중이다. 요컨대 거세지는 효도 붐의 확인이다. 대형 재난(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무연사회의 그림자가 알려지면서 홀로 남겨진 고령의 부모 세대를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인연 부활 캠페인의 전개도 한몫했다. 자녀 진학과 독립 후 헤어져 살던 부모 자식의 물리적 거리감은 물론 접촉 빈도도 높아지고 있다. ‘부모가 60세면 앞으로 함께할 시간이 55일뿐’이라는 계산식을 내세워 화제를 모은 베스트셀러도 한몫했다.
80세까지 산다면 1년에 6일을 만나 그때마다 11시간을 함께하면 도합 1320시간뿐이라는 계산 결과다(20년×6일×11시간=1320시간).
관련 업계는 반갑다. 효도 붐에 올라탄 신상품·서비스 기획은 증가세다. 내수 소비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낙관론까지 나온다. 효도 재화의 구매자와 이용자가 달라 고령 시장의 자충수를 피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효도 재화의 소비 대상은 노인 그룹이되 구매 주체는 자녀 세대로 구분된다. 과거 고령 상품은 공략 대상을 노인 계층에만 집중해 뒤통수를 맞았다. 노인 그룹이 애초 예상을 깨고 장수 불안에 겁먹어 지갑을 닫아버렸기 때문이다.
이제는 다르다. 효도·봉양에 목마른 자녀 세대의 공략 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실수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했다.
관련 업계는 고객을 자녀 세대로 옮기는 중이다. 30대부터 50대 전후가 공략 대상이다. 시장 규모에 대한 통계적 논란은 있지만 시니어 마켓의 규모는 상당하다.
효도 시장의 움직임은 민첩하다. 부동산부터 여행·결혼·유통은 물론 전자제품업계까지 가세한 분위기다. 과거의 실패 교훈을 딛는 정밀한 고객 공략 수단을 속속 내놓는다. 핵심은 지갑을 열 당사자인 자녀의 마음 읽기다.
효도를 커버스토리로 다룬 바 있는 일본 주간지 ‘다이아몬드’는 “본인 부모의 일로 치환해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고 해결의 실마리나 사업 힌트를 찾기가 수월해진다”고 전했다.
반대 효과도 기대된다. 효도 시장을 계기로 ‘자녀→부모’의 효도뿐만 아니라 ‘부모→손자(자녀)’로의 외연 확대 가능성이다.
스스로를 위해선 저가 건강식품에만 지갑을 열던 노인이더라도 애정 확대와 관계 돈독이 전제된다면 핏줄이 얽힌 자녀·손주를 위해 기꺼이 쌈짓돈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본 손주 사랑의 기반 논리다.
특히 개인 자산이 적지 않은 일본에선 자녀·손주를 위한 선물 시장이 상속·증여의 전초 무대가 될 수도 있다.
(사진)일본에서는 시골에서 홀로 사는 부모 세대와 자녀와의 접촉 빈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전영수 교수)
◆효도 상품의 포인트, ‘자녀의 마음잡아라’
효도 시장의 선두 주자는 부동산이다. 최근 건설사의 대표 상품은 복합 가구 하우스다. 2~3층 단독주택에서 3세대가 함께 사는 수요에 부응하는 차원이다. 부모는 맞벌이에 조부모와 손주가 일상생활을 즐기는 광고 이미지가 많다.
지방 거주 및 원거리 부모를 도시로 모셔와 함께 살자는 설득이다. 이를 반영해 공동화에 고전 중인 신도시에선 단지를 나눠 가구 복합형 거주 형태로 변신시킨 사례가 적지 않다.
한 동은 고령 가구를 위해, 인접한 다른 동은 현역 가구를 위해 설계를 변경해 재건축하는 것이 최근 도쿄 인근의 신도시에서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반면 한때 도심의 표준 스타일로 인기를 끌었던 2가구 동거 형태는 점점 유물이 되고 있다.
웨딩업계의 효도 이벤트도 강조 추세다. 요컨대 ‘부모 사랑 결혼’이다. 몇 년 전부터 눈에 띄게 유행하는 형태로, 결혼 주빈으로 부모를 극진히 모시는 것이다. 일본의 버블 경기가 한창이던 1980년대엔 신랑신부가 행사 주역으로 해외 결혼처럼 제한된 형태의 결혼식이 많았다.
케이크 커팅도 부부만의 행사였다. 그랬던 게 지금은 부모를 포함한 가족 전원이 케이크를 함께 자르는 등 부모 사랑을 확인하는 장치가 삽입된다. 자녀도 결혼식을 효도 이벤트로 적극 활용한다. 물론 결혼비용을 경감하기 위한 계산된 효도 실천도 있다.
여행사는 부모를 위한 여행 상품을 전략적으로 내놓는다. 효도 항목으로 부모의 여행 선물을 원하는 자녀 비율이 절반이 넘기 때문이다. 고령 부모를 배려해 편리한 호텔·여관을 엄선하거나 문턱 등의 각종 설비와 이동 수단을 노인 눈높이에 맞추는 것은 기본이다.
여행업계 선두 주자인 JTB는 ‘마음 접촉 여행’이라는 브랜드를 내놓고 효도 여행을 즐기도록 했다. 간병 자격을 갖춘 전문가를 대동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상품이 특히 인기다. 함께 떠나는 동반 여행도 성황이다. 70대 부모와 40대 자녀가 세트로 구성된다.
효도 시장의 성공 관건은 설득 여부에 달렸다. 부모가 소비 주체지만 자녀가 구매 결정을 한다는 점에서 자녀 고객과의 눈높이 접점이 절실하다.
자녀 세대는 대량생산·대량소비의 풍부한 재화·서비스 제공 시대를 만끽했고 동시에 정보기술(IT) 보급 등으로 정보 수집과 분석력이 넓다.
기업 전략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업계 전체가 공동전선을 펴 연대·협력으로 자녀 세대를 공략하는 형태다. 단독으로 진출하기엔 시장 상태가 미성숙인데다 투입비용이 과도해지기 때문이다.
지역 부활과 공동체 재구축에 사활을 건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도 중시된다. 자녀 세대에게 익숙한 IT의 적극 공략도 포인트다. IT의 확대 보급으로 신규 고객을 흡수하면 미래 시장 선점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효도 붐’ 타고 부동산·여행·웨딩업계 중심으로 관련 상품 쏟아져
(사진)일본 백화점 1층에는 고령자를 위한 휴식 공간이 마련돼 있다. (/전영수 교수)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풍수지탄(風樹之嘆)’이 늘어난다. 한국 사회가 고령사회 진입 시점인 14%(65세 이상의 전체 인구 비율)를 넘겨서다.
여기에 2020년이면 베이비부머 중 선배 격인 1955년생부터 65세에 착착 진입한다. 늙은 사회의 본격 개막이다.
위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대도 적지 않다. ‘효도 시장’의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효심, 내수 소비 기폭제 되다
일본은 한국보다 효도의식이 낮다. 조기 독립, 균등 상속, 고도성장, 관계 단절, 유교 희박 등 이유는 많다. ‘키워줬으니 챙겨줘’라는 부모도, ‘끝까지 지원해줘’라는 자녀도 사라지는 추세다. 결론은 ‘부모 자식의 느슨한 연결고리’다. 분가 생활을 당연시하는 서구사회 이미지와 더 닮았다.
이랬던 일본이 변신 중이다. 요컨대 거세지는 효도 붐의 확인이다. 대형 재난(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무연사회의 그림자가 알려지면서 홀로 남겨진 고령의 부모 세대를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인연 부활 캠페인의 전개도 한몫했다. 자녀 진학과 독립 후 헤어져 살던 부모 자식의 물리적 거리감은 물론 접촉 빈도도 높아지고 있다. ‘부모가 60세면 앞으로 함께할 시간이 55일뿐’이라는 계산식을 내세워 화제를 모은 베스트셀러도 한몫했다.
80세까지 산다면 1년에 6일을 만나 그때마다 11시간을 함께하면 도합 1320시간뿐이라는 계산 결과다(20년×6일×11시간=1320시간).
관련 업계는 반갑다. 효도 붐에 올라탄 신상품·서비스 기획은 증가세다. 내수 소비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낙관론까지 나온다. 효도 재화의 구매자와 이용자가 달라 고령 시장의 자충수를 피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효도 재화의 소비 대상은 노인 그룹이되 구매 주체는 자녀 세대로 구분된다. 과거 고령 상품은 공략 대상을 노인 계층에만 집중해 뒤통수를 맞았다. 노인 그룹이 애초 예상을 깨고 장수 불안에 겁먹어 지갑을 닫아버렸기 때문이다.
이제는 다르다. 효도·봉양에 목마른 자녀 세대의 공략 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실수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했다.
관련 업계는 고객을 자녀 세대로 옮기는 중이다. 30대부터 50대 전후가 공략 대상이다. 시장 규모에 대한 통계적 논란은 있지만 시니어 마켓의 규모는 상당하다.
효도 시장의 움직임은 민첩하다. 부동산부터 여행·결혼·유통은 물론 전자제품업계까지 가세한 분위기다. 과거의 실패 교훈을 딛는 정밀한 고객 공략 수단을 속속 내놓는다. 핵심은 지갑을 열 당사자인 자녀의 마음 읽기다.
효도를 커버스토리로 다룬 바 있는 일본 주간지 ‘다이아몬드’는 “본인 부모의 일로 치환해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고 해결의 실마리나 사업 힌트를 찾기가 수월해진다”고 전했다.
반대 효과도 기대된다. 효도 시장을 계기로 ‘자녀→부모’의 효도뿐만 아니라 ‘부모→손자(자녀)’로의 외연 확대 가능성이다.
스스로를 위해선 저가 건강식품에만 지갑을 열던 노인이더라도 애정 확대와 관계 돈독이 전제된다면 핏줄이 얽힌 자녀·손주를 위해 기꺼이 쌈짓돈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본 손주 사랑의 기반 논리다.
특히 개인 자산이 적지 않은 일본에선 자녀·손주를 위한 선물 시장이 상속·증여의 전초 무대가 될 수도 있다.
(사진)일본에서는 시골에서 홀로 사는 부모 세대와 자녀와의 접촉 빈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전영수 교수)
◆효도 상품의 포인트, ‘자녀의 마음잡아라’
효도 시장의 선두 주자는 부동산이다. 최근 건설사의 대표 상품은 복합 가구 하우스다. 2~3층 단독주택에서 3세대가 함께 사는 수요에 부응하는 차원이다. 부모는 맞벌이에 조부모와 손주가 일상생활을 즐기는 광고 이미지가 많다.
지방 거주 및 원거리 부모를 도시로 모셔와 함께 살자는 설득이다. 이를 반영해 공동화에 고전 중인 신도시에선 단지를 나눠 가구 복합형 거주 형태로 변신시킨 사례가 적지 않다.
한 동은 고령 가구를 위해, 인접한 다른 동은 현역 가구를 위해 설계를 변경해 재건축하는 것이 최근 도쿄 인근의 신도시에서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반면 한때 도심의 표준 스타일로 인기를 끌었던 2가구 동거 형태는 점점 유물이 되고 있다.
웨딩업계의 효도 이벤트도 강조 추세다. 요컨대 ‘부모 사랑 결혼’이다. 몇 년 전부터 눈에 띄게 유행하는 형태로, 결혼 주빈으로 부모를 극진히 모시는 것이다. 일본의 버블 경기가 한창이던 1980년대엔 신랑신부가 행사 주역으로 해외 결혼처럼 제한된 형태의 결혼식이 많았다.
케이크 커팅도 부부만의 행사였다. 그랬던 게 지금은 부모를 포함한 가족 전원이 케이크를 함께 자르는 등 부모 사랑을 확인하는 장치가 삽입된다. 자녀도 결혼식을 효도 이벤트로 적극 활용한다. 물론 결혼비용을 경감하기 위한 계산된 효도 실천도 있다.
여행사는 부모를 위한 여행 상품을 전략적으로 내놓는다. 효도 항목으로 부모의 여행 선물을 원하는 자녀 비율이 절반이 넘기 때문이다. 고령 부모를 배려해 편리한 호텔·여관을 엄선하거나 문턱 등의 각종 설비와 이동 수단을 노인 눈높이에 맞추는 것은 기본이다.
여행업계 선두 주자인 JTB는 ‘마음 접촉 여행’이라는 브랜드를 내놓고 효도 여행을 즐기도록 했다. 간병 자격을 갖춘 전문가를 대동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상품이 특히 인기다. 함께 떠나는 동반 여행도 성황이다. 70대 부모와 40대 자녀가 세트로 구성된다.
효도 시장의 성공 관건은 설득 여부에 달렸다. 부모가 소비 주체지만 자녀가 구매 결정을 한다는 점에서 자녀 고객과의 눈높이 접점이 절실하다.
자녀 세대는 대량생산·대량소비의 풍부한 재화·서비스 제공 시대를 만끽했고 동시에 정보기술(IT) 보급 등으로 정보 수집과 분석력이 넓다.
기업 전략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업계 전체가 공동전선을 펴 연대·협력으로 자녀 세대를 공략하는 형태다. 단독으로 진출하기엔 시장 상태가 미성숙인데다 투입비용이 과도해지기 때문이다.
지역 부활과 공동체 재구축에 사활을 건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도 중시된다. 자녀 세대에게 익숙한 IT의 적극 공략도 포인트다. IT의 확대 보급으로 신규 고객을 흡수하면 미래 시장 선점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