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신·아세아, 한라 인수하면 3강 도약

[커버스토리 : 산업 재편 시나리오]
LK-한일 컨소시엄, 점유율 34.2% ‘압도적 1위’…아주는 수직 계열화 성공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국내 시멘트업계의 지각변동은 끝나지 않았다.

오랜 기간 7사 체제였던 시멘트 시장은 올해 4월 한일시멘트의 현대시멘트 인수로 6사 구도로 이미 한 차례 바뀌었지만 올해 11월에는 5사로 또다시 재편될 수도 있다. 시장점유율 5위의 한라시멘트가 인수 매물로 나왔기 때문이다.

한라시멘트 지분 100%를 보유한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베어링PEA)는 9월 12일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매각 주간사로 예비 입찰을 벌였고 성신양회·아세아시멘트·아주산업·LK투자파트너스(사모펀드) 등 총 4곳이 인수전에 참여했다.

만약 시멘트사인 성신양회나 아세아시멘트가 인수하면 국내 시멘트 회사는 5개로 줄어들게 된다.

국내 시멘트 시장은 현재 6사(한일·현대시멘트, 쌍용양회, 삼표시멘트, 성신양회, 한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이들이 국내시장에서 점유하는 비율은 88.8%(2016년 내수 출하량 기준)다.

1위인 한일·현대시멘트가 22.3%, 2위 쌍용양회 19.2%, 3위 삼표시멘트 14.2%, 4위 성신양회 14.0%, 5위 한라시멘트 12.8%, 6위 아세아시멘트 7.2%다.



◆ 시멘트 시장 5사 체제로 재편될까

나머지 12.2% 가운데 중소형 시멘트 회사인 한국시멘트·한남시멘트·고려시멘트·대한시멘트 등 4사가 10.3%를 차지하고 있고 1.9%는 지역 소규모 시멘트 회사들이 생산해 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점유율 5위인 한라시멘트를 누가 품느냐에 따라 업계의 판도가 바뀌게 된다.

만약 4위인 성신양회가 한라시멘트를 안으면 시멘트 내수 판매량 비율이 25.9%로 치솟아 1위 업체로 올라서며 한일·현대시멘트와 함께 20%대 점유 기업으로 탈바꿈한다.

6대 시멘트 회사 중 규모가 가장 작은 아세아시멘트 역시 인수에 성공하면 19.1%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해 3위 기업으로 올라선다. 현재 3위인 성신양회와 점유율 5% 정도의 격차를 벌리며 3강 체제 구축이 가능해진다.

시멘트업계에선 성신양회나 아세아시멘트 둘 중 하나가 한라시멘트를 인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시장점유율 20%대의 3강 위주 5사 체제로 바뀌면 단가 협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과거 라파즈그룹의 한라시멘트 인수 때처럼 점유율 경쟁만 자제하면 산업 내에서 윈-윈할 여지가 크다는 게 업계의 기대다.

시멘트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2년여간 성사된 4건의 인수·합병(M&A) 중에서 기대를 충족한 딜은 한일의 현대시멘트 인수가 유일했다”며 “한라까지 동종업계 인수로 결정되면 5강 체제란 새판 아래 단가 정상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구조조정 효과에 직접적인 공장의 생산 설비나 생산량 자체의 감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자칫 점유율 경쟁으로 단기간에 생산량이 반대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안정화와 적정가격 확보가 가능할 것이란 게 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 점유율 34%대 대형 시멘트사 출범할까

시멘트 시장의 5강 체제 구축 시나리오에는 LK투자파트너스도 포함돼 있다. 현재 LK투자파트너스는 한라시멘트 인수를 위한 전략적투자자(SI)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LK투자파트너스가 컨소시엄을 통해 본입찰에 참여하면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 한일시멘트라고 보고 있다. 앞서 LK투자파트너스는 올해 1월 한일시멘트와 손잡고 현대시멘트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돼 7월쯤 인수를 마무리한 바 있다.

LK투자파트너스가 현대시멘트 인수를 위해 한일시멘트와 컨소시엄을 이뤄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타 사와의 컨소시엄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LK는 현대시멘트 인수전에서 한일시멘트와 손잡은 바 있어 한라시멘트를 인수하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한일시멘트가 대상이 될 것”이라며 “이미 이해관계가 얽힌 상황에서 경쟁 업체인 쌍용양회 등과 관계를 구성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렇다 보니 업계는 LK투자파트너스의 컨소시엄 구성 여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LK투자파트너스가 한일시멘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에 성공하면 시장점유율 34.2%(한일·현대시멘트 22.3%+한라시멘트 11.9%)의 압도적인 1위 기업이 탄생한다.

유진기업·삼표산업과 함께 수도권 레미콘 3강이자 PHC파일에 더해 작년 공영해운 인수로 탄탄한 골재사업부까지 갖춘 아주산업이 한라시멘트 인수에 성공하면 삼표에 이어 둘째로 기초 자재 부문의 수직 계열화에 성공함은 물론 기초 자재 분야의 강자로 부상할 수 있다.

핵심 원재료인 시멘트의 안정적 확보에 더해 물류 능력까지 배가될 수 있다.

이미 시멘트 공장을 보유한 아세아시멘트와 성신양회도 한라시멘트 인수에 성공하면 해안권과 내륙권을 아우르는 생산·물류 역량을 무기로 월등한 원가 경쟁력 아래 상대적으로 주춤했던 레미콘·모르타르 등 기초 자재 전반의 영토 확장이 가능해진다.

한편 지난해 4월 한라시멘트를 인수했던 베어링PEA가 1년 만에 다시 매물로 내놓은 이유는 한라시멘트의 실적이 개선돼 매각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한라시멘트의 당기순이익은 638억원으로 전년(411억원)에 비해 36.6%(227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628억원으로 전년(439억원)에 비해 30.1%(189억원) 증가했다.

자기자본 4660억원에 차입금은 4000억원 수준이다. 한라시멘트는 1978년에 설립됐고 포틀랜드 시멘트(석회질 원료와 점토질 원료 혼합)를 생산하는 옥계 공장과 슬래그 시멘트(석회 배합)를 생산하는 광양·포항·인천 등에 공장을 갖추고 있다.

대부분의 공장이 해안에 자리해 있다. 이 때문에 배를 이용한 대량 물량 이송이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이번 한라시멘트의 매각 가격을 6000억~8000억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1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하지만 업계 1·2위인 한일·현대시멘트와 쌍용양회가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1조원을 넘기기 힘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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