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업체 ‘수직 계열화’ 시너지 기대


[커버스토리 : 레미콘 산업]

삼표, 동양시멘트 인수 후 가파른 성장…아주, 한라시멘트 인수에 주력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시멘트 업체가 매물로 나올 때마다 또 하나의 단골손님이 있다. 바로 레미콘 업체다.

이번 한라시멘트 인수전에서도 역시 레미콘사인 아주산업이 참여해 강한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아주산업은 한라시멘트 인수를 통해 시멘트·레미콘 수직 계열화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시멘트 산업과 레미콘 산업은 여러모로 비슷한 부분이 많다. 레미콘 역시 시멘트와 마찬가지로 완전 내수형 업종이다.

건설 경기의 영향을 받는 만큼 시멘트 업종과 흥망성쇠 시기도 비슷하다. 국내 건설 경기가 가장 활발하던 1980~1990년 사이 고도성장했고 이후엔 다소 침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위 유진기업, 시장점유율 6%


다만 시장 구도에 있어서는 시멘트 산업과 확연하게 차이를 보인다. 시멘트 산업은 몇몇 기업에 의해 과점적으로 시장이 조성됐다. 반면 레미콘 산업은 시장을 전국 1000여 개의 레미콘 공장 사업자들이 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중소기업 대상의 산업이다.


이는 레미콘의 특징과 연관이 있다. 레미콘은 시멘트에 모래·자갈·물·혼화재 등을 섞어 만든다. 전문적인 콘크리트 생산 공장에서 제조해 흔히 레미콘으로 불리는 트럭믹서(truck mixer)를 이용해 공사 현장까지 운반된다.

보통 60~90분이 지나면 굳어져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제한 시간 내에 공사 현장에 가야 한다. 즉, 공급 반경이 생산 설비로부터 일정한 거리에 제한되는 지역형 사업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레미콘 업체의 점유율 1위는 유진기업인데, 6%의 시장점유율(최근 인수한 동양까지 포함하면 9% 수준)만으로 선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레미콘 업체의 대표적인 리스크 요인은 원재료 가격의 상승이다. 특히 시멘트의 급격한 가격 변동이 가장 큰 타격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시멘트 업체가 가격 인상을 단행할 때마다 레미콘 업체들이 일제히 반발하며 시멘트 업체와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대부분의 메이저 시멘트 업체는 레미콘 계열사를 함께 거느리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 레미콘 업체의 상당수가 시멘트 업체 인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시멘트-레미콘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레미콘 업체가 시멘트 업체를 인수하면 원료를 받아 직접 공급받을 수 있어 안정적인 매출처를 확보할 수 있다. 두 사업 간 ‘윈-윈’이 가능한 셈이다.

가장 최근에 시멘트 업체 인수에 성공한 삼표(삼표그룹·삼표산업)만 봐도 알 수 있다. 삼표는 2015년 동양시멘트를 인수해 가파른 실적 상승을 이뤄 냈다.

삼표는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매출 1조6117억원, 영업이익 1425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에 비해 매출은 44.2%, 영업이익은 66.5% 급증했다. 삼표가 동양시멘트 인수에 성공해 주력 사업인 레미콘 사업과 수직 계열화 체제를 구축한 덕에 시너지를 충분히 본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바라본 아주산업 역시 속이 편할 리가 없다. 이번 한라시멘트 인수전에 반드시 성공해 가파른 실적 상승의 기반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현재 수도권에만 7개 공장을 가지고 있는 아주산업이 한라시멘트 인수에 성공하면 영업망을 크게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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