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욱 TBWA코리아 CD, 16년차 카피라이터가 전하는 '생각 레시피'
입력 2017-10-11 14:18:57
수정 2017-10-11 14:18:57
[비즈니스포커스-인터뷰]
‘16년 차 카피라이터’의 따뜻한 메시지…현대인에게 나누는 조언 혹은 위로
(사진)'생각의 기쁨' 저자 유병욱 TBWA코리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유병욱 TBWA코리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는 16년 차 카피라이터다. 한 줄의 문장으로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게 그의 일이다.
‘진심이 짓는다(e편한세상)’, ‘문제는 가슴이 아니라 브라다(비너스)’, ‘의자가 인생을 바꾼다(시디즈)’ 등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카피들이 그의 손에서 나왔다.
그런 그가 생각의 재료를 만드는 과정을 16년 차 카피라이터의 인생에 담아 녹여냈다. 신간 ‘생각의 기쁨(북하우스 간)’이다. 유 CD가 툭툭 던지는 몇 가지 이야기들은 고단한 현대인에게 위로가 되기도 하고 조언이 되기도 한다.
아이디어 회의를 앞두고 좋은 의견을 내기 위해 머리가 터지도록 고민하는 당신을 위한 그의 한 줄 메시지는 무엇일까. ‘생각의 기쁨’을 5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키워드 하나 생각의 계단
“때때로 ‘난 여기까지구나’라고 한계를 느낄 때가 있어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때가 계단의 초입이었어요. 포기하지 않고 감내하다 보면 어느 순간 쑥 올라와 있더라고요. 생각에도 계단이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죠.”
유 CD는 영어 성적에 빗대 그의 슬럼프를 풀이했다. ‘언어는 일정한 기울기로 늘지 않는다. 계단처럼 는다.’ 토익 공부를 하다가 한번쯤 들어봄직한 이야기다.
그는 우리의 업무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강조한다. “실력은 일정한 기울기로 늘지 않고 계단처럼 늘었어요. 정체와 성장, 또 정체와 성장이 있었던 거죠.”
그래서 그는 지금의 후배들에게 늘 조언한다. “넌 지금 계단 위에 서 있는 거고 네가 부닥친 것은 벽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올라서는 계단의 시작점이야.”
◆키워드 둘 식판과 평판
“식판과 평판을 구분하면 자신을 가혹하게 몰아붙이지 않아도 일에 효율을 가져올 수 있어요.”
우리가 마주하는 일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유 CD는 동료 CD의 말을 인용해 이를 ‘식판’과 ‘평판’으로 구분한다. 어떤 일은 밥을 먹고살게 해주지만 또 어떤 일은 우리에게 평판을 얻게 해준다는 얘기다.
“식판과 평판을 알게 된 이후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한 일과 양질의 생각이 필요한 일을 의도적으로 나누게 됐어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에 식판과 평판을 구분하지 못하면 완벽하게 해내야 할 것을 제대로 못할 수도 있어요. 이제 식판을 깨우치면 ‘그래 이 정도면 예의는 차렸어’라고 생각을 멈출 수 있는 판단이 생기는 거죠.”
(사진)메모로 가득 찬 유병욱 CD의 책상.
◆키워드 셋 인간 치약화 방지
“반짝반짝했던 사람들이 점점 사라져 갔어요.” 유 CD는 오랜 야근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꼭 억지로 짜낸 치약과 같다고 말했다. 처음엔 짜내는 일이 그다지 고통스럽지 않지만 어느 날이 되면 치약을 짜고 또 짜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날이 찾아올 것이란 얘기다.
그는 인간 치약화를 방지하기 위해 ‘우물이 차오를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틈틈이 짬을 내 보지 않던 책을 보고, 낯선 음악을 듣고, 가지 않던 곳을 가면 생각의 밑바닥을 보는 일이 줄어들 것이란 조언이다.
“우리 팀의 원칙은 ‘주말에는 일을 하지 않는다’예요. 일의 파도가 몰려 와도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주말에는 쉽니다. 지도자의 강력한 의지와 구성원의 협조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죠.”
◆키워드 넷 깻잎의 아우라
“마치 천만원짜리 수표를 다루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그것은 깻잎이었습니다.” 유 CD는 오사카의 한 덮밥 집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덴돈(튀김을 올린 덮밥) 한 그릇을 만들어 내는 할아버지로부터 ‘일에 대한 자존’을 배웠다.
할아버지가 보여준 직업에 대한 자존으로 보잘것없는 깻잎 한 장에서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그는 맞춤법에 집착하고 결과의 디테일이나 완성도에 보다 신경 쓰면서 성공의 기준점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생각의 결과물은 결국 한 끗 차이예요. 그 한 끗을 만드는 것은 대개 집중력과 의지입니다. 그리고 집중력과 의지를 끌어내는 것은 금전적 보상이거나 일에 대한 자존이죠. 전 제 후배들이 ‘자존의 필터’를 끼고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점이 일하는 과정을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드니까요.”
◆키워드 다섯 굴튀김 이론
“자신의 생각에 갇히면 안 돼요. 밑바닥이 나올 수밖에 없죠. 본능적으로 확장하려고 노력해야 해요.” 그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저서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이란 책에서 읽은 ‘굴튀김 이론’에 빗대 ‘경험’과 ‘가치관’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굴튀김에 관한 글을 쓰고자 할 때 작가가 굴튀김이란 소재를 얼마만큼 아는지에 따라 글의 깊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는 늘 배울 준비가 돼 있다. 좋은 음악과 영화를 더 많이 접하고 일그러지지 않은 세계관을 갖도록 동료들과의 점검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책상 벽면에는 우연히 발견한 좋은 문장들을 적은 메모지를 붙여 놓고 탐독한다.
“자기 세계를 확장한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에요. 큰 그릇일수록 다른 사람도 포용할 수 있죠. 깊고 좁은 협곡이라면 옆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를 받아내기 힘들겠지만 넓고 큰 강이라면 얘기가 다르지 않을까요.”
poof34@hankyung.com
‘16년 차 카피라이터’의 따뜻한 메시지…현대인에게 나누는 조언 혹은 위로
(사진)'생각의 기쁨' 저자 유병욱 TBWA코리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유병욱 TBWA코리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는 16년 차 카피라이터다. 한 줄의 문장으로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게 그의 일이다.
‘진심이 짓는다(e편한세상)’, ‘문제는 가슴이 아니라 브라다(비너스)’, ‘의자가 인생을 바꾼다(시디즈)’ 등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카피들이 그의 손에서 나왔다.
그런 그가 생각의 재료를 만드는 과정을 16년 차 카피라이터의 인생에 담아 녹여냈다. 신간 ‘생각의 기쁨(북하우스 간)’이다. 유 CD가 툭툭 던지는 몇 가지 이야기들은 고단한 현대인에게 위로가 되기도 하고 조언이 되기도 한다.
아이디어 회의를 앞두고 좋은 의견을 내기 위해 머리가 터지도록 고민하는 당신을 위한 그의 한 줄 메시지는 무엇일까. ‘생각의 기쁨’을 5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키워드 하나 생각의 계단
“때때로 ‘난 여기까지구나’라고 한계를 느낄 때가 있어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때가 계단의 초입이었어요. 포기하지 않고 감내하다 보면 어느 순간 쑥 올라와 있더라고요. 생각에도 계단이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죠.”
유 CD는 영어 성적에 빗대 그의 슬럼프를 풀이했다. ‘언어는 일정한 기울기로 늘지 않는다. 계단처럼 는다.’ 토익 공부를 하다가 한번쯤 들어봄직한 이야기다.
그는 우리의 업무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강조한다. “실력은 일정한 기울기로 늘지 않고 계단처럼 늘었어요. 정체와 성장, 또 정체와 성장이 있었던 거죠.”
그래서 그는 지금의 후배들에게 늘 조언한다. “넌 지금 계단 위에 서 있는 거고 네가 부닥친 것은 벽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올라서는 계단의 시작점이야.”
◆키워드 둘 식판과 평판
“식판과 평판을 구분하면 자신을 가혹하게 몰아붙이지 않아도 일에 효율을 가져올 수 있어요.”
우리가 마주하는 일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유 CD는 동료 CD의 말을 인용해 이를 ‘식판’과 ‘평판’으로 구분한다. 어떤 일은 밥을 먹고살게 해주지만 또 어떤 일은 우리에게 평판을 얻게 해준다는 얘기다.
“식판과 평판을 알게 된 이후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한 일과 양질의 생각이 필요한 일을 의도적으로 나누게 됐어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에 식판과 평판을 구분하지 못하면 완벽하게 해내야 할 것을 제대로 못할 수도 있어요. 이제 식판을 깨우치면 ‘그래 이 정도면 예의는 차렸어’라고 생각을 멈출 수 있는 판단이 생기는 거죠.”
(사진)메모로 가득 찬 유병욱 CD의 책상.
◆키워드 셋 인간 치약화 방지
“반짝반짝했던 사람들이 점점 사라져 갔어요.” 유 CD는 오랜 야근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꼭 억지로 짜낸 치약과 같다고 말했다. 처음엔 짜내는 일이 그다지 고통스럽지 않지만 어느 날이 되면 치약을 짜고 또 짜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날이 찾아올 것이란 얘기다.
그는 인간 치약화를 방지하기 위해 ‘우물이 차오를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틈틈이 짬을 내 보지 않던 책을 보고, 낯선 음악을 듣고, 가지 않던 곳을 가면 생각의 밑바닥을 보는 일이 줄어들 것이란 조언이다.
“우리 팀의 원칙은 ‘주말에는 일을 하지 않는다’예요. 일의 파도가 몰려 와도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주말에는 쉽니다. 지도자의 강력한 의지와 구성원의 협조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죠.”
◆키워드 넷 깻잎의 아우라
“마치 천만원짜리 수표를 다루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그것은 깻잎이었습니다.” 유 CD는 오사카의 한 덮밥 집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덴돈(튀김을 올린 덮밥) 한 그릇을 만들어 내는 할아버지로부터 ‘일에 대한 자존’을 배웠다.
할아버지가 보여준 직업에 대한 자존으로 보잘것없는 깻잎 한 장에서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그는 맞춤법에 집착하고 결과의 디테일이나 완성도에 보다 신경 쓰면서 성공의 기준점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생각의 결과물은 결국 한 끗 차이예요. 그 한 끗을 만드는 것은 대개 집중력과 의지입니다. 그리고 집중력과 의지를 끌어내는 것은 금전적 보상이거나 일에 대한 자존이죠. 전 제 후배들이 ‘자존의 필터’를 끼고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점이 일하는 과정을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드니까요.”
◆키워드 다섯 굴튀김 이론
“자신의 생각에 갇히면 안 돼요. 밑바닥이 나올 수밖에 없죠. 본능적으로 확장하려고 노력해야 해요.” 그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저서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이란 책에서 읽은 ‘굴튀김 이론’에 빗대 ‘경험’과 ‘가치관’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굴튀김에 관한 글을 쓰고자 할 때 작가가 굴튀김이란 소재를 얼마만큼 아는지에 따라 글의 깊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는 늘 배울 준비가 돼 있다. 좋은 음악과 영화를 더 많이 접하고 일그러지지 않은 세계관을 갖도록 동료들과의 점검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책상 벽면에는 우연히 발견한 좋은 문장들을 적은 메모지를 붙여 놓고 탐독한다.
“자기 세계를 확장한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에요. 큰 그릇일수록 다른 사람도 포용할 수 있죠. 깊고 좁은 협곡이라면 옆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를 받아내기 힘들겠지만 넓고 큰 강이라면 얘기가 다르지 않을까요.”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