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서 하는 글로벌 부동산 투자

[해외투자 따라잡기⑬]
글로벌 상장 리츠 급성장…미국 규모만 1조 달러, 싱가포르 등 아시아도 주목


(사진) 미국의 부동산 건설 현장. 해외 유명 부동산에 소액으로 간접투자할 수 있는 ‘해외 리츠’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안방에서도 미국이나 해외의 알짜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다. 그것도 대형 병원이나 물류센터처럼 안정성 높고 투자가치가 큰 자산을 기초로 하는 만큼 투자자들에게는 일석이조다. 최근 해외투자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에게 ‘해외 리츠’ 상품이 주목 받고 있는 이유다.

◆장기간 고정적 배당 수익

리츠는 쉽게 말해 부동산 신탁회사라고 할 수 있다. 주주들이 투자한 자금과 회사 대출을 통해 오피스·리테일·주택·병원 등 다양한 부동산을 개발·임대·매매해 수익을 낸 뒤 투자자들에게 배당금 형태로 돌려주는 것이다. 투자신탁법에 따라 총자산의 75% 이상을 부동산과 부동산 관련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은 리츠로 분류된다.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어 매매가 자유롭고 수익률이 안정적인 것이 특징이다.

최상돈 미래에셋대우 고객글로벌투자전략팀 매니저는 “리츠는 여타 주식과 달리 알기 쉬운 자산에 투자해 높은 배당을 받을 수 있다”며 “큰돈을 들이지 않고 소액으로도 해외의 유명한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리츠 상품이 국내에 도입된 것은 2001년이지만 그동안은 일반 투자자의 참여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었다. 일부 법인이나 부유층이 많이 참여하는 사모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해외시장은 일찌감치 리츠 시장이 활성화되며 안정적으로 배당소득을 얻을 수 있는 금융 상품의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고령화·저성장·저금리 환경 속에서 주요 노후 준비 수단의 하나로 리츠 상품이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

이왕상 NH투자증권 해외상품 부장은 “해외 주식시장에 상장된 글로벌 상장 리츠는 현지 시장에서 세제 혜택을 받는 대신 엄격한 기준을 통해 상장된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투자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미국·캐나다·싱가포르·호주·일본·유럽 등 주요국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고 미국이 가장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상장 리츠 규모가 2011년 4505억 달러였는데 2016년 1조 달러(약 1140조원)를 넘어섰다. 5년 만에 시장이 두 배 이상 커진 것이다. 2016년 미국에 상장된 리츠 규모는 한국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친 규모와 맞먹는다.

국내와 비슷한 시기에 리츠를 도입한 일본과 싱가포르 등도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유망한 투자처로 손꼽힌다. EY한영에 따르면 일본의 상장 리츠 시가총액은 약 1100억 달러(약 120조원), 싱가포르는 약 530억 달러(약 60조원)에 달한다. 싱가포르는 리츠 시장의 규모가 전체 시가총액의 6%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창민 KB증권 WM리서치부 수석연구원은 “해외 리츠는 고정적 배당 수익을 장기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며 “통상적으로 시중금리의 배 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주요 국가별 상장 리츠들의 연평균 배당수익률은 일본 3~4%, 미국 4~5%, 캐나다와 싱가포르 6~7% 수준이다.

글로벌 상장 리츠에 투자하는 방법은 해외 주식을 매매하는 방법과 동일하다. 예를 들어 미국 증시에 상장된 리츠에 관심이 있다면 미국 주식과 마찬가지로 국내 증권사를 통해 해외 주식 투자 전용 계좌를 개설해 매매할 수 있다. 다만 한 국가에 투자할 때 가격 변동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분산투자가 적합하다.

◆단기는 ‘아시아’, 장기는 ‘미국·유럽’

최상돈 매니저는 “3개월 이하로 투자한다면 연초부터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 아시아 리츠가 유망하다”며 “다만 단기적으로는 리츠 상품의 초단기 악재인 금리 인상 이슈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만큼 6개월 이상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면 미국과 유럽이 좋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올 12월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대부분의 리츠 시장이 약세를 나타내는 중이다. 리츠는 기본적으로 대출을 받아 부동산에 투자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금리 인상 이슈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리츠의 최대 시장인 미국 리츠는 올 들어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미국 리츠의 연초 이후 성장률은 9월 25일을 기준으로 0.78% 정도다. 최 매니저는 “미국과 유럽은 현재 양호한 경제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만큼 향후 긴축 및 금리 인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라며 “10월 유럽중앙은행(ECB) 회의에서 긴축 얘기가 나올 가능성이 있고 12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확률이 높아짐에 따라 리츠 시장에 단기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6개월 이상 장기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저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 금리 인상 이슈 등의 악재들이 해소된다면 안정적인 경제 성장세를 바탕으로 리츠 주가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비해 싱가포르는 작년 대비 20.52%, 홍콩은 21.48%로 매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싱가포르와 홍콩 등 아시아 리츠 시장의 성적이 좋은 이유는 최근 좋은 성적을 나타내고 있는 중국 증시의 영향이 크다. 배당수익률도 4~5%대로 매우 높은 편이다. 3개월 이하의 단기적인 투자에 고려해 볼만하다.

이 밖에 리츠 상장지수펀드(ETF)도 눈여겨볼 만하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증시에도 리츠에 투자하는 ETF들이 다수 상장돼 있다”며 “특히 ETF를 통한 리츠 투자는 글로벌 증시에 상장돼 있는 다양한 리츠 상품들에 분산투자하는 효과가 큰 만큼 리스크가 낮다는 장점이 있는 데다 최근 성과도 양호한 편이어서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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