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르포
인구 유입 속도 붙어…뜨거운 교육열에 ‘제2의 강남 학군’ 타이틀도
불과 몇 년 전까지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리던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돈·사람·교육열이 몰리며 생기가 돌고 있다. 여의도 면적의 17배에 달하는 이곳은 5년 전만 해도 아파트가 지금만큼 들어서지 않았고 빈 상가가 많아 썰렁했었다.
9월 27일 현재 1~5공구는 이미 완성됐고 6~8공구는 아파트들이 올라가고 있었다.
송도의 북동쪽에 자리한 달빛축제공원에서 센트럴로를 따라 내려가니 송도의 랜드마크인 센트럴파크가 보였다. KBS 예능 프로그램 ‘수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했던 배우 송일국 씨의 세 쌍둥이 ‘삼둥이’가 살던 아파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송도동 아파트 매매가는 2010년 3월 3.3㎡(1평)당 1485만원에서 점점 떨어져 2013년 9월 1211만원으로 바닥을 찍은 뒤 반등하기 시작했다.
2015년 12월 1259만원으로 같은 달 인천시 평균 매매가 833만원을 훨씬 앞질렀다. 1년이 지난 2016년 9월 기준으로 1293만원, 올해 9월에는 1354만원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송도 입주 초기에 인기를 끌었던 1공구와 3공구는 이미 서울 변두리 지역 아파트 매매가를 추월했고 올해부터 분양을 시작한 6·8공구 랜드마크시티 지역의 아파트 분양가도 들썩이고 있습니다. 다양한 개발 호재로 분양권 거래도 늘고 있죠. 올해 1분기 인천에서 거래된 분양권 가운데 절반이 넘는 578건은 송도가 속한 연수구에서 거래됐습니다.”
1공구 ‘송도 자이 하버뷰’ 근처에 자리한 D공인중개사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송도더샵그린워크 1차’ 전용 59㎡는 올해 3.3㎡당 평균 1670만원대에 거래됐다”며 “‘송도 푸르지오 하버뷰’ 전용 101㎡는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6억2000만원까지 치솟았다”고 소개했다.
매매가 상승과 함께 전셋값도 상승 폭이 커지고 있다. 입주를 시작한 새 아파트의 전셋값은 매매가에 근접해 가고 있다. 2014년 중소형 아파트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은 50%대였지만 지난해 70%를 넘어서더니 최근에는 프리미엄 시세를 포함해 80%를 넘어섰다.
올해에는 ‘미분양 딱지’까지 뗐다. 신규 분양 아파트 단지들은 청약되는 족족 치열한 경쟁률을 보이며 완판(100% 매진) 행렬이다.
아직 입주도 하지 않은 아파트에 프리미엄(실제 거래금액-분양가)이 3000만~8000만원 붙어 분양권 시장 전성기를 맞았다. 학군·교통·조망권 삼박자가 갖춰진 곳은 프리미엄이 1억원 이상 붙기도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 6월 말 인천 연수구의 미분양 물량은 2872가구였는데 올해 6월 말 4가구에 불과했다. 3년 새 판도가 바뀐 것이다. 송도에 올해 2월 분양된 8공구 ‘송도 호반 베르디움 3차’와 4월에 분양한 4공구 ‘송도 캐슬 센트럴파크’ 오피스텔은 단기간에 완판됐다.
현대건설에서 워터프런트 호수를 낀 부지에 6차까지 계획한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는 2015년 1차 분양에서 1순위 경쟁률 1.69 대 1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10월 2차 분양에서 12.4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유령도시’라는 오명을 썼던 송도의 집값 상승, 이유는 무엇일까.
◆ 이유1 유동 인구의 증가
부동산업계에는 ‘인구가 몰리면 집값이 뜬다’는 설이 있다. 최근 인구가 유입되고 있는 수도권·경기 지역들의 집값이 오르고 있는데 그중 한 곳이 송도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2016년 1월 말 기준으로 송도국제도시 인구는 내국인 9만8263명, 외국인 2261명으로 총 10만524명을 기록했다. 2014년 1월 말 7만3628명이던 인구가 2년 만에 36% 정도 증가한 셈이다. 인천시는 3년 뒤 2020년에는 2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송도국제도시는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일대 53.4㎢ 부지에 사업비 21조5442억원을 들여 2003년 착공했다. 2020년까지 10만1780가구, 인구 26만여 명 규모로 개발하는 계획도시로, 올해까지 절반에 가까운 5만여 가구가 공급됐다.
송도는 지식정보산업단지·바이오단지·첨단산업클러스터 등 업무 시설을 갖춘 국제도시로 개발될 계획이다. 1~8공구가 현재 개발 중이며 9~11공구는 아직 매립 중이다.
이곳에 인구가 유입되기 시작한 것은 기업 입주의 영향이 결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답보 상태였던 개발 계획이 슬금슬금 가시화되면서 사람 사는 동네다워졌다.
송도국제도시에는 녹색기후기금(GCF)·세계은행·세계선거기관협의회·유엔아태경제사회위원회 등 13개의 국제기구가 둥지를 틀었다. 특히 외국 투자 기업 57개를 비롯해 포스코건설·대우인터내셔널·코오롱글로벌 등 1700여 곳의 국내외 기업과 임직원 3만여 명이 입주 완료했다.
송도의 도시 건설을 주도하고 있는 포스코건설은 3공구에 사원아파트를 건설 중이고 5공구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픽스가 들어섰다. 대표적인 바이오 기업인 셀트리온과 동아제약도 자리 잡았다.
삼성은 11공구에 추가로 부지를 매입할 계획이다. 패션그룹 형지도 송도에 둥지를 틀었다. 미국계 반도체 회사인 엠코테크놀로지는 올해부터 5000여 명의 연구원과 직원이 이주할 예정이다.
각종 생활 편의 시설과 인프라 형성도 인구 유입에 한몫했다.
송도 초입에는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이 자리하고 있고 센트럴파크 주변에 롯데마트·홈플러스·코스트코가 자리했다. 테마형 스트리트 상가인 NC큐브 커넬워크가 들어섰고 신세계몰·롯데몰·이랜드몰 등 대형 쇼핑몰이 자리 잡는 등 2020년까지 백화점·대형마트·복합 쇼핑몰·문화시설 등 각종 생활 인프라가 추가로 생길 예정이다.
금융 위기 이후 좌초돼 무산될 것이라고 여겨졌던 랜드마크시티 개발에도 돛을 달았다. 5월 6·8공구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대상산업 컨소시엄은 128만㎡ 부지에 68층 높이 빌딩과 전망대, 문화의 거리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송도경제자유구역청 역시 일대를 문화·관광·산업 복합 시설로 개발할 예정이다. 2011년 이후 사업이 지연되던 ‘골든하버 프로젝트’도 가시화되고 있다. 랜드마크시티 북서쪽에는 국제여객터미널이 들어서고 호텔·쇼핑몰·워터파크 등 복합관광단지가 지어진다.
대거 개선되는 교통망도 송도의 호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송도는 제3경인고속도로와 연결되는 아암대로, 인천대교, 제1·2경인고속도로 등이 가까워 인천을 비롯해 수도권으로 이동하기가 편리하다.
또한 GTX-B 노선(송도~부평~여의도~서울역~청량리~마석)이 2025년 개통되면 송도에서 서울역까지 현재 1시간 30분대에서 20분대로 줄어 서울 접근성이 대폭 향상된다.
GTX-B 노선으로 호재가 된 곳은 올해 10월 분양 예정인 4공구 SK센트럴플라자다. 이곳은 인천지하철 1호선 인천대입구역이 자리해 가구 수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끌고 있다.
1공구 근처 C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는 “대형 복합 쇼핑몰과 GTX 개통 등 개발 호재로 근처 단지 분양권이 1억원이 넘는 웃돈을 주고 거래되고 있을 정도”라며 “특히 서울과 연결되는 노선이 뚫리는 역 근처 단지는 높은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6·8공구는 인천지하철 1호선 연장 구간인 랜드마크시티역과 맞닿아 있고 고속도로 진입로와 가깝다. 랜드마크시티역은 2020년 개통 예정으로 이 지하철을 이용하면 인천지하철 2호선과 서울지하철 1·7호선, 공항철도, 수인선으로 환승할 수 있다.
근처의 수인선 송도역은 2021년 인천발 KTX역으로 변모될 예정이다. 2019년에는 6·8공구와 77번 국도를 잇는 송도6교가 준공돼 고속도로 진입도 쉬워진다.
송도는 대형 공원과 호수와 같은 문화 시설이 풍부해 다양한 축제와 행사 등을 열며 문화도시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 관광객 수도 작년에 비해 34% 증가했다.
◆ 이유2 맹모들이 선망하는 교육도시
송도의 호황을 이끄는 쌍두마차는 ‘제2의 강남학군’이라는 타이틀이다. ‘인천의 강남’으로 불리던 송도는 우수한 교육 환경을 자랑하며 신흥 명문 학군으로 급부상했다.
송도는 우선 국내외 유명대 캠퍼스가 건립되며 주목을 끌었다. 뉴욕주립대·겐트대·조지메이슨대·유타대 등 해외 유명 대학이 송도 글로벌캠퍼스에 둥지를 틀었다. 연세대국제캠퍼스·인천가톨릭대국제캠퍼스도 자리 잡았다.
초·중·고등학교 교육 환경도 우수하다. 강남권 못지않은 학업 성취도를 보이는 해송초·송명초·첨단초·신정중·해송중·능허대중·해송고·송도고가 있다.
2011년 채드윅국제학교, 2015년 자율형 사립고인 인천 포스코고가 각각 개교했고 국내 2호 과학예술 영재학교인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가 지난해 개교하며 명실상부한 최고의 교육특구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송도는 입주 10년 만에 학원 240여 개가 들어서며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학원 수를 넘어섰다. 특히 1공구는 대치동 학원가나 평촌 신도시 학원가처럼 교육 배후 수요가 안정적이고 공실률도 낮아 강남 8학군에 버금가는 명문 학군으로 평가받는다.
1공구는 송도 개발 초기인 10년 전에 지어져 올해와 내년에 분양하는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후화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도 내에서도 가장 비싼 동네로 통한다.
최근에는 입주를 앞두고 ‘억대 프리미엄’이 붙은 곳도 늘고 있다. 올해 11월 입주 예정인 ‘송도 더샵 퍼스트파크’ 전용 84㎡는 분양가보다 1억원 이상 비싼 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0월 분양된 ‘힐스테이트레이크 송도 2차’는 전매 제한이 풀린 8월 분양권에 프리미엄 5000만~6000만원이 붙어 300건 이상 거래됐고 ‘호반베르디움 3차’는 프리미엄 4000만원, ‘송도 SK뷰’는 프리미엄 3000만원이 붙었다.
송도 구도심에 자리한 웰카운티단지 근처 K 공인중개사 사무실 대표는 “학기 초가 되면 1공구와 3공구의 명문 학교 인근 아파트 거래량이 증가한다”며 “송도에 거품이 끼었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고 주택 정책으로 인해 집값이 꺾일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송도국제도시는 워낙 크고 탄탄한 교육 수요가 뒷받침돼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송도에서 꽤 오래된 아파트로 분류되는 송도 웰카운티단지는 학군이 좋아 매매가가 점점 더 오르고 있다”며 “송도 집값은 학군이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송도 웰카운티2단지 인근에는 현대프리미엄아울렛·코스트코·홈플러스·롯데마트 등이 있고 신세계복합몰·롯데몰·이랜드몰 등 3개의 대형 복합 쇼핑몰 입점이 예정돼 있어 생활 인프라도 우수하다.
최근 웰카운티2단지 전용 84㎡를 5억원에 구입한 M 씨는 “송도 내 다른 지역의 새 아파트에 거주하다가 아이들 학교 문제로 이쪽으로 이사를 결정하게 됐다”며 “아무래도 부모로서는 자기 아이를 위해 학교가 가깝고 면학 분위기가 좋은 동네에서 살고 싶은 게 당연하다. 오래된 아파트 치고는 비싼 편이지만 그래도 아이를 위해 선택했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전통적으로 교육 환경은 주거지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 가운데 하나”라며 “명문 학군 인근의 단지는 학부모들의 높은 수요가 꾸준해 불황에도 아파트 값 하락 폭이 적다”고 말했다.
◆ ‘송도’를 도마 위에 올린 30대 엄마들의 수다
“각 가정마다 거주지 취향이 다르겠죠. 쇼핑과 여가를 즐기려면 커넬워크 쪽을 선택하면 되고 호수나 바다 등 조망권을 위해서라면 6공구 쪽 ‘힐스테이트 1~6차’도 괜찮겠죠. 최근 6·8공구가 뜨고 있다던데 그쪽은 학교가 없어서 문제 아닌가요. 아이들의 교육을 위한다면 무조건 1공구나 3공구에 살아야 해요. 초·중·고등학교가 다 몰려 있거든요. 이 동네 중학교는 자사고 진학률도 높아요. 자사고 진학률 증가 추세가 올해 초 목동을 능가했다죠. 초등학교는 무조건 가까워야 하고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면학 분위기가 조성된 곳이 좋아요. 중학교는 자사고나 특목고에 몇 명을 보내느냐도 따져봐야 하고요.”
- 3공구 더샵 마스터뷰에 거주 중인 정 모 씨.
“3공구에 아직 분양하지 않은 곳은 딱 한 곳 ‘더샵 프라임뷰’인데 노른자 중의 노른자죠. 집을 선택할 때 학교를 전학하거나 멀리 다니지 않고 한 동네에서 다닐 수 있다는데 점수를 많이 주는 편이에요. 프라임뷰는 초·중·고교가 모여 있고 골프장과 서해바다 조망도 되니 알짜 중 알짜죠. 송도 엄마들 사이에선 ‘아마 여기 청약에 당첨된다면 최소 프리미엄 1억원은 붙을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어요. 경쟁률이 치열할 것 같아요. 분양가에서 3억원 오른 집도 봤는데 여기가 그럴 것 같아요. 큰 평형대 상승세가 더 가파르기도 해요. 그런데 프라임뷰는 지난해 분양한다더니 올해로 미뤄지고 다시 내년으로 미뤄졌던데 대체 언제 분양하죠.”
- 1공구 그린워크에 거주 중인 박 모 씨.
“저는 국제학교에 보내려고 서울 강남에서 이쪽으로 이사 왔어요. 제 아이를 국내에서 경쟁시키고 싶지 않아서요. 해외 대학에 진학시키려면 국제학교 코스를 밟는 게 낫잖아요. 요즘은 유치원 때부터 인맥을 형성한다면서요. 우리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 학부모는 대부분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라던데 공부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과 어울려 함께 공부하는 분위기로 커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강남은 국내 대학을 목표로 경쟁하는 곳이고 송도는 해외 대학을 목표로 경쟁하는 곳인 것 같아요. 송도가 뜨는 이유는 우리들만의 리그를 형성했기 때문이에요. ‘제2의 강남 학군’이 괜히 붙은 말이 아니에요. 시간이 지날수록 일반 중산층이 쉽게 근접할 수 없는 동네라는 인식이 지금보다 더 짙어지겠죠. 교육열 강한 엄마들이 송도에 버티고 있는 한 송도 집값은 오르면 올랐지 절대로 떨어지지 않아요.”
- 5공구 푸르지오 글로벌캠퍼스에 거주 중인 최 모 씨.
김서윤 한경비즈니스 기자 s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