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대 기업 법무팀·주요 로펌 설문…종합 1위 서울대, 사립대 1위 고려대
제59회 사법시험(이하 사시) 제2차 시험 합격자 55명이 10월 11일 정해졌다. 이에 따라 1963년 도입된 사시는 마침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11월 1일 면접으로 진행되는 사시 3차 시험이 남아 있긴 하지만 여간해서는 탈락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지 않다. 2차 시험 합격자들이 사실상 마지막 사시 출신 법조인들인 셈이다.
이제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은 오로지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을 통하는 방법밖에 없게 됐다. 2009년 전국 25개 대학에서 로스쿨이 출범한 지 8년 만에 법조인 양성 체계가 로스쿨로 일원화된 셈이다.
그만큼 로스쿨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예전보다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로스쿨과 관련된 통계가 아직도 정확하게 집계되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특히 로스쿨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변호사 시험 합격률은 여전히 일부 학교만 공개하고 있다.
한경비즈니스는 국내 로스쿨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위해 2014년부터 ‘전국 로스쿨 랭킹’을 조사해 왔다. 정확한 통계가 없는 상황인 만큼 실제 수요자 중심의 로스쿨 평가를 실시하면 로스쿨별 편차를 분석하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조사 대상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몸담고 있는 국내 200대 기업 법무팀 및 법률 담당자, 주요 로펌의 인사 담당자들이다.
평가 방법은 총 8개 항목으로 세분화해 진행했다. △문제 파악 능력, 법해석 및 추론, 법 정보 등의 역량을 묻는 ‘법 지식’ △정보 수집, 의사소통, 협상 능력, 법문서 작성 등의 능력을 갖췄는지 묻는 ‘법 응용력’ △법원 및 로펌 인턴 등으로 실무 관련 훈련이 잘돼 있는지 묻는 ‘실무 관련 훈련’ △교과과정이나 졸업생의 전문성을 묻는 ‘분야별 전문성’ △법 지식 외 특정 분야에 대한 경력과 배경 등을 추구하는지 묻는 ‘다양성 추구’ △정의·불편부당·도덕성 등에 대한 마음가짐에 대해 충분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지 보는 ‘정의·불편부당·도덕성 교육’ △지역사회에 대한 졸업생의 공헌도를 살펴보는 ‘지역사회 공헌’ △미래 법학도에게 추천하고 싶은 로스쿨을 묻는 ‘진학 추천’ 등이다.
◆서울대 4년째 종합 순위 1위
올해 실시한 ‘2017 전국 로스쿨 랭킹’ 종합 순위 결과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지방대 로스쿨의 약진이다. 톱10 안에 대거 진입하며 예전과 다른 양상을 보였다.
우선 1~6위 순위는 지난해와 변동이 없었다. 1위는 총점 253점을 기록한 서울대 로스쿨에 돌아갔다. 4년 연속 1위에 오르며 전국 25개 로스쿨 중 최강자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서울대 로스쿨은 전체 8개 평가 항목 중 5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서울대 로스쿨 졸업생들이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는 주된 요인은 다른 로스쿨과 차별화된 교과목과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지닌 교수진을 꼽을 수 있다.
서울대는 전국 로스쿨 가운데 연세대와 함께 가장 많은 3개 분야를 특성화로 정했다. 국제법무·공익인권·기업금융 등이다. 특히 서울대 로스쿨은 ‘기업금융’ 특성화 트랙을 통해 기업 환경에서 요구되는 전문성을 가진 인재를 양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학생들이 졸업 후 바로 기업 법무에 투입될 수 있도록 전문적 지식은 물론 업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평가다. 이는 매년 서울대 로스쿨이 설문 조사 가운데 ‘실무 관련 훈련’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하는 배경으로도 꼽을 수 있다.
이와 함께 법조계에 직접 몸담으며 다양한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을 다수 전임 교원으로 확보한 것도 서울대 로스쿨의 강점이다.
종합 순위 2위는 총점 245점을 획득한 고려대 로스쿨에 돌아갔다. 4년째 서울대에 이어 ‘부동의 2위’를 고수 중이다. 다만, 사립대 부문 순위에선 4년 연속 1위에 오르며 자존심을 세웠다.
또 미래 법학도에게 추천하고 싶은 로스쿨을 묻는 ‘진학 추천’ 부문에서도 서울대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고려대 로스쿨의 교과과정은 실무 능력을 탄탄히 갖춘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14개국 32개 해외 교육기관과 협력하고 있고 해외 로펌과 국제기구 인턴십 연계 및 지원도 실시하고 있다.
고려대의 특성인 선후배 간 끈끈한 유대감 또한 로스쿨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2015년부터 현직에서 일하는 졸업생들이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재학생들에게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등 실무 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지방 로스쿨 3곳 톱10 진입
3위부터 6위까지의 순위도 지난해와 같았다. 연세대 로스쿨이 총점 235점으로 종합 순위 3위에 올랐고 이어 성균관대(195점)·한양대(160점)·서강대(62점)가 각각 4~6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종합 순위 8위였던 이화여대는 순위가 1계단 상승하며 7위로 뛰어올랐다.
올해 로스쿨 평가 순위의 이변은 지방 로스쿨의 약진이다. 예전 전국 로스쿨 랭킹 종합 순위 결과를 살펴보면 서울과 지방 로스쿨 간의 뚜렷한 양극화 현상을 엿볼 수 있다.
2014년과 2015년 조사에서는 종합 순위 10위 안에 들어간 지방 로스쿨은 부산대(2014년 7위, 2015년 10위)가 유일했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톱10 중 지방 로스쿨의 이름은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무려 3개나 되는 지방 로스쿨이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13위였던 부산대 로스쿨은 올해 총점 41점으로 8위를 기록했다.
지방대 부문 순위에서도 전남대 로스쿨에 빼앗겼던 1위 자리를 되찾았다. 금융과 해운통상을 특성화 분야로 내세운 부산대 로스쿨은 10대 로펌과 정부 기관, 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높은 취업률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대 로스쿨(25점)이 9위를, 경북대 로스쿨(24점)이 한국외국어대와 공동 10위를 기록하며 사상 첫 톱10 진입에 성공하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 지난해 7위였던 경희대와 9위였던 중앙대는 각각 12위, 15위로 밀려났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서울과 지방 로스쿨의 양극화 현상이 이번 결과만을 놓고 보면 어느 정도 해소 단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에 톱10에 진입한 지방 로스쿨들은 모두 입학 정원이 120명에 달한다. 입학 정원만 놓고 보면 서울대(150명)·고려대(120명)·연세대(120명)·성균관대(120명)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매년 수많은 법조인들을 배출해 낼 기틀이 마련된 만큼 향후 순위 상승 역시 기대해 볼만하다.
김정우 한경비즈니스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