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통’ 허인의 리딩 뱅크 굳히기 전략은

[인물 탐구]
‘KB 사태’ 후 3년 만의 별도 행장…공격적 영업으로 디지털 금융 시대 돌파하나


(사진)허인 제7대 KB국민은행장 내정자가 10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연합뉴스)

약력 1961년 경남 진주 출생. 대구고 졸업. 서울대 법대, 서울대 대학원 석사. 1998년 장기신용은행 입사. KB국민은행 대기업부 부장. KB국민은행 여신심사본부 집행본부장. KB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대표. KB국민은행 영업그룹대표 부행장. 2017년 10월 KB국민은행장 내정(현).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KB금융에 새로운 은행장이 탄생했다. 2014년 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갈등 속에 촉발된 이른바 ‘KB 사태’ 이후 3년여 만의 신임 행장이다.

KB국민은행을 이끌 수장은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은행권의 경쟁이 나날이 격화하는 가운데 트렌드 변화를 읽고 사업 모델의 혁신을 가져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체제하에 구축한 ‘리딩 뱅크’ 굳히기 또한 신임 행장의 최대 과업 중 하나다. KB금융은 10월 11일 이러한 숙제를 해결할 적임자를 한 달여간의 고심 끝에 선임했다. 주인공은 허인 제7대 KB국민은행장 내정자다.

◆‘무궁화대출’ 입찰 등 영업왕

“그룹 최고경영자(CEO)와 호흡을 함께하면서 사업 모델 혁신을 통한 리딩 뱅크로서의 지위 강화를 견인할 수 있는 적임자다.”

KB국민은행의 지배회사인 KB금융지주의 상시 지배구조위원회는 10월 11일 차기 국민은행장으로 허인 KB국민은행 영업그룹 부행장을 내정하며 사유를 이같이 밝혔다.

KB금융지주는 2014년 임영록 전 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 간 내홍을 겪은 뒤 지주 회장이 은행장을 겸임해 왔다. 하지만 최근 은행권 경쟁이 격화하고 지주사 역시 계열사 인수·합병(M&A) 등 현안이 많아지면서 전문 경영을 위해 양사 CEO를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3년 만에 신규 선임된 허 행장 내정자는 ‘KB국민은행의 전략통’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대학 졸업 후 1988년 장기신용은행에서 사회생활의 첫발을 뗐다. 이후 외환위기 여파로 1998년 장기신용은행이 국민은행에 합병되면서 국민은행과 연을 맺었다.

그는 2001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합병 때 전산 통합 추진 태스크포스(TF)팀에서 기업금융 부문 팀장을 맡았고 2003년에는 국민은행의 기업금융 전략을 짜는 태스크포스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적인 영업력도 허 내정자의 강점으로 통한다. 그는 국민은행 동부기업금융지점장, 삼성타운기업금융지점장, 여신심사본부 상무 등을 두루 거친 뒤 윤종규 회장 취임 이후인 2014년 말 경영기획그룹 대표(전무)를 맡았다. 이듬해인 2015년에는 은행 영업을 총괄하는 영업그룹 대표(부행장)로 승진하며 선두에서 공격 영업을 지휘했다.

특히 지난해 아주대병원 주거래은행과 올해 서울적십자병원 주거래은행을 따낸 것이 그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10만 경찰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대출 사업인 ‘무궁화 대출’ 입찰에서 신한은행을 제치는 성과도 올렸다.

그가 1961년생이란 점에도 이목이 쏠린다. 보수적인 금융업계에서 상대적으로 ‘젊은 피’를 수혈함으로써 빠르게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역동성을 이끌어 낼 것이란 분석이다.

지배구조위원회 관계자는 “허 행장 내정자는 전략·재무·여신심사·정보기술(IT) 등 풍부한 업무 경험을 통해 4차 산업혁명 등 트렌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비전과 변화 혁신 리더십을 겸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와의 갈등은 풀어야 할 숙제

‘준비된 은행장’으로 꼽히는 허 내정자의 중책은 ‘리딩 뱅크’ 굳히기다. 앞서 KB금융은 지난 2분기 990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면서 기존 1위였던 신한금융그룹을 앞섰다.

상반기 합산 기준으로 보면 신한금융이 우위에 섰지만 은행 부문만 보면 순이자 마진(NIM)의 개선으로 KB국민은행의 승리였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1등을 빼앗긴 신한금융이 리딩 뱅크 탈환에 절치부심하고 있는 것은 물론 KEB하나금융과 우리금융 역시 리딩 뱅크 경쟁에 합류하기 위해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허 내정자는 대형 기관 등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서 공격적 영업을 지속해 리딩 뱅크 지위를 수성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뱅크로 대표되는 인터넷 전문은행과 IT를 강점으로 한 핀테크 업체의 위협 등 디지털 금융 시대에서 생존하는 것도 주요 과제다.

그는 은행의 먹거리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결국 고객이다. 고객에 충실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지만 KB국민은행의 전략을 따라 기존 점포망을 활용하면서 비대면 채널의 장점을 결합한 옴니 채널 구축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화합도 넘어야 할 산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이하 KB국민은행 노조)는 일차적으로 윤종규 회장의 연임에 반대하며 허 내정자가 윤 회장의 ‘아바타’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허 내정자가 선임 확정 이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윤종규 회장의 경영 철학을 존중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박홍배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10월 19일 성명서에서 “은행 경영의 자율성 문제는 이미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며 “허 행장 내정자는 단지 윤 회장의 아바타로서 윤 회장의 뜻을 실현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허 내정자는 “대화를 통해 차츰 풀어가겠다”고 의견을 밝혔다.

허 내정자의 임기는 11월 21일부터 시작된다. 임기는 2년이다.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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