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기업, 스티커 대신 레이저로 상품 정보 새기는 ‘라벨링 프리’ 실험 개시
[한경비즈니스=김민주 객원기자] 최근 유럽의 슈퍼마켓 체인과 식품 소매업체들이 과일이나 채소의 표면에 스티커 형태의 가격표를 붙이는 대신 레이저로 상품 정보를 새기는 ‘라벨링 프리’ 실험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당 실험이 성공하면 포장 폐기물을 줄이려는 다른 슈퍼마켓에서도 이 같은 가격 표기 기술을 채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환경보호론자들도 만약 레이저 마크가 기존의 가격표를 대체하면 종이·잉크·접착제·플라스틱 필름의 불필요한 사용을 줄일 수 있고 이러한 가격표를 제작하고 운송하기 위해 사용된 에너지도 아낄 수 있을 것이라며 변화의 움직임을 환영했다.
◆“지속 가능한 포장은 포장하지 않는 것”
이른바 ‘자연 브랜딩(natural branding)’ 캠페인을 선도하고 있는 곳은 네덜란드의 유기농 식품 무역 회사인 네이처앤드모어(Nature & More)다.
이 기업은 상품을 플라스틱 포장지로 싸고 그 위에 또다시 슈퍼마켓에서 제작한 스티커 가격표를 붙이는 현재의 관행을 없애기 위해 친환경 레이저 바코드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업은 이러한 기술은 유럽연합(EU)의 유기농 인증 기관인 SKAL에서 승인 받은 만큼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네이처앤드모어가 레이저 라벨링 기술을 개발하자 유럽 주요 슈퍼마켓 체인이 협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업체의 모기업인 에오스타(Eosta)는 실험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10월 말 네덜란드에서 열린 엑센추어 이노베이션 어워즈의 ‘미래 식량 해결 부문’에 최종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네이처앤드모어의 자료에 따르면 이 기술을 통해 이미 200만 장 정도의 플라스틱 포장재가 절약됐다.
네이처앤드모어와 함께 라벨링 프리 실험에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스웨덴의 대표적인 슈퍼마켓 체인 이카(ICA)다.
해당 슈퍼마켓은 아보카도와 고구마에 끈적이는 스티커 라벨을 붙이는 대신 네이처앤드모어가 개발한 레이저 마크를 제품 표면에 새겼다. 이 바코드에는 제품명·원산지·코드 번호 등의 정보가 담겨 있다.
ICA는 2016년 12월부터 5주 동안 이 같은 실험을 진행했고 2017년 3월 말까지 기간을 연장하며 소비자의 반응을 살폈다.
네이처앤드모어의 포장 전문가 폴 헨드릭스는 “지속 가능한 포장의 가장 좋은 방법은 포장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객 리서치를 통해 환경에 관심이 높은 녹색 소비자들이 특히 포장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며 이들이 레이저 마크 캠페인을 반길 것이라고 말했다.
ICA 측은 실험 결과 레이저 마크가 청과물의 맛·냄새·유효기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레이저 마크는 상품의 겉면에 빛을 투영해 농산물의 표면 색소를 제거하고 그 곳에 필요한 정보를 새기는 방식을 취하는데, 그 빛이 극소량이고 껍질 안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것이다.
ICA는 그동안 아보카도나 고구마처럼 제품의 표면에 스티커 가격표를 붙일 때 제품이 울퉁불퉁해 가격표가 떨어지는 일이 잦았는데, 레이저 마크로 대체하자 이를 해결하게 됐다며 만족을 표하기도 했다.
네이처앤드모어 측도 “ICA가 2015년 한 해 동안 유기농 아보카도를 판매하며 약 72만5000개의 포장재를 사용했다”며 “만약 레이저 마크로 판매를 지속한다면 연간 폭 30cm인 플라스틱 필름 217km를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플라스틱 2042kg에 해당하는 양이며 ICA뿐만 아니라 유럽의 다른 슈퍼마켓들이 이 기술을 사용하면 지속 가능한 발전에 상당히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레이저 새겨진 과일, 거부반응 극복해야
영국에서도 라벨링 프리 캠페인에 합세했다. 영국의 슈퍼마켓 브랜드 마크스앤드스펜서(Marks and Spencer)도 올해 6월부터 종이 낭비를 줄이기 위한 일환으로 레이저 바코드를 이용한 가격 표시에 나섰다.
업체 측은 현재 마크스앤드스펜서에서 판매되는 아보카도에 실험해 보기로 했다. 이들은 아보카도에 마트 로고·유통기한·원산지·상품 코드 등을 레이저로 표기했다.
이들은 스페인에서 개발한 라벨링 기계를 테스트에 사용했다. 업체 측은 스티커 대신 레이저 라벨을 사용해 매년 10톤의 종이와 5톤의 접착제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마크스앤드스펜서 관계자는 “몇 년 전 스웨덴에서 이 기술을 처음 봤을 때 우리도 이를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지속 가능성은 우리 비즈니스의 핵심이며 레이저 라벨링은 불필요한 포장과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해당 슈퍼마켓은 아보카도에 스티커 가격표 대신 레이저 라벨링을 하는데 총 6개월의 공정이 필요했다며 향후 이러한 실험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다른 종류의 과일·채소 등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네덜란드·벨기에·독일의 주요 슈퍼마켓에서도 이미 식품에 레이저 기술을 차용한 실험이 한창이다.
유럽의 주요 포장 박람회 등에서도 이러한 식품 포장 기술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멜론이나 아보카도처럼 껍질이 두꺼운 과일 외에 오이·토마토 등 여러 종류로 대상을 확대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중이다.
아직 해결해야 할 점은 많다. 오렌지 등 감귤류는 껍질이 지닌 특유의 치유력 때문에 몇 시간 후 레이저 표시가 사라져 이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식품업계에선 사과처럼 껍질까지 섭취하는 과일은 레이저가 새겨져 있을 때에도 소비자들이 이를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한경비즈니스=김민주 객원기자] 최근 유럽의 슈퍼마켓 체인과 식품 소매업체들이 과일이나 채소의 표면에 스티커 형태의 가격표를 붙이는 대신 레이저로 상품 정보를 새기는 ‘라벨링 프리’ 실험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당 실험이 성공하면 포장 폐기물을 줄이려는 다른 슈퍼마켓에서도 이 같은 가격 표기 기술을 채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환경보호론자들도 만약 레이저 마크가 기존의 가격표를 대체하면 종이·잉크·접착제·플라스틱 필름의 불필요한 사용을 줄일 수 있고 이러한 가격표를 제작하고 운송하기 위해 사용된 에너지도 아낄 수 있을 것이라며 변화의 움직임을 환영했다.
◆“지속 가능한 포장은 포장하지 않는 것”
이른바 ‘자연 브랜딩(natural branding)’ 캠페인을 선도하고 있는 곳은 네덜란드의 유기농 식품 무역 회사인 네이처앤드모어(Nature & More)다.
이 기업은 상품을 플라스틱 포장지로 싸고 그 위에 또다시 슈퍼마켓에서 제작한 스티커 가격표를 붙이는 현재의 관행을 없애기 위해 친환경 레이저 바코드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업은 이러한 기술은 유럽연합(EU)의 유기농 인증 기관인 SKAL에서 승인 받은 만큼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네이처앤드모어가 레이저 라벨링 기술을 개발하자 유럽 주요 슈퍼마켓 체인이 협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업체의 모기업인 에오스타(Eosta)는 실험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10월 말 네덜란드에서 열린 엑센추어 이노베이션 어워즈의 ‘미래 식량 해결 부문’에 최종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네이처앤드모어의 자료에 따르면 이 기술을 통해 이미 200만 장 정도의 플라스틱 포장재가 절약됐다.
네이처앤드모어와 함께 라벨링 프리 실험에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스웨덴의 대표적인 슈퍼마켓 체인 이카(ICA)다.
해당 슈퍼마켓은 아보카도와 고구마에 끈적이는 스티커 라벨을 붙이는 대신 네이처앤드모어가 개발한 레이저 마크를 제품 표면에 새겼다. 이 바코드에는 제품명·원산지·코드 번호 등의 정보가 담겨 있다.
ICA는 2016년 12월부터 5주 동안 이 같은 실험을 진행했고 2017년 3월 말까지 기간을 연장하며 소비자의 반응을 살폈다.
네이처앤드모어의 포장 전문가 폴 헨드릭스는 “지속 가능한 포장의 가장 좋은 방법은 포장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객 리서치를 통해 환경에 관심이 높은 녹색 소비자들이 특히 포장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며 이들이 레이저 마크 캠페인을 반길 것이라고 말했다.
ICA 측은 실험 결과 레이저 마크가 청과물의 맛·냄새·유효기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레이저 마크는 상품의 겉면에 빛을 투영해 농산물의 표면 색소를 제거하고 그 곳에 필요한 정보를 새기는 방식을 취하는데, 그 빛이 극소량이고 껍질 안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것이다.
ICA는 그동안 아보카도나 고구마처럼 제품의 표면에 스티커 가격표를 붙일 때 제품이 울퉁불퉁해 가격표가 떨어지는 일이 잦았는데, 레이저 마크로 대체하자 이를 해결하게 됐다며 만족을 표하기도 했다.
네이처앤드모어 측도 “ICA가 2015년 한 해 동안 유기농 아보카도를 판매하며 약 72만5000개의 포장재를 사용했다”며 “만약 레이저 마크로 판매를 지속한다면 연간 폭 30cm인 플라스틱 필름 217km를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플라스틱 2042kg에 해당하는 양이며 ICA뿐만 아니라 유럽의 다른 슈퍼마켓들이 이 기술을 사용하면 지속 가능한 발전에 상당히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레이저 새겨진 과일, 거부반응 극복해야
영국에서도 라벨링 프리 캠페인에 합세했다. 영국의 슈퍼마켓 브랜드 마크스앤드스펜서(Marks and Spencer)도 올해 6월부터 종이 낭비를 줄이기 위한 일환으로 레이저 바코드를 이용한 가격 표시에 나섰다.
업체 측은 현재 마크스앤드스펜서에서 판매되는 아보카도에 실험해 보기로 했다. 이들은 아보카도에 마트 로고·유통기한·원산지·상품 코드 등을 레이저로 표기했다.
이들은 스페인에서 개발한 라벨링 기계를 테스트에 사용했다. 업체 측은 스티커 대신 레이저 라벨을 사용해 매년 10톤의 종이와 5톤의 접착제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마크스앤드스펜서 관계자는 “몇 년 전 스웨덴에서 이 기술을 처음 봤을 때 우리도 이를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지속 가능성은 우리 비즈니스의 핵심이며 레이저 라벨링은 불필요한 포장과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해당 슈퍼마켓은 아보카도에 스티커 가격표 대신 레이저 라벨링을 하는데 총 6개월의 공정이 필요했다며 향후 이러한 실험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다른 종류의 과일·채소 등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네덜란드·벨기에·독일의 주요 슈퍼마켓에서도 이미 식품에 레이저 기술을 차용한 실험이 한창이다.
유럽의 주요 포장 박람회 등에서도 이러한 식품 포장 기술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멜론이나 아보카도처럼 껍질이 두꺼운 과일 외에 오이·토마토 등 여러 종류로 대상을 확대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중이다.
아직 해결해야 할 점은 많다. 오렌지 등 감귤류는 껍질이 지닌 특유의 치유력 때문에 몇 시간 후 레이저 표시가 사라져 이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식품업계에선 사과처럼 껍질까지 섭취하는 과일은 레이저가 새겨져 있을 때에도 소비자들이 이를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