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율촌, ‘새 질서’ 찾는 핀테크 시장에서 로펌의 혁신 이끈다

[스페셜리포트]
윤세리 아시아미래핀테크포럼 의장 겸 법무법인 율촌 대표
"가상화폐 등 핀테크 시장 규제 ‘부재’…규제 샌드박스 도입 서둘러야"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국내 주요 로펌들이 핀테크(금융과 기술) 관련 법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출범, 지급 결제 서비스의 활성화, 모바일 금융의 확산, 가상화폐로의 점진적인 전환 등 신기술에 기반 한 디지털 금융이 기존의 규범 및 법체계에 상충하며 새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질서를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 윤세리 아시아미래핀테크포럼 의장이 10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국내 핀테크 산업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아시아미래핀테크포럼

법무법인 율촌도 그중 하나다. 율촌은 지난해 4차 산업혁명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사 싱크탱크인 ‘미래와 법’ 연구소를 설립했다.

이후 연구소는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등 핀테크를 연구하는 ‘아시아미래핀테크포럼’을 발족하며 발 빠르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법률 수요를 율촌의 신성장 동력으로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 산하 아시아미래핀테크포럼은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10월 27일 국회 입법조사처와 공동으로 ‘국내 핀테크 산업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국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법무법인 율촌의 대표 윤세리 아시아미래핀테크포럼 의장을 만나 ‘핀테크 시대 로펌의 역할’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로펌이 핀테크 산업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현재 4차 산업혁명의 기술 발달은 기존의 규범과 법체계로는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우리 생활환경의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법무법인들은 기존의 로펌 조직과 체계로는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전 산업 영역에서 ‘혁신’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법률가로서 판단하기에 가장 많은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분야는 금융과 기술이 만난 핀테크 부문입니다.

법무법인 율촌 역시 아시아미래핀테크포럼 활동을 통해 한국의 핀테크 산업 자체가 크게 부흥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핀테크 산업이 커 나가야 로펌의 역할도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죠.”

-법무법인 율촌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율촌은 법률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6년 ‘미래와 법’ 연구소를 발족했습니다. 소장에는 국내 최고의 싱크탱크 중 하나인 현대경제연구원의 원장을 역임한 하태형 박사를 영입했습니다.

이 연구소는 율촌의 싱크탱크 역할을 합니다. 엄청난 양의 일상적인 법률 업무에 치여 놓치기 쉬운 장기적인 시각을 제안하는 곳이죠.

따라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혁신 기술 발전에 따라 변화와 정비가 필수적인 법 제도, 잠재적 분쟁 영역 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핀테크는 물론 자율주행차·드론 등도 우리의 주요 관심사죠.”

-핀테크 부문을 위한 움직임도 활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율촌은 정보통신기술(ICT)과 금융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초기부터 법률 자문을 제공한 노하우와 축적된 금융 부문 자문 경험을 융합해 핀테크팀을 구성했습니다. 금융 전문가인 허범 변호사와 ICT팀의 손도일 변호사가 공동 팀장을 맡고 있죠.

또한 핀테크 분야의 산학협력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핀테크포럼’을 출범시킨 가운데 포럼을 격월로 개최해 유망 핀테크를 육성하기 위한 이슈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이를 심도 있게 논의·공유하는 세미나를 계속 개최하고 있습니다.”

-다른 로펌들도 핀테크 시대에 대한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데요, 율촌만의 강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율촌은 ‘퍼스트 무브’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장이 생겨났을 때에는 누가 더 먼저, 누가 더 빠르게 진입하느냐가 생사를 결정하죠. 우리는 혁신에서 어떤 법무법인보다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빠르게 시작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 결과 율촌은 전 세계 지식재산권과 과학기술 전문가들이 모인 ‘테크로그룹(Techlaw Group)’이라는 국제 네트워크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1986년 결성된 테크로그룹은 세계 24개 로펌과 8400명 이상의 변호사로 구성된 로펌 연합체입니다.

한국에서는 율촌이 유일하게 회원사로 활동하고 있죠. 이 테크로그룹을 통해 각국 변호사와 최첨단 글로벌 트렌드에 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대표가 의장을 맡고 있는 아시아미래핀테크포럼은 어떤 곳인가요.

“아시아미래핀테크포럼은 율촌연구소가 중심이 돼 추진한 첫째 포럼입니다. 빠르게 변모하는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등 핀테크 분야의 현주소가 어디인지, 이 새로운 산업을 꽃피우기 위해 국가적으로 어떻게 규제를 풀어 나가야 할 것인지, 해외 주요국들은 어떻게 대처해 나가는지 등을 연구하는 포럼입니다.

학계·업계와 관련 협회 및 규제기구, 입법기관 등이 망라된 조직이죠. 아시아미래핀테크포럼이란 명칭에는 미래를 지향하고 한국을 넘어서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일체의 정치색이나 상업성을 배제한 채 순수하게 핀테크 산업을 연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족됐기 때문에 포럼의 명칭 어디에서도 율촌을 찾아볼 수 없도록 했습니다.”

-‘국내 핀테크 산업 활성화 방안’ 세미나는 의미 있는 행사가 됐는지요.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첫째는 아시아를 지향하는 포럼의 취지답게 홍콩·중국의 핀테크와 불록체인 산업을 다뤘다는 점입니다. 또 입법기구인 국회 입법조사처와 공동으로 세미나를 주최해 포럼 활동이 포럼 그 자체에 그치지 않고 입법을 통한 법체계 변화를 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핀테크 시대에는 어떠한 법률 서비스 수요가 늘고 또 생겨날까요.

“최근 블록체인에 기반 한 비트코인이 화제가 된 것처럼 핀테크 시대에는 중개 기관이 사라지고 개인 간 거래가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새로운 법률 수요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이전의 금융 법률 서비스라고 하면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했지만 앞으로는 전혀 다른 측면에서 법률 서비스 수요가 생겨나는 거죠.

예컨대 사이버 보안, 개인 정보 문제와 함께 ‘책임’에 대한 문제가 화두가 될 것으로 봅니다. 개인 간 거래에서 해킹을 당했을 때 누가 책임을 질까요. 결국 ‘기술’에 특화한 문제들이 법률 서비스의 새로운 수요가 될 것입니다.”

-암호화폐로 범위를 좁히면 어떨까요.

“지금 당장은 암호화폐 등 가상화폐가 합법적으로 거래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부분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주식을 공모하는 것처럼 가상화폐 시장에도 가상화폐를 발행해 거래하는 ‘가상화폐 공개(ICO)’가 있는데 현행 자본시장법상 증권 부문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모든 거래의 ICO를 금지하고 있죠. 따라서 (현 상황에서) ICO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발행 및 거래 방법 등이 화제가 되고 있고요. 우리 역시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다른 부분은 세금 문제인데요. 향후 가상화페를 부가가치세 적용 대상으로 볼 것이냐, 아니냐를 놓고 설왕설래할 것 같습니다. 가상화폐를 금융거래로 보면 부가세를 내지 않겠지만 상품으로 보면 재화에 해당되기 때문에 부가세를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핀테크 산업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규제 환경은 어떻게 보십니까.

“저는 현재 우리 규제 환경이 ‘부재하다’고 봅니다. 이는 ‘규제가 심하다, 규제가 약하다’와 다른 차원의 얘기입니다. 가상화폐는 완전히 새로운 현상입니다. 따라서 기존 법정화폐와 동일시해 실정법상의 근거를 댈 수가 없죠.”

-그렇다면 법률 규제가 부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핀테크 산업은 세계적으로 선두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습니다. 안전을 선택한다면 책임지지 않을 수 있겠지만 산업이 쓰러지고 말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결국 보호할 대상도 없어지는 거죠.

한국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규제 샌드박스(RS : Regulartory Sandbox)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봅니다. 샌드박스는 모래를 깔아 어린이가 다치지 않고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제한된 장소를 뜻하죠. 규제 샌드박스는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테스트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기존 규제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제도입니다.

일몰 규정을 두고 추후에 시행 여부를 판단한다든지 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행할 수도 있고요. 가만히 있으면 도태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으로 차츰 적용해 나가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고 봅니다.”

-아시아미래핀테크포럼 의장으로서, 율촌의 대표로서 향후 목표가 궁금합니다.

“아시아미래핀테크포럼은 시장 참가자들의 집단지성 시스템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정부나 기관에) 발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선두에서 개척자 역할을 해 내는 것이 포럼의 목표입니다. 포럼을 발판 삼아 한국이 핀테크 산업 분야의 선두 주자가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윤세리 법무법인 율촌 대표
1953년 경북 안동 출생. 1972년 경북고 졸업. 1976년 서울대 법과대 졸업. 1978년 사법시험 20회 합격. 1980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 1996년 공정거래위원회 및 서울시 법률고문. 1997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2016년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현). 2016년 아시아미래핀테크포럼 의장(현).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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