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청사진 그리는 라이나생명보험, “숫자보다 사람”

노동시간 단축, 사옥 리모델링 등 변화와 혁신으로 ‘미래 경영’ 이끈다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라이나생명보험이 최근 직원 노동시간 단축, 사옥 리모델링으로 변화와 혁신에 앞장서고 있다.

다른 보험사들이 2021년 시행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문제로 재무 지표와 영업 실적에 골몰하고 있을 때 숫자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경영으로 미래의 선두에 서겠다는 계획이다.

◆자동화 ‘라이나봇’으로 노동시간 단축

보험업계는 현재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데다 제도적 규제 때문에 영업이 위축되고 수익성이 감소한 지 오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1년 시행될 IFRS17 도입은 보험업계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정도의 현안이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생존을 위해 재무 지표와 영업 실적 등 숫자에만 몰두하고 있는 실정이다.

라이나생명보험의 지난 30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외국계 중소형 보험사에 생존은 가장 중요한 화두였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대형사의 틈새에서 꾸준히 실적을 올려 지금과 같이 성장하기까지 숫자에 집중해 온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랬던 라이나생명이 최근 숫자보다 ‘사람’에 집중하는 경영 방식으로 업계의 조명을 받고 있다. 경영 방침과 영업 방식은 물론 임직원의 인식 변화와 조직 문화 등 기업 전반에 걸친 변화를 통해 ‘미래’를 내다보겠다는 구상이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외국계 보험사인 라이나생명은 다른 보험사들에 비해 IFRS17 도입 등과 같은 이슈에 대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며 “지금의 몇 년은 다른 보험사들이 생존을 고민할 때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이자 미래 30년을 좌우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라이나생명의 변화를 이끌어 낼 키워드는 고객(Customer)·연결(Connection)·문화(Culture)로 이어지는 ‘3C’다. 그중에서도 조직 문화를 개선해 구성원의 인식을 변화시키면 고객과의 연결은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라이나생명은 변화의 첫 단계로 노동시간을 한 시간 단축했다. 올해 10월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 시스템인 ‘라이나봇(LINA BOT)’을 실제 업무에 적용해 매일 반복적으로 처리하는 업무를 자동화했다. 총 24개의 주요 업무 프로세스에 적용된 라이나봇은 하루 약 23시간 소요되는 업무를 약 1.87시간으로 크게 줄였다.

회사는 이렇게 줄어든 업무 시간을 직원들의 자기 계발 시간으로 제공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겠다는 계획이다.



(사진) 라이나생명보험 사옥의 옥상 정원(위), 라이나생명보험 사옥의 휴게 공간. /라이나생명보험

◆‘힐링’ 신사옥으로 업무 효율성 증대

라이나생명은 또 임직원들이 최적의 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사옥 리모델링을 통해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공간의 변화를 추진했다. 기존의 사내 병원, 헬스센터, 노래방, 마사지실 외에 스마트 오피스, 옥상 정원, 다목적 홀 등이 새로 조성됐다.

먼저 다양한 협업과 자유로운 소통, 유연한 노동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마련된 스마트 오피스는 일반 사무 공간과 집중 업무 공간, 통합 라운지, 협업 공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좌석을 지정하지 않아 누구나 어디서든 자유롭게 일할 수 있고 타 부서와의 협업과 회의가 용이하다. 휴게 공간에는 다양한 휴식 시설과 함께 다트·보드게임이 설치된 오락 공간과 북카페를 만들어 직원들이 충분한 휴식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또 막혀 있던 옥상을 정원으로 조성해 산책로·그늘벤치 등 휴식 공간을 구성했다. 또 업무 외적인 시간에도 이용할 수 있도록 옥상 정원 한쪽에 다이닝룸을 꾸몄다. 이곳에서는 회의·워크숍은 물론 케이터링을 이용한 회식 등도 할 수 있다.

지하에는 계단식 다목적 홀을 만들어 직원들을 위한 강연·교육·소극장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최대 75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이 공간은 복합 문화 공간으로, 직원들의 문화·여가 생활을 위해 정기적으로 영화도 상영할 예정이다.

라이나생명은 이러한 조직 문화의 개선을 통해 직원과 조직의 힘으로 고객의 로열티와 고객과 기업의 상호 관여를 이끌어 낼 계획이다. 홍봉성 라이나생명 대표는 “라이나생명의 미래 30년은 비단 수익과 규모의 성장뿐만이 아니다”며 “고객의 곁을 오래 지키며 고객과 함께 성장하고 혜택을 나눠 고객이 먼저 찾는 보험사가 되는 것이 라이나생명이 진정으로 그리는 앞으로의 30년”이라고 장기 계획을 밝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보험 영업, 푸시(push)에서 풀(pull) 마케팅으로 바뀔 것”

라이나생명보험이 미래 30년을 위해 ‘조직 문화’ 혁신에 나섰다. 칼자루를 쥔 홍봉성 라이나생명 대표를 인터뷰, ‘미래 30년 경영’에 대한 배경과 계획에 대해 물었다.



-라이나생명이 최근 숫자보다 사람을 생각한 미래 청사진을 내놓았습니다. 발상을 전환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라이나생명이 한국에 들어온 지 올해 30년을 맞았습니다. 지난 30년 역시 쉽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앞으로의 보험 영업 환경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으로는 과거와 같은 성과뿐만 아니라 생존까지도 보장할 수 없습니다. 보험은 한 개인의 삶과 평생을 함께합니다. 근시안적인 경영보다 정말 고객의 곁에 영속적으로 남을 수 있는 길을 고민했고 그 길은 변화였습니다. 물론 라이나생명이 영업이나 IFRS17과 같은 업계 현안에 조금 비켜 있다는 점도 영향이 있었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많은 것이 변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험업계에서 늘 ‘최초’의 수식어가 붙은 라이나생명에 앞으로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지요.

“장기적으로 영업 방식이 완전히 변화할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보험 영업은 설계사로 대표되는 이른바 ‘영업맨’이 직접 고객을 찾아가 설명하고 영업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라이나생명은 고객(Customer)·연결(Connection)의 변화를 통해 푸시(push)하는 마케팅에서 고객이 먼저 찾는 풀(pull) 마케팅으로의 변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물론 현재 시각으로 본다면 쉽지 않은 일이지만 미래에는 모든 보험 영업 환경이 이러한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해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는데요, 2017년이 몇 개월 남지 않은 가운데 각오 및 목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선 언제나처럼 올해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첫째 목표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준비하는 트랜스포메이션이 잘 정착돼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 온 성장세를 지속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가 되겠죠.”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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