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읽는 부동산]
상가 건물 임대차계약을 둘러싼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
(사진) 사봉관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한경비즈니스=사봉관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96년부터 고향인 대전에서 떡집을 운영해 온 A. 그동안 어려운 고비도 많았지만 열심히 노력한 결과 지금은 인터넷 검색에서 맛집으로 소개될 정도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점점 새벽에 일어나 떡을 만드는 게 힘들어졌고 마침 5년 전부터 종업원으로 일하던 B가 사장의 뒤를 이어 맛있는 떡을 만들겠다고 한다.
기특하기도 하고 성실하게 일하던 모습을 보아온 터라 A는 B에게 시세보다 훨씬 낮은 권리금 1억원에 떡집의 임차권·시설 등을 양도할 계획이었다. A는 건물주인 C에게 이러한 사정을 이야기하면서 임대차계약 갱신을 요구했다.
하지만 C는 A와 임대차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통지하고 B와 새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거절했다.
C는 오히려 자신이 다른 업종의 점포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하면서 임대 기간이 종료되는 2017년 8월 말까지 점포를 비워 달라고 했다. A는 20여 년의 임대 기간 동안 월세를 한 번도 밀리지 않고 지급해 왔는데 야속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B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에 의하면 건물주인 C에게 새로운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요구할 수 있고 이를 거절하면 C로부터 권리금도 지급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A로부터 이러한 요청을 받은 C는 임대차계약의 특약 사항으로 ‘점포의 권리금과 시설비를 일절 인정하지 않는다’고 정했을 뿐만 아니라 5년이 넘게 임대를 한 경우에는 상가임대차법상 어떠한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오히려 화를 냈다.
A는 C에게 B와의 새로운 임대차계약 체결을 요구하거나 C로부터 권리금을 받을 수 있을까.
(사진)도시 내 상업지구의 모습.(/한국경제신문)
◆5년 이후 사라지는 계약갱신요구권
임대인은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3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함으로써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으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임대인이 이를 위반해 임차인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이때 그 손해배상액은 신규 임차인이 임차인에게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을 넘지 못한다(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 4 제1항 제4호, 제3항).
먼저 상가임대차법 제10조에서 인정하고 있는 임차인의 임대인에 대한 계약갱신요구권은 ‘최초의 임대차 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 기간이 5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 그러므로 20년 동안 임차해 떡집을 운영해 온 A로서는 C에게 위 조항을 근거로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요구할 수 없다.
그리고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는 임대인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과의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함으로써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하지 않을 의무(권리금 회수 방해 금지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임대인의 계약 체결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A가 C에게 B와의 새로운 임대차계약 체결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없고 C가 B와의 임대차계약 체결을 거절한 이상 C와 A 사이의 기존 임대차계약은 2017년 8월 말 기간 만료로 종료되고 C가 A에게 임대 보증금을 반환했다면 A는 C에게 떡집을 인도해 줘야 한다.
◆‘손해배상’은 요구할 수 있어
다만 A는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를 근거로, C가 정당한 사유 없이 A가 주선한 B와의 임대차계약 체결을 거절해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면서 C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A와 C 사이의 임대차계약 특약 사항으로 ‘권리금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정했더라도 상가임대차법 제15조에서 ‘이 법의 규정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권리금 포기 약정은 강행 법규에 위반해 무효다.
A가 C에게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액은 얼마일까.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3항에서는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 방해 금지 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의 상한을 ‘신규 임차인이 임차인에게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 중 낮은 금액’으로 정하고 있다.
A가 B로부터 지급받기로 한 권리금 1억원이 기준이 되겠지만 C가 임대차계약 종료 당시 권리금이 1억원에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하면 이를 감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일 임대차계약 종료 당시 권리금에 대한 감정 결과 △영업 시설과 비품 등 유형물의 평가 금액이 4000만원 △거래처·신용·장소적 이익 등 무형물의 평가 금액이 8000만원 등 합계 1억2000만원이라면 어떨까.
우선 무형물의 평가 금액 상당을 손해액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유형물의 평가 금액 상당에 대해서는 견해가 나뉠 수 있다.
손해액은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 방해 금지 의무 위반이라는 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했을 재산 상태와 그 위반 행위가 가해진 현재의 재산 상태의 차액에 따라 산정돼야 한다는 일반 손해배상 법리를 강조하는 쪽에서는 유형물 중 쉽게 수거해 갈 수 있는 시설물의 가액 상당은 손해액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볼 것이다.
한편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3에서 정하고 있는 권리금 개념에 유형물뿐만 아니라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장소적 이익 등 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포함하고 있는 점 등을 중시하는 쪽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형물의 평가 금액도 당연히 손해액으로 인정돼야 한다고 볼 것이다. 결국 손해액은 B로부터 지급받기로 한 1억원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후자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법원은 대부분이 공평의 원칙을 적용해 손해배상액을 감경하고 있고 구체적인 사건 내용에 따라 최종적으로 인정되는 손해배상액은 달라질 수 있다.
상가 건물 임대차계약을 둘러싼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
(사진) 사봉관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한경비즈니스=사봉관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96년부터 고향인 대전에서 떡집을 운영해 온 A. 그동안 어려운 고비도 많았지만 열심히 노력한 결과 지금은 인터넷 검색에서 맛집으로 소개될 정도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점점 새벽에 일어나 떡을 만드는 게 힘들어졌고 마침 5년 전부터 종업원으로 일하던 B가 사장의 뒤를 이어 맛있는 떡을 만들겠다고 한다.
기특하기도 하고 성실하게 일하던 모습을 보아온 터라 A는 B에게 시세보다 훨씬 낮은 권리금 1억원에 떡집의 임차권·시설 등을 양도할 계획이었다. A는 건물주인 C에게 이러한 사정을 이야기하면서 임대차계약 갱신을 요구했다.
하지만 C는 A와 임대차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통지하고 B와 새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거절했다.
C는 오히려 자신이 다른 업종의 점포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하면서 임대 기간이 종료되는 2017년 8월 말까지 점포를 비워 달라고 했다. A는 20여 년의 임대 기간 동안 월세를 한 번도 밀리지 않고 지급해 왔는데 야속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B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에 의하면 건물주인 C에게 새로운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요구할 수 있고 이를 거절하면 C로부터 권리금도 지급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A로부터 이러한 요청을 받은 C는 임대차계약의 특약 사항으로 ‘점포의 권리금과 시설비를 일절 인정하지 않는다’고 정했을 뿐만 아니라 5년이 넘게 임대를 한 경우에는 상가임대차법상 어떠한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오히려 화를 냈다.
A는 C에게 B와의 새로운 임대차계약 체결을 요구하거나 C로부터 권리금을 받을 수 있을까.
(사진)도시 내 상업지구의 모습.(/한국경제신문)
◆5년 이후 사라지는 계약갱신요구권
임대인은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3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함으로써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으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임대인이 이를 위반해 임차인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이때 그 손해배상액은 신규 임차인이 임차인에게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을 넘지 못한다(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 4 제1항 제4호, 제3항).
먼저 상가임대차법 제10조에서 인정하고 있는 임차인의 임대인에 대한 계약갱신요구권은 ‘최초의 임대차 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 기간이 5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 그러므로 20년 동안 임차해 떡집을 운영해 온 A로서는 C에게 위 조항을 근거로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요구할 수 없다.
그리고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는 임대인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과의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함으로써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하지 않을 의무(권리금 회수 방해 금지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임대인의 계약 체결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A가 C에게 B와의 새로운 임대차계약 체결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없고 C가 B와의 임대차계약 체결을 거절한 이상 C와 A 사이의 기존 임대차계약은 2017년 8월 말 기간 만료로 종료되고 C가 A에게 임대 보증금을 반환했다면 A는 C에게 떡집을 인도해 줘야 한다.
◆‘손해배상’은 요구할 수 있어
다만 A는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를 근거로, C가 정당한 사유 없이 A가 주선한 B와의 임대차계약 체결을 거절해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면서 C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A와 C 사이의 임대차계약 특약 사항으로 ‘권리금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정했더라도 상가임대차법 제15조에서 ‘이 법의 규정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권리금 포기 약정은 강행 법규에 위반해 무효다.
A가 C에게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액은 얼마일까.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3항에서는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 방해 금지 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의 상한을 ‘신규 임차인이 임차인에게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 중 낮은 금액’으로 정하고 있다.
A가 B로부터 지급받기로 한 권리금 1억원이 기준이 되겠지만 C가 임대차계약 종료 당시 권리금이 1억원에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하면 이를 감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일 임대차계약 종료 당시 권리금에 대한 감정 결과 △영업 시설과 비품 등 유형물의 평가 금액이 4000만원 △거래처·신용·장소적 이익 등 무형물의 평가 금액이 8000만원 등 합계 1억2000만원이라면 어떨까.
우선 무형물의 평가 금액 상당을 손해액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유형물의 평가 금액 상당에 대해서는 견해가 나뉠 수 있다.
손해액은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 방해 금지 의무 위반이라는 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했을 재산 상태와 그 위반 행위가 가해진 현재의 재산 상태의 차액에 따라 산정돼야 한다는 일반 손해배상 법리를 강조하는 쪽에서는 유형물 중 쉽게 수거해 갈 수 있는 시설물의 가액 상당은 손해액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볼 것이다.
한편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3에서 정하고 있는 권리금 개념에 유형물뿐만 아니라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장소적 이익 등 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포함하고 있는 점 등을 중시하는 쪽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형물의 평가 금액도 당연히 손해액으로 인정돼야 한다고 볼 것이다. 결국 손해액은 B로부터 지급받기로 한 1억원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후자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법원은 대부분이 공평의 원칙을 적용해 손해배상액을 감경하고 있고 구체적인 사건 내용에 따라 최종적으로 인정되는 손해배상액은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