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대박 기업의 비밀-SK이노베이션]
정유 기업에서 에너지·화학 기업으로 변신… “화학·윤활유 비율 62%”
(사진)SK이노베이션의 엔지니어가 생산 공장에서 베터리 셀을 생산하고 있다.(/SK이노베이션)
(편집자 주/) ‘제2의 삼성전자.’ 증권가에서는 SK이노베이션을 이렇게 바라본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에서 스마트폰, 전기차 배터리까지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것처럼 SK이노베이션 또한 사업 영역을 꾸준히 늘려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체질 개선’으로 SK이노베이션의 시가총액은 연일 상승 중이다. 정유 기업이지만 비정유 부문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는 화려한 결실을 보고 있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SK이노베이션의 올 3분기 화학 및 윤활유 사업부문 누적 실적이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정유가 ‘본업’이던 SK이노베이션이 비정유 부문에서 좋은 성과를 내자 실적이 단번에 껑충 뛰었다.
SK이노베이션의 올 3분기 매출액은 11조75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1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96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32.26%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87.27% 증가한 6963억원을 기록했다.
◆좋은 실적으로 ‘기초체력’ 입증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회사를 정유 기업에서 에너지·화학 기업으로 바꾸겠다는 ‘딥 체인지 2.0’을 추진한 결과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에서 화학·윤활유 사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62%까지 늘었다”고 설명했다.
석유 사업은 매출액 8조4285억원, 영업이익 5264억원을 기록했다. 국제 유가 강세와 글로벌 재고 감소에 따른 큰 폭의 정제 마진 개선으로 영업이익이 급증했다.
화학은 3260억원의 영업이익을 나타냈다. 최근 폴리에틸렌의 공급 증가와 인도 릴라이언스의 설비 증가로 방향족(aromatic) 제품의 스프레드(제품과 원료의 가격 차이)는 약보합세였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이러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실적을 내 튼튼한 기초 체력을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윤활유 사업은 1441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제품 판매가격 상승이 큰 역할을 했다.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스프레드 축소에도 불구하고 4분기 연속 실적이 증가했다.
석유 개발 사업은 유가 상승과 판매 물량의 증가로 전 분기 대비 95억원 증가한 44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3분기의 하루 평균 생산량은 5만5000배럴로 전 분기 대비 2000배럴 증가했다.
정보 전자 소재 사업은 매출액 942억원, 영업이익 235억원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글로벌 정보기술(IT) 및 전기차(EV) 시장 확대에 따라 지속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SK이노베이션은 향후 ‘호실적’을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배은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4분기를 “정유 부문이 성수기에 진입했고 증설이 제한돼 정제 마진 강세가 이뤄질 수 있는 영업 환경이 마련됐다”고 전망했다.
◆비정유 부문에 대한 꾸준한 투자
SK이노베이션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특이하다. 다른 정유 기업들이 정유를 주 사업으로 두고 비정유 기업의 비율이 낮은 것과 반대로 가고 있다. 오히려 비정유 부문의 비율을 높이는 ‘역발상’을 시도하는 중이다.
이는 사명에서도 추측할 수 있다. 2011년 SK이노베이션은 SK에너지에서 현재 ‘이노베이션(Innovation : 혁신)’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기존의 정유 기업에서 화학과 윤활유를 포함해 더 나아가 배터리, 정보 전자 소재, 석유 개발까지 사업 영역을 ‘혁신’해 나간다는 의지를 담았다.
SK이노베이션이 사업 구조 개편에 나서기로 결심한 것은 2014년의 일이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은 37년 만의 적자를 기록한 후 재편에 나섰다.
물론 하루아침에 기업의 체질을 바꿀 수는 없었다. 이를 위해 SK이노베이션은 2011년부터 5년간 화학·윤활유 사업 부문에 4조원을 투자해 왔다. 그 결과 2016년에 매출 39조5205억원, 영업이익 3조2286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낼 수 있었다. 당시 영업이익의 42%는 화학 및 윤활유 사업에서 비롯됐다.
정유 부문은 국내 기업 중 1일 정제 능력이 111만5000배럴(SK울산 콤플렉스 84만 배럴), SK인천석유화학 2만5000배럴)로 국내 정유 4사 중 가장 높다. 국내 정유업계 중 유일하게 울산·인천 두 곳에 정유공장을 두고 휘발유·경유·액화석유가스(LPG)·아스팔트 등 다양한 석유제품을 생산한다.
화학 부문은 1972년 국내 최초로 나프타 분해 센터(NCC)를 가동해 현재 에틸렌(올레핀 계열의 대표 제품) 86만 톤 규모(국내 4위)의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다. 국내는 물론 역내 ‘톱’ 수준의 방향족 제품 생산 역량을 보유해 파라자일렌(PX) 260만 톤, 벤젠 170만 톤으로 각각 글로벌 생산능력 6위를 자랑한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 석유 개발 회사이기도 하다. 2016년 12월 말 기준으로 9개국 12개 광구 및 4개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확인 매장량 기준 총 5억5000만 배럴의 원유를 확보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미국 셰일오일 개발에 참여해 1일 6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사업 영역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배터리’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1.1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보유 중이며 2018년까지 총 3.9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다임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베이징자동차 등에 2009년 말부터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mjlee@hankyung.com
[실적 대박 기업의 비밀 인덱스]
-SK이노베이션, '역발상'이 불러온 실적 대박
-SK '딥 체인지', 선두에 선 '이노베이션'
정유 기업에서 에너지·화학 기업으로 변신… “화학·윤활유 비율 62%”
(사진)SK이노베이션의 엔지니어가 생산 공장에서 베터리 셀을 생산하고 있다.(/SK이노베이션)
(편집자 주/) ‘제2의 삼성전자.’ 증권가에서는 SK이노베이션을 이렇게 바라본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에서 스마트폰, 전기차 배터리까지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것처럼 SK이노베이션 또한 사업 영역을 꾸준히 늘려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체질 개선’으로 SK이노베이션의 시가총액은 연일 상승 중이다. 정유 기업이지만 비정유 부문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는 화려한 결실을 보고 있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SK이노베이션의 올 3분기 화학 및 윤활유 사업부문 누적 실적이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정유가 ‘본업’이던 SK이노베이션이 비정유 부문에서 좋은 성과를 내자 실적이 단번에 껑충 뛰었다.
SK이노베이션의 올 3분기 매출액은 11조75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1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96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32.26%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87.27% 증가한 6963억원을 기록했다.
◆좋은 실적으로 ‘기초체력’ 입증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회사를 정유 기업에서 에너지·화학 기업으로 바꾸겠다는 ‘딥 체인지 2.0’을 추진한 결과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에서 화학·윤활유 사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62%까지 늘었다”고 설명했다.
석유 사업은 매출액 8조4285억원, 영업이익 5264억원을 기록했다. 국제 유가 강세와 글로벌 재고 감소에 따른 큰 폭의 정제 마진 개선으로 영업이익이 급증했다.
화학은 3260억원의 영업이익을 나타냈다. 최근 폴리에틸렌의 공급 증가와 인도 릴라이언스의 설비 증가로 방향족(aromatic) 제품의 스프레드(제품과 원료의 가격 차이)는 약보합세였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이러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실적을 내 튼튼한 기초 체력을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윤활유 사업은 1441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제품 판매가격 상승이 큰 역할을 했다.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스프레드 축소에도 불구하고 4분기 연속 실적이 증가했다.
석유 개발 사업은 유가 상승과 판매 물량의 증가로 전 분기 대비 95억원 증가한 44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3분기의 하루 평균 생산량은 5만5000배럴로 전 분기 대비 2000배럴 증가했다.
정보 전자 소재 사업은 매출액 942억원, 영업이익 235억원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글로벌 정보기술(IT) 및 전기차(EV) 시장 확대에 따라 지속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SK이노베이션은 향후 ‘호실적’을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배은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4분기를 “정유 부문이 성수기에 진입했고 증설이 제한돼 정제 마진 강세가 이뤄질 수 있는 영업 환경이 마련됐다”고 전망했다.
◆비정유 부문에 대한 꾸준한 투자
SK이노베이션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특이하다. 다른 정유 기업들이 정유를 주 사업으로 두고 비정유 기업의 비율이 낮은 것과 반대로 가고 있다. 오히려 비정유 부문의 비율을 높이는 ‘역발상’을 시도하는 중이다.
이는 사명에서도 추측할 수 있다. 2011년 SK이노베이션은 SK에너지에서 현재 ‘이노베이션(Innovation : 혁신)’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기존의 정유 기업에서 화학과 윤활유를 포함해 더 나아가 배터리, 정보 전자 소재, 석유 개발까지 사업 영역을 ‘혁신’해 나간다는 의지를 담았다.
SK이노베이션이 사업 구조 개편에 나서기로 결심한 것은 2014년의 일이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은 37년 만의 적자를 기록한 후 재편에 나섰다.
물론 하루아침에 기업의 체질을 바꿀 수는 없었다. 이를 위해 SK이노베이션은 2011년부터 5년간 화학·윤활유 사업 부문에 4조원을 투자해 왔다. 그 결과 2016년에 매출 39조5205억원, 영업이익 3조2286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낼 수 있었다. 당시 영업이익의 42%는 화학 및 윤활유 사업에서 비롯됐다.
정유 부문은 국내 기업 중 1일 정제 능력이 111만5000배럴(SK울산 콤플렉스 84만 배럴), SK인천석유화학 2만5000배럴)로 국내 정유 4사 중 가장 높다. 국내 정유업계 중 유일하게 울산·인천 두 곳에 정유공장을 두고 휘발유·경유·액화석유가스(LPG)·아스팔트 등 다양한 석유제품을 생산한다.
화학 부문은 1972년 국내 최초로 나프타 분해 센터(NCC)를 가동해 현재 에틸렌(올레핀 계열의 대표 제품) 86만 톤 규모(국내 4위)의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다. 국내는 물론 역내 ‘톱’ 수준의 방향족 제품 생산 역량을 보유해 파라자일렌(PX) 260만 톤, 벤젠 170만 톤으로 각각 글로벌 생산능력 6위를 자랑한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 석유 개발 회사이기도 하다. 2016년 12월 말 기준으로 9개국 12개 광구 및 4개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확인 매장량 기준 총 5억5000만 배럴의 원유를 확보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미국 셰일오일 개발에 참여해 1일 6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사업 영역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배터리’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1.1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보유 중이며 2018년까지 총 3.9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다임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베이징자동차 등에 2009년 말부터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mjlee@hankyung.com
[실적 대박 기업의 비밀 인덱스]
-SK이노베이션, '역발상'이 불러온 실적 대박
-SK '딥 체인지', 선두에 선 '이노베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