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기업 전문가' 김선화 “차등의결권으로 편법 승계 막고, 안정 성장까지”

[커버스토리 = 대기업과 중기 사이, 중견기업의 활로는 : 김선화 에프비솔루션즈 대표 인터뷰]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조세부담 등으로 피터팬 증후군에 빠진 중견기업들에게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처방전은 무엇일까.

가족기업 전문가로 알려진 김선화 에프비솔루션즈 대표는 신발 속 돌멩이를 털어내기 위한 첫째 방법으로 '차등의결권 도입 논의'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김 대표는 가족기업연구 논문으로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00년 기업을 위한 승계전략’, ‘가업승계, 명문장수기업의 성공전략’ 등의 저서를 집필했다

-오랜 기간 중견기업에 대해 연구해 오셨는데 ‘피터팬 증후군’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기업가 정신이 위축되고 있어요. 매출액이 3000억원을 넘어가면 500억원의 상속세 혜택이 제로가 돼 버리는데 어느 누가 기업을 키우려고 하겠어요.

그런데 이마저도 줄인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기업들의 설 자리가 없어요. 중견기업의 위기이자 사회적 위기라고 봅니다. 기업가가 기업을 키우지 않으면 결국 고용이 줄어들고 사회적 비용은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가요.

“제도의 허점을 우선적으로 꼽고 싶어요. 경영 승계나 상속세를 문제 삼을 때 대개 한국 기업과 해외 기업을 비교하는데, 비교 대상이 전적으로 틀렸습니다.

우리가 존경하는 스웨덴의 발렌베리나 구글·애플 등 해외 유수 기업은 대주주의 주식에 대해 보통주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을 도입했어요(한국은 1주 1의결권). 창업가들이 키운 기업을 지킬 수 있는 안전장치로 경영권 방어 수단을 폭넓게 인정해 준 거죠.

예컨대 구글은 2004년 상장 때 주당 10배의 의결권을 갖는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하면서 래리 페이지를 비롯한 구글의 공동창업자들이 회사 지분의 63.5%를 안정적으로 확보했어요. 그 덕분에 단기 실적보다 장기적 미래 가치에 중점을 둔 경영을 함으로써 매출액(24배)·영업이익(30배)·고용(21배)이 비약적으로 늘어났죠.”

-차등의결권이 한국 기업의 실정에도 맞습니까.

“한국 기업 역시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하면 (가업 승계를 위해) 편법을 쓸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봐요.

기업을 지킬 수 있는 안전장치가 마련됐으니 장기적인 시각에서 기업 영속을 위한 경영전략을 펼칠 수 있죠. 가업 승계에서 더 나아가 기업의 안정적인 성장 동력을 추구하기 위해서도 차등의결권이 필요하다고 봐요.

그렇지 않으면 국내 유수의 중견기업들이 상장 때 차등의결권이 있는 나라를 선택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홍콩이 아닌 뉴욕에 상장한 ‘알리바바’처럼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경영자(오너)들의 이미지가 워낙 부정적이기 때문에 차등의결권 도입이 논의에만 그치고 있는 실정이죠.”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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