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성장 의욕 북돋는 정책 나와야 한다"

[커버스토리 - 인터뷰 : 반원익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
"중견기업이 4차 산업혁명 핵심주자 될 것"


(사진)반원익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서범세 기자)

약력 : 1953년생. 1972년 영광고 졸업. 1981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1980년 삼익건설 근무. 1995년 시마텍 대표이사 사장. 2010년 한국중견기업학회 부회장(현). 2015년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현).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반원익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 부회장은 강호갑 회장과 함께 한국중견기업연합회를 한 단계 발전시킨 인물이다. 중견련을 법정 단체로 안착시켰고 2014년에는 중견기업특별법의 발효를 위해 힘썼다.

반 부회장은 소외됐던 중견기업들이 양지로 나갈 수 있는 최적의 시기가 됐다고 본다.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 각국에서는 한국의 중견기업들과 거래하기 위한 다리를 놓아 달라고 연합회의 문을 두드립니다. 한국의 중견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주체입니다.”

중견기업을 둘러싼 상황이 쉽사리 나아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그동안 중견기업의 육성을 지원하기 위한 법령 정비와 함께 중견기업 인수·합병(M&A)지원센터, 명문장수기업센터 운영 등 여러 가지 제도가 시행됐습니다. 또 중견기업이 대통령 경제사절단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만큼 위상도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많은 법령들이 중소기업과 대기업이라는 이분법적 구도에 고착돼 있고 연구·개발(R&D), 인력 부문 등 여러 분야의 규제가 정비되지 못한 채 남아 있습니다.

과거의 정책에서 아쉬웠던 점은 없나요.

“한국 경제에 대한 중견기업의 기여도에 비해 정책적 지원은 여전히 미흡합니다. 2014년 기준으로 한국 법령 4300여 개 중 중견기업의 개념이 반영된 법령은 35개에 불과합니다. 대기업·중소기업의 이분법적 구도에 고착된 법령을 개선해야 합니다.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기업이 스스로 성장을 유보하게 만드는 정책은 과감히 혁파해야 합니다. 단순한 생존을 넘어 국가 경제의 미래를 견인할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알맞은 규제혁신·구조개혁·노동개혁 등 합리적 정책 패키지를 적극 도입해 추진해야 합니다.”

어려움을 딛고 한국의 중견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지요.

“한국의 중견기업들은 수차례 경제 위기에도 꾸준한 성장을 기록한 ‘혁신가’로서 차세대 핵심 주자의 자격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빛을 발할 것이라고 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새로운 견인차로서 중견기업은 세계시장의 변화에 대한 민첩한 적응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 생산 공정 전반에 걸친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의 효율성도 높습니다.

중견기업의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와 기업가 정신은 새로운 경제성장을 이끌 동력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중견기업은 적극적인 기술 개발과 산학 및 국가 간 협력을 통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경로를 구축하고 정부와 소통해 산업 전반의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중견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힘쓴다고 들었습니다.

“중견기업은 구직자들의 대기업 선호와 중견기업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인력난을 겪고 있습니다(2013년 실태 조사 결과 중견기업이 신규 채용 시 겪는 어려움으로 ‘대기업에 비해 낮은 인지도가 31.3%로 1순위로 꼽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견련은 청년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노동환경이 우수한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인식 개선 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2016년부터 청년 구직자는 물론 고교생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인식 개선 활동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 우수 인재를 필요로 하는 지역의 중견기업을 직접 탐방함으로써 인식 개선을 유도하는 사업도 수행 중입니다.

이 밖에 지역 기업으로의 취업 유도, 일·학습 병행제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중견기업의 인적자원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주무 부처가 산업통상자원부로 정리되면서 중견기업에 어떠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보십니까.

“우선 중견기업 관련 정책 방향이 중소기업 지원의 확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기존의 정책 관행을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고 봅니다. 글로벌 전문 기업으로 중견기업의 발전을 견인하는 국가 산업 발전 차원의 육성 정책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다행히도 최근 중견기업 정책 혁신 범부처 태스크포스가 출범하는 등 산업부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중견련도 총괄 분회에 참여해 중견기업 육성을 위한 혁신적 정책 마련에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중견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한 지원책이 마련돼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성장 고착화를 우려할 만큼 지속된 경제 위기에서도 중견기업은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수출을 확대 중입니다. 2015년 기준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출은 대폭 감소했지만 중견기업의 수출액은 전년 대비 3.1% 증가한 928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정부는 수출 기업이 지원 사업을 직접 고를 수 있는 ‘수출 바우처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 2017년 한국형 히든 챔피언 시행 계획을 통해 ‘월드클래스300 및 글로벌 전문 기업 육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중견기업은 해외 진출 때 개별 거래처 및 바이어 발굴 곤란, 해외시장 정보 부족, 절차 관련 규제 등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 개발 및 R&D 투자 촉진, 글로벌 전문 인력 양성,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한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경제에서 중견기업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요.

“중견기업은 중소→중견→글로벌 기업으로 이어지는 성장 사다리를 구축합니다. 중견기업들은 수차례의 경제 위기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며 우리 경제의 견실한 토대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대중적 인지도는 높지 않지만 대부분의 중견기업들은 오랜 역사와 세계 수준의 독자적 기술력을 가진 글로벌 전문 기업으로 세계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하고 있습니다.

중견기업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과 위상이 높은 만큼 한국 경제의 새로운 견인차로서 성장을 이끌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전반적인 고용 문제를 해결할 핵심 주체입니다.

향후 우리 연합회는 중견기업들의 발전을 위해 마중물이 되고 더욱 흡입력 있는 단체로 성장하기 위한 채비를 마칠 것입니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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