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자동차 정비·보험산업 직격탄…주문형 차량 공유·물류 산업 최대 수혜주
[한경비즈니스 칼럼=김성훈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자동차 제조사들은 갈림길에 서 있다. 자동차가 대량생산되기 시작한 이후 100여 년 동안 신차 판매는 꾸준히 증가했다. 자동차를 소유하려는 사람도 늘어났다.
하지만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조만간 그 추세가 꺾이고 2025년에는 미국 자동차 판매량이 40% 정도 줄어들 전망이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차량 공유 서비스와 자율주행차의 등장 때문이다.
우버·리프트·집카 등의 스타트업은 자동차 공유 시대를 열었다. 2025년에는 자동차 여행자의 45%가 본인 소유의 자동차가 아닌 차량 공유 시스템을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국내에 등록된 자동차 대부분의 하루 주행 시간은 1시간 남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금·보험료·수리비 등 많은 비용을 지불한다.
언제든지 편리하게 이동하기 위한 목적 때문에 여러 부담을 감수하는 셈이다. 하지만 국내에도 쏘카·그린카 등의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간편하게 차량을 공유하는 사람이 빠르게 늘고 있다.
운전자가 없어도 되는 자율주행차도 조만간 현실화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관련 기술과 법규 등이 가다듬어져 자율주행이 현실화하는 데 약 3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2018년부터 자율주행이 가능한 특정 지역을 점차 늘려 나가기로 했다.
구글은 2008년부터 자율주행차를 테스트 중이고 지난해 웨이모라는 자회사를 론칭할 정도로 기술 완성도 측면에서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쯤 미국의 특정 지역에서는 이동이 필요할 때마다 자율주행차가 승객을 알아서 운송하기 때문에 굳이 비싼 돈을 들여 개인이 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어질 수도 있다.
◆2030년 자동차 정비 산업 ‘반 토막’
자율주행과 차량 공유 트렌드는 전통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 버클리대는 자동차에 대한 소비 트렌드가 소유에서 공유로 전환되면서 향후 차량 공유 서비스에 등록된 1대의 자동차가 9~13대의 자동차를 대체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 가구당 자동차 대수도 2.1대에서 1.2대로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자율주행 시스템은 우선 자동차 정비 산업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자동차 사고의 90%는 다음과 같은 4가지 이유 때문에 발생한다. 음주운전·마약·졸음·주의태만이 주인공이다.
재미있는 연구는 현재의 자율주행 기술 수준으로도 이 사고의 90%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향후 자율주행차 시대가 개막되면 자동차 정비 산업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기존 자동차 정비 시장에 대한 수요는 자동차 내 부품 수 감소, 교통사고 발생 저감에 따른 자동차 손상 감소, 소프트웨어 기반 부품 구성에 따른 정비공 전문성 하락 등에 따라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컨설팅 업체인 KPMG의 보고서에 따르면 자율주행차가 보편화하는 2030년에는 자동차 정비 산업 시장이 현재의 절반가량으로 반 토막 날 전망이다.
자율주행 시스템은 단거리 항공 시장의 변화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객기를 이용해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부산 더베이101까지 가려면 실제 항공 시간은 물론 공항까지의 이동 시간 및 대기시간 등을 포함해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이 구간은 자동차로 이동해도 4시간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해당 구간을 자율주행차로 이동한다면 어떻게 될까. 차량 운행 중 다른 업무나 휴식이 가능할 것이다. 결국 자율주행차는 막대한 편의성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번거로운 단거리 노선 항공에 대한 수요를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예견된다.
보험 산업도 직격탄을 피할 수 없다. 자동차 등록 대수가 줄어들고 사고까지 감소할 전망인 만큼 보험 산업의 지각변동은 조만간 현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의 2040년 자동차보험 시장 손해액은 2013년 대비 40% 감소할 전망이다.
국내 상황도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2040년 국내 자동차보험 시장 규모는 2014년 대비 약 42%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한 대에 평균 보험료도 57만원에서 26만원으로 절반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
미래에는 자동차 사고에 대한 책임 주체도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 모드에서는 사고 책임 주체가 운전자가 아닌 차량 제조사가 될 것이다. 해당 사고에 적용되는 보험은 배상 책임 보험이 될 수밖에 없는 만큼 운전자 대상 자동차보험 시장은 더욱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 시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그 책임을 누가 지게 되느냐에 대해 운행자와 제조업자 간 사고 책임 결정 및 책임 부담 수준, 관련 법규 적용 등에 대한 논의도 시급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초창기 자율주행차의 개인 소유를 금지하고 리스 방식으로만 운행을 허용할 전망이다. 또한 사고 발생 시 사고 원인 제공자(운행자, 제조업자, 도로, 지능형 교통 시스템)에 따라 그 책임이 다양하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 서비스와 관련해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자율주행 관련 과거 경험 자료 부족에 의한 손해 사정의 어려움, 판매 채널의 변화, 소비자 니즈에 부합한 교통 정보 관련 서비스 확대, 새로운 리스크 요소에 따른 보험 요율 산정 체계의 변화 등이 불가피하다. 자동차 판매 시 패키지 형태로 보험을 연계해 판매한다거나 차량 공유사 및 제조업자를 중심 B2B 보험 채널이 확산될 수 있다.
◆차가 알아서 돈 벌어오는 세상 성큼
(그래픽) 송영 기자
반면 자율주행 시스템 등으로 혜택을 받는 산업도 생겨나기 마련이다. 최대 수혜주는 우버·아마존·페덱스 등이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트럭 배송 물류 산업이 될 전망이다. 화물 운송업에 자율주행을 도입하면 무려 1680억 달러의 경제적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여러 트럭을 연결해 한 사람이 운전하는 군집 주행을 로드 테스트 중이다. 군집 주행을 하게 되면 현재의 자율주행 기술 수준으로도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
특히 뒤쪽 트럭의 공기저항을 감소시켜 기존 대비 약 12%의 연료를 절감할 수 있다. 철새들이 무리를 지어 대륙을 횡단할 때 V자 형태로 비행하는 원리다.
차량 호출 산업도 그 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향후 자동차 산업은 일종의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로 거듭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한 주문형(온 디맨드) 차량 공유가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중교통은 쇠퇴할 가능성이 높다.
차량 공유 형태도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될 전망이다. 카 셰어링은 차가 필요할 때 빌리고 이용한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서비스로, 일종의 시간 단위 렌터카다. 카 헤일링은 이동을 원하는 소비자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실시간 연결해 주는 모빌리티 서비스로, 카카오택시와 같은 모델이다.
카 헤일링 서비스는 자동차 업체의 신차 홍보·마케팅 툴로도 확산되고 있다. 일례로 벤츠는 카카오택시와 협력해 시승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 고객이 카카오택시를 호출하면 출발지와 이동 거리 등을 반영해 벤츠 차량을 배정하는 식이다.
차량이나 승차 공유를 통해 이동 수단을 제공하는 서비스는 해외에서 더욱 각광받고 있다. 자동차 기업은 서비스 제공 스타트업에 수천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할 정도다. 스위스 금융그룹 UBS는 이동 수단 공유 서비스가 2015년 400억 달러에서 5년 동안 연평균 54% 성장해 2020년에는 3500억 달러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대표적 카 셰어링 업체인 집카의 창업자는 “차량 호출 서비스가 노선이 제한적인 대중교통 수단을 대체할 만큼 싸질 것이고 결국엔 버스와 셔틀·스쿨버스가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자율주행차가 대중화하면 차가 알아서 돈을 벌어오는 시대도 성큼 다가오게 될 전망이다. 개인 소유 자동차를 차량 공유 시스템에 등록해 놓으면 차가 스스로 공유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찾아가 이용료를 거둬들이는 식이다. 차량 유휴 시간이 감소하면서 주차장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과 도시계획 등에도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리면 우선 주차 공간 감소로 도심지가 효율적으로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공유 차량 1대당 약 12대의 신차 구매 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불필요한 도로 인프라나 주차 공간이 줄면서 도심 공간의 15~20%를 녹지 등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출퇴근 운전에 따른 피로도가 줄어들어 도심 인구가 교외로 이동하는 역도시화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장기 리스,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이동식 점포나 자율주행 차량에 공간을 대여하는 스타트업 등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가 집의 일부로 인식되면서 자동차 실내 디자인 및 차량 편의 시설 관련 산업도 발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유소나 충전 인프라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자율주행차 및 전기차의 증가는 휘발유 수요를 감소시킨다. 전기차 충전 시간은 기존 내연차 주유 시간보다 오래 걸리기 때문에 충전 시간 동안 다른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몰링형 충전소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전기차는 한 가정이 평균 1주일 정도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를 보유하게 되면서 움직이는 또 하나의 발전소 기능도 기대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전력 피크 시간대에 자동차를 활용해 전기 소비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가능해지는 셈이다.
이처럼 차량 공유 서비스나 자율주행차는 우리 사회에 커다란 변혁을 가져오고 있다. 자동차 판매, 보험, 정비, 단거리 항공 노선, 주차장 등에는 치명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반면 차량 호출 서비스, 물류 산업, 교외 부동산 활성화, 충전 인프라 수요 증가 등 새로운 기회도 공존한다. 관련 업계는 줄어드는 매출을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트렌드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자동차 정비·보험산업 직격탄…주문형 차량 공유·물류 산업 최대 수혜주
[한경비즈니스 칼럼=김성훈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자동차 제조사들은 갈림길에 서 있다. 자동차가 대량생산되기 시작한 이후 100여 년 동안 신차 판매는 꾸준히 증가했다. 자동차를 소유하려는 사람도 늘어났다.
하지만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조만간 그 추세가 꺾이고 2025년에는 미국 자동차 판매량이 40% 정도 줄어들 전망이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차량 공유 서비스와 자율주행차의 등장 때문이다.
우버·리프트·집카 등의 스타트업은 자동차 공유 시대를 열었다. 2025년에는 자동차 여행자의 45%가 본인 소유의 자동차가 아닌 차량 공유 시스템을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국내에 등록된 자동차 대부분의 하루 주행 시간은 1시간 남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금·보험료·수리비 등 많은 비용을 지불한다.
언제든지 편리하게 이동하기 위한 목적 때문에 여러 부담을 감수하는 셈이다. 하지만 국내에도 쏘카·그린카 등의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간편하게 차량을 공유하는 사람이 빠르게 늘고 있다.
운전자가 없어도 되는 자율주행차도 조만간 현실화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관련 기술과 법규 등이 가다듬어져 자율주행이 현실화하는 데 약 3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2018년부터 자율주행이 가능한 특정 지역을 점차 늘려 나가기로 했다.
구글은 2008년부터 자율주행차를 테스트 중이고 지난해 웨이모라는 자회사를 론칭할 정도로 기술 완성도 측면에서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쯤 미국의 특정 지역에서는 이동이 필요할 때마다 자율주행차가 승객을 알아서 운송하기 때문에 굳이 비싼 돈을 들여 개인이 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어질 수도 있다.
◆2030년 자동차 정비 산업 ‘반 토막’
자율주행과 차량 공유 트렌드는 전통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 버클리대는 자동차에 대한 소비 트렌드가 소유에서 공유로 전환되면서 향후 차량 공유 서비스에 등록된 1대의 자동차가 9~13대의 자동차를 대체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 가구당 자동차 대수도 2.1대에서 1.2대로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자율주행 시스템은 우선 자동차 정비 산업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자동차 사고의 90%는 다음과 같은 4가지 이유 때문에 발생한다. 음주운전·마약·졸음·주의태만이 주인공이다.
재미있는 연구는 현재의 자율주행 기술 수준으로도 이 사고의 90%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향후 자율주행차 시대가 개막되면 자동차 정비 산업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기존 자동차 정비 시장에 대한 수요는 자동차 내 부품 수 감소, 교통사고 발생 저감에 따른 자동차 손상 감소, 소프트웨어 기반 부품 구성에 따른 정비공 전문성 하락 등에 따라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컨설팅 업체인 KPMG의 보고서에 따르면 자율주행차가 보편화하는 2030년에는 자동차 정비 산업 시장이 현재의 절반가량으로 반 토막 날 전망이다.
자율주행 시스템은 단거리 항공 시장의 변화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객기를 이용해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부산 더베이101까지 가려면 실제 항공 시간은 물론 공항까지의 이동 시간 및 대기시간 등을 포함해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이 구간은 자동차로 이동해도 4시간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해당 구간을 자율주행차로 이동한다면 어떻게 될까. 차량 운행 중 다른 업무나 휴식이 가능할 것이다. 결국 자율주행차는 막대한 편의성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번거로운 단거리 노선 항공에 대한 수요를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예견된다.
보험 산업도 직격탄을 피할 수 없다. 자동차 등록 대수가 줄어들고 사고까지 감소할 전망인 만큼 보험 산업의 지각변동은 조만간 현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의 2040년 자동차보험 시장 손해액은 2013년 대비 40% 감소할 전망이다.
국내 상황도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2040년 국내 자동차보험 시장 규모는 2014년 대비 약 42%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한 대에 평균 보험료도 57만원에서 26만원으로 절반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
미래에는 자동차 사고에 대한 책임 주체도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 모드에서는 사고 책임 주체가 운전자가 아닌 차량 제조사가 될 것이다. 해당 사고에 적용되는 보험은 배상 책임 보험이 될 수밖에 없는 만큼 운전자 대상 자동차보험 시장은 더욱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 시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그 책임을 누가 지게 되느냐에 대해 운행자와 제조업자 간 사고 책임 결정 및 책임 부담 수준, 관련 법규 적용 등에 대한 논의도 시급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초창기 자율주행차의 개인 소유를 금지하고 리스 방식으로만 운행을 허용할 전망이다. 또한 사고 발생 시 사고 원인 제공자(운행자, 제조업자, 도로, 지능형 교통 시스템)에 따라 그 책임이 다양하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 서비스와 관련해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자율주행 관련 과거 경험 자료 부족에 의한 손해 사정의 어려움, 판매 채널의 변화, 소비자 니즈에 부합한 교통 정보 관련 서비스 확대, 새로운 리스크 요소에 따른 보험 요율 산정 체계의 변화 등이 불가피하다. 자동차 판매 시 패키지 형태로 보험을 연계해 판매한다거나 차량 공유사 및 제조업자를 중심 B2B 보험 채널이 확산될 수 있다.
◆차가 알아서 돈 벌어오는 세상 성큼
(그래픽) 송영 기자
반면 자율주행 시스템 등으로 혜택을 받는 산업도 생겨나기 마련이다. 최대 수혜주는 우버·아마존·페덱스 등이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트럭 배송 물류 산업이 될 전망이다. 화물 운송업에 자율주행을 도입하면 무려 1680억 달러의 경제적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여러 트럭을 연결해 한 사람이 운전하는 군집 주행을 로드 테스트 중이다. 군집 주행을 하게 되면 현재의 자율주행 기술 수준으로도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
특히 뒤쪽 트럭의 공기저항을 감소시켜 기존 대비 약 12%의 연료를 절감할 수 있다. 철새들이 무리를 지어 대륙을 횡단할 때 V자 형태로 비행하는 원리다.
차량 호출 산업도 그 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향후 자동차 산업은 일종의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로 거듭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한 주문형(온 디맨드) 차량 공유가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중교통은 쇠퇴할 가능성이 높다.
차량 공유 형태도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될 전망이다. 카 셰어링은 차가 필요할 때 빌리고 이용한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서비스로, 일종의 시간 단위 렌터카다. 카 헤일링은 이동을 원하는 소비자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실시간 연결해 주는 모빌리티 서비스로, 카카오택시와 같은 모델이다.
카 헤일링 서비스는 자동차 업체의 신차 홍보·마케팅 툴로도 확산되고 있다. 일례로 벤츠는 카카오택시와 협력해 시승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 고객이 카카오택시를 호출하면 출발지와 이동 거리 등을 반영해 벤츠 차량을 배정하는 식이다.
차량이나 승차 공유를 통해 이동 수단을 제공하는 서비스는 해외에서 더욱 각광받고 있다. 자동차 기업은 서비스 제공 스타트업에 수천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할 정도다. 스위스 금융그룹 UBS는 이동 수단 공유 서비스가 2015년 400억 달러에서 5년 동안 연평균 54% 성장해 2020년에는 3500억 달러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대표적 카 셰어링 업체인 집카의 창업자는 “차량 호출 서비스가 노선이 제한적인 대중교통 수단을 대체할 만큼 싸질 것이고 결국엔 버스와 셔틀·스쿨버스가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자율주행차가 대중화하면 차가 알아서 돈을 벌어오는 시대도 성큼 다가오게 될 전망이다. 개인 소유 자동차를 차량 공유 시스템에 등록해 놓으면 차가 스스로 공유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찾아가 이용료를 거둬들이는 식이다. 차량 유휴 시간이 감소하면서 주차장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과 도시계획 등에도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리면 우선 주차 공간 감소로 도심지가 효율적으로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공유 차량 1대당 약 12대의 신차 구매 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불필요한 도로 인프라나 주차 공간이 줄면서 도심 공간의 15~20%를 녹지 등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출퇴근 운전에 따른 피로도가 줄어들어 도심 인구가 교외로 이동하는 역도시화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장기 리스,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이동식 점포나 자율주행 차량에 공간을 대여하는 스타트업 등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가 집의 일부로 인식되면서 자동차 실내 디자인 및 차량 편의 시설 관련 산업도 발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유소나 충전 인프라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자율주행차 및 전기차의 증가는 휘발유 수요를 감소시킨다. 전기차 충전 시간은 기존 내연차 주유 시간보다 오래 걸리기 때문에 충전 시간 동안 다른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몰링형 충전소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전기차는 한 가정이 평균 1주일 정도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를 보유하게 되면서 움직이는 또 하나의 발전소 기능도 기대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전력 피크 시간대에 자동차를 활용해 전기 소비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가능해지는 셈이다.
이처럼 차량 공유 서비스나 자율주행차는 우리 사회에 커다란 변혁을 가져오고 있다. 자동차 판매, 보험, 정비, 단거리 항공 노선, 주차장 등에는 치명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반면 차량 호출 서비스, 물류 산업, 교외 부동산 활성화, 충전 인프라 수요 증가 등 새로운 기회도 공존한다. 관련 업계는 줄어드는 매출을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트렌드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