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
법규 위반·택시업계 반발로 제동 걸려…英 런던에서는 ‘영업정지’
(사진)미국의 차랑 공유 기업 ‘우버’가 유럽 각국에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우버)
[한경비즈니스=김민주 객원기자] 미국 기반의 세계 최대 공유 택시 업체 우버의 유럽 내 영업이 수월하지 않다. 특히 영국에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최근 영국 사법부는 우버 운전자를 자영업자가 아닌 회사 종업원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향후 운전사들이 종업원으로 간주된다면 우버는 이들의 최저임금을 보장해야 하며 초과근무 수당이나 휴가 수당 등을 지급해야 하는 등 회사의 운영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우버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런던에서 약 4만 명의 운전사와 350만 명의 이용자를 중개해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英 우버 면허 갱신 소송, ‘수년간 지속될 것’
런던 고용재판소 항소부는 11월 10일 “우버 운전사는 자영업자가 아니라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할 종업원”이라고 판결했다.
이는 지난해 우버 운전사인 제임스 파라, 야신 아슬람 씨가 우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결과다. 이들은 운전사를 자영업자로 분류해 종업원의 기본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게 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고 지난해 말 고용재판소에서 승소했다. 우버 측이 이에 불복하고 즉각 항소했지만 최근 2심에서도 법원은 운전사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 직후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아슬람 씨는 “회사들이 기술의 뒤에 숨어 사람들을 자영업자로 분류하고 최저임금을 지불하지 않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해당 판결에 대해 우버의 영국 사업 담당자 톰 엘비지 씨는 “거의 대부분의 택시 운전사와 개인 고용 운전사들은 우리와 같은 앱이 존재하기 전부터 수십 년간 자영업자였다”고 항변했다.
이와 함께 우버 측은 다시 항소하겠다고 즉각 밝혔다. 미국 언론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건에 대해 “공식 계약하지 않고 노동자에게 의존하는 우버의 공유경제 모델이 도전 받았다”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런던교통공사(TFL)는 9월 우버의 영업 중단 결정을 내렸다. 런던에서만 약 4만 명의 우버 운전사들이 영업하고 있고 우버의 앱을 이용하는 승객이 350만 명(3개월 기준)에 달할 정도라며 영국 정부의 결정이 전 세계 우버 및 공유경제 기반 비즈니스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면허 갱신 거부와 관련해 런던 당국은 그간 우버가 이용자들의 안전에 대해 필요한 조치가 부족했다며 향후 공공의 안전과 보안에 잠재적 영향을 끼칠 수 있어 민간 대여 면허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영국에서는 그동안 우버 운전사들이 연루된 성폭행 사건이나 우버 차량을 이용한 테러 등이 일어나 대중교통으로서의 안전성 문제가 수차례 제기된 바 있다.
런던교통공사의 결정으로 우버의 면허는 9월 30일자로 종료됐고 우버 측은 결정에 불복하는 법적 절차를 진행하겠다며 현재 런던시에 이의를 제기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즉각적인 해결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이 최근 영국 방송사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버의 면허 갱신과 관련된 항소 절차가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기존 업계 반발로 각국에서 영업금지 당해
런던 교통 당국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서명 한 번으로 런던 내 4만 개의 일자리가 위험에 빠졌다”며 비판적인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우버의 영업 위기는 비단 영국에서의 문제만은 아니다. 유럽의 상당수 국가들이 우버의 일부 서비스에 제동을 걸고 있다.
우선 2014년 독일·스페인·벨기에는 승객 운송 법규 위반 등을 문제 삼으며 우버에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독일 승객 운송법에 따르면 우버와 같은 유사 택시가 영업을 할 때에는 기존 택시 운전사와 마찬가지로 영업면허를 갖고 있어야 하며 정해진 요금 구조도 준수해야 하는데, 우버팝(기존의 택시와 유사한 서비스)이 이를 어겨 영업 중단을 명령한 바 있다.
네덜란드는 2015년 우버와의 오랜 법정 분쟁 끝에 면허가 없는 운전사들이 일반 자가용에 승객을 태워 운행하는 우버팝의 영업을 금지했다.
그 대신 면허를 갖고 있는 전문 운전사들이 운행하는 고급 서비스인 우버 엑스나 우버 블랙은 암스테르담·로테르담·위트레흐트·헤이그·아인트호벤 등 네덜란드 주요 도시 내에서 영업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
네덜란드의 환경 및 교통 감찰관은 2016년 우버 측에 45만 유로(5억7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해 징수했을 정도로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운전사들이 무면허로 택시 영업을 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네덜란드 당국은 2015년 상반기에만 37명을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북유럽 국가인 덴마크에서는 택시 미터기가 장착된 차량만 택시 영업을 할 수 있다는 법
이 통과되면서 2014년부터 이어오던 우버 영업이 올 들어 중단됐다.
헝가리에서는 2014년 출범 이후 2016년 1월 기준 부다페스트 내 우버 운전사 1200여 명, 월평균 약 8만 명의 사용자가 생길 정도로 큰 성장세를 이어 갔지만 기존 택시업계의 반발에 부닥쳐 영업을 접어야 했다.
당시 기존 택시업계의 매출이 30% 정도 감소해 헝가리 택시 운전사들이 도심 곳곳에서 우버 영업 반대 시위를 강하게 벌였다. 우버 측은 택시들의 집단 시위에 맞춰 기습적인 50% 할인 행사를 벌이다가 기존 업계로부터 더욱 큰 반발을 샀다.
절충안을 고심하던 정부는 기존 업계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자 2016년 7월 우버 서비스의 무기한 종료를 선언했다. 결국 우버는 큰 인기에도 불구하고 현지의 시장 환경이나 기존 업계의 정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성장이 막힌 사례로 남게 됐다.
법규 위반·택시업계 반발로 제동 걸려…英 런던에서는 ‘영업정지’
(사진)미국의 차랑 공유 기업 ‘우버’가 유럽 각국에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우버)
[한경비즈니스=김민주 객원기자] 미국 기반의 세계 최대 공유 택시 업체 우버의 유럽 내 영업이 수월하지 않다. 특히 영국에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최근 영국 사법부는 우버 운전자를 자영업자가 아닌 회사 종업원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향후 운전사들이 종업원으로 간주된다면 우버는 이들의 최저임금을 보장해야 하며 초과근무 수당이나 휴가 수당 등을 지급해야 하는 등 회사의 운영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우버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런던에서 약 4만 명의 운전사와 350만 명의 이용자를 중개해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英 우버 면허 갱신 소송, ‘수년간 지속될 것’
런던 고용재판소 항소부는 11월 10일 “우버 운전사는 자영업자가 아니라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할 종업원”이라고 판결했다.
이는 지난해 우버 운전사인 제임스 파라, 야신 아슬람 씨가 우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결과다. 이들은 운전사를 자영업자로 분류해 종업원의 기본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게 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고 지난해 말 고용재판소에서 승소했다. 우버 측이 이에 불복하고 즉각 항소했지만 최근 2심에서도 법원은 운전사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 직후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아슬람 씨는 “회사들이 기술의 뒤에 숨어 사람들을 자영업자로 분류하고 최저임금을 지불하지 않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해당 판결에 대해 우버의 영국 사업 담당자 톰 엘비지 씨는 “거의 대부분의 택시 운전사와 개인 고용 운전사들은 우리와 같은 앱이 존재하기 전부터 수십 년간 자영업자였다”고 항변했다.
이와 함께 우버 측은 다시 항소하겠다고 즉각 밝혔다. 미국 언론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건에 대해 “공식 계약하지 않고 노동자에게 의존하는 우버의 공유경제 모델이 도전 받았다”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런던교통공사(TFL)는 9월 우버의 영업 중단 결정을 내렸다. 런던에서만 약 4만 명의 우버 운전사들이 영업하고 있고 우버의 앱을 이용하는 승객이 350만 명(3개월 기준)에 달할 정도라며 영국 정부의 결정이 전 세계 우버 및 공유경제 기반 비즈니스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면허 갱신 거부와 관련해 런던 당국은 그간 우버가 이용자들의 안전에 대해 필요한 조치가 부족했다며 향후 공공의 안전과 보안에 잠재적 영향을 끼칠 수 있어 민간 대여 면허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영국에서는 그동안 우버 운전사들이 연루된 성폭행 사건이나 우버 차량을 이용한 테러 등이 일어나 대중교통으로서의 안전성 문제가 수차례 제기된 바 있다.
런던교통공사의 결정으로 우버의 면허는 9월 30일자로 종료됐고 우버 측은 결정에 불복하는 법적 절차를 진행하겠다며 현재 런던시에 이의를 제기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즉각적인 해결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이 최근 영국 방송사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버의 면허 갱신과 관련된 항소 절차가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기존 업계 반발로 각국에서 영업금지 당해
런던 교통 당국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서명 한 번으로 런던 내 4만 개의 일자리가 위험에 빠졌다”며 비판적인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우버의 영업 위기는 비단 영국에서의 문제만은 아니다. 유럽의 상당수 국가들이 우버의 일부 서비스에 제동을 걸고 있다.
우선 2014년 독일·스페인·벨기에는 승객 운송 법규 위반 등을 문제 삼으며 우버에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독일 승객 운송법에 따르면 우버와 같은 유사 택시가 영업을 할 때에는 기존 택시 운전사와 마찬가지로 영업면허를 갖고 있어야 하며 정해진 요금 구조도 준수해야 하는데, 우버팝(기존의 택시와 유사한 서비스)이 이를 어겨 영업 중단을 명령한 바 있다.
네덜란드는 2015년 우버와의 오랜 법정 분쟁 끝에 면허가 없는 운전사들이 일반 자가용에 승객을 태워 운행하는 우버팝의 영업을 금지했다.
그 대신 면허를 갖고 있는 전문 운전사들이 운행하는 고급 서비스인 우버 엑스나 우버 블랙은 암스테르담·로테르담·위트레흐트·헤이그·아인트호벤 등 네덜란드 주요 도시 내에서 영업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
네덜란드의 환경 및 교통 감찰관은 2016년 우버 측에 45만 유로(5억7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해 징수했을 정도로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운전사들이 무면허로 택시 영업을 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네덜란드 당국은 2015년 상반기에만 37명을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북유럽 국가인 덴마크에서는 택시 미터기가 장착된 차량만 택시 영업을 할 수 있다는 법
이 통과되면서 2014년부터 이어오던 우버 영업이 올 들어 중단됐다.
헝가리에서는 2014년 출범 이후 2016년 1월 기준 부다페스트 내 우버 운전사 1200여 명, 월평균 약 8만 명의 사용자가 생길 정도로 큰 성장세를 이어 갔지만 기존 택시업계의 반발에 부닥쳐 영업을 접어야 했다.
당시 기존 택시업계의 매출이 30% 정도 감소해 헝가리 택시 운전사들이 도심 곳곳에서 우버 영업 반대 시위를 강하게 벌였다. 우버 측은 택시들의 집단 시위에 맞춰 기습적인 50% 할인 행사를 벌이다가 기존 업계로부터 더욱 큰 반발을 샀다.
절충안을 고심하던 정부는 기존 업계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자 2016년 7월 우버 서비스의 무기한 종료를 선언했다. 결국 우버는 큰 인기에도 불구하고 현지의 시장 환경이나 기존 업계의 정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성장이 막힌 사례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