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상가와의 협의·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추가분담금…곳곳에 복병
(사진) 십수 년 동안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재건축의 상징’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 = 심재문 편집위원]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우여곡절 끝에 49층 재건축 계획을 포기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10월 16일부터 26일까지 토지 등 소유자 4803명을 대상으로 주민투표를 실시, 49층 안과 35층 안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투표 참여자 3662명 가운데 71%인 2601명이 35층 안을 선택했다. 보다 사업성이 큰 ‘49층 안’의 포기, 은마의 두 번째 좌절이다.
은마아파트는 십수 년 동안 강남 재건축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의 1기 재건축 바람 때는 잇단 부동산 규제로 좌절됐다. 최근의 2기 재건축 열풍에는 49층 안을 놓고 서울시와 힘겨루기 끝에 무릎을 꿇었다. 그나마 재건축 출발선에 서게 됐다는 점이 위안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1979년 9월 준공된 은마아파트(이하 은마)는 한보주택이 건설했다. 당시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 성공 신화의 발판이 된 작품이다. 당시 개포주공 1단지를 제외하고는 강남구에서 가장 큰 아파트 단지였다. 단지 한가운데 부채 모양으로 아파트를 배치한 독특한 모양을 자랑했다.
1980년대에는 인근에 학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사교육의 1번지’ 대치동을 상징하는 아파트 단지가 됐다. 자녀 교육을 위해 강남으로 진출한 엄마들에게 은마의 저렴한 전셋값은 단비였다.
전셋값이 싸다는 얘기는 주거 여건이 녹록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주차 여건이 나쁘고 수돗물에서는 녹물이 나온다. 복도 벽은 군데군데 시멘트 덩어리가 떨어져 나온다. 은마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은 30% 선에 그친다. 재건축 기대 심리로 집값이 급등해도 전셋값이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다.
◆용적률 197%에 발목 잡힌 재건축
은마의 첫 재건축 주민 설명회는 1999년 6월에 열렸다. 이후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은마의 재건축 사업은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집값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은마는 강남 재건축의 상징으로 불렸다. 은마가 단골손님으로 나오자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서울 강남에서 제일 비싼 아파트가 은마인지 알았다는 이야기까지 돌았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 부동산 사이트에 퍼진 ‘은마는 달리고 싶다’는 제목의 글은 은마 재건축 상황을 잘 표현한 글이다. 주변의 아파트들이 속속 재건축을 시작했지만 은마만은 그러지 못했다. 무엇보다 197%에 달하는 용적률이 문제였다.
은마는 14층의 중층 아파트로 비교적 용적률이 높다. 높은 용적률은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건축 시장에서는 용적률이 180%를 밑돌아야 사업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마가 뒤늦게 재건축에 뛰어들자 이번에는 각종 부동산 규제가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노무현 정부 시기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 각종 부동산 대책이 상징성 큰 은마를 겨냥한 것이라는 얘기마저 나돌기도 했다.
재건축의 첫 단계인 안전 진단부터 은마는 2003년 이후 세 번이나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첫 시련이었다. 2010년에야 안전 진단의 벽을 넘을 수 있었다. 그 사이 반포·잠실·도곡동의 저층 주공아파트는 물론이고 인근의 청실아파트·개나리아파트 등 중층까지 고층 아파트로 변신하는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2010년에는 아파트 단지를 가로지르는 15m 도로 개설 건이 불거졌다. 서울시는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을 세우면서 은마아파트 단지 중앙에 남북을 가로지르는 폭 15m의 도시계획도로 건설을 포함했다. 은마아파트 입주민들은 단지 내 도시계획도로가 생기면 사실상 단지가 둘로 나뉘게 돼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도시계획도로 폐지를 요청했다. 도로 개설 계획은 그로부터 5년 뒤인 2015년에 가서야 최종 폐기됐다.
2013년엔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한보의 망령’에도 휩쓸렸다. 은마아파트를 건설한 정태수 전 회장의 세금 체납으로 은마아파트 단지 내에 한보주택 명의로 등기돼 있는 땅이 문제가 됐다. 국세청은 체납 세금 807억원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2013년 3월 해당 토지를 압류했다.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이에 반발했다. 이 대지는 단지 안의 대지로, 당시 행정절차의 미숙으로 발생한 문제라는 주장이었다. 법원은 세금 체납에 따른 압류 건에서 일단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건축은 속도전, 그러나 넘어야 할 산
49층보다 사업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35층으로 궤도를 수정하면서 일단 은마 재건축의 닻이 올랐다. 아파트 호가가 오르면서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본격적 사업 진척에는 아직 장애가 남아 있다. 첫째는 상가와의 협의 과정이다. 비교적 상권이 잘 형성돼 있는 은마 상가는 협의 과정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그런데 아파트 단지와 같은 지번으로 등기돼 있는 상가를 빼고 재건축 사업을 진행할 수도 없다. 청담동 삼익아파트가 관리 처분 신청까지 재건축 사업이 진행됐지만 최근 대법원 판결로 사업 전반이 좌초 위기를 맞았듯이 상가 문제는 재건축 사업의 복병이다.
둘째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의 적용을 받는다는 점이다. 조합이나 재건축추진위가 설립된 지 10년이 넘은 은마는 입주 시점에서 역산해 10년이 되는 해를 기준으로 초과 이익을 산정한다. 재건축 사업은 다른 장애 요인이 없다면 조합 설립 이후 대략 4~5년이면 입주가 가능하다. 재초환을 생각하면 최근 4~5년간 급등한 아파트 가격이 반갑지만은 않다. 재건축 사업은 속도가 생명이라지만 은마 재건축 사업을 마냥 앞당길 수 없는 이유다.
셋째는 재건축 추가분담금 규모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는 76㎡ 소유 조합원이 84㎡를 선택하면 3억원 가까운 돈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49층 계획안에서 제시된 2억원 수준보다 분담금이 많이 늘었다. 강남에 걸맞은 단지 고급화를 감안하면 금액이 더 늘어날 수 있다. 현재 개포 저층 단지와 반포 단지들의 재건축 경향은 날이 갈수록 고급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추가분담금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매년 물가 인상률 등을 감안한 건축비 인상분이 있다. 다만 과감한 고급화를 추진한다면 시장 가격 형성에는 매우 긍정적일 것이라고 본다.
단지 내에 초등·중학교가 없는 점도 부담이다. 재건축추진위에서는 교육청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1만여㎡에 달하는 초등학교 신설 대신 기존 학교에 부담금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한보 소유의 단지 내 부지에 대한 소유권 문제도 매듭지어야 한다.
추진위는 강남구청을 통해 서울시에 35층 계획안을 제출하고 도시정비구역 지정을 요청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정비구역 지정이 되면 조합을 설립하고 재건축 사업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psim@hankyung.com
[돋보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손해본 사람도 내야…‘위헌 논란’ 끝나지 않았다
올해 유독 강남을 중심으로 재건축 열풍이 불었던 이유는 내년부터 부활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의 영향이 크다. 새 집에 대한 수요와 풍부한 시중 자금의 유동성이 부추긴 측면도 있지만 내년에 부활하는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려고 재건축조합들이 사업 진행을 서
두른 이유가 크다. 조합원 1인당 재초환 부담금 규모는 반포1·2·4지구가 4억원, 잠실5단지 2억원 정도, 한신4지구는 8000만원 정도로 예상됐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2006년 도입돼 2012년까지 부과됐다. 재건축조합 설립 인가일(2003년 6월 이전)이나 추진위 단계에서부터 입주 시점까지의 차액에 대해 부과한다. 조합이나 재건축추진위가 설립된 지 10년이 넘으면 입주 시점에서 역산해 10년 되는 해를 기준으로 초과 이익을 산정한다. 조합원 1인당 평균 이익의 3000만원을 넘으면 초과 금액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내야 하는 제도다. 주택 시장이 침체되자 2012년 2년간 적용을 유예하는 개정안이 통과됐고 한차례 유예기간을 거쳐 2018년부터 부활하게 된다. 법률적으로는 재건축조합에 부과되는 형식이지만 결국은 조합원들에게 부담이 전가된다.
재초환은 도입 단계부터 위헌 논란에 휘말렸다.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라는 주장과 최고점에 산 사람은 준공 시점에 손해 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소득과 과세의 불일치’ 주장이 그것이다. 즉, 17억원에 아파트를 구입해 준공 시점에 가격이 14억원으로 떨어져 3억원을 손해 본 사람도 10년간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면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 금액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미 재초환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2008년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제3조 등 위헌 확인(2006헌마770)’에서 헌재는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기본권 침해가 법 조항들 자체에 의해 바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조항들을 실제 적용해 분담금을 부과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므로 ‘헌법 소원의 적법 요건’인 ‘직접성’을 결여했다”면서 ‘각하’해 버렸다.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헌법 소원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본안심리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재초환에 대해 제대로 된 위헌 여부를 다퉈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2008년의 헌재 결정의 요건인 직접성을 담보할 재건축 분담금을 납부할 대상자는 앞으로 4~5년의 시간이 흘러야 한다는 점이다. 법무법인 담박의 김봉석 변호사는 “재초환을 적용받게 되는 재건축조합을 중심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위헌 심판 제청을 통해 위헌 여부를 다퉈 볼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현재 이은재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을 비롯해 4명의 의원들이 각각 재초환 관련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이지만 국회 통과 여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사진) 십수 년 동안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재건축의 상징’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 = 심재문 편집위원]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우여곡절 끝에 49층 재건축 계획을 포기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10월 16일부터 26일까지 토지 등 소유자 4803명을 대상으로 주민투표를 실시, 49층 안과 35층 안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투표 참여자 3662명 가운데 71%인 2601명이 35층 안을 선택했다. 보다 사업성이 큰 ‘49층 안’의 포기, 은마의 두 번째 좌절이다.
은마아파트는 십수 년 동안 강남 재건축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의 1기 재건축 바람 때는 잇단 부동산 규제로 좌절됐다. 최근의 2기 재건축 열풍에는 49층 안을 놓고 서울시와 힘겨루기 끝에 무릎을 꿇었다. 그나마 재건축 출발선에 서게 됐다는 점이 위안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1979년 9월 준공된 은마아파트(이하 은마)는 한보주택이 건설했다. 당시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 성공 신화의 발판이 된 작품이다. 당시 개포주공 1단지를 제외하고는 강남구에서 가장 큰 아파트 단지였다. 단지 한가운데 부채 모양으로 아파트를 배치한 독특한 모양을 자랑했다.
1980년대에는 인근에 학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사교육의 1번지’ 대치동을 상징하는 아파트 단지가 됐다. 자녀 교육을 위해 강남으로 진출한 엄마들에게 은마의 저렴한 전셋값은 단비였다.
전셋값이 싸다는 얘기는 주거 여건이 녹록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주차 여건이 나쁘고 수돗물에서는 녹물이 나온다. 복도 벽은 군데군데 시멘트 덩어리가 떨어져 나온다. 은마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은 30% 선에 그친다. 재건축 기대 심리로 집값이 급등해도 전셋값이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다.
◆용적률 197%에 발목 잡힌 재건축
은마의 첫 재건축 주민 설명회는 1999년 6월에 열렸다. 이후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은마의 재건축 사업은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집값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은마는 강남 재건축의 상징으로 불렸다. 은마가 단골손님으로 나오자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서울 강남에서 제일 비싼 아파트가 은마인지 알았다는 이야기까지 돌았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 부동산 사이트에 퍼진 ‘은마는 달리고 싶다’는 제목의 글은 은마 재건축 상황을 잘 표현한 글이다. 주변의 아파트들이 속속 재건축을 시작했지만 은마만은 그러지 못했다. 무엇보다 197%에 달하는 용적률이 문제였다.
은마는 14층의 중층 아파트로 비교적 용적률이 높다. 높은 용적률은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건축 시장에서는 용적률이 180%를 밑돌아야 사업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마가 뒤늦게 재건축에 뛰어들자 이번에는 각종 부동산 규제가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노무현 정부 시기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 각종 부동산 대책이 상징성 큰 은마를 겨냥한 것이라는 얘기마저 나돌기도 했다.
재건축의 첫 단계인 안전 진단부터 은마는 2003년 이후 세 번이나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첫 시련이었다. 2010년에야 안전 진단의 벽을 넘을 수 있었다. 그 사이 반포·잠실·도곡동의 저층 주공아파트는 물론이고 인근의 청실아파트·개나리아파트 등 중층까지 고층 아파트로 변신하는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2010년에는 아파트 단지를 가로지르는 15m 도로 개설 건이 불거졌다. 서울시는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을 세우면서 은마아파트 단지 중앙에 남북을 가로지르는 폭 15m의 도시계획도로 건설을 포함했다. 은마아파트 입주민들은 단지 내 도시계획도로가 생기면 사실상 단지가 둘로 나뉘게 돼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도시계획도로 폐지를 요청했다. 도로 개설 계획은 그로부터 5년 뒤인 2015년에 가서야 최종 폐기됐다.
2013년엔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한보의 망령’에도 휩쓸렸다. 은마아파트를 건설한 정태수 전 회장의 세금 체납으로 은마아파트 단지 내에 한보주택 명의로 등기돼 있는 땅이 문제가 됐다. 국세청은 체납 세금 807억원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2013년 3월 해당 토지를 압류했다.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이에 반발했다. 이 대지는 단지 안의 대지로, 당시 행정절차의 미숙으로 발생한 문제라는 주장이었다. 법원은 세금 체납에 따른 압류 건에서 일단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건축은 속도전, 그러나 넘어야 할 산
49층보다 사업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35층으로 궤도를 수정하면서 일단 은마 재건축의 닻이 올랐다. 아파트 호가가 오르면서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본격적 사업 진척에는 아직 장애가 남아 있다. 첫째는 상가와의 협의 과정이다. 비교적 상권이 잘 형성돼 있는 은마 상가는 협의 과정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그런데 아파트 단지와 같은 지번으로 등기돼 있는 상가를 빼고 재건축 사업을 진행할 수도 없다. 청담동 삼익아파트가 관리 처분 신청까지 재건축 사업이 진행됐지만 최근 대법원 판결로 사업 전반이 좌초 위기를 맞았듯이 상가 문제는 재건축 사업의 복병이다.
둘째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의 적용을 받는다는 점이다. 조합이나 재건축추진위가 설립된 지 10년이 넘은 은마는 입주 시점에서 역산해 10년이 되는 해를 기준으로 초과 이익을 산정한다. 재건축 사업은 다른 장애 요인이 없다면 조합 설립 이후 대략 4~5년이면 입주가 가능하다. 재초환을 생각하면 최근 4~5년간 급등한 아파트 가격이 반갑지만은 않다. 재건축 사업은 속도가 생명이라지만 은마 재건축 사업을 마냥 앞당길 수 없는 이유다.
셋째는 재건축 추가분담금 규모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는 76㎡ 소유 조합원이 84㎡를 선택하면 3억원 가까운 돈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49층 계획안에서 제시된 2억원 수준보다 분담금이 많이 늘었다. 강남에 걸맞은 단지 고급화를 감안하면 금액이 더 늘어날 수 있다. 현재 개포 저층 단지와 반포 단지들의 재건축 경향은 날이 갈수록 고급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추가분담금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매년 물가 인상률 등을 감안한 건축비 인상분이 있다. 다만 과감한 고급화를 추진한다면 시장 가격 형성에는 매우 긍정적일 것이라고 본다.
단지 내에 초등·중학교가 없는 점도 부담이다. 재건축추진위에서는 교육청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1만여㎡에 달하는 초등학교 신설 대신 기존 학교에 부담금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한보 소유의 단지 내 부지에 대한 소유권 문제도 매듭지어야 한다.
추진위는 강남구청을 통해 서울시에 35층 계획안을 제출하고 도시정비구역 지정을 요청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정비구역 지정이 되면 조합을 설립하고 재건축 사업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psim@hankyung.com
[돋보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손해본 사람도 내야…‘위헌 논란’ 끝나지 않았다
올해 유독 강남을 중심으로 재건축 열풍이 불었던 이유는 내년부터 부활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의 영향이 크다. 새 집에 대한 수요와 풍부한 시중 자금의 유동성이 부추긴 측면도 있지만 내년에 부활하는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려고 재건축조합들이 사업 진행을 서
두른 이유가 크다. 조합원 1인당 재초환 부담금 규모는 반포1·2·4지구가 4억원, 잠실5단지 2억원 정도, 한신4지구는 8000만원 정도로 예상됐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2006년 도입돼 2012년까지 부과됐다. 재건축조합 설립 인가일(2003년 6월 이전)이나 추진위 단계에서부터 입주 시점까지의 차액에 대해 부과한다. 조합이나 재건축추진위가 설립된 지 10년이 넘으면 입주 시점에서 역산해 10년 되는 해를 기준으로 초과 이익을 산정한다. 조합원 1인당 평균 이익의 3000만원을 넘으면 초과 금액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내야 하는 제도다. 주택 시장이 침체되자 2012년 2년간 적용을 유예하는 개정안이 통과됐고 한차례 유예기간을 거쳐 2018년부터 부활하게 된다. 법률적으로는 재건축조합에 부과되는 형식이지만 결국은 조합원들에게 부담이 전가된다.
재초환은 도입 단계부터 위헌 논란에 휘말렸다.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라는 주장과 최고점에 산 사람은 준공 시점에 손해 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소득과 과세의 불일치’ 주장이 그것이다. 즉, 17억원에 아파트를 구입해 준공 시점에 가격이 14억원으로 떨어져 3억원을 손해 본 사람도 10년간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면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 금액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미 재초환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2008년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제3조 등 위헌 확인(2006헌마770)’에서 헌재는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기본권 침해가 법 조항들 자체에 의해 바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조항들을 실제 적용해 분담금을 부과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므로 ‘헌법 소원의 적법 요건’인 ‘직접성’을 결여했다”면서 ‘각하’해 버렸다.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헌법 소원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본안심리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재초환에 대해 제대로 된 위헌 여부를 다퉈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2008년의 헌재 결정의 요건인 직접성을 담보할 재건축 분담금을 납부할 대상자는 앞으로 4~5년의 시간이 흘러야 한다는 점이다. 법무법인 담박의 김봉석 변호사는 “재초환을 적용받게 되는 재건축조합을 중심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위헌 심판 제청을 통해 위헌 여부를 다퉈 볼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현재 이은재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을 비롯해 4명의 의원들이 각각 재초환 관련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이지만 국회 통과 여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