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매년 11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날이면 출근 시간이 늦춰지고 비행기 착륙이 미뤄지는 등 진풍경이 펼쳐진다. 이러한 모습을 세계 각국 외신들이 앞다퉈 소개할 만큼 한국의 교육열은 높다. 한국이 개발도상국에서 신흥 경제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 또한 사회적으로 높은 교육열이 한몫했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계층 간 소득 격차가 점차 커지면서 교육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개천에서 난 용’을 찾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삼성의 사회공헌은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출발했다. 학습 의지는 충만하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환경적 요인 등 장애물을 만난 학생들에게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학생이 강사로 다시 돌아오다
2012년부터 시작된 ‘삼성드림클래스’는 학습 의지는 높지만 열악한 교육 환경에 놓인 중학생에게 대학생 강사가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는 교육 지원 사업이다.
삼성드림클래스는 학생과 강사, 가정, 더 나아가 사회까지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기대한다. 이를 통해 중학생은 영어와 수학 학습으로 성적이 향상되고 대학생을 롤모델로 삼아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또 대학생은 리더십과 봉사정신을 키우고 등록금 부담을 경감한다. 학부모는 경제적·심적 부담을 덜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다.
운영 형태는 세 가지다. 중학생의 거주지 특성에 따라 세 가지 모델로 나뉘는데, 먼저 ‘주중교실’은 대학생 강사가 쉽게 중학교를 방문할 수 있는 대도시에서 이뤄진다.
‘주말교실’은 대학생이 매일 찾아가기 어려운 중소 도시에서 운영된다. 마지막으로 ‘방학캠프’는 주중 및 주말 수업이 어려운 읍·면 도서 지역 학생들을 위해 방학 때 대학 캠퍼스에서 합숙하며 수업이 진행된다. 방학캠프는 여름과 겨울 연 2회 이뤄진다.
삼성드림클래스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중학생 6만3000여 명을 대상으로 이뤄졌고 총 1만7000여 명의 대학생 강사들이 참여했다. 올해에만 주중 및 주말교실을 191개(주중 179개, 주말 12개) 중학교에서 운영했다. 또 전국 62개 대학교와 사업 협약을 맺고 대학생이 강사로 참여 중이다.
2월 삼성그룹의 사회공헌을 지휘하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후 삼성의 사회공헌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드림클래스’는 미래전략실 해체와 상관없이 올해 더욱더 활발한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7월 28일에는 전국 6개 대학에서 중학생 1684명을 대상으로 ‘2017 삼성드림클래스 여름캠프’가 열렸다. 교육부와 삼성전자는 전국 읍·면·도서 지역의 849개 중학교에서 교육 여건이 부족한 중학생을 모집했고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군부사관·소방관·국가유공자 자녀 547명을 참여시켰다.
6년 차를 맞이한 ‘드림클래스’의 성과는 서서히 꽃을 피우고 있다. 캠프에 참가해 학습에 도움을 받았던 중학생이 대학생으로 성장해 강사로 참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2012년 드림클래스에 최초로 참여했던 중학생들이 2015년부터 강사로 참가하기 시작했다.
올해만 해도 드림클래스에 참여한 대학생 강사 18명이 중학생 시절 드림클래스에 참여한 경험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삼성드림클래스 겨울캠프에 참가하고 2017년 대학에 입학한 최지윤(19·이화여대 1학년) 씨는 “캠프에서 이화여대에 다니는 선생님을 만나 이화여대에 입학하게 됐다. 대학에 가면 꼭 삼성드림클래스 강사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4년을 기다렸다”고 소감을 말했다.
◆재단 중심에서 전담 조직 설립으로
국내를 넘어 세계를 대표하는 기업인 만큼 삼성은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공헌을 해 왔다. 1982년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설립으로 삼성은 최초로 대기업의 복지재단 설립 시대를 열었다. 그 후 삼성문화재단·삼성복지재단 등 재단을 통해 삼성은 사회공헌에 적극적으로 나서 왔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신경영 선언’을 계기로 삼성은 재단 중심의 사회공헌에서 전담 조직 설립으로 탈바꿈했다. 이 회장이 1993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신경영을 선언한 이듬해인 1994년, 삼성은 ‘삼성사회봉사단’을 설립했다. 이를 통해 한국의 기업들 또한 사회공헌 조직을 체계화함으로써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었다.
그 후 삼성은 사회복지·문화예술·학술교육·환경보전·국제교류·체육진흥 등 6개 분야로 나눠 사회공헌을 펼치고 있다.
특히 삼성은 저소득층 자녀들이 교육을 통해 계층 성장의 사다리에 올라탈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 1989년 삼성은 달동네 어린 아이들에게 보다 나은 교육 환경을 마련해 주고 부모들의 육아 고충과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어린이집 사업을 시작했다.
또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지역 공부방 시설의 개선을 지원하는 ‘삼성 희망의 공부방’을 운영했다. 2013년 기준으로 전국 총 1만1230명의 임직원들이 전국 359개 공부방에서 영어·수학·과학 등의 학습을 지도했다.
이러한 노하우가 집약된 것이 바로 ‘드림클래스’다. 삼성은 ‘드림클래스’를 통해 더 체계적으로 교육의 징검다리를 잇는 활동을 하고 있다.
삼성 경영진 또한 드림클래스에 대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6년 첫 공식 외부 일정으로 대전 충남대에서 열린 드림클래스 겨울캠프 현장을 택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영어 수업을 참관한 후 대학생 강사들을 격려했다.
올해 1월 열린 삼성드림클래스 겨울캠프 수료식에도 삼성 사장단이 직접 방문했다. 3주 동안 방학캠프가 운영된 서울대·연세대·성균관대·충남대·전남대·경북대 등 전국 6개 대학에서 개최된 수료식에서 삼성 사장단이 바쁜 일정에도 직접 참석해 참가 학생들을 만나고 격려했다. 삼성이 ‘드림클래스’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사진)삼성드림클래스 여름캠프 수업 장면.(/삼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어질 사회공헌
한동안 위축됐었던 삼성의 사회공헌 활동은 올 하반기부터 다시금 기지개를 펴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연말 인사를 통해 새로운 사회봉사단장을 임명함으로써 사회공헌 활동을 멈추지 않을 것을 분명히 했다.
먼저 지난 12년간 삼성전자의 홍보 업무를 총괄해 온 이인용 삼성전자 전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이 삼성전자 사회봉사단장으로 새로 선임됐다. 삼성전자는 이 신임 단장의 선임을 계기로 사회공헌 활동의 보폭을 넓혀 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단장은 “그동안 삼성전자가 상당한 규모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국제사회에서 어떠한 일을 하는지 떠오르는 게 별로 없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며 “삼성전자가 추구하는 가치, 경영 이념, 임직원의 마음과 뜻을 담아 사회공헌의 틀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삼성은 삼성전자 사회공헌 조직을 비롯해 그룹 사회봉사단 등 흩어져 있던 사회봉사 조직 체계를 정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 도약의 첫걸음은 바로 ‘기부’였다. 11월 24일,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들은 ‘2017년 연말 이웃사랑 성금’으로 500억원을 조성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한다고 밝혔다. 참여 회사는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생명·삼성증권·삼성화재·삼성카드 등이다.
이번 성금 기탁은 이 단장이 각 계열사 대표이사들에게 이웃사랑 성금의 취지를 설명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해 이뤄졌다. 이 단장은 “연말 이웃사랑 성금을 통해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들이 희망과 용기를 갖기 바란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계열사들은 1999년부터 우리 사회 취약 계층을 돕기 위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성금을 기탁해 왔고 올해까지 누적 기탁금은 5200억원에 이른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100억원씩, 2004년부터 2010년까지 200억원씩, 2011년 300억원, 2012년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 500억원씩 기탁해 왔다.
삼성전자는 이와 별도로 지진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포항 지역에 3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열고 ‘이웃사랑 성금 기탁’과 ‘포항 지역 30억원 지원’ 안건에 대해 의결했다.
올해부터 삼성전자는 대외 기부금 집행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10억원 이상의 기부금은 이사회에서 승인을 받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번 이웃사랑 성금 기부에 참여하는 다른 계열사들도 각 회사의 기부금 승인 규정에 따라 이웃사랑 성금 기탁 안건을 이사회에서 승인 받았거나 승인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러한 삼성의 조치는 기업의 기부가 향후 더 투명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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