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명품 가방의 원재료, 알고보니 버려진 플라스틱

[글로벌 현장]
유럽 기업, 생활 속 폐기물을 매력적 패션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실험 나서


(사진)독일 쾰른의 한 가방 제조업체 ‘폰드오브백스’는 버려진 플라스틱을 가방의 원재료로 재활용하고 있다.(/폰드오브백스)

[한경비즈니스=김민주 객원기자] 유럽에선 생활 속 플라스틱 폐기물을 ‘쓸모 있게’ 처리하기 위한 실험이 한창이다. 처치 곤란 쓰레기를 매력적인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기업과 공공기관이 발 벗고 나섰다.

독일 쾰른에 있는 가방 제조업체 폰드오브백스(Fond of Bags)는 버려진 플라스틱을 가방의 원재료로 재활용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35개국에서 팔린 60만 개의 재활용 가방

폰드오브백스는 본래 이 기업의 대표 브랜드인 에르고백(Ergobag)이란 이름으로 2010년 2월 설립됐다.

평소 가방에 관심이 많아 관련 사업을 준비하며 3년 동안 아이템을 찾고 있던 두 친구 스벤과 플로리안은 우연히 한 물리치료사로부터 “학생 가방이 아이들의 자세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등산 배낭처럼 인체공학적으로 제작됐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에서 사업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들은 시장조사 후 곧바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트레킹형 학교 가방을 제조하는 스타트업에 뛰어들었다. 독일재건은행(KfW)과 창업 지원 프로그램(EXIST)을 통해 창업 자금을 빌렸고 스위스에서 투자 전문가로 활약하던 올리버도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

에르고백은 더 이상 학생들의 몸이 굽지 않도록 각자의 체형을 고려해 인체공학적인 가방을 만든다는 독특한 상품 전략 덕분에 유명 경쟁 업체들 사이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성장했다.

3명에 불과했던 직원은 창업 7년 만에 186명으로 늘어났고 전 세계 35개국에서 약 60만 개의 배낭이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폰드오브백스는 현재 에르고백을 비롯해 사치(Satch)·핑퐁(Pinqponq) 등 총 8개의 가방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고 최근에는 매출 5000만 유로(640억원)를 달성했다고 현지 신문이 보도했다.

폰드오브백스는 지속 가능한 경영전략으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업체에서 생산하는 가방의 대부분이 폐기 플라스틱으로 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창업 초기부터 오래된 페트병을 재활용하기로 결심했다.

세계적으로 매일 수백만 톤의 페트병이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 새로운 합성 물질을 생산하는 대신 기존에 사용하던 플라스틱 병으로 제품 제작에 나선 것이다.

폰드오브백스의 제작 과정은 일반적인 가방 제작과는 거리가 있다. 이들은 우선 버려진 플라스틱을 대만의 재활용 처리 공장을 통해 공급받는다. 세척·분쇄 과정을 거쳐 두꺼운 섬유로 바뀐 플라스틱에서 정교하게 실을 뽑아낸 다음 가방 생산에 필요한 원단으로 다시 직조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생산된 폴리에스터는 가방을 만들기에 매우 적절하다고 업체 측은 말했다. 가볍고 튼튼하며 작업하기 쉬운 소재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업체는 버려진 플라스틱 병을 이용해 가방을 제작할 때마다 매번 0.45리터의 기름과 80리터의 물, 1770g의 이산화탄소를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6년 한 해 동안 800만 병의 페트병을 재활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원재료를 얻기까지 다소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재활용하지 않은 재료를 사용한 가방에 비해 폰드오브백스의 생산 단가는 20% 정도 높은 편이다.

이에 대해 플로리안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록 가격은 비싸지만 기존 자원을 재활용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경영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바른 길을 걷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폰드오브백스는 2016년 독일 지속 가능성상(German Sustainability Award)에서 중소기업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 더뉴로(The New Raw)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공공 가구로 탈바꿈시켰다. 3D 프린팅 방식으로 제작돼 더욱 주목받고 있는 ‘XXX벤치’는 2015년 시작된 ‘프린트 유어 시티’라는 프로젝트의 첫 결과물로 올해 10월 대중에 공개됐다.

해당 스튜디오 측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프로젝트는 가정용 플라스틱 폐기물을 공공 가구의 원재료로 바꾸기 위해 시민들의 행동을 촉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네덜란드 로테르담의 디자인 스튜디오 ‘더뉴로’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활용해 벤치를 만들었다.(/더뉴로)

◆시민 2명이 버린 폐기물이 벤치로

암스테르담시의 요청에 의해 제작된 이 벤치는 총무게 50kg, 길이 150cm에 달하며 2~4명까지 앉을 수 있는 흔들의자 형태다. 균형을 맞추거나 움직임을 주려면 또 다른 사람이 앉아야만 가능하다고 디자이너는 말했다.

이 벤치의 장점은 플라스틱을 재처리했기 때문에 100%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대형 3D 프린터를 통해 제작한 만큼 원료만 지속적으로 공급된다면 추가 제작하기가 쉽다.

해당 프로젝트의 자료에 따르면 암스테르담 시민 1명당 연간 23kg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뉴로는 암스테르담에 거주하는 2명의 폐기물을 모으면 연간 1대의 벤치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 된다고 예측했다.

더뉴로는 벤치의 시범 버전 제작을 시작으로 향후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쓰레기통, 버스 정류장 의자, 놀이터 등 다른 공공 가구를 제작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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