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연봉과 휴가보다 중요한 ‘동기부여’…‘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어야 한다’
[한경비즈니스 칼럼=강소엽 HSG 휴먼솔루션그룹 전문교수] 최근 1999년 통계청에서 조사한 이후 역대 최고치로 기록된 숫자가 있다. 9.2%가 주인공이다. 통계청이 올해 11월 발표한 청년층(15~29세, 남녀 포함)의 실업률이다.
청년층이 실제로 느끼는 체감 청년 실업률은 21.4%라고 한다. 그야말로 ‘취업은 전쟁’이다. 그런데 같이 봐야 할 통계가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06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6년 신입 사원 채용 실태 조사’ 결과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1년 이하 신입 사원의 퇴사율은 27.7%,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퇴사율은 32.5%에 달한다.
각고의 노력 끝에 취업한 젊은이가 다시 포탄과 상처가 난무하는 백수의 길로 뛰어드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와튼스쿨이 콜센터 직원들에게 한 일
그들이 밝히는 대표적 퇴사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유는 ‘인격 모독’이다. 소리를 지르고 서류를 던지며 사소한 트집을 잡는 등의 행위를 뜻한다.
둘째 키워드는 ‘노동력 착취’다. 걸핏하면 야근과 초과 노동을 요구하면서 ‘열정 페이’만 강요한다고 한다.
그도 아니면 최소한의 여건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열악한 노동환경’이 포기 이유다. 그런데 이것들을 훨씬 압도하는 요인이 하나 더 있다.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지’라는 생각이라고 한다.
인간을 움직이는 강력한 동기 가운데 많은 행동경제학자가 밝혀낸 중요한 동기 하나가 있다. 인간은 아무리 노동조건이나 환경이 좋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일에서 ‘의미’나 ‘보람’을 느끼지 못하면 일할 의욕이 생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대학을 갓 졸업했다고 가정하자. 누군가 당신에게 쾌적한 사무실에서 다른 사람의 간섭 없이 하루 8시간만 일하면 연봉 3000만원을 준다고 치자. 여기까지는 나름 고려해 볼만한 괜찮은 조건인 것 같다.
그런데 해야 할 일이 한쪽 귀퉁이에 놓인 의자를 시곗바늘 방향의 다른 귀퉁이로 1분마다 한 번씩 옮기는 작업이라면 어떨까.
물론 처음엔 기쁜 마음으로 할지 모른다. 크게 힘이 드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몇 시간 하다 보면 이런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이지’, ‘왜 이런 걸 해야 하지’와 비슷한 궁금증을 가질 것이다.
‘의자 옮기기’에서 어떤 의미도 발견하기 어렵겠다고 깨달은 당신은 과연 이 작업을 몇 달이나 할 수 있을까. 과연 며칠이나 버틸 수 있을까.
그래서 우리는 눈여겨봐야 한다. 누군가의 열정을 끌어내는 데 탁월한 사람의 공통점을 눈여겨보란 얘기다. 그들은 상대방의 행위가 타인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 상대방이 느끼도록 만들어 주는 데 공을 들인다.
단지 만족도를 높이고 호감을 얻는 차원이 아니다. 성과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한 사례 하나를 보자. 대학 기금 마련을 위해 잠재 기부자에게 전화를 거는 콜센터 직원을 대상으로 아담 그랜트 미국 와튼스쿨 경영학과 교수가 진행한 실험이다.
사실 기업 내에서도 콜센터는 급여가 낮고 스트레스 수치가 높아 이직률이 높기로 유명하다. 이 대학도 다를 바 없었다. 불쾌해 하는 사람들로부터 요청을 거부당할 때가 많아 콜센터 직원들의 이직률이 당연히 높았고 사기는 낮았다.
그랜트 교수가 한 실험은 뭐였을까. 모은 기금으로 장학금을 받은 학생과 콜센터 직원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사실 그때까지 직원들은 모금만 했었지 그것으로 혜택을 받은 학생들을 본 적이 없었다. 시간은 매우 짧았다.
학생들이 하고 있는 공부나 연구 성과에 대한 얘기 시간을 5분 정도 줬을 뿐이다. 그런데 다음 달 학생과 만났던 직원들에게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통화 시간을 보면 이전보다 두 배 더 긴 통화 패턴이 나타났다.
모집된 기부금도 평균 186달러였던 주간 모금액이 한 달 만에 503달러, 약 270% 이상 급증했다.
정리된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최소한의 짧은 접촉이었지만 학생과의 만남은 직원에게 동기부여가 됐다.”
이렇듯 상대의 일이 타인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 알게 하려면 그들의 고객을 직접 만나게 하라. 그리고 고객이 느끼는 혜택과 고마움을 생생히 전해 듣게 하라. 여기서 ‘고객’의 범위에는 같이 일하는 동료나 상사, 부하 직원도 포함된다.
그래서일까. 서로에게 적극적으로 감사함을 표현하는 조직 문화가 점차 늘고 있다. 이런 시도가 생산성을 높이고 조직 평판을 형성하는 데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연구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두 개의 기업을 통해 구체적인 방법을 살펴보자.
◆로레알이 ‘감사 캠페인’으로 얻은 소득
프랑스어로 ‘메르시(Merci)’는 ‘감사합니다’라는 의미다. 로레알코리아에서는 이 단어를 붙여 매달 넷째 수요일에 ‘메르시 데이(Merci Day)’를 진행한다. 주제는 계속 바뀐다.
‘메르시 크로스팀 데이’에는 카페테리아 벽면 가득히 포스트잇을 붙이면서 팀 간에 서로 감사하는 마음을 전달한다.
‘메르시 막내 데이’에는 팀에서 가장 고생하는 막내(신입이나 인턴)를 위해 자리를 꾸며주고 음료수도 몰래 갖다 준다. 비록 가장 어린 직원이지만 당당히 존재감과 자부심을 느끼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날 회사 차원에서 제공하는 선물도 있다. 메르시 데이에 가장 많은 감사를 받았거나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한 팀에 떡볶이나 피자 등으로 파티를 열어준다. 이 캠페인은 3대 글로벌 PR 어워드 중 하나인 ‘PR 위크’의 2013년 ‘올해 최고의 사내 커뮤니케이션’에 선정됐다.
이번에는 2003년부터 ‘감사 경영’을 적극적으로 실천한 정보기술(IT) 부품 전문 중견기업인 네페스의 사례를 보자. 도입 당시 ‘생각만 하지 말고 소리 내 감사하라. 지체하지 말고 즉각적으로 감사하라’를 행동 지침으로 표방한 네페스다.
네페스는 ‘마법노트’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직원이 감사 일기를 쓰거나 고마운 동료에게 감사 편지를 보낼 수 있게 했다.
해당 앱은 한 사람이 하루 평균 3건 이상의 편지를 남길 정도로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그 결과 감사 경영 10년째인 2013년엔 퇴사율 0%라는 놀라운 성과도 달성했다.
그런데 이 기업에는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이 따로 있다. 감사를 표현하는 대상에 사람뿐만 아니라 기계도 포함하는 것이다. 각종 생산 설비에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붙이고 이것을 소리 내 외친 것이 비결이다.
기계가 사람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생산 설비 잔고장이 월 10건에서 1건으로 확 감소했고 매달 약 1억5000만원의 손실이 줄었다고 한다.
◆‘사람이 온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사진) 영화 ‘왓 위민 원트’ 포스터. /한국경제신문
이제 곧 새해가 시작된다. 여느 때처럼 많은 리더가 의욕적으로 출발하기 위해 다양한 비전과 조직 문화의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바람이 있다면 새로 도입하는 조직 문화 프로그램이 경영 수단을 넘어 인간 존중의 철학을 포함했으면 한다.
2000년 제작된 ‘왓 위민 원트’라는 영화가 있다. 꽤 잘 만들어진 로맨틱 코미디물로 기억하는데 남자 주인공은 배우 멜 깁슨이다. 그는 광고 기획자로서의 능력은 좋지만 지독한 남성 우월주의자로 유명하다.
전체 줄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은데, 어느 날 사고로 사람들의 속마음을 듣게 되는 초능력(?)을 갖게 된 남자 주인공이 여자 상사(여자 주인공)의 아이디어를 훔쳐내 조직으로부터 다시 인정 받게 되지만 결국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해당 작품에서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장면이 하나 있다. 초능력을 갖게 된 멜 깁슨이 회사 사람의 이런저런 속마음을 듣는 재미를 즐기다가 그동안 존재조차 몰랐던 인턴의 마음을 듣게 된다.
‘내가 이 회사에서 연기처럼 사라진다고 해도 아무도 모를 거야.’
멜 깁슨은 예전처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그래서 그녀의 이름을 불러주고 가볍게 칭찬한다. 그 순간 동공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라고 감격해 하던 인턴의 눈빛. 잊을 수가 없다.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인간관계에서는 서로에게 감사와 존중을 표해야 한다.
연봉과 휴가보다 중요한 ‘동기부여’…‘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어야 한다’
[한경비즈니스 칼럼=강소엽 HSG 휴먼솔루션그룹 전문교수] 최근 1999년 통계청에서 조사한 이후 역대 최고치로 기록된 숫자가 있다. 9.2%가 주인공이다. 통계청이 올해 11월 발표한 청년층(15~29세, 남녀 포함)의 실업률이다.
청년층이 실제로 느끼는 체감 청년 실업률은 21.4%라고 한다. 그야말로 ‘취업은 전쟁’이다. 그런데 같이 봐야 할 통계가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06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6년 신입 사원 채용 실태 조사’ 결과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1년 이하 신입 사원의 퇴사율은 27.7%,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퇴사율은 32.5%에 달한다.
각고의 노력 끝에 취업한 젊은이가 다시 포탄과 상처가 난무하는 백수의 길로 뛰어드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와튼스쿨이 콜센터 직원들에게 한 일
그들이 밝히는 대표적 퇴사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유는 ‘인격 모독’이다. 소리를 지르고 서류를 던지며 사소한 트집을 잡는 등의 행위를 뜻한다.
둘째 키워드는 ‘노동력 착취’다. 걸핏하면 야근과 초과 노동을 요구하면서 ‘열정 페이’만 강요한다고 한다.
그도 아니면 최소한의 여건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열악한 노동환경’이 포기 이유다. 그런데 이것들을 훨씬 압도하는 요인이 하나 더 있다.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지’라는 생각이라고 한다.
인간을 움직이는 강력한 동기 가운데 많은 행동경제학자가 밝혀낸 중요한 동기 하나가 있다. 인간은 아무리 노동조건이나 환경이 좋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일에서 ‘의미’나 ‘보람’을 느끼지 못하면 일할 의욕이 생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대학을 갓 졸업했다고 가정하자. 누군가 당신에게 쾌적한 사무실에서 다른 사람의 간섭 없이 하루 8시간만 일하면 연봉 3000만원을 준다고 치자. 여기까지는 나름 고려해 볼만한 괜찮은 조건인 것 같다.
그런데 해야 할 일이 한쪽 귀퉁이에 놓인 의자를 시곗바늘 방향의 다른 귀퉁이로 1분마다 한 번씩 옮기는 작업이라면 어떨까.
물론 처음엔 기쁜 마음으로 할지 모른다. 크게 힘이 드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몇 시간 하다 보면 이런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이지’, ‘왜 이런 걸 해야 하지’와 비슷한 궁금증을 가질 것이다.
‘의자 옮기기’에서 어떤 의미도 발견하기 어렵겠다고 깨달은 당신은 과연 이 작업을 몇 달이나 할 수 있을까. 과연 며칠이나 버틸 수 있을까.
그래서 우리는 눈여겨봐야 한다. 누군가의 열정을 끌어내는 데 탁월한 사람의 공통점을 눈여겨보란 얘기다. 그들은 상대방의 행위가 타인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 상대방이 느끼도록 만들어 주는 데 공을 들인다.
단지 만족도를 높이고 호감을 얻는 차원이 아니다. 성과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한 사례 하나를 보자. 대학 기금 마련을 위해 잠재 기부자에게 전화를 거는 콜센터 직원을 대상으로 아담 그랜트 미국 와튼스쿨 경영학과 교수가 진행한 실험이다.
사실 기업 내에서도 콜센터는 급여가 낮고 스트레스 수치가 높아 이직률이 높기로 유명하다. 이 대학도 다를 바 없었다. 불쾌해 하는 사람들로부터 요청을 거부당할 때가 많아 콜센터 직원들의 이직률이 당연히 높았고 사기는 낮았다.
그랜트 교수가 한 실험은 뭐였을까. 모은 기금으로 장학금을 받은 학생과 콜센터 직원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사실 그때까지 직원들은 모금만 했었지 그것으로 혜택을 받은 학생들을 본 적이 없었다. 시간은 매우 짧았다.
학생들이 하고 있는 공부나 연구 성과에 대한 얘기 시간을 5분 정도 줬을 뿐이다. 그런데 다음 달 학생과 만났던 직원들에게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통화 시간을 보면 이전보다 두 배 더 긴 통화 패턴이 나타났다.
모집된 기부금도 평균 186달러였던 주간 모금액이 한 달 만에 503달러, 약 270% 이상 급증했다.
정리된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최소한의 짧은 접촉이었지만 학생과의 만남은 직원에게 동기부여가 됐다.”
이렇듯 상대의 일이 타인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 알게 하려면 그들의 고객을 직접 만나게 하라. 그리고 고객이 느끼는 혜택과 고마움을 생생히 전해 듣게 하라. 여기서 ‘고객’의 범위에는 같이 일하는 동료나 상사, 부하 직원도 포함된다.
그래서일까. 서로에게 적극적으로 감사함을 표현하는 조직 문화가 점차 늘고 있다. 이런 시도가 생산성을 높이고 조직 평판을 형성하는 데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연구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두 개의 기업을 통해 구체적인 방법을 살펴보자.
◆로레알이 ‘감사 캠페인’으로 얻은 소득
프랑스어로 ‘메르시(Merci)’는 ‘감사합니다’라는 의미다. 로레알코리아에서는 이 단어를 붙여 매달 넷째 수요일에 ‘메르시 데이(Merci Day)’를 진행한다. 주제는 계속 바뀐다.
‘메르시 크로스팀 데이’에는 카페테리아 벽면 가득히 포스트잇을 붙이면서 팀 간에 서로 감사하는 마음을 전달한다.
‘메르시 막내 데이’에는 팀에서 가장 고생하는 막내(신입이나 인턴)를 위해 자리를 꾸며주고 음료수도 몰래 갖다 준다. 비록 가장 어린 직원이지만 당당히 존재감과 자부심을 느끼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날 회사 차원에서 제공하는 선물도 있다. 메르시 데이에 가장 많은 감사를 받았거나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한 팀에 떡볶이나 피자 등으로 파티를 열어준다. 이 캠페인은 3대 글로벌 PR 어워드 중 하나인 ‘PR 위크’의 2013년 ‘올해 최고의 사내 커뮤니케이션’에 선정됐다.
이번에는 2003년부터 ‘감사 경영’을 적극적으로 실천한 정보기술(IT) 부품 전문 중견기업인 네페스의 사례를 보자. 도입 당시 ‘생각만 하지 말고 소리 내 감사하라. 지체하지 말고 즉각적으로 감사하라’를 행동 지침으로 표방한 네페스다.
네페스는 ‘마법노트’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직원이 감사 일기를 쓰거나 고마운 동료에게 감사 편지를 보낼 수 있게 했다.
해당 앱은 한 사람이 하루 평균 3건 이상의 편지를 남길 정도로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그 결과 감사 경영 10년째인 2013년엔 퇴사율 0%라는 놀라운 성과도 달성했다.
그런데 이 기업에는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이 따로 있다. 감사를 표현하는 대상에 사람뿐만 아니라 기계도 포함하는 것이다. 각종 생산 설비에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붙이고 이것을 소리 내 외친 것이 비결이다.
기계가 사람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생산 설비 잔고장이 월 10건에서 1건으로 확 감소했고 매달 약 1억5000만원의 손실이 줄었다고 한다.
◆‘사람이 온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사진) 영화 ‘왓 위민 원트’ 포스터. /한국경제신문
이제 곧 새해가 시작된다. 여느 때처럼 많은 리더가 의욕적으로 출발하기 위해 다양한 비전과 조직 문화의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바람이 있다면 새로 도입하는 조직 문화 프로그램이 경영 수단을 넘어 인간 존중의 철학을 포함했으면 한다.
2000년 제작된 ‘왓 위민 원트’라는 영화가 있다. 꽤 잘 만들어진 로맨틱 코미디물로 기억하는데 남자 주인공은 배우 멜 깁슨이다. 그는 광고 기획자로서의 능력은 좋지만 지독한 남성 우월주의자로 유명하다.
전체 줄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은데, 어느 날 사고로 사람들의 속마음을 듣게 되는 초능력(?)을 갖게 된 남자 주인공이 여자 상사(여자 주인공)의 아이디어를 훔쳐내 조직으로부터 다시 인정 받게 되지만 결국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해당 작품에서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장면이 하나 있다. 초능력을 갖게 된 멜 깁슨이 회사 사람의 이런저런 속마음을 듣는 재미를 즐기다가 그동안 존재조차 몰랐던 인턴의 마음을 듣게 된다.
‘내가 이 회사에서 연기처럼 사라진다고 해도 아무도 모를 거야.’
멜 깁슨은 예전처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그래서 그녀의 이름을 불러주고 가볍게 칭찬한다. 그 순간 동공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라고 감격해 하던 인턴의 눈빛. 잊을 수가 없다.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인간관계에서는 서로에게 감사와 존중을 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