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 망중립성 논란]
미국 FCC 망중립성 원칙 폐지, 특정 기업이 과다한 트래픽 일으키는 것은 사실…한국에서는 큰 변화 없을 듯
(사진) 12월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 건물 앞에서 시민들이 망중립성 폐지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정동훈 광운대 교수]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려면 한번쯤 긴 줄을 서야 하는 곳이 있다. 바로 보안 검색장이다.
대통령이나 국제협약에 따라 보안 검색을 면제받도록 돼 있는 외교관을 제외하고는 남녀노소, 지위 여하를 막론하고 반드시 보안 검색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만일 공항에서 검색대를 두 곳으로 나눈 후 한 곳은 현재 이용하는 것처럼 그대로 이용하게 하고 다른 곳은 추가비용을 낸 사람만 빨리 검색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어떨까.
2016년 12월 14일 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와 같은 기구인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중립성’ 폐지를 결정했다. 망중립성은 통신망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원칙으로, 망사업자(인터넷망 사업자 : ISP)가 모든 데이터에 대해 차별 없이 송수신되도록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망사업자는 한국의 KT·SK텔레콤·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와 같이 통신망을 갖고 서비스하는 사업자를 의미한다. 그리고 모든 데이터에 대해 차별 없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는 합법적인 네트워크 트래픽을 전송하는 데 불합리하게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폐지론자 “속도 저해·경쟁 제한”
예컨대 KT는 ‘올레TV 모바일’이라는 동영상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을 보유하고 있다. 로그인만 하면 무료로 다수의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앱이다. 경쟁 제품으로는 SK텔레콤의 ‘옥수수’, 카카오의 ‘카카오TV 라이브’나 구글의 ‘유튜브’와 같은 앱이 있다.
비록 ‘올레TV 모바일’이 KT의 앱이지만 KT는 KT 고객을 위해 ‘올레TV 모바일’의 속도를 경쟁사의 서비스에 비해 끊기지 않게 더 빨리 제공하거나 또는 경쟁사의 서비스를 상대적으로 더 느리게 제공할 수 없다. 이것이 망중립성이다.
이번에 미국 FCC에서 망중립성 폐지를 결정했다는 의미는 앞서 공항 검색대의 예처럼 망사업자에게 돈을 많이 지불한 콘텐츠 사업자는 더 빠른 속도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우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기존에는 KT·SK텔레콤·LG유플러스의 어느 사업자를 선택하더라도 모든 서비스에 대해 차별 없이 동등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었지만 이 경우 망사업자가 차별적으로 콘텐츠·애플리케이션·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망중립성 폐지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매우 밀접한, 아니 우리 일상생활 그 자체일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망중립성 폐지를 우려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극단적인 사례를 통해 위험성을 부각시킨다. 지금은 국민 메신저로 쓰는 카카오의 ‘카카오톡’을 쓰지 못할 수도 있고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큰 비용을 치르면서 유튜브 동영상을 봐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
또 인터넷 소비자가 업로드하거나 다운로드할 때 걸리는 속도는 전적으로 KT와 SK텔레콤 같은 망사업자에 달려 있고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거대 기업들은 경쟁사나 잠재적 경쟁자인 신규 스타트업의 서비스와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뛰어난 속도 품질로 시장을 지배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말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그 어떠한 행동도 망사업자의 통제하에 있게 되는 것이다. 통신사가 인터넷을 지배하는 세계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 FCC는 이렇게 말썽 많은 망중립성을 왜 폐지했을까. 먼저 아지트 파이 FCC 위원장의 배경을 보면 이해하기가 쉽다.
파이 위원장은 FCC에 들어오기 전에 미국의 망사업자인 버라이즌의 고문 변호사를 역임했다.
2012년 공화당 추천으로 FCC 위원에 임명된 이후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망중립성 정책에 대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줄곧 내왔다. 이후 시장 친화적이면서 성장 우선주의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위원장에 임명됐다.
결국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의 시장 친화 정책과 통신사 변호사 출신의 파이 FCC 위원장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할 수 있다.
망중립성 폐지의 논리적 근거는 시장 논리와 네트워크 고도화, 사용자 편리성 등을 꼽을 수 있다. 망중립성은 통신망을 가지고 있는 사업자가 망에서 서비스하는 사업자들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실은 특정 사업자가 트래픽을 과도하게 차지하고 있다. 2015년 미국 모바일 트래픽에서 동영상의 비율은 55%이며 2020년에는 75%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 역시 2016년을 기준으로 모바일 트래픽에서 동영상 비율이 약 58%를 차지했다. 이 말은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서비스 회사가 트래픽 비율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무료로 인터넷망을 쓰면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구글·페이스북·넷플릭스 같은 기업에 그에 준하는 책임을 부여할 수 없는 것일까.
이들 회사가 이렇게 과도하게 점유하고 있는 현실이 망중립성의 가치를 현실적으로 대변한다고 볼 수 있을까. 망중립성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은 이러한 시장 논리로부터 출발한다.
망중립성 원칙에 따르면 망사업자는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가 데이터를 아무리 많이 사용해도 속도를 낮추거나 차별적 요금을 부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망사업자들은 망중립성이 투자를 저해하고 경쟁을 제한한다며 폐지를 촉구해 왔다. 망중립성 원칙하에서는 데이터 트래픽 폭증에 따른 비용을 망사업자와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지만 이는 시장 논리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데이터 트래픽을 많이 발생시킨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가 비용을 분담함으로써 망사업자는 트래픽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들은 통신비 부담 경감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네트워크 고도화를 위해서도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의 비용 부담이 요구된다. 5G 시대를 맞아 망사업자는 대규모의 시설투자 자금이 필요하다. 사물인터넷(IoT)과 무인자동차 등에 사용될 5G는 트래픽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폭증하게 된다.
이와 같은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데, 망중립성 폐지를 통해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하는 정도에 따라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하는 비용 분담 방식을 통해 광대역 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시대의 변화에 어울리는 망중립성 원칙의 필요성은 미국 FCC에서 망중립성 폐지를 이끌었고 이 결정은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면 한국의 망중립성 문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시대의 변화, 한국 가능성 낮아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미국의 결정이 한국에 큰 변화를 이끌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게다가 앞서 들었던 예와 같은 극단적인 사건이 근시일 내에 한국에서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먼저 망사업자를 기간 통신 사업자로 보는 관점이 변화할 가능성이 낮다.
한국은 망사업자를 아예 기간 통신 사업자로 법령에 의해 분류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사례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비록 망중립성을 법률로 제정하지는 않았지만 ‘전기통신사업법’이나 ‘망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2011년)’, ‘통신망의 합리적 트래픽 관리 이용과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에 관한 기준(2013년)’을 통해 망중립성의 원칙을 잘 실현하고 있다.
만일 미국처럼 망중립성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와 국회가 움직여야 하는데 망사업을 공공의 영역으로 보는 여론이 강한 한국에서는 이를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이 망중립성을 강화하는 데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정부의 지향성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오히려 미국과 반대의 상황이 최근에 있었는데 올해 11월 29일 여당인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망중립성을 강화하는 법안을 심의하기도 했다. 이처럼 망중립성 정책은 국가에 따라 다른 지향성을 보이기도 한다.
망중립성을 유지 또는 폐지할지의 문제는 2018년을 달굴 뜨거운 감자 다. 인터넷이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라는 점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
교육받을 권리가 인권이고 문화를 누릴 권리가 인권이듯이 인터넷을 사용할 권리도 인권인 시대이므로 인터넷 사용에도 차별 금지와 투명성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와 함께 데이터 트래픽을 과도하게 유발하는 업체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시장경제의 당연한 논리다. 망사업자에게 일방적인 비용을 전가하는 것 또한 합리적이지 않다.
망중립성 폐지가 창조와 혁신의 시작일지 아니면 소비자의 행복추구권과 표현의 자유와 같은 헌법 정신에 반하는 결정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
미국 FCC 망중립성 원칙 폐지, 특정 기업이 과다한 트래픽 일으키는 것은 사실…한국에서는 큰 변화 없을 듯
(사진) 12월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 건물 앞에서 시민들이 망중립성 폐지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정동훈 광운대 교수]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려면 한번쯤 긴 줄을 서야 하는 곳이 있다. 바로 보안 검색장이다.
대통령이나 국제협약에 따라 보안 검색을 면제받도록 돼 있는 외교관을 제외하고는 남녀노소, 지위 여하를 막론하고 반드시 보안 검색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만일 공항에서 검색대를 두 곳으로 나눈 후 한 곳은 현재 이용하는 것처럼 그대로 이용하게 하고 다른 곳은 추가비용을 낸 사람만 빨리 검색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어떨까.
2016년 12월 14일 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와 같은 기구인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중립성’ 폐지를 결정했다. 망중립성은 통신망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원칙으로, 망사업자(인터넷망 사업자 : ISP)가 모든 데이터에 대해 차별 없이 송수신되도록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망사업자는 한국의 KT·SK텔레콤·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와 같이 통신망을 갖고 서비스하는 사업자를 의미한다. 그리고 모든 데이터에 대해 차별 없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는 합법적인 네트워크 트래픽을 전송하는 데 불합리하게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폐지론자 “속도 저해·경쟁 제한”
예컨대 KT는 ‘올레TV 모바일’이라는 동영상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을 보유하고 있다. 로그인만 하면 무료로 다수의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앱이다. 경쟁 제품으로는 SK텔레콤의 ‘옥수수’, 카카오의 ‘카카오TV 라이브’나 구글의 ‘유튜브’와 같은 앱이 있다.
비록 ‘올레TV 모바일’이 KT의 앱이지만 KT는 KT 고객을 위해 ‘올레TV 모바일’의 속도를 경쟁사의 서비스에 비해 끊기지 않게 더 빨리 제공하거나 또는 경쟁사의 서비스를 상대적으로 더 느리게 제공할 수 없다. 이것이 망중립성이다.
이번에 미국 FCC에서 망중립성 폐지를 결정했다는 의미는 앞서 공항 검색대의 예처럼 망사업자에게 돈을 많이 지불한 콘텐츠 사업자는 더 빠른 속도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우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기존에는 KT·SK텔레콤·LG유플러스의 어느 사업자를 선택하더라도 모든 서비스에 대해 차별 없이 동등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었지만 이 경우 망사업자가 차별적으로 콘텐츠·애플리케이션·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망중립성 폐지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매우 밀접한, 아니 우리 일상생활 그 자체일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망중립성 폐지를 우려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극단적인 사례를 통해 위험성을 부각시킨다. 지금은 국민 메신저로 쓰는 카카오의 ‘카카오톡’을 쓰지 못할 수도 있고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큰 비용을 치르면서 유튜브 동영상을 봐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
또 인터넷 소비자가 업로드하거나 다운로드할 때 걸리는 속도는 전적으로 KT와 SK텔레콤 같은 망사업자에 달려 있고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거대 기업들은 경쟁사나 잠재적 경쟁자인 신규 스타트업의 서비스와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뛰어난 속도 품질로 시장을 지배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말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그 어떠한 행동도 망사업자의 통제하에 있게 되는 것이다. 통신사가 인터넷을 지배하는 세계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 FCC는 이렇게 말썽 많은 망중립성을 왜 폐지했을까. 먼저 아지트 파이 FCC 위원장의 배경을 보면 이해하기가 쉽다.
파이 위원장은 FCC에 들어오기 전에 미국의 망사업자인 버라이즌의 고문 변호사를 역임했다.
2012년 공화당 추천으로 FCC 위원에 임명된 이후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망중립성 정책에 대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줄곧 내왔다. 이후 시장 친화적이면서 성장 우선주의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위원장에 임명됐다.
결국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의 시장 친화 정책과 통신사 변호사 출신의 파이 FCC 위원장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할 수 있다.
망중립성 폐지의 논리적 근거는 시장 논리와 네트워크 고도화, 사용자 편리성 등을 꼽을 수 있다. 망중립성은 통신망을 가지고 있는 사업자가 망에서 서비스하는 사업자들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실은 특정 사업자가 트래픽을 과도하게 차지하고 있다. 2015년 미국 모바일 트래픽에서 동영상의 비율은 55%이며 2020년에는 75%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 역시 2016년을 기준으로 모바일 트래픽에서 동영상 비율이 약 58%를 차지했다. 이 말은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서비스 회사가 트래픽 비율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무료로 인터넷망을 쓰면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구글·페이스북·넷플릭스 같은 기업에 그에 준하는 책임을 부여할 수 없는 것일까.
이들 회사가 이렇게 과도하게 점유하고 있는 현실이 망중립성의 가치를 현실적으로 대변한다고 볼 수 있을까. 망중립성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은 이러한 시장 논리로부터 출발한다.
망중립성 원칙에 따르면 망사업자는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가 데이터를 아무리 많이 사용해도 속도를 낮추거나 차별적 요금을 부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망사업자들은 망중립성이 투자를 저해하고 경쟁을 제한한다며 폐지를 촉구해 왔다. 망중립성 원칙하에서는 데이터 트래픽 폭증에 따른 비용을 망사업자와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지만 이는 시장 논리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데이터 트래픽을 많이 발생시킨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가 비용을 분담함으로써 망사업자는 트래픽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들은 통신비 부담 경감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네트워크 고도화를 위해서도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의 비용 부담이 요구된다. 5G 시대를 맞아 망사업자는 대규모의 시설투자 자금이 필요하다. 사물인터넷(IoT)과 무인자동차 등에 사용될 5G는 트래픽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폭증하게 된다.
이와 같은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데, 망중립성 폐지를 통해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하는 정도에 따라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하는 비용 분담 방식을 통해 광대역 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시대의 변화에 어울리는 망중립성 원칙의 필요성은 미국 FCC에서 망중립성 폐지를 이끌었고 이 결정은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면 한국의 망중립성 문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시대의 변화, 한국 가능성 낮아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미국의 결정이 한국에 큰 변화를 이끌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게다가 앞서 들었던 예와 같은 극단적인 사건이 근시일 내에 한국에서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먼저 망사업자를 기간 통신 사업자로 보는 관점이 변화할 가능성이 낮다.
한국은 망사업자를 아예 기간 통신 사업자로 법령에 의해 분류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사례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비록 망중립성을 법률로 제정하지는 않았지만 ‘전기통신사업법’이나 ‘망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2011년)’, ‘통신망의 합리적 트래픽 관리 이용과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에 관한 기준(2013년)’을 통해 망중립성의 원칙을 잘 실현하고 있다.
만일 미국처럼 망중립성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와 국회가 움직여야 하는데 망사업을 공공의 영역으로 보는 여론이 강한 한국에서는 이를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이 망중립성을 강화하는 데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정부의 지향성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오히려 미국과 반대의 상황이 최근에 있었는데 올해 11월 29일 여당인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망중립성을 강화하는 법안을 심의하기도 했다. 이처럼 망중립성 정책은 국가에 따라 다른 지향성을 보이기도 한다.
망중립성을 유지 또는 폐지할지의 문제는 2018년을 달굴 뜨거운 감자 다. 인터넷이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라는 점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
교육받을 권리가 인권이고 문화를 누릴 권리가 인권이듯이 인터넷을 사용할 권리도 인권인 시대이므로 인터넷 사용에도 차별 금지와 투명성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와 함께 데이터 트래픽을 과도하게 유발하는 업체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시장경제의 당연한 논리다. 망사업자에게 일방적인 비용을 전가하는 것 또한 합리적이지 않다.
망중립성 폐지가 창조와 혁신의 시작일지 아니면 소비자의 행복추구권과 표현의 자유와 같은 헌법 정신에 반하는 결정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