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달군 '롱패딩 성적표'

[스포트라이트] 롱패딩
-‘멋 부리다 얼어 죽는다’는 옛말…후끈한 롱패딩 대박 내다
-아웃도어·스포츠업계 사상 최대 매출 행진…롱패딩 열풍에 유통가도 활짝


(사진) 2017년 11월 아웃도어업계 1위는 디스커버리가 차지했다. /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홈페이지

[한경비즈니스= 김영은 기자] 올겨울 롱패딩이 크게 유행하면서 ‘멋 부리다 얼어 죽는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야외 경기장에서 운동선수들이 입는 것으로 알려져 ‘벤치 파카’로 불렸던 롱패딩은 이제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열광하는 히트 상품이 됐다.

이런 현상은 수년째 침체의 늪에 빠져 있던 패션업계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롱패딩 열풍 덕에 패션업계가 큰 폭의 이익 개선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가와 마진이 높은 겨울 상품은 패션 기업의 경영 실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롱패딩 덕에 활기 찾은 패션업계

금융투자업계는 2017년 4분기 패션 기업들은 성수기 시즌을 맞아 매출 증가와 이익 개선 효과가 다른 분기보다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롱패딩의 주요 공급 기업 중 상당수는 2017년 11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평년보다 기온이 낮고 소비심리지수가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중 매출이 가장 압도적이었던 최강자는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이하 디스커버리)’이었다. 디스커버리는 2017년 11월 한 달에만 9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웬만한 패션 브랜드 연매출과 맞먹는 액수다.

2010년 초반까지 ‘전 국민의 교복’으로 불렸던 노스페이스도 2017년 11월 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때 5000억원대를 기록했던 노스페이스 매출액은 2015년을 기점으로 3000억원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2017년 롱패딩 열풍으로 과거 노스페이스의 영광을 되찾을 전망이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도 2017년 11월 월매출 710억원을 기록했다. 2008년 이랜드를 통해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역대 최고 월매출이다.‘아이더·네파·K2·블랙야크’ 등도 나란히 월매출 600억원대를 기록하며 롱패딩 열풍에 올라탔다.

◆ 유통가도 롱패딩 열기에 '활짝'



2014년부터 이어진 ‘따뜻한 겨울’로 울상을 짓던 백화점업계도 모처럼의 겨울 특수를 맞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각 사에 따르면 2017년 11월 롯데백화점·현대백화점·신세계백화점은 각각 전년보다 매출이 5.0%, 6%, 6.4% 증가했다. 롱패딩 등 다운점퍼를 주로 선보이는 아웃도어·스포츠웨어 부문의 성장이 백화점 전체 매출 신장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 빅3’의 2017년 11월 한 달간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을 살펴보면 롯데백화점은 아웃도어 상품군이 13.5%, 스포츠웨어 상품군이 23.5%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은 아웃도어 상품군이 24.8%, 스포츠 상품군의 매출이 24.8%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아웃도어 28.4%, 스포츠웨어 36.6% 등의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정기 세일 기간 패딩 상품군 매출이 40% 이상 급등하며 매출 효자 노릇을 했다.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홈쇼핑도 ‘깜짝 특수’를 누리고 있다. 현대홈쇼핑의 2017년 11월 패션·의류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0.3% 뛰었다. CJ오쇼핑은 2017년 11월 패션 매출이 전년보다 10% 이상 늘었다. 이 가운데 코트·롱패딩 등 외투의 비율이 50%를 차지했다.

특히 패딩 제품에 대한 인기가 뜨거웠다. 프리미엄 구스다운인 ‘헤트레고’는 한 시간 만에 29억원어치 이상이 팔려나갔다.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가 출연해 판매한 롱패딩도 한 시간 만에 21억원어치 이상의 실적을 올리며 ‘완판’ 신화를 썼다.

◆가성비·실용성으로 ‘등골브레이커’ 방지

패션업계가 너도나도 롱패딩을 주력 상품으로 내걸며 소비자의 선택 폭이 좁아지고 개성이 획일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롱패딩 열풍이 단순히 유행을 따라가려는 심리에서만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가격과 방한을 생각한 실용적인 이유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설문 조사에서 ‘롱패딩을 왜 입는가’에 대한 질문에 가장 많은 답변이 ‘따뜻해서(42.5%)’였고 ‘코디를 고민하지 않고 편하게 입을 수 있어서(23.4%)’가 뒤를 이었다.

2017년 11월 롱패딩을 구매한 직장인 최 모 씨는 “한철 유행 따라 입는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코트와 비교할 때 가격이 비슷하면서 훨씬 따뜻하다”며 “요즘은 가성비 좋은 롱패딩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예전 프리미엄 패딩에 붙던 ‘등골 브레이커’라는 오명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패션업계는 롱패딩 열풍이 반짝 호황에 그치지 않도록 다음 트렌드에 대비하고 중·장기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패션연구소는 ‘2018 패션 산업 전망’을 발표하며 2018년도 패션 업계 키워드로 ‘초연결 사회(Hyper Connected Society)’를 제시했다. 이지은 삼성패션연구소 그룹장은 “2018년에는 각 브랜드들이 개별 소비자와의 연결과 소비자 경험을 제고하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소통을 이어가야 한다”면서 “동시에 기업들은 가변성을 새로운 표준으로 받아들이고 소비자 경험·편의성·가성비·참신함과 개인화된 서비스까지 다각도로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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