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투자, 다수파 몰린 '대세' 따라야

[법으로 읽는 부동산]
다수파가 점하는 평형대가 더 큰 이득 얻어…중개사·조합 등서 다양한 의견 들어야


(사진)김향훈 법무법인 센트로 대표변호사.

[한경비즈니스=김향훈 법무법인 센트로 대표변호사] 예전에 부동산 경기가 한창일 때는 대형 평형에 투자해야 가격 상승 폭이 큰 만큼 가급적이면 대형 평형에 투자하라는 격언이 있었다. 그러다가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 위기가 오고 부동산도 부침을 겪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재건축조합들은 대형 평형을 신축하겠다는 기존의 사업시행계획을 포기하고 대거 소형 평형으로 옮겨가게 됐고 너도나도 사업시행계획을 변경해 분양 신청을 다시 받게 됐다. 소형 평형이 실속이 있고 분양성이 좋고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여기서 무엇이 소형 평형이냐는 의문이 생기는데 수도권에서는 106㎡(32평)형대가 가장 선호되는 평형이고 지역에 따라 약간씩 달라지는 것 같다.


(사진)재건축을 앞두고 있는 서울 송파구 신천동 미성 크로바 아파트.(/한국경제신문)

◆단지 내 가장 많은 평형대 ‘주목’

앞으로 신축될 아파트도 소형 평형을 많이 짓는 것이 대세인데, 재건축조합에서 조합원 자격을 얻으려면 일단 기존 주택을 구입해야 한다. 기존 아파트 중 어떤 평형대를 구입할 것인지 생각해 보자.

필자는 변호사로서 재건축조합의 분쟁을 14년간 다뤄 봤다. 투자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조합 사업을 진행할 때 다수파와 소수파의 대립을 너무나도 많이 봐왔고 소수파가 얼마나 억압받고 차별받는지도 봤다.

차별은 감정평가와 신축 아파트 배정의 문제다. 특히 종전 자산(철거해야 할 기존의 아파트) 가치 평가에서 다수파를 점하는 평형대가 상대적으로 많은 이득을 얻고 소수파는 불이익을 보게 된다.

예를 들어 1530가구의 아파트 단지가 83㎡(25평)형 500가구, 106㎡형 800가구, 149㎡(45평)형 150가구, 172㎡(52평)형 50가구, 상가 30가구로 구성돼 있다면 여기서 가장 다수파는 106㎡형대다.

여기서 조합장과 조합 총무이사까지 106㎡형대에서 배출된다면(그럴 가능성이 높다) 이 조합은 ‘106㎡형 독재 재건축조합’이 된다. 모든 정책은 106㎡형대 위주로 굴러간다. 총 1530가구 106㎡형대만 벌써 800가구이므로 절반이 넘는다. 독재가 가능하다.

설사 과반이 안 되더라도 적당한 다른 평형대를 골라 그쪽 사람들에게 떡고물을 조금 던져주는 방식의 감정평가와 조합 정책을 펴면 과반의 조합원 숫자를 점할 수 있다. 연합 전선을 펴는 것이다.

감정평가 업체는 양심에 따라 정당한 평가를 해야 하지만 자기에게 발주해 주는 시행자의 요구에 아무래도 따르게 된다는 것은 능히 상상해 볼 수 있는 일이다. 106㎡형 아파트보다 149㎡평형 아파트가 당연히 감정평가 금액이 비싸겠지만 단위면적당 금액은 106㎡형대가 월등하게 비싸게 나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시세 차이보다 더 많이 나게 되고 그 차이는 납득하기 어려운 때도 많다. 경우에 따라서는 독재와 전횡을 일삼던 조합 집행부가 해임 총회로 바뀔 수가 있는데 그렇더라도 아무래도 다수파를 점하는 사람들의 이해관계대로 관철될 가능성이 높다.

면적이 비슷하더라도 한강 조망권이 월등하게 우월하다면 또 그들이 소수파로서 조망권이 없는 자들에게 감정평가에서 차별받거나 할 수도 있다. 단지 내 아파트 면적이 완전히 동일한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분쟁의 소지가 적고 사업 진행이 빠를 가능성이 높다.

◆조합설립인가 날짜 꼭 확인

요즘은 2017년 발표된 소위 ‘8·2 부동산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 내의 재건축 아파트는 조합설립인가 이후 매입할 때 조합원 자격이 없게 된다. 따라서 조합설립인가 이후에 투자하는 것은 투기과열지구 이외의 지역에서 매입할 때나 해당될 것이다.

조합설립인가 이전이든 이후든 신규 아파트를 구입할 때는 부동산 중개업자의 말만 듣지 말고 몇 군데를 더 방문해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 바로 조합 또는 조합설립추진위원회, 관공서(시청이나 구청의 주택과, 도시정비과), 재건축 전문 변호사다.

조합이나 추진위원회를 방문해 조합장이나 위원장 그리고 총무나 사무장에게 “내가 이러저러한 물건을 구입하려고 하는데 분양권이 있나” 등 여러 가지를 물어봐야 한다.

이들도 중개사와 마찬가지로 거래 자체를 막을 이유는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나쁜 얘기는 가급적 하지 않겠지만 중개사와 다른 시각에서 이야기해 줄 수도 있다. 자기 구역의 물건에 대해 관심이 있다는데 문전박대할 추진위원회나 조합 관계자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구청이나 시청의 주택과 또는 도시정비과를 방문해 해당 사업 구역에 특별한 문제는 없는지, 조합설립인가나 사업시행인가 그리고 관리처분인가는 곧 나올 것인지, 시공자는 선정됐는지, 조합장이 지도력이 강력한지, 반대 조합원들의 민원이 극심한지, 내부 분쟁이 있다면 그 분쟁은 무엇인지 물어보면 의외로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재건축 전문 변호사에게는 “과연 그 아파트를 사면 분양권이 나올지”, “종전 소유자가 구역 내에 다른 아파트를 단독 소유하거나 지분 소유를 하고 있어 혹시 도시정비법 제19조 제1항 3호에 위반되지는 않는지” 등을 물어봐야 한다.

종전 소유자가 구역 내 다른 물건을 소유했었다면 투기과열지구가 아니더라도 분양권이 없게 되는 수가 있는데, 이 점은 종전 소유자에게 직접 물어봐야 하고 없다면 이를 매매 계약서에 기재해야 한다.

이 밖에 사업시행인가가 벌써 나고 분양 신청 기간이 이미 지난 물건이라면 종전 소유자가 분양 신청을 해뒀는지도 분명히 물어봐야 한다. 분양 신청을 하지 않은 물건을 구입하면 분양권을 받지 못하고 그냥 현금으로 청산 받아야 하는데 때로는 이 청산 금액이 구입한 가격에 미달할 수도 있다.

그러면 종전 소유자를 상대로 소송을 해야 하는 등 골치 아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경매 물건을 취득할 때는 중개사가 없으므로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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