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마을에 찾아온 ‘미래’…대관령 ‘5G 빌리지’

[커버스토리 = KT의 1000일 도전, 평창서 '5G 올림픽' 꽃피운다]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 현장 르포, “사상 최대 무선 네트워크 구축”

(사진) 1월 9일 개·폐막식이 열릴 평창 올림픽플라자에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위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서범세 기자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평창)] “통신망 구축 마무리 작업과 함께 점검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1월 9일 찾은 제23회 평창 동계올림픽의 화려한 개막식이 펼쳐질 평창 올림픽플라자. 폭설과 혹한이 더해진 궂은 날씨에도 KT의 엔지니어 30여 명이 이곳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대구에서 올라온 정순권 KT평창올림픽네트워크 오퍼레이션BU 과장 “작년부터 통신망 구축에 투입돼 한 달 전부터 아예 상주하고 있다”며 “지금 가장 우선하는 작업은 ‘옴니 포인트뷰’란 실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사진) 설상 경기가 열리는 알펜시아 올림픽파크. /서범세 기자
◆엔지니어 1000명 “점검 또 점검”

KT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통신 분야 공식 파트너다. 대한민국을 대표해 대회 통신망과 방송 중계 인프라를 비롯해 정보기술(IT) 주요 시설과 유선·무선·방송에 특화된 서비스들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KT는 1만1000km가 넘는 통신망을 구축했다.

또한 결점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1000명이 넘는 네트워크 전문가를 이곳 평창에 투입했다.

이렇게 대규모 인원이 투입된 것은 KT가 평창 동계올림픽에 거는 기대를 보여준다. KT 관계자는 “평창을 찾는 관람객, 특히 해외의 올림픽 관계자들에게 대한민국 통신 기술의 우수성을 선보이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무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30명의 상주 직원들은 올림픽 기간에 24시간 모니터링에 나설 예정이다. 정 과장은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끝나는 3월 말까지 이곳에 머무르며 장애 처리와 불만에 따른 사후 점검 등의 보완 작업을 이어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림픽플라자를 떠나 또 다른 설상 경기가 열리는 알펜시아 올림픽파크를 찾았다. 1000여 명의 KT 엔지니어가 투입됐다는 설명처럼 이동하는 내내 평창 시내 곳곳에서 KT 띠지를 두른 회사 차량이 계속 눈에 띄었다.

KT의 5G센터가 자리한 알펜시아 올림픽파크의 보안은 삼엄했다. 주관사인 KT관계자와 동행했고 방문 전날 허락도 받았지만 출입까지 10여 분 이상이 소요됐다.

조직위원회는 경기장 초입에 패럴림픽이 끝나는 3월 31일까지 출입증 미소지자와 사전에 허가받지 않은 방문객은 입장이 불가하며 이를 어길 시 주거침입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경고문을 크게 걸어뒀다.

어렵게 들어간 알펜시아 올림픽파크에는 전날 내린 함박눈이 쌓여 장관이었다. 주요 설상 경기가 열리는 이곳은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이 가운데 새하얀 설원에서 연습 중인 선수들도 만날 수 있었다. 선수들 사이로 5G 통신 모듈을 탑재한 카메라도 여럿 보였다. KT 마크를 단 카메라들은 ‘옴니 포인트뷰’란 실감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이 카메라를 여러 지점에 설치하고 선수들에게 초소형 위성항법장치(GPS) 모듈을 부착하면 사용자는 모바일 단말 또는 가상현실(VR) 기기로 원하는 선수나 지점의 경기 영상을 선택해 시청할 수 있다.

사무 동이 자리한 3층에는 KT의 5G센터가 들어서 있다. 평창·강릉·정선 등 올림픽 무대에서 활용될 5G 서비스를 책임질 전진기지다. 여기엔 KT와 글로벌 제조사들이 함께 개발한 ‘평창 5G 규격(5G-SIG 규격)’ 기지국을 비롯해 각종 5G 네트워크 장비와 단말이 구축돼 있다.

이날도 KT 직원들을 비롯해 협력사인 삼성전자 직원 10여 명 정도가 5G 네트워크 서비스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었다.

이곳에 상주하며 차량의 5G 통신 서비스를 담당하는 유상호 KT 올림픽무선기술팀 과장은 “KT가 준비하는 5G 올림픽 서비스를 실증 지원하고 운용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공간”이라며 “지금은 KT 엔지니어들과 함께 삼성전자·노키아·에릭슨 등 KT의 5G 네트워크 서비스에 협업하는 기업들이 함께 5G 기술 테스트를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 기간에도 5G 장비의 현장 환경 성능을 확인하고 최적의 무선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점검 작업이 이곳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5G센터를 다녀간 인원은 1월 9일 기준 1596명이다. 2016년 11월 문을 연 이후 황창규 KT 회장을 비롯해 KT 고위 관계자들과 글로벌 협력사 임원, 정부 고위 관계자와 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 등이 이곳을 찾았다.

한쪽 벽면에는 이들이 남겨 놓은 메시지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는데 큰 구경거리였다. 지난해 11월 29일 5G센터를 찾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세계 최초의 5G 올림픽, 수고 많았습니다”라며 KT 임직원에게 힘을 실어줬다.

권경인 에릭슨LG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세계 최초 KT의 5G 올림픽, 성공을 기원합니다”라고 응원했다. 중앙에는 황창규 회장의 메시지가 눈에 띄었다. “이곳 평창에서 시작되는 5G가 세상의 미래를 바꿀 것입니다. KT는 그 미래의 주인공입니다.”


(사진) '평창 5G 빌리지' 2층에서 관람객들이 5G네트워크 속도를 확인하고 있다. /서범세 기자

◆밖으로 나온 5G 체험 공간

5G센터가 5G 서비스를 실증하는 곳이자 올림픽 주요 관계자들에게 KT의 선진 기술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라면 일반 대중을 위한 5G 체험 공간도 별도로 마련돼 있다.

개·폐회식이 치러질 올림픽플라자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의야지바람마을(평창군 대관령면 횡계2리)이다. KT는 2017년 12월 20일 이곳 의야지바람마을에 세계 최초로 5G 네트워크를 적용하고 ‘평창 5G 빌리지’를 개소했다. 말 그대로 5G 네트워크가 적용된 산골 마을이다.

당초 KT는 평창 5G 빌리지를 2014년부터 지역 사회공헌 사업으로 추진 중인 ‘기가 스토리(KT그룹이 보유한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지역 특성에 맞는 가치를 실현하는 프로그램)’의 연장선상으로 계획했다. 하지만 마을이 평창 동계올림픽의 주요 무대 인근에 자리한다는 점에 주목해 아예 5G 체험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이곳에 상주하며 평창 5G 빌리지 홍보를 돕고 있는 한택식 KT 수도권CSV운영팀 차장은 “첫째 목적은 마을 주민들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와 KT의 5G 시범 서비스로 KT로서는 5G를 알릴 기회도 동시에 얻었다”고 말했다.

카페 문을 열자 거리에 없던 사람들이 모두 이곳에 있는 듯 빼곡한 모습이었다. 섭씨 영하 20도의 한파가 무색하게 평창 5G 빌리지는 이곳을 찾은 관람객과 관계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1층은 일반 카페처럼 커피를 파는 공간과 휴게 공간이 자리해 있다. 커피를 주문하고 잠시 앉아 구경하자 그 옆으로 2명의 관람객이 5G 증강현실(AR)을 활용한 터치 게임에 푹 빠져 있었다.

KT에 따르면 햇볕이 잘 드는 마을 중앙에 2층으로 지어진 이 카페는 5G 등 네트워크와 AR·혼합현실(MR)·홀로그램 등 첨단 IT를 결합해 방문객에게 관광 안내와 특산품 판매, 드론 체험 등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1층에서는 커피를 마시면서 5G 네트워크 기반의 AR·MR 기술을 활용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조금 전 관람객 2명이 즐긴 AR 터치 게임 외에도 의야지바람마을과 삼양목장·하늘목장·알펜시아 등 대관령면 7개 명소를 가상으로 체험하며 보물을 획득하는 AR 체험 게임 등이 있다. 카페 직원은 “게임을 모두 완료한 방문객에게는 무료 커피, 목장 할인권, 특산물 할인권 등을 증정한다”고 말했다.

(사진) '평창 5G 빌리지'에서 KT의 협력사 노키아 엔지니어들이 5G 네트워크를 점검하고 있다. /서범세 기자

◆해외 관광객 잡으려 인근 목장과 연계

또 한쪽 벽면에는 동작을 인식하는 미디어월을 설치해 의야지바람마을의 관광 명소에 대한 소개와 함께 동작 인식 게임, 드론에서 촬영한 실시간 마을 영상을 네트워크를 통해 만날 수 있다. 마을 영상을 제공하는 드론은 자율비행으로 작동한다.

1층 쪽문 옆에는 5G 네트워크에 기반 한 서비스인 ‘5G AR 마켓’이 기다리고 있다. 5G AR 마켓은 실제 거리를 다니며 물건을 선택하는 것과 같은 몰입감에서 쇼핑을 하는 미래형 플랫폼이다. 360도 영상으로 실제 전통 시장을 구경하는 것과 같은 상황을 연출해 지역 농산물이나 특산품을 소개한다. 농산물을 직접 구매할 수도 있다.

2층에 올라가면 평창·강릉 경기장 일대에 적용된 5G 서비스를 만나볼 수 있다. 아이스아레나·크로스컨트리 경기장 등을 모형으로 구현한 후 각각의 포인트에서 5G 네트워크를 통해 초고속 대용량으로 전송되는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한 차장은 “이곳에서 삼성전자의 5G 단말로 3.2Gbps 이상의 속도가 구현되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론적으로 1.5GB 용량의 동영상을 약 5초 만에 내려 받을 수 있는 속도”라고 말했다.

2층에서 한창 5G 단말을 구경하고 있을 때 외국인 4명이 이곳을 찾았다. 이들은 2층 베란다에 설치된 KT의 5G 관련 기기를 살폈다.

한 차장은 KT 협력사인 노키아의 엔지니어들로 올림픽을 앞두고 5G 시연 서비스를 점검 중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지금은 5G 네트워크의 업그레이드를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몸을 좀 녹이고 나서야 카페 바깥을 둘러봤다. 꽃밭양지카페 주변에 관광객과 마을 주민을 위한 편의 시설이 다수 설치돼 있다. 카페 앞쪽에 전기차와 차량 충전 시설을 갖춰 관광객이 전기차로 삼양목장·하늘목장 등을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카페 뒤쪽에 정보화 교육장과 무인 택배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특히 KT가 사회공헌 차원에서 마련한 무인 택배 시스템에 호평이 자자했다.

김현지 사무장 겸 정보화마을 프로그램 관리자는 “고지대에 골짜기가 너무 많다 보니 택배 서비스가 불가한 곳도 많다”며 “KT에서 무인 택배 시스템을 만들어 줘 마을 주민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KT는 꽃밭양지카페를 거점으로 한국의 앞선 5G 통신 기술을 전 세계 관람객에게 선보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막되면 평창군에서 의야지바람마을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만큼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평창 5G 빌리지를 찾는 외국인이 상당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개관 후 한 달도 채 안 됐지만 이미 많은 수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김 사무장은 “커피 판매 기준으로 보면 ‘평창 5G 빌리지’가 되기 이전에는 하루 10잔도 팔지 못할 때가 많았다”며 “지금은 주말에 100잔 정도를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출 기준으로는 불과 15일 만에 이전의 한 달 치 기록을 2배 이상 앞질렀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관람객을 더 늘리기 위해 인근에 있는 삼양목장과 하늘목장과도 연계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KT와 의야지바람마을 주민들은 올림픽이 끝난 이후에도 협력을 계속할 계획이다. 특히 KT는 행정안전부와 손잡고 올해 안에 지역활력센터·신바람광장을 추가 조성할 계획이다.

또 농작물 도난 방지 시스템, 홀몸노인 돌봄 서비스 등 생활 여건 개선을 위한 IT 솔루션을 적용해 의야지바람마을의 인구 유출 방지는 물론 인구 유입을 꾀할 계획이다.

황 회장이 마을에 거는 기대도 뜨겁다. 황 회장은 “KT는 의야지바람마을 주민들과 힘을 합쳐 2월 평창을 찾은 세계인들에게 5G의 놀라움을 느끼도록 해주고 의야지바람마을에서 5G를 중심으로 한 혁신 기술이 미래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여실히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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