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 주목해야 할 '6대 스타트업'

[스페셜리포트]
AI·헬스케어·핀테크·건설장비 임대 등 아이디어 돋보여

연일 뜨거워지는 창업 열기 속에서 스타트업의 ‘옥석’을 가려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도 있다. 참신한 아이템과 높은 기술력으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안고 있는 기업들은 언제든지 눈에 띄기 마련이다.

한경비즈니스는 국내를 대표하는 업계 전문가 7명에게 2018년 활약이 기대되는 스타트업을 꼽아 달라고 요청했다. 몇몇 기관에서는 한 곳만 뽑기가 어렵다며 곤혹스러워했다. 투자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을 고민에 빠뜨리며 선택받은 ‘2018 유망 스타트업’의 명단을 공개한다.



금동우 한화드림플러스63 핀테크센터장
“세계적으로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대안 금융시장’은 매년 가파르게 성장 중입니다.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는 이러한 트렌드가 더 강합니다.

와디즈는 지분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 시장에서 국내 투자 금액과 투자 성공 건수 절반을 차지하며 ‘리딩 컴퍼니’로 자리 잡았습니다. 올해 해외 진출, 내년 기업공개(IPO)가 성공한다면 척박한 국내 금융권 창업 시장의 ‘롤모델’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와디즈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크라우드 펀딩스쿨'(/와디즈)

◆와디즈, 집단지성이 만드는 ‘투자자의 힘’

한화드림플러스63 핀테크센터는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의 성지’로 불린다. 국내 보험사가 운

영하는 최초의 핀테크센터인 이곳은 공간 제공은 물론 핀테크 전문가들과 스타트업 종사자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스타트업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한화드림플러스63 핀테크센터의 선택은 2012년 설립된 지분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사 와디즈였다. 지분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은 소액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사업 모델이다.

투자자들은 집단지성을 통해 투자 대상을 가려낸 후 투자 대가로 회사의 주식·채권 등 유가증권을 받는다. 그 후 회사가 수익을 내면 배당금이나 이자 등을 통해 보상이 이뤄진다.

영화·연극과 같은 문화 콘텐츠부터 소규모 스타트업 투자까지 와디즈의 투자 상품은 다양하다. 특히 새로운 아이디어 상품을 내놓는 소규모 스타트업들은 와디즈를 통해 자금 유치는 물론 홍보까지 할 수 있다는 ‘일석이조’의 장점을 누리고 있다. 이 같은 투자 열기를 이어 가며 와디즈는 지난해 상반기 100억원의 펀딩액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통과돼 크라우드 펀딩은 2020년까지 투자한 투자금의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는 일반 투자자의 참여를 통해 스타트업 자본의 저변을 넓히려는 의도다. 향후 크라우드 펀딩 시장을 더욱 활성화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올해 와디즈의 포부가 주목된다. 동남아 등 해외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고 추후에는 크라우드 펀딩 업체 최초의 ‘상장’까지 그리고 있다.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파트너

“루닛은 자체 개발한 세계 최고 수준의 딥러닝 기술에 의료 분야를 접목했습니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영상 분석 기술에서 우수한 연구·개발(R&D)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의료 시장의 ‘강자’로 떠오를 것입니다.”



이혁희 아산나눔재단 스타트업 팀장

“루닛은 한국의 AI 헬스 케어 산업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되는 스타트업이죠. 특히 정부가 AI를 활용한 첨단 의료 기기 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규제 완화와 지원 제도를 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정책적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진)백승욱 루닛 대표가 해외 투자자에게 '루닛 인사이트'를 소개하고 있다.(/루닛)

◆루닛, AI·건강진단 결합…글로벌 의료시장 ‘강자’ 노린다

인공지능(AI) 시장에 발을 들여놓는 스타트업은 상당히 많다. 하지만 AI를 활용하는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2013년 설립된 스타트업 루닛은 의학에 AI를 접목했다.

자체 개발한 ‘딥러닝’ 기술을 통해 주요 폐질환의 실시간 진단을 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아산나눔재단이 선정한 ‘올해 유망한 스타트업’으로 꼽히게 됐다.

지난해 말 루닛은 AI를 기반으로 한 실시간 의료 영상 진단 소프트웨어 ‘루닛 인사이트’를 공개했다. 이용자가 루닛 인사이트의 웹사이트에 의료 영상을 올리면 몇 초 지나지 않아 건강진단 결과가 나온다.

현재 루닛 인사이트가 흉부 엑스레이 영상을 통해 검출 가능한 질환은 폐암 결절과 결핵·기흉·폐렴 등 주요 폐 질환이다. 루닛 인사이트를 통해 내려지는 진단 결과에는 질환의 위험 수준, 병변의 위치가 함께 표시된다. 루닛 측에 따르면 진단의 정확도는 약 98%에 이른다.

루닛은 지난해 CB인사이츠가 선정한 ‘AI 100대 스타트업’에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올해 상반기에는 유방암 조기 진단을 위한 유방 촬영술용 솔루션도 공개할 예정이다. 이렇게 루닛은 전 세계 헬스 케어 산업을 변화시킬 선두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

“‘토스’로 유명한 비바리퍼블리카를 꼽겠습니다. 토스는 지난해 12월 기준 월 송금액이 1조원을 넘었습니다. 누적 다운로드도 1200만을 넘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죠. 여기에 페이팔 등 해외 유명한 밴처캐피털(VC)의 투자를 받아 ‘엑시트(투자금 회수)’ 환경도 더없이 좋으니 투자자라면 꼭 주목해야 할 기업이라고 할 수 있죠.”



◆비바리퍼블리카, 韓 최초 핀테크업계 ‘유니콘’ 꿈꾸다

토스의 개발사인 비바리퍼블리카는 2017년 스타트업계를 연일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해 3월 페이팔·굿워터캐피탈 등으로 구성된 투자 컨소시엄으로부터 55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것이다. 특히 세계 최대 전자 결제 기업인 페이팔의 투자를 한국 스타트업 최초로 받아내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굿워터캐피탈의 창업자 에릭 킴은 투자 배경에 대해 “한국의 모바일 금융 서비스들 가운데 비바리퍼블리카가 가진 시장 선두적 지위와 전략에 큰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송금뿐만이 아니다. 토스는 공인인증서 등록만 하면 제휴된 은행 및 증권사의 계좌를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는 ‘통합 계좌 조회’ 서비스, 신용 등급을 무제한으로 비용 없이 확인할 수 있는 ‘무료 신용 등급 조회’ 서비스로 고객 편의를 도모했다. 이에 따라 2016년 35억원이었던 토스의 매출액은 2017년 기준으로 200억원까지 ‘껑충’ 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해 핀테크 분야 벤처캐피털인 H2벤처스와 다국적 컨설팅 그룹 KPMG가 매년 선정하는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에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35위에 이름을 올렸다.



김형진 롯데액셀러레이터 투자팀 매니저
“‘공사마스터’는 국내 최초로 건설 기계를 온라인으로 매칭해 주는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 작은 스타트업의 기술이 다소 비효율적으로 느껴졌던 국내외 건설기계 시장의 체질을 바꿀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공사마스터, 건설장비 임대 시장에 부는 ‘작지만 강한 바람’

2015년 시작된 롯데그룹의 창업 보육 전문 법인 ‘롯데액셀러레이터’는 국내 대기업의 성공적인 액셀러레이터 시장 진입 사례로 꼽힌다.

김형진 롯데액셀러레이터 투자팀 매니저가 추천한 공사마스터는 2015년 7월 국내 최초로 중장비 임대 렌털 온라인 매칭 서비스를 시작했다. 비슷비슷한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가 쏟아지는 시점에서 국내에 유사한 온라인 중개 서비스가 없다는 점은 공사마스터를 더욱 주목하게 하는 요인이 됐다.

건설 장비 임대 시장은 대부분 블로그나 카페 형식으로 개인 사업자 혹은 지역연합회가 운영한다. 그래서 규모가 영세하고 영업하는 지역이 국한돼 있다. 하지만 건설기계별 연간 임대 시장 규모는 굴삭기만 4조2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큰 시장이다.

처음엔 중고 장비 매매로 시작했던 공사마스터는 중장비 임대와 렌털로 눈을 돌렸다. 빅데이터를 통해 정확한 시세를 제공하고 해외시장까지 연결함으로써 영역을 넓혔다.

또 가격을 명하게 공개하는 한편 국내시장에선 ‘수수료 무료’라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공사마스터는 임대 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결할 플랫폼으로 꼽힌다.



김시완 디캠프 투자팀장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을 위한 서비스는 그동안 많이 출시됐지만 한국신용데이터의 ‘캐시노트’만큼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사례는 없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이 기업은 지난해 카카오로부터 40억원을 투자 받았죠. 대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올해 영역을 확장할 것이라고 봅니다.”



◆한국신용데이터, 음식점 사장님 웃게 만든 ‘바로 그 앱’

중소 사업자들을 위한 간편한 회계 서비스 ‘캐시노트’를 운영하는 한국신용데이터는 사업자들의 어깨를 가볍게 해 줬다.

회계는 기업이나 사업장 운영에 꼭 필요한 요소다. 하지만 소규모 사업자들은 회계 업무에 집중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캐시노트는 카드 매출 관리, 매출 분석, 세무 관련 업무 등 전반적 회계 업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복잡한 정산 방식과 카드사별 정산 주기 차이로 직접 관리하기 불편했던 매출 정산 정보를 자동으로 분석해 ‘카카오톡 알림 메시지 형태’로 알려준다.

일별·월별 매출액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외식업계에서 그야말로 ‘인기 폭발’이다. 이에 따라 출시 이후 8개월 만에 고객사 3만4000여 곳, 관리 매출 6조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여기에 카카오와의 협력은 캐시노트에 날개를 달아줬다. 별도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지 않아도 모든 기능을 카카오톡을 통해 이용할 수 있게 돼서다. 동시에 한국신용데이터는 카카오로부터 사업성을 인정받아 40억원의 투자 유치까지 이끌어 냈다.



강현수 스마일게이트 오렌지팜 운영팀장

“최근 가장 주목받는 기술은 단연 ‘블록체인’이죠. 메디블록은 블록체인 기술을 토대로 개인의 의료 정보를 손쉽게 관리하고 환자가 다른 의료 기관에서 진료 받을 때 중복 검사를 방지합니다.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어 미래가 더욱 기대됩니다.”


이은솔 메디블록 대표.(/한국경제신문)

◆메디블록, 블록체인, 의료 정보 권력을 이동시키다

메디블록은 2017년 4월 설립된 ‘신생 기업’이다. 서울과학고 동기인 고우균·이은솔 공동대표는 의료 현장이야말로 환자의 개인 정보에 관한 비밀이 지켜져야 하는 동시에 기록의 위·변조가 불가능해야만 하는 시장이라고 판단했다.

메디블록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개인의 의료 정보가 대형 병원이나 보험회사에 집중되는 것을 해소한다. 환자의 의료 정보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관리되면 불필요한 과잉 진료를 막을 수 있고 개인이 의료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장점을 인정받아 지난해 11월 글로벌 의료 기관인 오라클의원과 업무 협약을 맺었다.

또 메디블록은 시 장 활성화를 위해 가상화폐를 직접 내놓았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의료 정보에 특화된 세계최초의 가상화폐 ‘메디토큰’을 공개했다. 메디블록을 활용해 환자의 의료 정보를 생성하는 의료인에게 보상의 형태로 메디토큰을 준다. 물론 메디토큰은 외부 거래소를 통해 다른 가상화폐나 신용화폐로도 교환할 수 있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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