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넷플릭스·GE 등 ‘연결의 가치’로 대성공…네트워크 효과가 성패 좌우
(사진) 2016년 한국 진출 기념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석한 리드 헤이스팅스(왼쪽) 넷플릭스 CEO와 테드 사란도스 최고콘텐츠책임자.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 칼럼=전창록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플랫폼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상지트 폴 초더리 플랫폼랩스 대표가 저서 ‘플랫폼 레볼루션’에서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다’는 말은 ‘플랫폼이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다’로 바꿔야 한다”고 선언한 후 세상은 정말 플랫폼 기업이 지배하는 듯하다.
페이스북·아마존·구글·알리바바부터 한국의 네이버·카카오에 이르기까지 연결을 통해 한계비용 제로로 공유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모델이야말로 연결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비즈니스 모델이 됐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와 우버가 단시간에 성장할 수 있던 비결은 바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 때문이라는 얘기가 많다. 우버는 2년 만에, 에어비앤비는 3년 만에 시가총액 10억 달러 이상의 유니콘 기업이 됐다. 그들은 택시나 방을 단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연결’이라는 가치를 통해 성과를 달성했다.
비즈니스 모델은 원래 가치 제안과 운영 방식, 수익 모델로 구성된다. 가치 제안은 회사가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를 뜻한다.
운영 방식은 기업의 새로운 가치 제안이 고객에게 전달되기 위해 기업이 갖춰야 할 인프라와 프로세스를 통칭한다. 어떤 자산을 활용하고 누구와 연합하며 어떤 채널을 활용할 것인지 등이 주요한 운영 방식에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부분은 수익 모델이다.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면서 어떻게 수익을 발생시킬 것인지 고민하고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 다양한 수익 모델을 적절히 배합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의 구성 요소를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에 적용해 보면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의 가치는 기본적으로 연결의 가치다. 우버는 놀고 있는 차와 필요로 하는 사람을, 에어비앤비는 놀고 있는 방과 사람을 연결한다. 양방향으로 존재하는 소비자와 생산자의 연결이 바로 그들의 가치다.
◆비즈니스 모델의 진화 ‘넷플릭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됐을 때 ‘넷플릭스트(Netflixed : 넷플릭스 당하다)’라고 말한다. 이 표현은 넷플릭스가 영화 스트리밍이라는 플랫폼 기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 미국 전역에서 9000개 매장을 운영하던 블록버스터를 2010년 파산시킨 데서 기인한다.
넷플릭스는 1997년 설립됐다. 처음에는 온라인 주문 방식의 DVD 대여업으로 시작했지만 2007년부터 DVD 대신 스트리밍 서비스에 올인했다. 그 결과 영화 대여업 시장의 절대 강자인 블록버스터를 파산시켰다.
넷플릭스는 약 4200만 장의 영상물을 보유하고 있다. 스트리밍을 이용하는 가입자는 2017년 7월 기준 전 세계 1억 명을 돌파했고 미국에만 5100만 명이 넘는다.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멕시코·일본과 유럽 일부 국가 등 해외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 내 프라임 타임 인터넷 트래픽의 3분의 1을 넷플릭스가 사용하고 있다는 CNN의 보도가 있을 정도다. 방송 산업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넷플릭스의 비즈니스를 플랫폼 관점에서 보면 대략 월 7.99달러 정도를 낸 소비자를 그들이 원하는 영화와 드라마 등 콘텐츠에 매칭하는 서비스다. 한쪽 끝에는 디즈니나 폭스와 같은 콘텐츠 기업이, 다른 쪽 끝에는 소비자가 있다.
넷플릭스는 이들 사이를 비디오 스트리밍으로 연결해 콘텐츠를 제공한다. 콘텐츠는 디지털 콘텐츠인 만큼 무한 복제될 수 있다. 이때 넷플릭스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가치는 ‘시네매치’다.
시네매치는 사용자의 80%가 만족하는 자동화한 영화 추천 서비스다. 이는 넷플릭스만의 차별화한 핵심 가치로,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넷플릭스 플랫폼에서 연결의 가치는 자기보다 더 자신을 잘 아는 최적화한 연결의 가치다. 이는 더 많은 소비자가 참여하면 참여할수록 더 정확한 추천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네트워크 효과를 가진다.
넷플릭스는 ‘21세기 원유’로 불리는 데이터를 분석해 실제로 이익을 내는 기업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 자동 추천 시스템과 관련해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넷플릭스가 이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상금 100만 달러의 경진 대회를 개최했었다는 점이다.
150개 국가에서 1만8000여 팀이 참가한 이 대회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경진 대회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넷플릭스는 이런 플랫폼에 더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새로운 가치로 추가했다. 아마존 등 플랫폼끼리의 경쟁이 격화하면서 콘텐츠를 통한 플랫폼의 차별성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B2B 제조 기반 대기업의 변신 ‘GE’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일렉트릭(GE) 전 회장은 2020년 GE의 비전을 “세계 10대 소프트웨어 기업 등극”이라고 2015년 천명했다. 지금까지의 GE는 제조 기업이었지만 앞으로 GE의 미래는 데이터 분석에 달려 있다고 선언했다.
GE는 기존 생산 제품에 수백 개의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장착하고 고객사 사이트에서 발생하는 모든 정보를 산업 인터넷으로 불리는 프레딕스(Predix)에 축적, 실시간 분석 처리해 고객사에 제공한다.
GE 제품을 구입하면 언제 어디서나 기계의 작동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진단 예측을 통해 고장 오작동의 원인을 사전 제거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생산성을 높이게 된다.
GE는 이 과정을 통해 고객사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특정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 및 변인을 지속 학습함으로써 프레딕스 플랫폼에 전 세계 개발 업체가 참여하는 동기를 제공한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API를 개방해 다수의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개발사가 참여하도록 해 앱 생태계를 만들었다. GE도 프레딕스 API를 개방, 전 세계 기계 설비 및 장치 운영 기업이나 이들을 위해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자 하는 다양한 중소기업을 프레딕스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구글의 역할을 GE가 하고 있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GE는 제품 생산 판매의 전통적 비즈니스 방식을 프레딕스라는 새로운 산업 인터넷을 도입해 서비스업으로 업의 형태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객에게는 단순 제품 구매에 더해 제품의 유지 관리 및 미래 시점의 고장 방지 이상의 가치를 주고 있는 셈이다.
◆B2C 기업의 플랫폼 활용 ‘애플·샤오미’
플랫폼이 기본적 비즈니스 모델은 아니지만 플랫폼(네트워크 효과가 있는 개방형 양면 시장의 구성)을 기업 활동의 여러 분야에 적용해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만든 기업이 있다.
애플은 처음 PC 제조업으로 시작했지만 MP3를 만들 때 아이튠즈라는 플랫폼을 통해 ‘기기+콘텐츠 생태계’를 만들었다. 음반사 등 다양한 플레이어를 시장에 참여시키면서 소비자를 가두고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했다.
애플은 2007년 스마트폰을 론칭할 때 ‘앱’ 플랫폼을 만들어 터치 기반의 혁신 제품을 구축, 휴대전화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등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으로 우뚝 섰다. 이런 애플이 최근 또 다른 플랫폼을 만들었다. 애플 ‘타운 스퀘어’가 주인공이다.
안젤라 아렌츠 애플 수석 부사장은 2017년 9월 “더 이상 애플 스토어라는 용어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애플 스토어는 500여 개 이상의 매장을 바탕으로 애플 전체 매출의 18%인 42억 달러의 매출을 창출하는 가장 중심적 채널 중 하나다. ㎡당 매출이 5000달러를 넘을 정도(2위 티파니의 두 배 이상)로 매년 5억 명 정도의 사람이 방문하는 전 세계 리테일 매장 중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매장이다.
애플은 그런 매장에 더 이상 스토어라는 말을 쓰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그 대신 ‘타운 스퀘어’를 도입했다.
타운 스퀘어는 과거 애플 스토어와 달리 다양한 사람과의 연결을 시도하는 열린 공간이다. 한국의 아이돌인 NCT 127이 뉴욕 브루클린 애플리테일 스토어의 ‘투데이 앳 애플(Today At Apple)’ 프로그램에 참여해 그들의 이야기를 현지 팬과 공유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MI) 사용자 환경(UI)을 기반으로 하드웨어 생태계를 만드는 샤오미의 스토리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샤오미의 부활이 화제다. 한때 10분의 1로 줄었던 기업 가치가 다시 올라가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지위도 상승했다.
이런 부활에는 인도 등 해외시장에서의 약진 및 오프라인 매장 오픈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샤오미가 집요하게 추구했던 하드웨어 생태계 전략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도 많다.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10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할 계획”이라며 “샤오미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면서 투자한 스타트업을 통해 IoT 분야에서 제공할 수 있는 제품군을 파격적으로 늘려 모든 것을 연결하는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 CEO는 “우리는 ‘생태계 제국’을 만들기 위해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LG전자는 최근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 2018’에서 홈 가전제품을 연결하는 씽큐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빅스비에 기반 한 스미트 시티를 얘기하면서 플랫폼 론칭을 시도하는 중이다.
하지만 문제는 플랫폼의 가장 중요한 장점인 네트워크 효과를 담보할 개방성이 결여돼 있다는 점이다. 최소한 다양한 플레이어의 참여를 촉진할 요인이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성패의 관건은 수평적 확장의 경쟁에서 벗어나 수직적 높이와 깊이를 어떻게 담을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전통 기업들에는 어쩌면 플랫폼 모델로의 변신도 버거운 상황에 플랫폼 다음까지 고민해야 한다는 점에서 버거울 수도 있는 숙제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넷플릭스·GE 등 ‘연결의 가치’로 대성공…네트워크 효과가 성패 좌우
(사진) 2016년 한국 진출 기념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석한 리드 헤이스팅스(왼쪽) 넷플릭스 CEO와 테드 사란도스 최고콘텐츠책임자.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 칼럼=전창록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플랫폼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상지트 폴 초더리 플랫폼랩스 대표가 저서 ‘플랫폼 레볼루션’에서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다’는 말은 ‘플랫폼이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다’로 바꿔야 한다”고 선언한 후 세상은 정말 플랫폼 기업이 지배하는 듯하다.
페이스북·아마존·구글·알리바바부터 한국의 네이버·카카오에 이르기까지 연결을 통해 한계비용 제로로 공유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모델이야말로 연결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비즈니스 모델이 됐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와 우버가 단시간에 성장할 수 있던 비결은 바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 때문이라는 얘기가 많다. 우버는 2년 만에, 에어비앤비는 3년 만에 시가총액 10억 달러 이상의 유니콘 기업이 됐다. 그들은 택시나 방을 단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연결’이라는 가치를 통해 성과를 달성했다.
비즈니스 모델은 원래 가치 제안과 운영 방식, 수익 모델로 구성된다. 가치 제안은 회사가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를 뜻한다.
운영 방식은 기업의 새로운 가치 제안이 고객에게 전달되기 위해 기업이 갖춰야 할 인프라와 프로세스를 통칭한다. 어떤 자산을 활용하고 누구와 연합하며 어떤 채널을 활용할 것인지 등이 주요한 운영 방식에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부분은 수익 모델이다.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면서 어떻게 수익을 발생시킬 것인지 고민하고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 다양한 수익 모델을 적절히 배합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의 구성 요소를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에 적용해 보면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의 가치는 기본적으로 연결의 가치다. 우버는 놀고 있는 차와 필요로 하는 사람을, 에어비앤비는 놀고 있는 방과 사람을 연결한다. 양방향으로 존재하는 소비자와 생산자의 연결이 바로 그들의 가치다.
◆비즈니스 모델의 진화 ‘넷플릭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됐을 때 ‘넷플릭스트(Netflixed : 넷플릭스 당하다)’라고 말한다. 이 표현은 넷플릭스가 영화 스트리밍이라는 플랫폼 기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 미국 전역에서 9000개 매장을 운영하던 블록버스터를 2010년 파산시킨 데서 기인한다.
넷플릭스는 1997년 설립됐다. 처음에는 온라인 주문 방식의 DVD 대여업으로 시작했지만 2007년부터 DVD 대신 스트리밍 서비스에 올인했다. 그 결과 영화 대여업 시장의 절대 강자인 블록버스터를 파산시켰다.
넷플릭스는 약 4200만 장의 영상물을 보유하고 있다. 스트리밍을 이용하는 가입자는 2017년 7월 기준 전 세계 1억 명을 돌파했고 미국에만 5100만 명이 넘는다.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멕시코·일본과 유럽 일부 국가 등 해외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 내 프라임 타임 인터넷 트래픽의 3분의 1을 넷플릭스가 사용하고 있다는 CNN의 보도가 있을 정도다. 방송 산업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넷플릭스의 비즈니스를 플랫폼 관점에서 보면 대략 월 7.99달러 정도를 낸 소비자를 그들이 원하는 영화와 드라마 등 콘텐츠에 매칭하는 서비스다. 한쪽 끝에는 디즈니나 폭스와 같은 콘텐츠 기업이, 다른 쪽 끝에는 소비자가 있다.
넷플릭스는 이들 사이를 비디오 스트리밍으로 연결해 콘텐츠를 제공한다. 콘텐츠는 디지털 콘텐츠인 만큼 무한 복제될 수 있다. 이때 넷플릭스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가치는 ‘시네매치’다.
시네매치는 사용자의 80%가 만족하는 자동화한 영화 추천 서비스다. 이는 넷플릭스만의 차별화한 핵심 가치로,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넷플릭스 플랫폼에서 연결의 가치는 자기보다 더 자신을 잘 아는 최적화한 연결의 가치다. 이는 더 많은 소비자가 참여하면 참여할수록 더 정확한 추천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네트워크 효과를 가진다.
넷플릭스는 ‘21세기 원유’로 불리는 데이터를 분석해 실제로 이익을 내는 기업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 자동 추천 시스템과 관련해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넷플릭스가 이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상금 100만 달러의 경진 대회를 개최했었다는 점이다.
150개 국가에서 1만8000여 팀이 참가한 이 대회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경진 대회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넷플릭스는 이런 플랫폼에 더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새로운 가치로 추가했다. 아마존 등 플랫폼끼리의 경쟁이 격화하면서 콘텐츠를 통한 플랫폼의 차별성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B2B 제조 기반 대기업의 변신 ‘GE’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일렉트릭(GE) 전 회장은 2020년 GE의 비전을 “세계 10대 소프트웨어 기업 등극”이라고 2015년 천명했다. 지금까지의 GE는 제조 기업이었지만 앞으로 GE의 미래는 데이터 분석에 달려 있다고 선언했다.
GE는 기존 생산 제품에 수백 개의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장착하고 고객사 사이트에서 발생하는 모든 정보를 산업 인터넷으로 불리는 프레딕스(Predix)에 축적, 실시간 분석 처리해 고객사에 제공한다.
GE 제품을 구입하면 언제 어디서나 기계의 작동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진단 예측을 통해 고장 오작동의 원인을 사전 제거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생산성을 높이게 된다.
GE는 이 과정을 통해 고객사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특정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 및 변인을 지속 학습함으로써 프레딕스 플랫폼에 전 세계 개발 업체가 참여하는 동기를 제공한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API를 개방해 다수의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개발사가 참여하도록 해 앱 생태계를 만들었다. GE도 프레딕스 API를 개방, 전 세계 기계 설비 및 장치 운영 기업이나 이들을 위해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자 하는 다양한 중소기업을 프레딕스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구글의 역할을 GE가 하고 있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GE는 제품 생산 판매의 전통적 비즈니스 방식을 프레딕스라는 새로운 산업 인터넷을 도입해 서비스업으로 업의 형태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객에게는 단순 제품 구매에 더해 제품의 유지 관리 및 미래 시점의 고장 방지 이상의 가치를 주고 있는 셈이다.
◆B2C 기업의 플랫폼 활용 ‘애플·샤오미’
플랫폼이 기본적 비즈니스 모델은 아니지만 플랫폼(네트워크 효과가 있는 개방형 양면 시장의 구성)을 기업 활동의 여러 분야에 적용해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만든 기업이 있다.
애플은 처음 PC 제조업으로 시작했지만 MP3를 만들 때 아이튠즈라는 플랫폼을 통해 ‘기기+콘텐츠 생태계’를 만들었다. 음반사 등 다양한 플레이어를 시장에 참여시키면서 소비자를 가두고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했다.
애플은 2007년 스마트폰을 론칭할 때 ‘앱’ 플랫폼을 만들어 터치 기반의 혁신 제품을 구축, 휴대전화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등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으로 우뚝 섰다. 이런 애플이 최근 또 다른 플랫폼을 만들었다. 애플 ‘타운 스퀘어’가 주인공이다.
안젤라 아렌츠 애플 수석 부사장은 2017년 9월 “더 이상 애플 스토어라는 용어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애플 스토어는 500여 개 이상의 매장을 바탕으로 애플 전체 매출의 18%인 42억 달러의 매출을 창출하는 가장 중심적 채널 중 하나다. ㎡당 매출이 5000달러를 넘을 정도(2위 티파니의 두 배 이상)로 매년 5억 명 정도의 사람이 방문하는 전 세계 리테일 매장 중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매장이다.
애플은 그런 매장에 더 이상 스토어라는 말을 쓰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그 대신 ‘타운 스퀘어’를 도입했다.
타운 스퀘어는 과거 애플 스토어와 달리 다양한 사람과의 연결을 시도하는 열린 공간이다. 한국의 아이돌인 NCT 127이 뉴욕 브루클린 애플리테일 스토어의 ‘투데이 앳 애플(Today At Apple)’ 프로그램에 참여해 그들의 이야기를 현지 팬과 공유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MI) 사용자 환경(UI)을 기반으로 하드웨어 생태계를 만드는 샤오미의 스토리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샤오미의 부활이 화제다. 한때 10분의 1로 줄었던 기업 가치가 다시 올라가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지위도 상승했다.
이런 부활에는 인도 등 해외시장에서의 약진 및 오프라인 매장 오픈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샤오미가 집요하게 추구했던 하드웨어 생태계 전략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도 많다.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10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할 계획”이라며 “샤오미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면서 투자한 스타트업을 통해 IoT 분야에서 제공할 수 있는 제품군을 파격적으로 늘려 모든 것을 연결하는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 CEO는 “우리는 ‘생태계 제국’을 만들기 위해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LG전자는 최근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 2018’에서 홈 가전제품을 연결하는 씽큐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빅스비에 기반 한 스미트 시티를 얘기하면서 플랫폼 론칭을 시도하는 중이다.
하지만 문제는 플랫폼의 가장 중요한 장점인 네트워크 효과를 담보할 개방성이 결여돼 있다는 점이다. 최소한 다양한 플레이어의 참여를 촉진할 요인이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성패의 관건은 수평적 확장의 경쟁에서 벗어나 수직적 높이와 깊이를 어떻게 담을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전통 기업들에는 어쩌면 플랫폼 모델로의 변신도 버거운 상황에 플랫폼 다음까지 고민해야 한다는 점에서 버거울 수도 있는 숙제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