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IT굴기로 복지사회 '샤오캉' 노린다

[테크놀로지]
제조업 성장 둔화 돌파할 ‘구원투수’…‘기술과 규모’ 모두 잡는다



[한경비즈니스=최형욱 IT 칼럼니스트] 1987년, 중국 경제 발전사에 가장 큰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덩샤오핑 전 국가주석이 ‘공산당 제13기 전국대표대회’에서 발표한 ‘3단계 중국 경제 발전론’이다.

덩 전 주석은 중국의 농업·공업·과학기술·국방을 현대화하기 위해서는 경제 발전이 필수라고 보고 경제 발전을 크게 원바오(溫飽)·샤오캉(小康)·다퉁(大同) 등 세 단계로 제시했다.

먼저 1단계로 당시 300달러 수준이었던 1인당 국민소득을 20세기 말까지 4배로 끌어올려 원바오(의식주가 해결된 기초 생활) 세상을 이룩하고 2단계로 공산당 창건 100주년인 2021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을 다시 2배로 끌어올려 삶의 질이 보장된 중진국으로 진입하고 또 만인이 중등 이상의 복지를 누릴 수 있는 샤오캉(의식주가 해결된 중등 이상의 복지사회) 건설을 제시했다.

◆두 개의 백 년, 그 중심에 IT

마지막 3단계로 중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글로벌 리더이자 선진국에 진입하면서 모든 이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태평성대의 세상인 다퉁(모든 것이 해결된 태평성대 사회)이다.

그는 국가 정책을 100년 주기로 관리해야 한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이러한 3단계 경제 발전의 체제 목표가 바뀌면 안 된다고 천명했다.

중국의 현주소를 살펴보면 이미 1980년대 말 1단계인 원바오는 완료됐고 2002년부터 샤오캉 사회에 진입했다는 것을 공식화하고 2021년 샤오캉 사회의 완성을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샤오캉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중국 경제에 문제가 발생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려 왔던 중국의 제조업의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노동자들의 임금 역시 상승하기 시작한 것이다.

임금 상승에 따른 생산비용 증가는 그동안 중국을 생산 공장으로 생각하고 투자했던 글로벌 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들은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렸다.

중국으로선 신성장 동력을 스스로 발굴해야 함과 동시에 자국 기업과 산업을 키워 중국 내부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중국은 향후 산업에 가장 큰 파급효과를 지닌 정보기술(IT) 산업을 샤오캉의 완성을 위한 구원투수로 선택하게 된다.

IT 산업과 관련된 중국의 계획은 중·장기 플랜과 산업 변화에 따른 보완 계획이 마치 그물처럼 촘촘하게 엮여 있다.

이러한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정책의 일관성이다. 중국 기업들은 정부 정책에 발맞춰 5년에서 10년까지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이 중 대표적인 정책이 2006년 시작된 ‘고사양 전자칩, 기본 소프트웨어(SW) 등 핵심 전자 부품 분야와 이동통신 분야 육성을 위한 정부 주도의 메가 프로젝트’다.

이전까지는 일정 규모와 기준을 충족해야 휴대전화 생산 라이선스 제도를 부여했지만 프로젝트가 시작된 2007년부터는 등록만 하면 누구든지 개발과 생산을 할 수 있는 등록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등록제로 바뀐 뒤 글로벌 업체들의 외주 업체 역할을 했던 기업뿐만 아니라 기준에 미달하는 기술을 보유한 중소 제조업자 개발 생산(ODM) 업체들에도 스스로 제품을 개발하고 만들어 팔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이러한 중·장기 정책은 2010년 들어서면서 보다 공격적이고 세부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제조업의 성장률 둔화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해외 수출 시장까지 악화하면서 그간 대외적으로 의존해 온 디스플레이·센서·배터리와 같은 전자 부품의 수입 품목들을 중국 내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중국 기업의 기술 육성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여기에 차세대 통신 기술과 차세대 IT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도·농 간 정보 격차를 줄여 14억 명의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알리바바나 징둥과 같은 전자 상거래 업체들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했다.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 산업도 마찬가지다. BOE나 티안마(Tianma)와 같은 중국 기업들의 LCD 디스플레이 가격은 글로벌 경쟁 업체인 삼성전자나 LG전자보다 저렴하다. 저가 전쟁은 중국 대부분의 LCD 디스플레이 기업의 재무 상태를 적자로 만들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은 중국의 LCD 디스플레이 산업이 조만간 무너질 것이란 예측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중국 정부가 LCD 디스플레이 업체의 적자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해줌으로써 중국 기업들은 제품이나 추가적인 시설 투자에서 오는 적자를 흑자로 돌리는 마법을 부릴 수 있었다.

2016년부터 주역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에 돌아갔다. 중국 정부가 OLED 디스플레이에 대한 지원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하고 중국의 모든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LCD에 대한 생산 시설 건립이나 시설 투자를 중단하고 OLED에 무든 투자를 돌리기 시작했다.

2년여가 지난 현재 BOE를 비롯한 업체들이 모바일용 OLED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TV용 OLED 디스플레이를 양산한다고 발표하게 된 계기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도 중국 정부의 한 방이 주효했다. 중국은 다른 국가들이 적용하지 않았던 시분할 롱텀에볼루션(LTE-TDD)을 표준으로 정하고 이를 ‘TD-LTE’라는 브랜드 이름으로 부르면서 마치 3G 때 만들었던 중국만의 독자 표준인 TD-SCDMA를 이어 받은 독자 표준인처럼 포장했다.

자국 업체인 화웨이나 ZTE가 만든 LTE-TDD 장비를 전국망으로 적용하고 4G 스마트폰 역시 중국 로컬 업체에 보다 좋은 조건이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

이전까지 3G스마트폰에 제공된 통신사 보조금을 신규 4G TD-LTE 스마트폰에만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지원책은 2014년 중국 로컬 업체들의 급격한 성장과 함께 중국 내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던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에 치명타를 안기게 된다.

중국 정부는 이처럼 LCD 산업을 비롯한 스마트폰 산업 그리고 TD-LTE로 대변되는 네트워크 산업에 이르기까지 과학기술 발전 제12차 5개년 계획을 통해 중국 기업의 기술 경쟁력과 규모의 경쟁력을 갖추는 결과를 얻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치밀한 정부 지원

하지만 중국 정부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바로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렸던 제조 성장률과 효율의 하락이었다. 또한 글로벌 반도체 소비량의 60%를 차지하는 중국이 이러한 숫자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차세대 통신 기술에 맞춰 스마트폰 이후의 새로운 경쟁력을 가진 제조 산업을 키워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은 다시 한 번 ‘13차 5개년 계획’이라는 중기 실천 계획을 발표하게 된다. 특히 제조업의 혁신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중국 제조 2025’ 정책과 함께 네트워크를 통해 경제 공간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산업 전반의 지능화를 구축하는 ‘인터넷+’계획도 함께 발표한다.

중국 정부의 정책과 지원책에 발맞춰 이미 칭화유니나 XMC와 같은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2018년 양산을 목표로 중국 각지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다.

또 이미 발표된 중국 정부의 사물인터넷(IoT) 표준에 맞춰 다탕테크놀로지를 비롯해 차이나모바일·차이나유니콤과 같은 이동통신 3사 그리고 다양한 중국 업체들이 중국의 공공 IoT와 개인 IoT 시장을 잡기 위해 치열한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캄브리콘이나 디파이와 같은 인공지능(AI) 뉴런 엔진을 설계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진 회사들이 경쟁하듯이 시장에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 모든 산업의 뒤에는 중국 정부의 엄청난 자금 지원과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사업 육성을 통해 국가 기술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국민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2021년 샤오캉 사회 완성을 위해 한 발자국 더 전진하고 있다.

아직까지 중국 정부의 정책은 2020년까지만 수립돼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책이 단순히 5년이나 10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산업 상황에 따라 계속 변화하며 지속된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우리가 확인한 디스플레이·반도체·스마트폰·IoT 산업 부분 모두 정책적 지원이 끝난 산업이 아닌 중국 경제를 지속적으로 이끌어 갈 산업들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클라우드 컴퓨팅을 위한 서버용 시스템 반도체에서부터 AI, 빅데이터,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제조 기술의 향상 등 중국 정부의 지원 정책은 치밀하면서도 광범위하다.

미래 예측도 가능하다. 2049년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중국의 일대일로(신실크로드)를 보면 지금의 IT를 통한 산업 발전 외에 어떤 부분들이 추가적으로 추진될지 가늠할 수 있다.

이미 중국은 미래 산업으로 예측되는 자율주행 배 관련 기술이나 실크로드를 달릴 중국의 고속철도 기술, 물류의 효율화를 이룰 AI·IoT·빅데이터와 같은 기술들을 준비하고 있다.

2021년 이후 기술들이 일대일로를 통해 뻗어나가는 순간이 중국이 꿈꾸는 다퉁의 세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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