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첫째 할 일 ‘직원의 스트레스 줄이기’

[경영전략]
스트레스 줄여야 조직의 성과 높아져…‘직원이 잘해야 내가 잘된다’는 진리


[한경비즈니스 칼럼=김한솔 HSG 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연초는 인사 발령 시기다. 조직의 많은 인사 담당자가 머리를 싸매는 때이기도 하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에 쉬운 게 없겠지만 그중 가장 많은 고민을 하는 분야는 리더를 선발하는 과정일 것이다. 어떤 리더가 조직을 맡느냐에 따라 성과가 극과 극으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리더는 책임을 지는 자리라는 의미다. 그리고 그만큼의 스트레스를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조직에서 다양한 검증 과정을 거쳐 리더를 뽑고 그에 맞게 대우해 주는 이유다. 힘든 일에 대한 보상인 셈이다.

그러면 리더의 지시를 받는 팔로워들은 어떨까. 책임에서 자유로우니 마음이 편할까. 시키는 대로만 하는 직원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팔로워도 사람이기에 이 전제는 틀렸다. 사람이 갖고 있는 본능, 즉 자율성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생각대로 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그럼 궁금해진다. 리더와 팔로워 중 업무 과정에서 누가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까. 답은 그때그때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험을 통해 밝혀진 것이 하나 있다. 구성원의 스트레스지수가 언제 높아지느냐는 것이다.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가 촉진되는 시점을 따라가다 보면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이를 실험용 쥐를 활용해 보여준 사례가 있다. 대표적 세 가지 상황을 살펴보자.

◆내부 정보를 먼저 공유하라

첫째, 새로운 환경이다. 쥐들을 익숙한 곳에서 꺼내 새로운 곳으로 넣는다. 기존 공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을 위협할 강력한 적이 생긴 것도 아니다. 그저 공간이 달라졌을 뿐인 데도 스트레스지수가 높아졌다.

조직 구성원 역시 마찬가지다. 일을 하다 보면 수많은 새로운 일이 생긴다. 리더의 자발적 아이디어에 따른 새로운 과제일 수도 있고 더 상위 조직의 뜻에 따른 새로운 업무일 수도 있다. 뭐가 됐든 구성원에겐 새롭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업무의 강도는 중요하지 않다. 일이 ‘다르다’는 것 자체가 원인이다.

하지만 많은 리더들이 이를 새롭다고 생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생긴다. 리더의 정보 레이더와 구성원의 그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리더 중 특히 권한이 더 많은 상위 조직의 리더는 듣는 양이 다르다.

최근 조직에서 어떤 사업 방향이 논의되고 있는지, 조직 구조를 어떻게 바꿀 계획인지, 신규 프로젝트의 진행 여부를 어느 정도의 확률로 준비 중인지 등 여기저기서 들을 기회가 많다. 그래서 실제 어떤 이슈가 생기면 ‘저번에 얘기했던 걸 지금 한다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구성원은 다르다. 확률이 10%짜리든 90%짜리든 들을 기회가 제한적이다. 결국 100% 자기 일이 돼야만 비로소 상황을 접할 때가 많다. 그래서 ‘너무’ 새로운 일이 많고 그 일들 앞에서 스트레스가 생긴다.

이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새로운 일을 만들지 않는다는 식의 하나마나한 희망은 갖지 말자. 조직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도전과 변화는 피할 수 없다.

필요한 것은 리더의 빠른 움직임이다. 실행이 결정된 일이든 그렇지 않은 일이든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앞에서 말한 리더의 레이더망에만 걸린 조직 차원의 다양한 움직임을 빨리빨리 전달해 구성원의 레이더에까지 넣어줘야 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말하면 어떤 리더는 “아직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괜히 말을 꺼냈다가 뒤집어지면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한다. 맞는 얘기다. 그래서 한 가지 또 다른 조건이 필요하다. 지금 전달하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까지 알려야 한다. 복잡한 세상에서 정답은 누구도 모른다.

어차피 불확실한 상황이라면 불확실한 정보라도 나눔을 통해 구성원을 새로움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게 낫지 않을까. 스트레스는 정보가 많아서가 아니라 아는 게 없는 새로움 때문에 생긴다는 점을 기억하자.

◆예측 가능한 피드백을 제공하라

둘째 상황은 조금 복잡하다.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진 쥐에게 일정한 시기에 전기 자극을 준다. 예상하다시피 전기 자극을 받으면 쥐들의 스트레스지수는 확 높아진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그 자극에도 적응한다. 어느 시점이 지나면 전기 자극을 받아도 별 변화가 없다.

이때 실험자가 또 다른 설계를 한다. 일정한 시기에 가해지던 전기 자극의 타이밍을 제멋대로 하도록 바꿔 버리는 것이다. 그러자 쥐들의 스트레스지수가 갑자기 높아졌다. 예측하고 대비하던 일이 아닌 사건이 언제 벌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스트레스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조직은 어떨까. 리더는 싫든 좋든 구성원에게 전기 자극과 같은 충격을 주는 사람이다. 이를 좋은 말로 표현하면 피드백이고 구성원들의 솔직한 단어로 표현하면 잔소리 혹은 질책이다.

실험에서도 나타났듯이 질책은 구성원의 스트레스를 높인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질책하는 시기의 일관성이다. 다시 말해 예측할 수 없는 피드백이 구성원의 스트레스를 높인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보자. 리더가 “다음 주까지 영업 개선안 보고서를 정리해 가지고 오라”고 지시했다. 주어진 시간은 1주일, 구성원은 나름의 시간 계획을 세우고 일을 시작한다. 그런데 일을 시킨 다음 날 출근하자마자 리더가 “어떻게 되고 있느냐”고 물으면 구성원은 짜증이 난다.

어제 일을 시켜 놓고 얼만큼 했는지를 바라는지 모르겠다는 마음이다. 리더의 처지도 이해한다. 일을 시작할 때 막히는 게 뭔지, 뭘 도와줄 수 있을지 선한 의도에서 물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구성원의 해석은 안타깝지만 다르다. ‘간섭하는 상사’로 인한 스트레스만 쌓일 뿐이다.

그래서 필요한 게 사전 약속이다. 일을 시킬 때 “알아서 해 봐”라는 것은 지시가 아니다. 일을 그냥 ‘던져버리는 것’이다.

어떤 자료를 참고할 것인지, 중간 보고는 언제 할지, 아웃풋은 어떤 형식과 수준으로 정리할 것인지 등 상사가 기대하는 내용을 구성원의 업무 방식과 맞춰야 한다. 이게 있어야 앞에서 말한 예측 가능한 피드백이 가능해진다.

이와 함께 중요한 것은 피드백의 일관성이다. 가상의 리더 한 사람을 떠올려 보자. 그는 다혈질이다. 구성원이 갖고 온 결과물이 성에 차지 않을 땐 막말과 함께 손에 잡히는 것을 집어 던지기도 한다. 이런 리더가 상사라면 어떤 기분일까.

실제로 이런 리더와 함께 일하는 구성원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무섭다고 했다. 하지만 또 아무렇지 않다고도 했다. 그가 언제 ‘야수’로 돌변할지 알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이 역시 핵심은 예측 가능성이다. 언제 무서울지 알고 있으면 대비할 수 있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다. 기분이 좋을 때와 화가 났을 때가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리더는 조직에서 또 다른 책임을 부여받은 사람인 만큼 감정에 막무가내로 휘둘려서는 안 된다.

기분 좋을 땐 보고서의 방향 자체가 틀려도 “괜찮아. 다시 해 보면 되지”라고 토닥이고 개인적으로 기분 나쁜 일이 생겼을 땐 사소한 오타 하나에도 “일을 이 따위로 하니 그 모양이지”라며 버럭 하는 리더와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구성원은 없을 것이다.

◆구성원 개인의 역량 수준을 파악하라

셋째 상황은 이렇다. 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하나의 그룹에만 전기 충격을 멈출 수 있는 버튼을 준다. 그러면 예상하다시피 충격을 통제할 수 있는 집단이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다음이다. 버튼의 기능을 망가뜨려 실험을 이어 간다. 결과는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무런 효과가 없는 그룹의 스트레스지수가 여전히 낮았다.

이 실험이 조직에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구성원에게도 결정권을 제공하라는 것이다. 수많은 리더십 이론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지만 쉽게 실천하지 못하는 권한 위임이다.

위임이 쉽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리더가 조직에서 벌어지는 업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많은 리더가 “우리 팀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다 알고 있다”고 반문할지 모른다.

여기서 말하는 ‘안다’는 의미는 그 일이 무엇이냐가 아니다. 해당 업무가 어떤 난이도인지, 어느 정도의 중요성이 있는지 등을 분석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저 ‘하는 일이 많으니 바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개별 구성원이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일의 속성을 알아야 리더가 권한을 위임해 자율적으로 처리하게 해 줄지, 좀 더 꼼꼼히 챙기며 더 나은 결과를 내도록 코칭할지 정할 수 있다.

권한 위임이 쉽지 않은 둘째 이유는 리더가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 수준을 잘 몰라서다. 어떤 직원에겐 어려운 일이 다른 직원에겐 식은 죽 먹기일 수 있다.

이는 연차의 문제나 직급의 문제가 아니다. 각자 갖고 있는 강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업무와 연결 지어 제대로 파악하고 있을 때 구성원의 능력에 맞는 일을 주고 업무 처리에 대한 자율권도 줄 수 있다. 뭘 잘하는지 모르는데 권한을 줄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조직에선 누구나 일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일은 힘들다. 하지만 최소한 ‘자기가 하겠다고 해서 하는 일’이라는 인식을 갖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힘듦의 강도는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리더의 권한 위임이 중요하다.

정보 공유를 통한 낯섦 줄이기, 예측 가능한 피드백을 통한 심리적 안정감 주기, 권한 위임을 통한 자율성 높이기 등 리더는 참 할 일이 많다. 구성원의 스트레스 관리까지 해줘야 한다고 하니 억울한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리더가 이런 노력을 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리더가 언제 스트레스를 받는지, 혹은 언제 즐거움을 느끼는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결국 성과다. 좋은 성과를 내도록 이끄는 게 리더의 역할이고 그게 스트레스의 원인이자 해결책이다.

그러면 성과는 언제 높아질까. 구성원이 리더의 의지대로 움직여줄 때다. 그래서 리더는 구성원의 스트레스를 줄여줄 의무가 있다. 결국 이 모든 노력은 리더 자신을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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