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확보의 대안 ‘도시광산’…기술 개발 통해 희귀금속 소비 줄이는 방법도
(사진) 버려진 휴대전화도 좋은 자원이 될 수 있다. 폐휴대전화를 수집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언제까지 ‘자원 빈국’이라는 명목하에 주저할 수는 없다. 한국 또한 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수입만이 능사는 아니다. 버려진 폐자원 사이에서 보물을 발견하는 방법에서부터 희귀 광물 대신 다른 광물의 비율을 높이는 것까지 다각도의 방안이 필요한 때다.
(사진)성일하이텍 연구원이 폐전지 침출액에서 코발트를 추출하고 있다. /성일하이텍 제공
◆도심에서 생산되는 코발트의 정체
전라북도 군산에 자리한 폐기물 중간 처리 및 비철금속 제련 중소기업 ‘성일하이텍’은 버려진 폐자원에서 보물을 찾는 기업이다.
이 기업은 대표적 국내 도시광산 업체다. ‘도시광산’은 폐가전제품이나 산업폐기물 등 사용 후의 제품 또는 공정 부산물을 순환 자원으로 간주해 함유 금속을 재활용하는 사업을 말한다.
성일하이텍이 원료를 얻는 과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휴대전화·노트북·태블릿·전동공구·전기자동차 등에 사용됐던 폐리튬이차전지를 확보한다. 첫째, ‘물리적 전처리 공정’은 사용 후의 폐리튬이차전지를 선별한 후 방전시켜 파쇄와 분쇄를 거친 후 소성을 통해 최종 회수에 필요한 ‘양극활물질’을 선별해 낸다.
둘째로 선별한 양극활물질을 통해 금속을 얻는 것을 ‘화학적 회수 공정’이라고 부른다. 물리적 전처리 공정에서 회수된 양극활물질을 침출해 용매를 추출한 후 결정화해 전해정련 공정으로 코발트·니켈·리튬·망간을 화합물 또는 금속 형태로 생산해 내는 것이다.
폐리튬이차전지에서는 코발트·니켈·리튬·망간·구리·알루미늄 등 6가지 금속을 추출해 낼 수 있다. 이 중 성일하이텍은 코발트·니켈·리튬·망간을 회수하고 있는데 올해 안에 구리까지 회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성일하이텍은 지난해 황산코발트 4800톤, 니켈메탈 600톤, 인산리튬 840톤, 황산망간 1500톤을 생산해 냈다. 성일하이텍 관계자는 “각 금속마다 제품의 형태가 다른 이유는 국내시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해다.
이렇게 회수된 금속들은 다시 리튬이차전지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양극재의 하나로 돌아가게 된다. 현재 성일하이텍이 재생산한 금속은 국내 업체들을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다. 성일하이텍 관계자는 “한국이 리튬이차전지의 최대 소비국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활발한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의 도시광산 기업들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국내 도시광산 업체는 917개로, 2008년부터 연평균 10% 정도 증가해 왔다. 하지만 광물 가격 하락과 과열 경쟁으로 수익성이 저하되면서 경영난이 심화됐다. 이에 따라 현재 도시 광산 기업들은 매출액 50억원 이하인 업체가 절반을 차지하고 종업원 수도 10인 이하인 업체가 전체의 58%다.
도시광산이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주목받던 시절도 있었다. 2000년대 후반 국내에서도 ‘도시광산’에 관심을 갖고 일부 대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3~4년이 지난 후 예상했던 것보다 수익이 나지 않자 기업들은 도시광산 사업을 접거나 보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업계 관계자는 “원료 확보에 많은 비용이 들지만 당시 중국이 세계 자원의 ‘블랙홀’ 역할을 하면서 재생산 비용을 상쇄할 만큼 금속 값이 오르지 않아 사업을 전면 재검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도시광산 업체들이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해 주춤하는 사이 한국에서 버려지는 폐자원은 중국으로 흘러가고 있다. 일반 광산의 금광석 1톤에서 채취할 수 있는 금의 양은 3g이다.
반면 폐휴대전화 1톤(약 1만 대)에서 채취할 수 있는 금은 200~400g에 달한다. 만약 버려진 정보기술(IT) 기기들이 한국에서 제대로 가공되지 못하고 중국 등으로 흘러간다면 어마어마한 국부 유출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으로 유출되는 폐제품은 암암리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폐자원 수입도 쉽지 않다. 현재 폐자원을 수입하려면 폐기물관리법·유해화학물질관리법·수입인허가 등 복잡한 규제를 거쳐야만 한다. 도시광산 업체들은 국내 자원이 외국으로 흘러가는데 외국 자원을 수입하기도 쉽지 않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하지만 도시광산은 최근 리튬·코발트 등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또다시 자원 확보의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한국과 같이 광물이 나지 않는 나라는 결국 도시광산 개발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업계는 다시 한 번 신발끈을 조여 매고 있다. 이를 위해선 비축 광물의 범위를 천연자원에서 도시광산 자원으로 확대해야 한다. 한국도시광산협회는 업계 활성화를 위해 도시광산 산업을 정의하고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 근거 조항을 신설하는 법안 개정을 시도한다.
또 도시광산의 자원 수출입 시 허가와 신고 절차 개선을 위한 방안도 연구 중이다. 염운주 한국도시광산협회장은 “도시광산 원료를 폐기물이 아닌 자원으로 인정해야 업계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화된 비축 기관, 통일해야
자원이 나지 않는 나라에서 수급이 편재된 광물을 확보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의 해외 자원 개발은 어쩐지 거꾸로 가는 추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해외 자원 개발에 중국은 597억 달러, 일본은 105억 달러를 투자했다. 하지만 한국은 7억1000만 달러를 투자한 것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자원 부국과의 새로운 무역 교류를 통해 광물 확보에 힘써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고 말한다. 김경훈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아프리카와 중남미의 자원 보유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경제적 협력을 증진하고 주요 희소금속 보유국에 공적 개발 원조(ODA)를
집중해 지원 대비 성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원을 외교적 관점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자원인지, 이 자원 개발이 사업성이 있는지 냉정하게 따져보고 ‘사업적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것이다.
김진수 한양대 교수는 “일본이나 중국은 자원 보유국과 장기간 교류를 지속하며 인프라 개발 등 다른 사업을 먼저 시행한 뒤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자원 사업에 진출한다”며 이를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원 부국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프로젝트도 중요하다. 현재 광물자원공사는 5대 핵심 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암바토비 사업’은 마다가스카르에서 이뤄지는 프로젝트로 2006년 진출했다. 총 2조666억원을 투자했고 광물자원공사를 비롯해 포스코대우·STX가 참가해 있다. 광물자원공사의 프로젝트 지분은 22.5%이며 한국 기업들의 지분은 27.5%에 이른다. 이를 통해 주력으로 니켈 6만 톤, 부산물로는 코발트 5600톤을 생산하고 있다.
2008년 멕시코에 진출한 ‘블레오 사업’은 총 1조6473억원을 투자했고 연간 전기동 5만1000톤, 코발트 2000톤을 생산한다. 현대제철·SK네트웍스 등이 진출했고 한국 기업의 지분은 90%로 이 중 광물자원공사의 지분은 74%다.
확보한 광물을 어떻게 ‘비축’하느냐도 중요하다. 현재 국내에서 비축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은 조달청과 광물자원공사다. 조달청은 비철금속 6종과 희소금속 9종을, 광물공사는 희소금속 10종을 비축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기관별로 희소금속 비축 대상과 목표량이 차이가 나는 등 이원화에 따른 여러 부작용을 안고 있다. 이에 따라 양 기관이 비축 목표량 설정 기준을 일치시키고 중·장기적으로는 비축 기능을 통합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광물자원공사는 1월 기준 10개의 광종에서 국내 수요량의 약 2개월분을 비축하고 있다. 생산 편중, 시장 불안전성, 산업 기여도, 저장성 등 7개 기준을 고려해 선정된 10개 광종은 크롬·몰리브덴·안티몬·타이타늄·텅스텐·니오븀·셀레늄·갈륨·지르코늄·희토류다.
이를 비축하기 위해 광물자원공사는 군산에 광산물 비축 기지를 운영 중이다. 최대 비축량은 8만 톤으로, 항온·제습 기능이 있는 특수 창고를 통해 희토류와 갈륨·셀레늄을 보관하고 있다. 또 합금철·몰리브덴·타이타늄·텅스텐 등은 일반 창고에 보관된다.
◆공급 쉬운 광물 비율 높이는 ‘역발상’
찾는 곳이 많아지면 자연스레 몸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희소금속 대신 공급이 수월한 다른 광물을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된다.
특히 전기자동차 생산 업체와 배터리 업체들이 이와 같은 방안에주목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코발트 가격이 1년 사이 급등하자 코발트 함량을 낮추고 이를 다른 원소로 대체하는 방안을 진행하는 것이다.
전기자동차 생산의 선두주자인 테슬라의 전기자동차 ‘모델 S’ 1대에는 21kg의 코발트가 필요하다.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일본의 파나소닉은 코발트의 비율을 낮추고 니켈의 비율을 85%까지 높인 배터리 개발에 착수했다.
국내 배터리 생산 업체들 또한 대안 마련에 분주하다. LG화학은 대형 프로젝트 수주 시 코발트와 니켈 등의 가격을 판매가에 연동하는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계약 가격과 관련해 다행히 고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코발트의 비율을 최소화하는 배터리 개발에도 착수했다. 현재 LG화학은 양극재 NCM811이라고 불리는 배터리를 개발 중인데, ‘NCM811’ 모델명은 니켈 80%, 코발트 10%, 망간 10%의 비율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즉 코발트의 비율을 최대한 줄이고 니켈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LG화학 관계자는 “메탈을 보유한 업체들과의 전략적 제휴, 원재료 공급 업체와의 장기 공급 계약 확대를 통해 가격의 안정을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LG화학은 양극재 제조업체 GS이엠을 인수했고 황산니켈 생산 업체인 켐코 지분 투자에도 나섰다.
mjlee@hankyung.com
(사진) 버려진 휴대전화도 좋은 자원이 될 수 있다. 폐휴대전화를 수집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언제까지 ‘자원 빈국’이라는 명목하에 주저할 수는 없다. 한국 또한 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수입만이 능사는 아니다. 버려진 폐자원 사이에서 보물을 발견하는 방법에서부터 희귀 광물 대신 다른 광물의 비율을 높이는 것까지 다각도의 방안이 필요한 때다.
(사진)성일하이텍 연구원이 폐전지 침출액에서 코발트를 추출하고 있다. /성일하이텍 제공
◆도심에서 생산되는 코발트의 정체
전라북도 군산에 자리한 폐기물 중간 처리 및 비철금속 제련 중소기업 ‘성일하이텍’은 버려진 폐자원에서 보물을 찾는 기업이다.
이 기업은 대표적 국내 도시광산 업체다. ‘도시광산’은 폐가전제품이나 산업폐기물 등 사용 후의 제품 또는 공정 부산물을 순환 자원으로 간주해 함유 금속을 재활용하는 사업을 말한다.
성일하이텍이 원료를 얻는 과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휴대전화·노트북·태블릿·전동공구·전기자동차 등에 사용됐던 폐리튬이차전지를 확보한다. 첫째, ‘물리적 전처리 공정’은 사용 후의 폐리튬이차전지를 선별한 후 방전시켜 파쇄와 분쇄를 거친 후 소성을 통해 최종 회수에 필요한 ‘양극활물질’을 선별해 낸다.
둘째로 선별한 양극활물질을 통해 금속을 얻는 것을 ‘화학적 회수 공정’이라고 부른다. 물리적 전처리 공정에서 회수된 양극활물질을 침출해 용매를 추출한 후 결정화해 전해정련 공정으로 코발트·니켈·리튬·망간을 화합물 또는 금속 형태로 생산해 내는 것이다.
폐리튬이차전지에서는 코발트·니켈·리튬·망간·구리·알루미늄 등 6가지 금속을 추출해 낼 수 있다. 이 중 성일하이텍은 코발트·니켈·리튬·망간을 회수하고 있는데 올해 안에 구리까지 회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성일하이텍은 지난해 황산코발트 4800톤, 니켈메탈 600톤, 인산리튬 840톤, 황산망간 1500톤을 생산해 냈다. 성일하이텍 관계자는 “각 금속마다 제품의 형태가 다른 이유는 국내시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해다.
이렇게 회수된 금속들은 다시 리튬이차전지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양극재의 하나로 돌아가게 된다. 현재 성일하이텍이 재생산한 금속은 국내 업체들을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다. 성일하이텍 관계자는 “한국이 리튬이차전지의 최대 소비국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활발한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의 도시광산 기업들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국내 도시광산 업체는 917개로, 2008년부터 연평균 10% 정도 증가해 왔다. 하지만 광물 가격 하락과 과열 경쟁으로 수익성이 저하되면서 경영난이 심화됐다. 이에 따라 현재 도시 광산 기업들은 매출액 50억원 이하인 업체가 절반을 차지하고 종업원 수도 10인 이하인 업체가 전체의 58%다.
도시광산이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주목받던 시절도 있었다. 2000년대 후반 국내에서도 ‘도시광산’에 관심을 갖고 일부 대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3~4년이 지난 후 예상했던 것보다 수익이 나지 않자 기업들은 도시광산 사업을 접거나 보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업계 관계자는 “원료 확보에 많은 비용이 들지만 당시 중국이 세계 자원의 ‘블랙홀’ 역할을 하면서 재생산 비용을 상쇄할 만큼 금속 값이 오르지 않아 사업을 전면 재검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도시광산 업체들이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해 주춤하는 사이 한국에서 버려지는 폐자원은 중국으로 흘러가고 있다. 일반 광산의 금광석 1톤에서 채취할 수 있는 금의 양은 3g이다.
반면 폐휴대전화 1톤(약 1만 대)에서 채취할 수 있는 금은 200~400g에 달한다. 만약 버려진 정보기술(IT) 기기들이 한국에서 제대로 가공되지 못하고 중국 등으로 흘러간다면 어마어마한 국부 유출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으로 유출되는 폐제품은 암암리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폐자원 수입도 쉽지 않다. 현재 폐자원을 수입하려면 폐기물관리법·유해화학물질관리법·수입인허가 등 복잡한 규제를 거쳐야만 한다. 도시광산 업체들은 국내 자원이 외국으로 흘러가는데 외국 자원을 수입하기도 쉽지 않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하지만 도시광산은 최근 리튬·코발트 등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또다시 자원 확보의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한국과 같이 광물이 나지 않는 나라는 결국 도시광산 개발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업계는 다시 한 번 신발끈을 조여 매고 있다. 이를 위해선 비축 광물의 범위를 천연자원에서 도시광산 자원으로 확대해야 한다. 한국도시광산협회는 업계 활성화를 위해 도시광산 산업을 정의하고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 근거 조항을 신설하는 법안 개정을 시도한다.
또 도시광산의 자원 수출입 시 허가와 신고 절차 개선을 위한 방안도 연구 중이다. 염운주 한국도시광산협회장은 “도시광산 원료를 폐기물이 아닌 자원으로 인정해야 업계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화된 비축 기관, 통일해야
자원이 나지 않는 나라에서 수급이 편재된 광물을 확보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의 해외 자원 개발은 어쩐지 거꾸로 가는 추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해외 자원 개발에 중국은 597억 달러, 일본은 105억 달러를 투자했다. 하지만 한국은 7억1000만 달러를 투자한 것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자원 부국과의 새로운 무역 교류를 통해 광물 확보에 힘써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고 말한다. 김경훈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아프리카와 중남미의 자원 보유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경제적 협력을 증진하고 주요 희소금속 보유국에 공적 개발 원조(ODA)를
집중해 지원 대비 성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원을 외교적 관점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자원인지, 이 자원 개발이 사업성이 있는지 냉정하게 따져보고 ‘사업적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것이다.
김진수 한양대 교수는 “일본이나 중국은 자원 보유국과 장기간 교류를 지속하며 인프라 개발 등 다른 사업을 먼저 시행한 뒤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자원 사업에 진출한다”며 이를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원 부국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프로젝트도 중요하다. 현재 광물자원공사는 5대 핵심 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암바토비 사업’은 마다가스카르에서 이뤄지는 프로젝트로 2006년 진출했다. 총 2조666억원을 투자했고 광물자원공사를 비롯해 포스코대우·STX가 참가해 있다. 광물자원공사의 프로젝트 지분은 22.5%이며 한국 기업들의 지분은 27.5%에 이른다. 이를 통해 주력으로 니켈 6만 톤, 부산물로는 코발트 5600톤을 생산하고 있다.
2008년 멕시코에 진출한 ‘블레오 사업’은 총 1조6473억원을 투자했고 연간 전기동 5만1000톤, 코발트 2000톤을 생산한다. 현대제철·SK네트웍스 등이 진출했고 한국 기업의 지분은 90%로 이 중 광물자원공사의 지분은 74%다.
확보한 광물을 어떻게 ‘비축’하느냐도 중요하다. 현재 국내에서 비축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은 조달청과 광물자원공사다. 조달청은 비철금속 6종과 희소금속 9종을, 광물공사는 희소금속 10종을 비축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기관별로 희소금속 비축 대상과 목표량이 차이가 나는 등 이원화에 따른 여러 부작용을 안고 있다. 이에 따라 양 기관이 비축 목표량 설정 기준을 일치시키고 중·장기적으로는 비축 기능을 통합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광물자원공사는 1월 기준 10개의 광종에서 국내 수요량의 약 2개월분을 비축하고 있다. 생산 편중, 시장 불안전성, 산업 기여도, 저장성 등 7개 기준을 고려해 선정된 10개 광종은 크롬·몰리브덴·안티몬·타이타늄·텅스텐·니오븀·셀레늄·갈륨·지르코늄·희토류다.
이를 비축하기 위해 광물자원공사는 군산에 광산물 비축 기지를 운영 중이다. 최대 비축량은 8만 톤으로, 항온·제습 기능이 있는 특수 창고를 통해 희토류와 갈륨·셀레늄을 보관하고 있다. 또 합금철·몰리브덴·타이타늄·텅스텐 등은 일반 창고에 보관된다.
◆공급 쉬운 광물 비율 높이는 ‘역발상’
찾는 곳이 많아지면 자연스레 몸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희소금속 대신 공급이 수월한 다른 광물을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된다.
특히 전기자동차 생산 업체와 배터리 업체들이 이와 같은 방안에주목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코발트 가격이 1년 사이 급등하자 코발트 함량을 낮추고 이를 다른 원소로 대체하는 방안을 진행하는 것이다.
전기자동차 생산의 선두주자인 테슬라의 전기자동차 ‘모델 S’ 1대에는 21kg의 코발트가 필요하다.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일본의 파나소닉은 코발트의 비율을 낮추고 니켈의 비율을 85%까지 높인 배터리 개발에 착수했다.
국내 배터리 생산 업체들 또한 대안 마련에 분주하다. LG화학은 대형 프로젝트 수주 시 코발트와 니켈 등의 가격을 판매가에 연동하는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계약 가격과 관련해 다행히 고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코발트의 비율을 최소화하는 배터리 개발에도 착수했다. 현재 LG화학은 양극재 NCM811이라고 불리는 배터리를 개발 중인데, ‘NCM811’ 모델명은 니켈 80%, 코발트 10%, 망간 10%의 비율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즉 코발트의 비율을 최대한 줄이고 니켈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LG화학 관계자는 “메탈을 보유한 업체들과의 전략적 제휴, 원재료 공급 업체와의 장기 공급 계약 확대를 통해 가격의 안정을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LG화학은 양극재 제조업체 GS이엠을 인수했고 황산니켈 생산 업체인 켐코 지분 투자에도 나섰다.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