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발트·리튬·텅스텐·니켈·망간’ 미래를 이끌 다섯 가지 핵심 광물
입력 2018-01-30 09:40:42
수정 2018-01-30 09:40:42
산업 생산에 필수적이지만 ‘가격 변동성’ 매우 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아프리카 중부에 자리한 콩고민주공화국(이하 DR콩고)은 대표적인 자원 부국이다. 구리·코발트·다이아몬드·은·망간·텅스텐 등 약 50여 종류의 광물을 채취할 수 있다.
한국과 같은 자원 빈국으로서는 부럽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DR콩고는 그 풍부한 자원 때문에 외세의 침략과 내전에 시달리는 등 수난을 겪어 왔다. 자원을 활용한 성장 가능성도 높지만 선진국의 이권 개입으로 자원은 DR콩고의 발전에 ‘양날의 검’이 됐다.
DR콩고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광물은 지금도 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넓고도 깊은 ‘광물의 세계’를 조명해 봤다.
광물 중에서도 ‘희소금속(rare metal)’은 철·구리·알루미늄 등과 같이 산업적으로 대량생산되는 일반 금속(common metal)에 대응되는 개념이다.
◆자원 부국 콩고민주공화국의 슬픔
‘희소’라는 수식어처럼 부존량이 적고 특정 국가에 편재돼 있어 추출 과정이 까다롭다. 하지만 활용도는 높다.
희소금속의 분류 기준은 각 나라별로 다르다. 니켈은 영국과 일본에서 각각 다르게 분류된다. 영국은 런던금속거래소(LME)의 거래 유무를 기준으로 구리·알루미늄·아연·납·주석·니켈을 비철금속으로 구분한다. 그 외의 금속은 희소금속으로 구분한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니켈을 희소금속으로 분류한다. 일본은 희소금속을 ‘비철금속 중 부존량이 적고 추출이 어렵지만 산업적 수요가 있는 것’으로 정의하는데 니켈이 여기에 속한다.
감사원이 공개한 ‘주요 원자재 비축 관리 실태’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비축 대상으로 정한 금속은 ‘철강·전자·통신 등 제조업 및 첨단 산업에 널리 활용되는 비철금속과 희소금속’이다. 여기서 말하는 희소금속은 개념상 비철금속(철 이외의 금속)에 포함된다.
한국은 총 35종 56개의 금속 원소를 희소금속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비축 기관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분류하기도 한다. 일부 광종(니켈·주석)에 대해 조달청은 비철금속으로, 산업통상자원부는 희소금속으로 취급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원료로 떠오른 ‘희토류(rare earth elements)는 희소금속의 일종이다. 원소 주기율표상의 란타넘 계열 15종 원소(원자번호 기준 57~71번)와 스칸듐(Sc)·이트륨(Y) 등 총 17총의 원소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희토류는 이름과 달리 지각에 저농도로 광범위하게 분포하지만 경제성이 있는 고품위 광석이 다른 광물들에 비해 드물게 발견된다. 또 희토류 광석에는 여러 원소들이 함께 들어 있어 정제와 농축도 어렵다.
한국에서 금속을 비축하는 기관은 조달청과 한국광물자원공사로 나눠져 있다. 조달청은 1967년 ‘조달기금법’ 제정에 따라 물가 안정 시책의 일환으로 면사·소금 등 생필품을 비축해 왔다. 그 후 1970년대 갑작스러운 불황에 대비하기 위해 해외 수입 비율이 높은 알루미늄·구리 등 산업용 금속 원자재로 비축 대상을 변경했다.
광물자원공사는 2004년 ‘대한광업진흥공사법’ 개정으로 금속 비축 사업을 수행하게 됐다. 비축 기관이 이원화될 당시 광물자원공사 측은 “조달청이 비철금속 위주로 수급 조절, 물가 안정 등 ‘경제 비축’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므로 광물자원공사가 희소금속 등 첨단 산업 원료를 선점해 자원 파동에 대응하자”는 ‘전략 비축’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텅스텐 공급은 ‘중국 마음대로?’
하지만 2007년 ‘조달청이 비철금속 6종과 희소금속의 일부를, 광물자원공사가 희소금속의 일부를 비축’하기로 결정됐다. 상당히 모호한 이 기준이 현재까지 이어져 양 기관의 기능과 역할이 명확하지 않다.
기준과 역할은 달라도 희소금속에 대해 관심을 갖고 특별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점에는 정부도 공감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광물자원공사가 선정한 ‘5대 핵심 광물’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광물자원공사는 지난해 12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5대 핵심 광물을 선정했다. 수급 특성에 따라 확보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해서다.
광물자원공사는 신산업 기여도, 미래 성장 가능성, 전방산업 연계성으로 전략적 중요도를 평가했고 부존 편재성, 생산 편재성, 자원 고갈 정도, 수입 규모를 시장 중요도 지표로 삼았다.
그 결과 코발트·리튬·텅스텐·니켈·망간이 핵심 5대 광물로 선정됐다. 김경훈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희소금속은 철광석·구리·아연 등 일반 광물의 채광과 제련 과정에서 부산물로 얻어지는 경우가 많아 다른 광물의 가격에 따라 공급의 제약을 받는다”며 “여기에 선물 시장이 존재하지 않아 가격이 급변할 때를 대비할 리스크 헤징도 어렵다”고 말했다.
코발트는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공급 부족 현상이 가장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맥쿼리에 따르면 향후 전 세계 코발트의 공급 부족량은 2018년 885톤에서 2019년 3205톤, 2020년 5040톤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코발트가 전기 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리튬이온 배터리(양극재)의 원료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코발트의 세계 수요는 연평균 8.8% 성장해 왔다.
‘리튬’도 각종 IT 제품의 핵심 소재로 사용된다. 2000년 이후 전 세계 리튬의 수요는 연평균 7.5% 상승했다. 전 세계 리튬 수요(탄산리튬 기준)는 2015년 17만7000톤에서 2025년 32만8000톤까지 1.9배 증가할 전망이다. 여기에 리튬은 상위 3개국의 생산량 비율이 전 세계 생산의 91.4%를 점유하고 있어 편중된 성향을 보인다.
텅스텐은 중국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 중국은 텅스텐 부존량의 60%, 생산량의 82%를 차지하고 있는 ‘텅스텐 부국’이다.
중국이 ‘환경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철강과 산업 소재의 생산량을 억제하자 텅스텐 가격이 전년 대비 57.9%까지 치솟았다. 중국은 자원을 국력 강화의 수단으로 쓰는 나라다. 1991년부터 텅스텐을 국가 보호 광종으로 지정하고 수출량을 제한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텅스텐 공급을 연간 9만1300톤으로 제한하고 있다.
텅스텐은 초경합금·특수강·절삭공구에 쓰인다. 또한 반도체 금속 배선의 주요 재료로 쓰여 앞으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대중국 수입 비율이 높은 국가들은 수입 다변화 등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니켈은 다른 광물에 비해 생산지가 편중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철강 산업에서 꾸준히 쓰이는 한편 이차전지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기에 코발트 가격이 높아지자 배터리 생산사들이 대체 상품으로 니켈에 주목하면서 향후 몸값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기술 개발을 통해 삼원계 배터리의 양극재에 사용되는 니켈의 비율이 80%까지 올라갔다. 이에 따라 2025년 니켈의 수요는 243만5000톤까지 증가하며 공급 부족 현상이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망간 또한 코발트의 대체품으로 주목받는다. 망간은 그간 제강 공정에서 환원제와 탈황제로 사용돼 왔다. 망간은 최근 이차전지 분야에까지 수요가 확대됐다. 2015년 기준 전 세계 망간의 수요는 1500만 톤이지만 2025년에는 1900만 톤으로 연평균 2.5%씩 늘어날 전망이다.
망간 또한 상위 3개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64%에 달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29%, 중국이 19%, 호주가 16%로 높은 생산량을 보유하고 있다.
◆기업, 광물의 출처도 신경 써야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동물의 복지와 환경문제까지 생각한 ‘착한 소비’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윤리적 소비는 광물 산업에서도 화두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분쟁 지역에서 나는 광물에 대한 제재가 시행되고 있다.
‘분쟁 광물(conflict minerals)’은 분쟁 지역인 DR콩고와 그 주변 지역에서 채굴되는 광물을 말한다. 주석·텅스텐·탄탈럼·금이 여기에 속해 있다. 분쟁 지역은 DR콩고를 포함해 수단·르완다·부룬디·우간다·콩고공화국·잠비아·앙골라·탄자니아·중앙아프리카 등 10개국이다.
선진국은 이들이 생산하는 광물이 소위 말하는 ‘비윤리적인 과정’을 통해 채취된다고 비난한다. DR콩고와 인접 국가들은 내전으로 불안한 정치 상태를 안고 있는데 반군 등 무장 쿠데타 세력이 광물의 채굴과 유통을 장악하고 자금 확보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권 침해, 아동 노동력 착취, 환경오염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한다.
미국에서는 2010년 분쟁 광물의 규제 조항이 포함된 ‘도드-프랭크 금융 규제 개혁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2014년부터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모든 기업에 분쟁 광물의 사용 실태와 해당 광물이 DR콩고나 인접 국가에서 생산됐는지에 대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동안은 유예기간이었지만 올해부터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도 감사 의무가 적용된다.
2016년 국제기구인 국제앰네스티는 코발트 채광 과정에서 이뤄지는 아동 노동의 실태를 고발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또한 LME도 2017년 11월부터 아동 노동을 통해 채굴된 코발트가 거래되는지, 기업이 사용하는 코발트의 원료 출처가 어디인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기업들도 도드-프랭크 금융 규제 개혁 법안이 시행된 2014년부터 사용되는 광물의 원산지에 대해 엄격한 규제와 관리에 들어갔다. LG전자는 2011년부터 해당 광물에 대한 원산지 추적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또 2013년에는 전사 분쟁 광물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협력사로부터 광물 사용 현황과 제련소 및 원산지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분쟁 광물 공급사슬 경영(SCM)’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무기 자금이나 인권 유린, 환경 파괴를 통해 생산된 광물의 기업 간 거래를 차단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한 ‘책임 광물’만 거래할 수 있도록 공급 과정을 관리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광물 확보처 ‘북한’
‘제재 이후’ 북한 광물 활용 방안 미리 준비해야
한국은 자원 빈국이라지만 휴전선 너머 북한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북한 광물 자원의 잠재 가치는 3조9033억 달러(약 4214조원)로 한국의 무려 24.3배로 추정된다.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지난해 11월 주최한 ‘북한 광물 자원 개발 포럼’에 따르면 한국이 필요한 광물 자원은 연간 약 307억8000만 달러어치로, 이 중 절반만 북한에서 조달해도 연간 153억9000만 달러의 수입 대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홍순직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에서 개발이 유망한 광종으로 금·아연·철·동·몰리브덴·마그네사이트·인상흑연·인회석 등을 꼽았다. 특히 텅스텐과 몰리브덴은 정부가 선정한 ‘10대 중점 확보 희귀금속’에 속해 있어 확보가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선 북한 광물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관계가 해빙 모드에 진입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북한의 핵 도발로 최근까지 남북 관계는 그야말로 얼음장이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북한 광물을 일본·미국 등이 탐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수석 중앙일보 통일분화연구소 연구위원은 “대북 제재로 북한의 광물 자원 개발이 불가능하지만 한국이 북한의 광물 자원을 선점하려면 제재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위원은 “일본은 희토류, 미국은 금, 중국은 철광석과 석탄을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 위원은 “일본 기업들은 일제강점기에 대한 기억 때문에 북한 광물 자원에 애착이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약 북한에 관심을 가진다면 금이 유일한 이유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mjlee@hankyung.com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아프리카 중부에 자리한 콩고민주공화국(이하 DR콩고)은 대표적인 자원 부국이다. 구리·코발트·다이아몬드·은·망간·텅스텐 등 약 50여 종류의 광물을 채취할 수 있다.
한국과 같은 자원 빈국으로서는 부럽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DR콩고는 그 풍부한 자원 때문에 외세의 침략과 내전에 시달리는 등 수난을 겪어 왔다. 자원을 활용한 성장 가능성도 높지만 선진국의 이권 개입으로 자원은 DR콩고의 발전에 ‘양날의 검’이 됐다.
DR콩고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광물은 지금도 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넓고도 깊은 ‘광물의 세계’를 조명해 봤다.
광물 중에서도 ‘희소금속(rare metal)’은 철·구리·알루미늄 등과 같이 산업적으로 대량생산되는 일반 금속(common metal)에 대응되는 개념이다.
◆자원 부국 콩고민주공화국의 슬픔
‘희소’라는 수식어처럼 부존량이 적고 특정 국가에 편재돼 있어 추출 과정이 까다롭다. 하지만 활용도는 높다.
희소금속의 분류 기준은 각 나라별로 다르다. 니켈은 영국과 일본에서 각각 다르게 분류된다. 영국은 런던금속거래소(LME)의 거래 유무를 기준으로 구리·알루미늄·아연·납·주석·니켈을 비철금속으로 구분한다. 그 외의 금속은 희소금속으로 구분한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니켈을 희소금속으로 분류한다. 일본은 희소금속을 ‘비철금속 중 부존량이 적고 추출이 어렵지만 산업적 수요가 있는 것’으로 정의하는데 니켈이 여기에 속한다.
감사원이 공개한 ‘주요 원자재 비축 관리 실태’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비축 대상으로 정한 금속은 ‘철강·전자·통신 등 제조업 및 첨단 산업에 널리 활용되는 비철금속과 희소금속’이다. 여기서 말하는 희소금속은 개념상 비철금속(철 이외의 금속)에 포함된다.
한국은 총 35종 56개의 금속 원소를 희소금속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비축 기관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분류하기도 한다. 일부 광종(니켈·주석)에 대해 조달청은 비철금속으로, 산업통상자원부는 희소금속으로 취급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원료로 떠오른 ‘희토류(rare earth elements)는 희소금속의 일종이다. 원소 주기율표상의 란타넘 계열 15종 원소(원자번호 기준 57~71번)와 스칸듐(Sc)·이트륨(Y) 등 총 17총의 원소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희토류는 이름과 달리 지각에 저농도로 광범위하게 분포하지만 경제성이 있는 고품위 광석이 다른 광물들에 비해 드물게 발견된다. 또 희토류 광석에는 여러 원소들이 함께 들어 있어 정제와 농축도 어렵다.
한국에서 금속을 비축하는 기관은 조달청과 한국광물자원공사로 나눠져 있다. 조달청은 1967년 ‘조달기금법’ 제정에 따라 물가 안정 시책의 일환으로 면사·소금 등 생필품을 비축해 왔다. 그 후 1970년대 갑작스러운 불황에 대비하기 위해 해외 수입 비율이 높은 알루미늄·구리 등 산업용 금속 원자재로 비축 대상을 변경했다.
광물자원공사는 2004년 ‘대한광업진흥공사법’ 개정으로 금속 비축 사업을 수행하게 됐다. 비축 기관이 이원화될 당시 광물자원공사 측은 “조달청이 비철금속 위주로 수급 조절, 물가 안정 등 ‘경제 비축’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므로 광물자원공사가 희소금속 등 첨단 산업 원료를 선점해 자원 파동에 대응하자”는 ‘전략 비축’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텅스텐 공급은 ‘중국 마음대로?’
하지만 2007년 ‘조달청이 비철금속 6종과 희소금속의 일부를, 광물자원공사가 희소금속의 일부를 비축’하기로 결정됐다. 상당히 모호한 이 기준이 현재까지 이어져 양 기관의 기능과 역할이 명확하지 않다.
기준과 역할은 달라도 희소금속에 대해 관심을 갖고 특별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점에는 정부도 공감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광물자원공사가 선정한 ‘5대 핵심 광물’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광물자원공사는 지난해 12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5대 핵심 광물을 선정했다. 수급 특성에 따라 확보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해서다.
광물자원공사는 신산업 기여도, 미래 성장 가능성, 전방산업 연계성으로 전략적 중요도를 평가했고 부존 편재성, 생산 편재성, 자원 고갈 정도, 수입 규모를 시장 중요도 지표로 삼았다.
그 결과 코발트·리튬·텅스텐·니켈·망간이 핵심 5대 광물로 선정됐다. 김경훈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희소금속은 철광석·구리·아연 등 일반 광물의 채광과 제련 과정에서 부산물로 얻어지는 경우가 많아 다른 광물의 가격에 따라 공급의 제약을 받는다”며 “여기에 선물 시장이 존재하지 않아 가격이 급변할 때를 대비할 리스크 헤징도 어렵다”고 말했다.
코발트는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공급 부족 현상이 가장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맥쿼리에 따르면 향후 전 세계 코발트의 공급 부족량은 2018년 885톤에서 2019년 3205톤, 2020년 5040톤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코발트가 전기 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리튬이온 배터리(양극재)의 원료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코발트의 세계 수요는 연평균 8.8% 성장해 왔다.
‘리튬’도 각종 IT 제품의 핵심 소재로 사용된다. 2000년 이후 전 세계 리튬의 수요는 연평균 7.5% 상승했다. 전 세계 리튬 수요(탄산리튬 기준)는 2015년 17만7000톤에서 2025년 32만8000톤까지 1.9배 증가할 전망이다. 여기에 리튬은 상위 3개국의 생산량 비율이 전 세계 생산의 91.4%를 점유하고 있어 편중된 성향을 보인다.
텅스텐은 중국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 중국은 텅스텐 부존량의 60%, 생산량의 82%를 차지하고 있는 ‘텅스텐 부국’이다.
중국이 ‘환경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철강과 산업 소재의 생산량을 억제하자 텅스텐 가격이 전년 대비 57.9%까지 치솟았다. 중국은 자원을 국력 강화의 수단으로 쓰는 나라다. 1991년부터 텅스텐을 국가 보호 광종으로 지정하고 수출량을 제한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텅스텐 공급을 연간 9만1300톤으로 제한하고 있다.
텅스텐은 초경합금·특수강·절삭공구에 쓰인다. 또한 반도체 금속 배선의 주요 재료로 쓰여 앞으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대중국 수입 비율이 높은 국가들은 수입 다변화 등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니켈은 다른 광물에 비해 생산지가 편중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철강 산업에서 꾸준히 쓰이는 한편 이차전지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기에 코발트 가격이 높아지자 배터리 생산사들이 대체 상품으로 니켈에 주목하면서 향후 몸값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기술 개발을 통해 삼원계 배터리의 양극재에 사용되는 니켈의 비율이 80%까지 올라갔다. 이에 따라 2025년 니켈의 수요는 243만5000톤까지 증가하며 공급 부족 현상이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망간 또한 코발트의 대체품으로 주목받는다. 망간은 그간 제강 공정에서 환원제와 탈황제로 사용돼 왔다. 망간은 최근 이차전지 분야에까지 수요가 확대됐다. 2015년 기준 전 세계 망간의 수요는 1500만 톤이지만 2025년에는 1900만 톤으로 연평균 2.5%씩 늘어날 전망이다.
망간 또한 상위 3개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64%에 달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29%, 중국이 19%, 호주가 16%로 높은 생산량을 보유하고 있다.
◆기업, 광물의 출처도 신경 써야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동물의 복지와 환경문제까지 생각한 ‘착한 소비’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윤리적 소비는 광물 산업에서도 화두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분쟁 지역에서 나는 광물에 대한 제재가 시행되고 있다.
‘분쟁 광물(conflict minerals)’은 분쟁 지역인 DR콩고와 그 주변 지역에서 채굴되는 광물을 말한다. 주석·텅스텐·탄탈럼·금이 여기에 속해 있다. 분쟁 지역은 DR콩고를 포함해 수단·르완다·부룬디·우간다·콩고공화국·잠비아·앙골라·탄자니아·중앙아프리카 등 10개국이다.
선진국은 이들이 생산하는 광물이 소위 말하는 ‘비윤리적인 과정’을 통해 채취된다고 비난한다. DR콩고와 인접 국가들은 내전으로 불안한 정치 상태를 안고 있는데 반군 등 무장 쿠데타 세력이 광물의 채굴과 유통을 장악하고 자금 확보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권 침해, 아동 노동력 착취, 환경오염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한다.
미국에서는 2010년 분쟁 광물의 규제 조항이 포함된 ‘도드-프랭크 금융 규제 개혁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2014년부터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모든 기업에 분쟁 광물의 사용 실태와 해당 광물이 DR콩고나 인접 국가에서 생산됐는지에 대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동안은 유예기간이었지만 올해부터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도 감사 의무가 적용된다.
2016년 국제기구인 국제앰네스티는 코발트 채광 과정에서 이뤄지는 아동 노동의 실태를 고발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또한 LME도 2017년 11월부터 아동 노동을 통해 채굴된 코발트가 거래되는지, 기업이 사용하는 코발트의 원료 출처가 어디인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기업들도 도드-프랭크 금융 규제 개혁 법안이 시행된 2014년부터 사용되는 광물의 원산지에 대해 엄격한 규제와 관리에 들어갔다. LG전자는 2011년부터 해당 광물에 대한 원산지 추적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또 2013년에는 전사 분쟁 광물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협력사로부터 광물 사용 현황과 제련소 및 원산지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분쟁 광물 공급사슬 경영(SCM)’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무기 자금이나 인권 유린, 환경 파괴를 통해 생산된 광물의 기업 간 거래를 차단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한 ‘책임 광물’만 거래할 수 있도록 공급 과정을 관리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광물 확보처 ‘북한’
‘제재 이후’ 북한 광물 활용 방안 미리 준비해야
한국은 자원 빈국이라지만 휴전선 너머 북한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북한 광물 자원의 잠재 가치는 3조9033억 달러(약 4214조원)로 한국의 무려 24.3배로 추정된다.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지난해 11월 주최한 ‘북한 광물 자원 개발 포럼’에 따르면 한국이 필요한 광물 자원은 연간 약 307억8000만 달러어치로, 이 중 절반만 북한에서 조달해도 연간 153억9000만 달러의 수입 대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홍순직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에서 개발이 유망한 광종으로 금·아연·철·동·몰리브덴·마그네사이트·인상흑연·인회석 등을 꼽았다. 특히 텅스텐과 몰리브덴은 정부가 선정한 ‘10대 중점 확보 희귀금속’에 속해 있어 확보가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선 북한 광물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관계가 해빙 모드에 진입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북한의 핵 도발로 최근까지 남북 관계는 그야말로 얼음장이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북한 광물을 일본·미국 등이 탐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수석 중앙일보 통일분화연구소 연구위원은 “대북 제재로 북한의 광물 자원 개발이 불가능하지만 한국이 북한의 광물 자원을 선점하려면 제재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위원은 “일본은 희토류, 미국은 금, 중국은 철광석과 석탄을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 위원은 “일본 기업들은 일제강점기에 대한 기억 때문에 북한 광물 자원에 애착이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약 북한에 관심을 가진다면 금이 유일한 이유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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