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동물 가죽이나 털 사용하지 않는 ‘비건 패션’ 인기몰이 중
[한경비즈니스=김민주 객원기자] 유럽에서는 동물의 가죽이나 털을 사용하지 않는 채식주의자 패션, 즉 비건 패션(vegan fashion)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 소규모 패션 브랜드와 신진 디자이너들은 더 이상의 낭비를 줄일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섬유’를 찾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 내의 채식주의자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비건 패션 역시 의류업계의 주류 트렌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해피지니, ‘사과 껍질 핸드백’으로 대히트
최근 유럽의 비건 패션업계가 주목하는 브랜드는 스위스 취리히에서 사과 껍질로 핸드백을 만드는 해피지니(Happy Genie)다.
사과 폐기물이 패션의 소재가 된다는 독특한 발상 덕에 해피지니는 론칭 때부터 유럽의 많은 잡지 등에 소개됐고 최근에는 진보적인 패션 트렌드를 소개하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패션 박람회 솔 살롱(Soul Salon)에 초대되기도 했다.
해피지니의 창업자이자 대표 디자이너인 탄야 쉔커(Tanja Schenker)는 본래 럭셔리 가방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채식주의자가 되면서 가죽과 거리를 두게 됐다.
지난해 네덜란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채식 생활을 하면서 삶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기 때문에 달라진 가치관을 자신의 브랜드를 통해 표현하고 싶어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게 됐다”며 비건 패션 입문 동기를 밝혔다.
쉔커 창업자는 이탈리아 북동부 도시 볼차노에서 사과로부터 지속 가능한 섬유를 개발했다는 다큐멘터리를 우연히 접하게 됐다. 그는 가방에 활용하기 좋은 소재라고 판단했고 발명가의 전화번호를 1주일간 수소문해 실제로 그와 만났다.
그는 사과 껍질로 가방을 만드는 실험을 하기 위해 이탈리아의 제조사들을 설득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사과 껍질은 흥미로운 소재이긴 했지만 인공 가죽과는 많이 달라 제작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는 이어졌고 실제 판매가 가능한 제품을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쉔커 창업자는 “볼차노 지역에 사과가 많다는 것이 굉장한 이점”이라며 “그만큼 좋은 원료가 풍부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해피지니는 대부분의 공정을 이탈리아에서 진행하고 있다. 우선 원재료인 사과도 볼차노산으로 레스토랑·카페·식품업체 등에서 주스나 식품 생산을 하고 남은 껍질을 모아 섬유로 재활용될 수 있도록 분쇄하고 말리는 작업을 진행한다.
이후 피렌체 인근의 공장에서 해당 분말을 염료와 섞은 후 가죽과 같은 소재로 만든다. 이를 서북부 도시 베레세로 보내 수작업으로 가방을 제조한다. 가방에 사용되는 금속 부속품도 이탈리아에서 모두 만들고 있다.
해피지니는 앞으로 사과 껍질로 만든 핸드백을 통해 음료 산업폐기물의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비를 모으고 있는 해피지니는 올해 3월부터 온라인을 통해 판매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인애플 잎을 패션의 소재로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영국 런던에 있는 아나스아남(Ananas Anam)은 파인애플 폐기물을 이용해 대안적 섬유인 피냐텍스를 개발했다. 피냐(pina)는 스페인어로 파인애플이란 뜻이다.
이 기업은 2016년 신발 브랜드 캠퍼, 패션 브랜드 알리 카펠리노와 협업해 피냐텍스를 이용한 신발·가방 등을 시범적으로 제작하기도 했다.
피냐텍스는 파인애플 잎에서 추출한 미세한 셀룰로오스 섬유질을 이용한다. 피냐텍스는 필리핀의 파인애플 농장에서 모아둔 쓰레기를 재료로 사용한다. 1㎡의 피냐텍스를 생산하는 데 약 480개의 잎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파인애플 16개를 까면 나오는 양이다. 업체 측은 피냐텍스가 기존 가죽에 비해 무게가 덜 나가고 가격도 저렴하다고 말했다.
(사진)카르멘 히요사(가운데) 아나스아남 설립자가 파인애플 잎으로 섬유를 만드는 공정에 참여하고 있다.
◆피냐텍스, 떠오르는 신소재로
외관상으로는 가죽과 비슷한 이 신소재는 염색·인쇄·바느질 등이 가능하고 다양한 두께와 질감을 표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신발·지갑·가방·가구까지 제작할 수 있어 패션업계가 그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그간 쓸모없이 버려지던 파인애플 잎을 패션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이는 아나스아남의 설립자인 스페인 출신의 카르멘 히요사(Carmen Hijosa) 박사다.
15년간 가죽업계에서 컨설턴트로 일한 그는 업무 차 필리핀을 방문했다가 파인애플 잎에서 추출한 섬유를 이용해 전통적인 방식의 의류를 제작하는 직공들을 접하게 됐다. 필리핀의 남성들이 이미 수백 년 전부터 결혼식이나 공식 행사에서 얇으면서도 자수가 놓인 파인애플 잎 섬유 소재의 전통 의상인 바롱 타갈로그(barong tagalog)를 입고 있다.
그는 연구원들과 함께 이 천연섬유를 분석하며 이를 상업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가죽업계에 오래 몸담아 온 그는 가죽 생산이 환경에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항상 가죽의 대안이 될 소재를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는 매년 4만 톤의 파인애플 잎이 농가 한쪽에 방치되거나 소각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신소재로 개발할 수 있다면 폐기물 낭비를 줄일 수 있고 필리핀 농부들에게 새로운 수입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필리핀에서 돌아온 그는 영국 런던의 왕립 디자인학교에 입학해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그곳에서 많은 디자이너들과 가방을 제작하기 위해 5년간 연구를 거듭하던 그는 마침내 피냐텍스를 완성했다. 이후 63세였던 2014년 아예 아나스아남을 설립하면서 비건 패션업계에 전면적으로 나섰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파인애플 잎은 과일을 수확하고 생긴 폐기물이기 때문에 이를 재배하기 위해 별도의 물·토지·비료 등이 필요하지 않아 다른 친환경 섬유에 비해 환경오염이 덜한 소재”라고 말했다. 그는 또 “피냐텍스를 만드는 데는 파인애플을 손상시키는 어떤 요소도 없다”고 강조했다.
[한경비즈니스=김민주 객원기자] 유럽에서는 동물의 가죽이나 털을 사용하지 않는 채식주의자 패션, 즉 비건 패션(vegan fashion)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 소규모 패션 브랜드와 신진 디자이너들은 더 이상의 낭비를 줄일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섬유’를 찾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 내의 채식주의자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비건 패션 역시 의류업계의 주류 트렌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해피지니, ‘사과 껍질 핸드백’으로 대히트
최근 유럽의 비건 패션업계가 주목하는 브랜드는 스위스 취리히에서 사과 껍질로 핸드백을 만드는 해피지니(Happy Genie)다.
사과 폐기물이 패션의 소재가 된다는 독특한 발상 덕에 해피지니는 론칭 때부터 유럽의 많은 잡지 등에 소개됐고 최근에는 진보적인 패션 트렌드를 소개하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패션 박람회 솔 살롱(Soul Salon)에 초대되기도 했다.
해피지니의 창업자이자 대표 디자이너인 탄야 쉔커(Tanja Schenker)는 본래 럭셔리 가방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채식주의자가 되면서 가죽과 거리를 두게 됐다.
지난해 네덜란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채식 생활을 하면서 삶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기 때문에 달라진 가치관을 자신의 브랜드를 통해 표현하고 싶어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게 됐다”며 비건 패션 입문 동기를 밝혔다.
쉔커 창업자는 이탈리아 북동부 도시 볼차노에서 사과로부터 지속 가능한 섬유를 개발했다는 다큐멘터리를 우연히 접하게 됐다. 그는 가방에 활용하기 좋은 소재라고 판단했고 발명가의 전화번호를 1주일간 수소문해 실제로 그와 만났다.
그는 사과 껍질로 가방을 만드는 실험을 하기 위해 이탈리아의 제조사들을 설득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사과 껍질은 흥미로운 소재이긴 했지만 인공 가죽과는 많이 달라 제작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는 이어졌고 실제 판매가 가능한 제품을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쉔커 창업자는 “볼차노 지역에 사과가 많다는 것이 굉장한 이점”이라며 “그만큼 좋은 원료가 풍부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해피지니는 대부분의 공정을 이탈리아에서 진행하고 있다. 우선 원재료인 사과도 볼차노산으로 레스토랑·카페·식품업체 등에서 주스나 식품 생산을 하고 남은 껍질을 모아 섬유로 재활용될 수 있도록 분쇄하고 말리는 작업을 진행한다.
이후 피렌체 인근의 공장에서 해당 분말을 염료와 섞은 후 가죽과 같은 소재로 만든다. 이를 서북부 도시 베레세로 보내 수작업으로 가방을 제조한다. 가방에 사용되는 금속 부속품도 이탈리아에서 모두 만들고 있다.
해피지니는 앞으로 사과 껍질로 만든 핸드백을 통해 음료 산업폐기물의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비를 모으고 있는 해피지니는 올해 3월부터 온라인을 통해 판매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인애플 잎을 패션의 소재로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영국 런던에 있는 아나스아남(Ananas Anam)은 파인애플 폐기물을 이용해 대안적 섬유인 피냐텍스를 개발했다. 피냐(pina)는 스페인어로 파인애플이란 뜻이다.
이 기업은 2016년 신발 브랜드 캠퍼, 패션 브랜드 알리 카펠리노와 협업해 피냐텍스를 이용한 신발·가방 등을 시범적으로 제작하기도 했다.
피냐텍스는 파인애플 잎에서 추출한 미세한 셀룰로오스 섬유질을 이용한다. 피냐텍스는 필리핀의 파인애플 농장에서 모아둔 쓰레기를 재료로 사용한다. 1㎡의 피냐텍스를 생산하는 데 약 480개의 잎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파인애플 16개를 까면 나오는 양이다. 업체 측은 피냐텍스가 기존 가죽에 비해 무게가 덜 나가고 가격도 저렴하다고 말했다.
(사진)카르멘 히요사(가운데) 아나스아남 설립자가 파인애플 잎으로 섬유를 만드는 공정에 참여하고 있다.
◆피냐텍스, 떠오르는 신소재로
외관상으로는 가죽과 비슷한 이 신소재는 염색·인쇄·바느질 등이 가능하고 다양한 두께와 질감을 표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신발·지갑·가방·가구까지 제작할 수 있어 패션업계가 그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그간 쓸모없이 버려지던 파인애플 잎을 패션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이는 아나스아남의 설립자인 스페인 출신의 카르멘 히요사(Carmen Hijosa) 박사다.
15년간 가죽업계에서 컨설턴트로 일한 그는 업무 차 필리핀을 방문했다가 파인애플 잎에서 추출한 섬유를 이용해 전통적인 방식의 의류를 제작하는 직공들을 접하게 됐다. 필리핀의 남성들이 이미 수백 년 전부터 결혼식이나 공식 행사에서 얇으면서도 자수가 놓인 파인애플 잎 섬유 소재의 전통 의상인 바롱 타갈로그(barong tagalog)를 입고 있다.
그는 연구원들과 함께 이 천연섬유를 분석하며 이를 상업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가죽업계에 오래 몸담아 온 그는 가죽 생산이 환경에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항상 가죽의 대안이 될 소재를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는 매년 4만 톤의 파인애플 잎이 농가 한쪽에 방치되거나 소각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신소재로 개발할 수 있다면 폐기물 낭비를 줄일 수 있고 필리핀 농부들에게 새로운 수입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필리핀에서 돌아온 그는 영국 런던의 왕립 디자인학교에 입학해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그곳에서 많은 디자이너들과 가방을 제작하기 위해 5년간 연구를 거듭하던 그는 마침내 피냐텍스를 완성했다. 이후 63세였던 2014년 아예 아나스아남을 설립하면서 비건 패션업계에 전면적으로 나섰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파인애플 잎은 과일을 수확하고 생긴 폐기물이기 때문에 이를 재배하기 위해 별도의 물·토지·비료 등이 필요하지 않아 다른 친환경 섬유에 비해 환경오염이 덜한 소재”라고 말했다. 그는 또 “피냐텍스를 만드는 데는 파인애플을 손상시키는 어떤 요소도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