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자율주행차 안전도 '블록체인'이 지킨다

[커버스토리: Part2 블록체인, 산업지도를 바꾼다]블록체인 투자 ‘광폭행보’…소비자 맞춤형 보험에도 활용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글로벌 리서치 전문 기관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자동차 산업에서 이뤄지는 블록체인 투자 금액이 2025년까지 약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 산업은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대변화를 앞두고 있다. 신기술도입에 블록체인이 빠질 수 없다.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들은 말 그래도 ‘살아남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 연구에 들어갔다.

◆혁신 위해 도요타가 택한 ‘협업’

이 중에서도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블록체인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도요타는 자체 연구소를 설립,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자동차 산업에서 ‘광폭 행보’를 펼치고 있다.

도요타에서 블록체인 연구를 담당하는 곳은 도요타연구소(TRI)다. 도요타연구소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산하 미디어랩 등과의 합작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연구 중이다.
도요타는 블록체인의 도입으로 자율주행차 주행 데이터 공유, 카셰어링·카풀 관리, 차량 사용 정보 저장을 시도한다. 또 주행 환경 변화에 맞춘 보험 상품도 연구 중이다.

정보기술(IT) 전문지인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도요타는 블록체인 기술을 자율주행차와 전기차에 도입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도요타는 블록체인 기술 연구를 위해 MIT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업과 협업을 시작했다. 독일의 빅체인DB(BigchainDB)와 자율주행차·카셰어링 테스트 데이터 공유를 위한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스라엘의 커뮤터즈(Commuterz)와는 P2P 카풀 솔루션을 개발하고 미국의 오큰 이노베이션즈와는 P2P 카셰어링 솔루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에는 늘 안전과 관련한 물음표가 따라다닌다. 도요타를 비롯한 자동차 산업계는 이에 대한 해답을 블록체인으로 정했다.

원리는 간단하다. 차량의 운행 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 블록체인 플랫폼에 저장함으로써 안전한 자율 주행 환경을 조성한다. 도요타연구소는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도로 상황, 주변 환경 등 자동차 주행에 필요한 데이터와 운전자의 주행 정보를 축적한 자율주행차 주행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쉽게 저장하고 보안을 유지하면서도 타사와 주행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킹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자율주행차는 100만 줄 이상의 코드가 포함된 초대형 소프트웨어 덩어리다. 자율주행이 이뤄진다면 자동차는 네트워크에 전적으로 의존해 주행에 나선다.

만약 자율주행차가 해킹된다면 결과는 치명적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모든 거래자가 거래 기록을 갖고 있어 한 곳의 소프트웨어를 해킹하면 전체가 마비되는 기존의 해킹 기술이 통하지 않는다. 일찌감치 이에 주목한 업체도 있다. 자율주행차의 보안 플랫폼을 만드는 회사 큐브는 블록체인을 통해 자율주행차 해킹을 막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차량보험 손해율 낮추기도 가능

자동차 보험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손해율도 높아 보험사에는 큰 고민거리다.
도요타는 블록체인 기술이 향후 차량보험에 큰 변혁을 가져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고객의 운전 습관에 따라 보험료 할인이 적용되는 UBI(운전자습관연계보험)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 활용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도요타연구소는 미국의 UBI 플랫폼 구축 회사인 젬(Gem), 도요타의 텔레매틱스 자동차보험사인 도요타인슈런스매니지먼트솔루션 등과 협력해 UBI 플랫폼을 구축하고 관련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차량보험과 블록체인의 만남은 어떻게 이뤄질까.
도요타연구소는 우선 차량에 장착된 센서를 통해 수집된 운전자의 운전 성향 데이터를 보험사와 공유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를 통해 운전자에게 맞는 정확한 보험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사는 운전자에 관한 빅데이터 확보에 투명성과 신뢰성을 강화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경미한 사고에 대한 손해사정 수수료를 줄일 수 있고 보다 다양한 UBI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 소비자도 다양한 보험료의 할인 혜택을 실시간으로 누릴 수 있다.

채원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 산업에서 블록체인 기술 투자가 확대돼 UBI의 다양화는 물론 보험 사기도 방지할 수 있고 보상 프로세스가 단순화될 것”이라며 “자율주행차와 카셰어링 관련 보험이 개발되고 보험 서비스의 전반적 변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돋보기 : 차량 거래에도 발 들여놓은 블록체인
중고차 거래, 블록체인 만나 투명해질까

중고차 시장은 ‘레몬마켓’의 대표적 시장이다. ‘레몬마켓’은 구매자가 판매자에 비해 가지고 있는 정보가 지나치게 적은 시장을 뜻한다. 그래서 중고차 구매 시 소비자들은 자기가 사려는 매물이 과거 사고 이력이 있는지, 주행 정보가 정확한지 투명하게 확인할 수 없어 곤란을 겪는다.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중고차 시장에서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신차가 출고되면 하나의 블록체인이 생성되고 그 안에 제조사·보험사·수리사 등 자동차와 관련한 모든 기관이 참여해 정보를 입력한다.

이에 따라 누락되는 정보 없이 정직한 거래가 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블록체인 연구 기관에서는 중고차 거래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연구 중이다. IBM 블록체인연구소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중고차 매매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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