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쉬운 일이 로봇에겐 어렵죠”

[커버스토리=인공지능(AI) 시대, 인간은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
최재원 다음소프트 이사 “일의 수행과 결정은 결국 인간의 몫”


(사진) 최재원 다음소프트 이사./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인공지능(AI)은 오늘날 전 세계 산업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다. 많은 이들이 AI를 산업에 활용함으로써 보다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비즈니스 운영이 가능해질 것이고 소비자 서비스 역시 보다 정교해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 믿음은 이미 실현되고 있다. 성장 한계에 직면한 산업계는 ‘새로운 먹거리’의 등장에 환호하며 앞다퉈 AI 기술의 연구·개발(R&D)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AI 기술의 빠른 발전을 불안한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AI가 일자리를 뺏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AI 전문가와 경영학자들은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협력하며 일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빅데이터 전문가인 최재원 다음소프트 이사를 만나 ‘AI와 인간의 일자리’, ‘AI 시대의 일자리 변화’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AI가 우리 일상생활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인간이 기계를 활용해 인간의 육체 한계를 넘어섰듯이 이제 인공지능을 활용해 인간 두뇌의 한계를 넘어서게 될 것입니다. 이에 따라 없어지는 직업도 생기겠지만 직업이 대체되는 개념으로 접근하기보다 일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측면에서 긍정적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Q. AI로 대체 가능한 ‘인간의 직업’에 공통적인 특징이 있나요.
“머리를 쓰는 직업이지만 단순 작업에 들어가는 일들이 가장 먼저 대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령 기업에서 쓰는 많은 보고서들이 그 대상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금도 AI 오토 리포트라는 기술로 스포츠 기사나 날씨 기사를 기계가 쓸 수 있을 정도입니다. 웬만한 전문 보고서도 데이터만 존재한다면 60% 정도까지는 기계가 충분히 쓸 수 있습니다.”

Q. 인간이 AI와 ‘경쟁’이 가능할까요.
“과거 영화의 소재로 AI가 부각되면서 무서운 존재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알파고 이후 긍정적인 인식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자동차가 인간보다 빠르다고 해서 우리가 두려움에 떠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이동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AI를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AI 발달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까요.
“근본적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영역은 창업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낼 수 있는 스타트업 벤처의 탄생이 매우 중요합니다. 직장에 취업하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 정부가 적극적으로 창업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일자리 창출의 관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AI에 비해 인간이 가진 강점이 있을까요.
“미국의 로봇 공학자인 한스 모라벡 카네기멜론대 교수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인간에게 쉬운 일은 로봇에 어렵고 인간에게 어려운 일은 로봇에 쉽다.’ 이 말대로 생각하는 기능이나 걷는 기능은 인류가 오랜 진화를 거듭하며 쌓아 온 기능이기 때문에 당분간 로봇이 넘어서기는 힘들 것입니다. 반면 역사가 2000년밖에 되지 않는 바둑과 같은 인지 능력이나 논리 능력은 AI가 인간보다 우월하죠.”

Q. 인간의 직업이 현재에 비해 가장 크게 달라지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인류는 이미 수백만 년의 진화 과정을 통해 ‘직관’이라는 형태의 학습이 선행 저장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새로운 지식에 대한 학습 효율이 높죠. 호모사피엔스가 진화하며 생각을 하게 된 것처럼 호모에이아이시스는 AI를 활용하게 될 것입니다. 특히 학습 데이터가 적은 영역에서 직관을 활용하는 분야의 직업이 계속 발전될 것입니다.”

Q. AI와 인간의 협력은 가능할까요.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일을 기계가 대체하면서 우리에게는 여가라는 개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AI의 발달 또한 인간에게 더 많은 여가 시간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앞으로 새로운 여가 문화 산업이 탄생할 것이고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Q. AI를 활용한다고 해도 일자리에 위협을 받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요.
“물론 영향을 받는 직군과 사람들이 있겠죠. 그에 따라 사회적 문제도 야기될 가능성도 있고요.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일자리와 소득은 상당히 민감한 문제입니다.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동력이 되죠. 이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AI를 통해 부를 축적하는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이들에게 주어져야 할 사회적 역할이자 과제죠.”

Q. 인간에게 어떤 능력이 필요하게 될까요.
“AI의 본질은 도구로서의 역할입니다. AI는 효율성을 담당하고 인간은 일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유효성을 가지게 되겠죠. 아무리 인공지능이 생각의 도구로 발전된다고 하더라도 일의 수행과 결정의 판단은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Q. 이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떤 교육이 필요한가요.
“과학과 인간 윤리의 양면성은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죠. 기업은 AI를 통한 막대한 부를 추구할 것이고 결국 기술의 발전과 함께 부의 독점 현상이 한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기술 사용의 올바른 가치 판단에 대한 기준이나 사회적 환원에 대한 교육입니다.”

Q. 최근 과학·기술·공학·수학을 결합한 융합교육(STEM)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AI 시대에 이 교육이 도움이 될까요.
“그럼요.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는 융·복합입니다. 강의식 수업에서 탈피해 학생 중심의 문제 해결 학습이나 탐구학습 같은 교육 방법으로 다방면의 관련 지식이나 기술의 이용 가능성을 높이는 교육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cwy@hankyung.com

[커버스토리 'AI 시대, 인간은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 기사 인덱스]
- 무인매장 '아마존고'에도 쇼핑 돕는 직원은 있다
- 직장인을 위한 AI 시대 직종별 '생존 가이드'
- 디지털 리터러시 키우는 'STEM 교육'
- "인간에게 쉬운 일이 로봇에겐 어렵죠"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