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는 지금 ‘브랜드’ 전쟁 中

중견사는 브랜드 교체로 심기일전…대형사 ‘하이엔드’ 브랜드로 승부


(사진) 래미안 용산 더 센트럴(왼쪽)과 용산 푸르지오 써밋./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건설업계에 주택 브랜드 아이덴티티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브랜드 교체를 통해 브랜드 강화와 인지도 상승을 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브랜드 파워가 분양가 상승과 프리미엄 형성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확인되면서 건설사들이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브랜드 교체 바람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졸업한 건설사들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과감하게 주택 브랜드를 교체하는가 하면 또 다른 건설사들은 고급 주택에 별도로 붙이는 하이엔드 브랜드 출시를 추진하는 곳도 있다.

◆ 동부·삼부·동아 ‘새 브랜드’로 부활 알려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2016년 10월 법정관리를 벗어난 동부건설이 고급 주택 전용 브랜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관리를 졸업한 이후 지난 1년 동안 매출과 수익성을 개선하며 옛 명성을 조금씩 찾고 있는 동부건설은 이번 고급 주택 브랜드 론칭을 통해 제2의 도약을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동부건설은 새 브랜드 제작 작업에 돌입했고 사내 공모를 거쳐 현재 외부 용역을 검토 중이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주택 시장에 불고 있는 상품 다변화 바람에 발맞춰 고급 주택 전용 하이엔드 브랜드 론칭 작업을 준비 중”이라며 “신규 브랜드는 기존 브랜드(아파트 ‘센트레빌’, 오피스텔 ‘아스테리움’)에 펫네임(별칭)을 붙이는 형태가 될지, 또 다른 새로운 단어가 될지는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일단 동부건설 측은 현재 쓰고 있는 센트레빌과 아스테리움을 그대로 살릴 방침이다. ‘대치 센트레빌’과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용산’ 등의 랜드마크를 통해 두 브랜드의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동부건설은 하이엔드 브랜드 출시 과정에서 지역조합 아파트 등 또 다른 상품에 붙일 브랜드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네상스’라는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는 삼부토건 역시 새로운 브랜드를 준비 중이다. 2016년 9월 법정관리에서 벗어난 삼부토건은 오랜 기간 동안 주택 사업을 진행하지 않으면서 르네상스의 인지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판단을 내렸다.

삼라마이더스(SM)그룹에 인수된 동아건설은 예전에 사용하던 ‘더 프라임’이라는 브랜드를 이미 ‘라이크 텐’으로 바꿨고 건영(전 LIG건설)도 법정관리 졸업 후 사명을 바꾸면서 동시에 주택 브랜드도 ‘아모리움’으로 갈아 치웠다.

대형 건설사들도 브랜드에 신경 쓰고 있다. 특히 대형사들은 강남을 비롯한 부촌 지역의 재건축 수주전에 공을 들이면서 사업권을 따기 위한 전략으로 하이엔드 브랜드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현대건설이다. 전체 사업 규모만 10조원으로, 강남 재건축 최대어로 꼽힌 ‘반포주공1단지’ 수주전에 참여한 현대건설은 ‘최상급 클래스’의 뜻을 담은 고급 아파트 브랜드 ‘디에이치 클래스트(THE H Class+est)’를 론칭해 홍보한 끝에 사업권을 따냈다.

현대건설은 디에이치 클래스트라는 브랜드에 걸맞은 명품 아파트를 조성하기 위해 자사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특화된 아이템을 단지 설계에 적용할 예정이다.

◆ 현대·대우·대림 ‘고급화 브랜드’ 내놔

대우건설도 하이엔드 브랜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최근 대우건설은 ‘과천주공7-1단지’를 재건축해 선보이는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써밋’의 분양 결과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4.88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 순위 내 마감됐다.

당초 ‘과천주공7-1단지’는 대우건설의 일반 브랜드인 ‘푸르지오’가 적용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인근의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조합이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면서 고급 브랜드인 ‘써밋’을 적용하기로 하자 ‘과천주공7-1단지’ 조합에서도 이 브랜드를 달아줄 것을 요구해 결국 변경됐다.

대림산업은 하이엔드 브랜드 전략을 일찌감치 도입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 2013년부터 프리미엄 브랜드 아크로(ACRO)의 신규 브랜드를 선보이면서 한강변을 중심으로 한 강남 재건축 시장 공략에 나선 결과 ‘아크로 리버파크’, ‘아크로 리버뷰’, ‘아크로 리버하임’,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차례로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서초 신동아아파트 재건축 시공권을 확보하면서 다섯째 아크로 아파트를 준비 중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최고급 아파트와 주상복합 등에 사용되는 아크로는 2013년 신규 브랜드를 적용해 탈바꿈했고 같은 해 분양한 아크로 리버파크가 반포 일대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며 “이를 발판으로 강남을 중심으로 아크로 아파트를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건설도 잠실 ‘미성·크로바’ 재건축 단지에 기존 브랜드인 롯데캐슬을 뛰어넘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할 계획이다.

삼성물산과 GS건설은 간판 브랜드 래미안과 자이의 브랜드를 지켜가면서 단지별 차별화와 고급화를 꾀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동일 브랜드의 아파트들이 대단지를 조성하게 되면서 강남 일대가 ‘래미안 타운’, ‘자이 타운’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2000년 래미안을 론칭하며 ‘브랜드 아파트’ 시대를 연 삼성물산은 단지별 네이밍으로 눈길을 끈다. 2009년 반포주공 2단지를 재건축한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가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킨 이후 벌어지고 있는 현상 중 하나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은 래미안 신반포팰리스, 래미안 신반포리오센트, 래미안 대치팰리스,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 개포 래미안 블레스티지, 래미안 루체하임 등으로 이름을 고급스럽게 바꿨다.

GS건설은 2002년 론칭한 자이로 서울의 랜드마크를 차례로 접수하는 방식을 사용 중이다. 단지 특색에 맞게 커뮤니티 시설인 자이안센터를 짓고 펫네임을 붙이는 방식을 쓴다. 지금까지 반포 센트럴자이, 신촌 그랑자이, 목동 파크자이, 서울숲 리버뷰자이, 방배 아트자이 등 다양한 펫네임이 등장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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